파트 회식을 했다. 남자 3명이서..

소규모로 이뤄진 멤버들이고, 다들 나이대가 아재들이라 남자메뉴로 선정~

오늘 찾아갈 집은 당산에 있는 '허브족발'이다.


족발하면 시청의 오향족발, 성수동 족발, 양재동 족발.. 이렇게 유명한데

전통있는 족발의 강자 장충동 족발도 있고,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허브족발.




어둑해진 저녁에 찾아갔는데 한 10분만 늦게 갔어도 저렇게 기다리는 사람들 뒤에 서야 했을 것이다.

1층의 본점에 갔는데, 그 옆건물 2층과 꼭대기층에 확장을 한 것 같다.

사람이 많으면 별관쪽으로 보내기도 하는 것 같다.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4천원 더 비싸다.

그래서 우리는 당연하게도 앞다리를 시켰다. (법인카드로 결제할거라..)

족발이나 냉면, 계란찜 등 추가메뉴들도 탄탄하다.



족발 본체의 모습.

탱글탱글하니 아주 먹음직스럽게 나온다.

매콤한 불족발이 조금 곁들여져 나온다.



냉면과 함께 찍은 사진.

여기는 이 냉면이 좀 중요하다.

비빔냉면인데, 과일을 많이 넣어서 그런지 시원한 맛에 달콤함이 속속들이 스며들어 있다.

이 족발에 냉면을 한 젓가락 같이 얹어서 쌈도 싸먹고, 그냥 먹기도 한다.


사람들이 냉면을 먹을 때 고기랑 같이 먹는게 유명해져서 아예 그런 육쌈냉면이 나왔듯.

여기 족발은 반드시! 라고 해야 할 정도로 족발과 비빔냉면의 궁합을 잘 찾았다.





총평 (★★★★ : 4.3 / 5.0)


나는 개인적으로 시청의 오향족발보다 당산의 허브족발이 더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허브족발이야말로, 서울 3대족발에 더 어울리는 듯.

족발에서 지방의 쫄깃함과 살코기의 담백함이 잘 어우러지고

삶는 과정에서 뭘 추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족발의 향도 참 잘 뽑아냈다.


게다가 여기의 키 포인트는 바로 비빔냉면.

이제서야 족발이 비빔냉면과 어울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회사에 출근하듯이 요새 매주 수요일마다 건대입구쪽에 위치한 사무실로 출근을 하고 있다.

대학가 근처다보니 싸고 괜찮은 맛집들이 꽤 많은데, 그 중에서 오늘은 무려 '테이스티 로드'에도 방영되었다고 하는 중국집을 가기로 했다.



간판이 중국집스럽지 않은 모양이다. 마치 홍콩의 딤섬을 팔 것 같은 분위기.



메뉴판에서 '와일드 마카오'의 뜻을 알 수 있었다.

역동적인 의미의 [와일드],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 [마카오].

[와일드마카오]는 다이나믹하고 개성이 넘치는 중식당이라는 설명.



먼저 기본반찬이 나온다. 

그리고 일반 중국집보다는 음식이 늦게 나오는 편이다.

아마 주문을 받고서야 음식을 만드는 시스템이라 그러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갈비짜장면.

맛은 딱히 인상적이지 않다. 다만, 등갈비가 들어있다는 것.



이것이 갈비짬뽕.

매콤하고 시원한 국물이 괜찮다. 근데 밀가루 맛이라고 해야 하나.. 

밀가루 면의 전분이 국물에 섞여 좀 탁한 느낌을 준다.



같이 시킨 군만두.

군만두도 나름 괜찮다. 하지만 그리 뛰어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가게를 좀 둘러보자.

가게가 그리 넓지 않다. 하지만 중식당 치고는 깔끔하게 정리된 인테리어가 보기 좋다.

그리고 주방이 오픈되어 있어,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양 레스토랑의 오픈키친을 벤치마킹한 듯.



계산을 하는 곳에서 보니, 주인장이 미니어처를 좋아하나보다.

명함도 같이 찍어본다.




총평 (★★ : 2.2 / 5.0)


젊은 느낌의 중식당이다.

하지만 우리가 익숙하게 먹어왔던 짜장과 짬뽕,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등갈비가 포인트지만, 짜장에서는 그리 어울리지 못했고,

짬뽕에서는 어울리지만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한 번쯤은 가볼 만 하지만, 자주 가기엔 가격도 비싸다.



벌써 2016년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2016년 상반기의 내 삶을 돌아보며 부문별로 결산을 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그 첫 번째 아이템은 독서다.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2013년부터는 내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 독서목록을 에버노트를 통해 쭉 기록해왔다. 벌써 4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기록 덕분에 이번 결산이 좀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올 해 나는 6개월동안 총 15권의 책을 읽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하는 사람들은 연간 100권씩 읽는다고 하니 나는 거기에 비하면 자라나는 새싹 수준일 것이다. 하지만 기록을 하고 난 뒤 나의 독서량은 매년 늘어났다. 그 점은 내가 꽤나 자부하고 있다. 특히 올 해부터는 전자책 리더기를 통해 보다 손 쉽게 독서에 빠져들 수 있었다. 아래는 주요 통계를 통해 내가 어떤 독서 생활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내용과, 내가 읽은 책의 제목과 그들에 대한 짧은 감상평으로 결산을 진행해보도록 하겠다.



<독서 상반기 결산 요약>


내가 읽은 책들을 각 분야별로 구분을 해봤다. 소설이 무려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자책의 특징으로 말미암은 경향이 있는데, 전자책을 책의 전체를 한번에 꿰뚫어보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내가 읽고 있는 페이지만 구현이 되기 때문에 책의 두께를 통해 내가 얼마나 읽었는지, 앞뒤를 뒤적여가며 읽는 것에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전자책을 통해서는 주로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겨 읽어내는 소설을 많이 읽게 된다. 앞뒤 문맥을 파악해가며 읽거나 중간 중간 발췌해가며 읽어야 하는 분야의 책들은 전자책으로 읽기 힘들다.



앞서 얘기했듯, 나는 올 상반기에 15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기록을 시작한 2013년부터 연간 독서량을 비교해봤다. 올 해는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15권의 수치가 가히 적어보이지는 않는다. 이대로라면 올 해도 독서량에 대해 신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나는 가을에 책을 몰아 읽기에 강하다. 작년의 경우, 9월 한 달간 읽은 책만 무려 8권이나 된다. 올 해는 드디어 내가 연간 목표로 세우고 있는 30권 읽기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자책의 경우, 두께를 알기 어렵기도 하고 실제 책의 페이지 구성과 다를 확률이 매우 높다. 글씨 크기나 여백을 독자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환경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페이지가 많이 차이나게 된다. 그래서 각 권별 페이지를 체크할 때는 네이버에서 도서검색을 해보고 기록해두었다.

그리고 예전에 봤던 '1만 페이지 독서력' 이라는 책을 응용해 독서를 하면서 내가 읽은 누적 페이지 수를 기록했다. 연간 1만 페이지를 읽는게 목표라고 한다면 올 해 상반기에 벌써 5,386 페이지를 달성했으니 이대로 간다면 누적 1만 페이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월별로 다소 편차가 있는 편이다. 그 이유는 2가지를 들 수 있겠다. 첫 번째로는 이상하게 읽히지 않는 책이 생겼을 경우다. 올 해 읽은 책 중 유독 '내 앞의 생' 이라는 소설은 진도를 나가는게 너무 힘들었다. 두 번째 이유는 독서보다 급했던 나의 생활이 있었던 기간이 있었다. 업무적으로 올 해 처음 시작하는 일이 있어 그것에 몰입해야 할 기간이 4월에 있었다. 그래서 독서량이 좀 적은 편이었다. 하반기에는 첫 번째 이유가 아니라면 독서량이 줄어들 일은 크게 없으리라고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독서 형태를 분류해봤다. 역시나 올 해는 전자책 리더기의 원년이다. 리디북스의 페이퍼 라이트 라는 전자책 리더기를 사고 난 뒤, 독서의 편리함이 매우 증가했다. 휴대성이나 편의성이 아주 뛰어나다. 하지만 아직까지 종이책을 완전히 놓을 수도 없다. 왜냐하면 내가 읽고 싶은 모든 책들이 전자책 시장에서 구현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모든 책들이 전자책으로 나오는 세상이 오겠지.



<내가 읽은 책과 짧은 감상평>

1 : 동물농장 (조지오웰/김병익 역) : 1월 리페라 / p.190

 - 감상평 : 약 70년 전에 쓰인 소설이지만, 마치 현재의 세계를 풍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권력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고, 순환한다는 것. 과연 우리는 권력 앞에서 진보한 삶을 살아가기 어려운걸까?


2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2 (채사장) : 1월 리페라 / p.376 (누적 566)

 - 감상평 : 정말 아주 얇게만 알고 있던 철학의 연대와 사조에 대해 알게 되었다. 철학 외에 종교, 예술, 과학 등도 있었으나, 철학에 가장 관심이 갔다. 리디북스를 이용해 얻은 책들을 통해 철학 고전들을 많이 섭렵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3 : 달과 6펜스, 과자와 맥주 (서머싯 몸/이철범 역) : 1월 리페라 / p.450 (누적 1,016)

 - 감상평 : 자기밖에 모르는 천재 화가 스트릭랜드와 그 주변의 이야기. 아주 어렸을 때 제목만 보고 뭔가 심오한 내용일 것 같아 내내 피해오다 결국에 읽게된 고전이다. 현실(6펜스)과 이상(달)의 사이에서 고민하고 번뇌하는 예술가의 삶을 바라보았다.


4 : 라면을 끓이며 (김훈) : 12월 영풍문고 구입 / p.412 (누적 1,428)

 - 감상평 : 김훈의 언어는 강하고 정제되어 있는 전형적인 마초의 느낌이다. 그러나 언어의 표현력이 너무 아름답다. 일상에서, 그리고 사회 이슈들을 접하면서 그는 저런 깊은 생각과 표현을 할 수 있구나 싶다. 필사하며 그의 문장력을 훔치고 싶다.


5 :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 : 1월 리페라 / p.420 (누적 1,848)

 - 감상평 : 작가 유시민의 문장은 명쾌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그가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55년의 역사를 그의 관점에서 기술했다. 똑똑한 운동권 선배로부터 우리나라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쟁취했는지 강의를 듣는 느낌이었다. 


6 :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 2월 리페라 / p.358 (누적 2,206)

 - 감상평 : 고아로 대리모에게서 자라는 모하메드(모모)의 성장 이야기.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세상은 행복하게 살기 어려운 곳이다. 험한 세상에서 자기를 돌봐주는 사람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다루고 있다. 어린 모모가 동네 할아버지에게 묻는 말이 가슴을 울린다. "사람은 사랑없이 살 수 있나요?'


7 : 수상한 사람들 (히가시노 게이고) : 3월 리페라 / p.280 (누적 2,486)

 - 감상평 : 짧은 추리소설 7편이 담겨있는 책이다. 장편의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작가와 심각한 두뇌싸움을 하기 마련인데,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추리소설들은 깊이가 깊지 않으면서도 재치있게 풀어낸 추리로 읽는 이로 하여금 재미를 느끼게 한다.


8 : 백마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 3월 리페라 / p.334 (누적 2,820)

 - 감상평 : 백마산장에서 오빠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정확히 1년뒤, 그 때 그 사람들이 다시 모이는 그곳으로 동생이 찾아가 산장에 얽힌 미스테리를 풀어나간다. 마치 '소년탐정 김전일'의 만화를 소설로 읽는 듯한 느낌. 범인은 이 안에 있어! 모든 비밀은 풀렸다!


9 : 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 4월 리페라 / p.304 (누적 3,124)

 - 감상평 :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초기 대표작이다. 그래서 그런건지 추리의 전개가 좀 올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일본 이름은 왜이리 헷갈리는지.. 어디서는 이름을 썼다가 다른 부분에서는 성을 쓰니까 동일인물을 말하고 있다는 걸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다. 


10 : 데미안 (헤르만 헤세) : 5월, 작년에 구입한 책 / p.239 (누적 3,363)

 - 감상평 : 헤세의 대표작 '데미안'은 자아를 찾아가는 젊은이의 이야기다. 니체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은 헤세는 소설이지만 그 어떤 철학책보다 깊은 통찰을 요구하는 글을 썼다. 중학교 1학년때 처음으로 데미안을 읽었었는데, 그 때 지금 읽고 이해한만큼 얻는 것이 있었더라면 지금의 내 삶이 조금은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11 : 시민의 교양 (채사장) : 5월 리페라 / p.348 (누적 3,711)

 - 감상평 : 채사장의 전작,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후속작으로 경제학적인 입장에서 '세금, 국가, 자유, 직업, 교육, 정의, 미래' 라는 7가지 현실 인문학을 하나로 꿰뚫어 쉽게 설명했다. 야구에 이런 말이 있다. 수비자가 어려운 타구를 멋있게 처리하는 것보다, 쉽게 처리하는 것이 실력이다! 채사장은 이렇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주변 지식을 탐구했을지. 참 재밌게 읽었다.


12 : 7년의 밤 (정유정) : 5월 리페라 / p.523 (누적 4,234)

 - 감상평 : 우리나라 작가 중에 감히 최고의 서스펜스 스릴러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첫장부터 센스있는 작가의 문체부터 흥미를 불러오기 시작해, 무서울 정도로 치밀한 얼개와 구조로 단단한 성을 쌓아 나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까지 내 숨이 가쁠 정도로 내달려 읽게 만드는 이야기다. 난 이제 정유정 작가의 팬이다.


13 : 담론 (신영복) : 6월, 작년에 구입한 책 / p.428 (누적 4,662)

 - 감상평 : 동양고전을 통해 '관계론'에 대해 넓게 알아보는 1부와, 감옥에서 다른 사람을 관찰하며 알아보는 '안간론'을 담은 2부! 신영복 선생님은 20년이 넘는 투옥생활을 통해 사람은 '관계'를 통해 정의되고, 발전할 수 있다고 배웠다고 한다.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가장 기본적인 인간성마저 몰락시켜버리는 이 사회 구조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일러주는 책이다.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다.


14 : 이기는 프레임 (조지 레이코프) : 6월 리페라 / p.272 (누적4,934)

 - 감상평 :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라는 책으로 정치에서 프레임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설명해주었던 책의 저자가 쓴 책이다. 조지 레이코프는 진보의 입장에서 보수파가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프레임으로 아젠다를 이끌어 갈 것인지 설명했다. 단, 이 책의 모든 소스는 미국 정치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온전히 우리나라에 대입시킬 수 없다. 그리고.. 번역이 개판이다.


15 :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 6월 리페라 / p.452 (누적 5,386)

 - 감상평 : 츤데레의 전형을 보여주는 오베라는 남자. 그가 살아온 일생에 대한 이야기와, 그가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하지만 그만의 방식으로 사랑했던 아내를 세상에서 떠나보내고 그도 따라가려고 자살을 시도하는 헤프닝들에 대한 이야기다. 오베의 말투와 행동으로 인해 읽는 이를 웃음짓게 만들지만, 그 이야기의 끝에서는 눈물을 쏙 빼는 마법을 부린다.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 소설, 읽는 내내 오베의 뜨거운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소설, 복잡하게 살아가는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따뜻한 소설이었다.



피버팅이 뭔가?

IT벤처업계에서 ‘피버팅(pivoting)’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피버팅이란 기존 사업 아이템을 포기하고 방향전환에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예상했던 것만큼 시장성이 보이지 않거나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 비상수단으로 여겨지곤 한다. 카카오의 경우 ‘부루닷컴’과 ‘위지아’라는 소셜 기반의 서비스를 내놓았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러나 이어 나온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웹스터 사전에 따르면 피벗은 '어떤 점을 중심으로 도는 행동' 이라고 정의되어 있으며 이는 농구에서 자주 사용되기도 한다. 즉, 중심을 잡고 있으면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산업에 적용시키면 내가 다니는 여행사가 갑자기 여행시장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자동차 제조 산업으로 업종을 쌩뚱맞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정보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대리점 중심으로 판매를 하던 여행상품을 온라인으로 전환해 IT산업으로 전환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즉, 피벗 (pivot)은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거나 사업 자체를 바꿔버리는 것이 아니다. Fast Company라는 경제/경영 전문 매거진에 의하면 피벗에 대한 정의를 “A change in strategy without a change in vision”이라고 기술했다. 한국말로 번역하자면 “비전을 바꾸지 않고 전략을 바꾸는 것”정도가 되겠다. 단순하게 전략을 바꾸는 것이지, 회사의 가치나 비전, 목표를 전면 재탄생시키는 개념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피벗을 순진하게 “사업 아이템”을 바꾸는 행위정도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피버팅은 어떻게 하는가

피버팅의 첫 번째 단계는 그것이 왜 필요한 것인지 깨닫는 것이다. 피버팅이 필요하다고 결정되고 나면, 그 다음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산들을 세밀하게 미분해 분석해보는 것이다. 이미 만들어진 레고를 해체해서 다른 모양의 레고를 만들기 전에 각각의 블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에게 쓸모있을 만한 것이 무엇인지 하는 관점에서 이것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면서 분석하고 생각하다보면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다.


피버팅을 하는 방식에는 크게 탑다운과 바텀업의 유형이 있다. 탑다운 방식은 주로 대기업에서 하는 방법이다. 대기업은 피버팅에 필요한 역량과 자원이 충분한 만큼 C레벨의 임원이 명확한 전략을 세운다면 그 효과를 일사분란하게 실행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탑다운 방식에서 위기는 돈의 부족보다 비전이 흔들릴 때 더 크게 다가오게 된다.

"저 시장이 매력적으로 보이는군"

실제 필드에서 부딪히며 조사한 정보가 아닌 인터넷에서 몇 번 검색해본 정보들을 조합해 마치 대학생들의 과제 리포트처럼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경우 피버팅은 영혼없는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전락해버릴 수 있다.

<린스타트업>의 저자인 에릭 리스는 "스타트업은 반드시 차고에서만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에서는 교과서같은 존재의 책을 집필한 그가 정의한 피벗의 종류는 총 10개로 아래와 같다.


1. Zoom-In Pivot (줌인 피벗)

2. Zoom-Out Pivot (줌아웃 피벗)

3. Customer-Segmentation Pivot (고객군 피벗)

4. Customer-Needs Pivot (고객 필요 피벗)

5. Platform Pivot (플랫폼 피벗)

6. Business Architecture Pivot (사업 구조 피벗)

7. Value Capture Pivot (가치 획득 피벗)

8. Engine of Growth Pivot (성장엔진 피벗)

9. Channel Pivot (채널 피벗)

10. Technology Pivot (기술 피벗)


위의 10가지 종류는 '무엇을' 피벗하는가 또는 '어떻게' 피벗을 하는가에 따라 구분을 지은 것이다. IT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많기 때문에 피벗을 IT용어 쯤으로 아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아래에 제시하는 사례는 굴지의 글로벌기업이자 제조산업의 혁명을 이끌었던 GE의 사례를 통해 '경영학' 관점에서 피버팅을 재조명해보고자 한다.


GE의 패스트 웍스 (FastWorks)

GE는 에디슨이 설립한 이후 130 여 년의 역사를 지속해온 기업으로 불확실성의 시대라 불리는 21세기의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혁신 경영 기법을 개발했다. 그동안 GE는 식스 시그마, 린 경영 등 전 세계 많은 기업이 벤치마킹한 혁신 경영 기법을 개발하고 전파해왔다. 빠르게 변화하며 예측이 불가능한 요즘 시대에 맞는 업무 툴로 '패스트웍스(FastWorks)' 라는 것을 만들었다.


패스트웍스의 핵심요소

1. 절차의 간소화

2. 고객과의 지속적인 소통

제품 개발 진행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고객 피드백을 받고 이를 제품 개발 및 모든 과정에 수시로 반영함으로써 고객 만족도와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GE는 거대 조직이 갖는 관료주의와 복잡한 절차를 극복하고 실질적인 벤처 정신을 반영하기 위해 스타트업의 새로운 경영 기법을 창시한 에릭 라이즈와 데이비드 키터를 초빙해 함께 연구했다.


패스트웍스의 5가지 실행 요소

1. 고객의 문제를 파악한다.

2. 가정을 설정하고 구체화한 후 테스트 제품을 만든다.

3. 최소한의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만든다.

4. 고객의 반응을 통해 새로운 측정 기준을 찾아 적용한다.

5. 입증된 결과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정한다.

식스 시그마가 품질 혁신과 고객 만족에 중점을 뒀다면 패스트웍스는 제품의 안전과 품질을 유지함과 동시에 절차를 간소화해 NPI(New Product Introduction)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변동성이 높은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품질을 높이면서도 보다 빠른 시장 진입과 긴밀한 고객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이 피버팅의 적기다!

산업혁명의 선도자였던 GE도 수 년간 고정자산, 금융자산을 수백조원씩 통매각 하면서 디지털의 새로운 시대를 가벼운 몸과 유연한 DNA로 맞이하려고 피버팅을 했다. 돈도, 자산도 유연한 사고와 빠른 판단이 없이는 무용지물인 것을 깨달은 것이다. 

우리 회사는 해외여행산업에서 대리점을 통한 간접판매 방식으로 업계를 선도하며 지난 27년간 성장해왔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 뿐 아니라, 모바일 정보 혁명으로 인해 여행사와 고객 간의 정보 격차가 해소되어 고객은 여행사 직원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는다.

어떤 방향으로 피버팅을 해야할지는 포스팅하지 않겠지만, 피버팅을 해야 할 시점이 더 이상 늦어지면 안된다는 정도만 언급하고 싶다. 

지금이 피버팅의 적기다!




- 정보를 얻은 곳 -


1.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289022

2.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nkey=2014122900995000101&mode=sub_view

3. http://news.mtn.co.kr/newscenter/news_viewer.mtn?gidx=2015050410550061971

4. http://blog.naver.com/korhjc/220720139650

5.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498286


최근 노트를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체득하는 데 많은 실험을 하고 있다. 


1. 마인드맵을 그려본다거나, 

2. 포스트잇을 활용해 아이디어들을 그룹핑하고, 구조화하는 방법, 

3. 노트패드를 이용해 초안(draft)을 그려보고,

4. 업무노트를 이용해 이 모든 걸 다시 정리하는 것.


위 방법에 딱히 정해진 순서는 아직 체계적으로 잡히지 않았다.

얼마 전에 선물용으로 몰스킨 노트를 샀다가 서비스로 받은 로디아 노트패드를 두고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고민이기는 하다. (너무 작아서..) 적당한 크기의 로디아 노트패드를 사야할 듯 싶다.



이 사진이 위에 말한 방법들을 한 눈에 보이게끔 찍은 사진이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대략적인 느낌들을 노트패드에 적고, 그걸 바탕으로 포스트잇에 옮겨 적으면서 카테고리를 분리했다. 그리고 그걸 업무노트에 마인드맵으로 한 눈에 들어오게끔 정리를 했다. 


이렇게 만들고 나니, 스토리가 생기는 걸 느낄 수 있다. 근데, 아직 초보라 그런지 이 과정을 몇 번은 다시 만들어보는 작업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생각이 숙성되어 완성도가 생기고, 그렇게 하고 나서야 보고서를 만들 수 있을 듯.


노트 초보의 메모하기, 아직 발전 중~

이제 만년필을 사용한지 약 7개월 정도가 지났다. 입문용으로 샀던 라미 사파리 만년필을 주력으로 하여 파란색을 표기하기 위해 파이로트 카쿠노 만년필까지 사서 총 2개의 만년필을 사용한다. 

만년필을 사용하면서 알게 된 것은 볼펜과 달리 만년필을 쓸 종이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애정하며 사용해온 몰스킨 노트와 결별하게 된 이유도 만년필 때문이다. 몰스킨에서는 만년필을 사용하면 뒷면 비침이 너무 심해 글씨를 제대로 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처음 샀던 노트가 복면사과 까르네다. 현재 복면사과 까르네 노트는 개인용 노트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업무용으로 따로 쓰기 위해 미도리 MD노트를 구매했다. 사이즈는 A5로 정했다. A5보다 작은건 한 페이지에 너무 적은 양의 정보만 담을 수 있어 별로고, A5보다 크면 한 면이 너무 방대해지고 휴대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표지는 아주 심플하다. 다만 표지가 하드커버가 아닌 그저 두꺼운 종이 정도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보는 것과 같이 비닐커버를 씌우거나, 아니면 돈이 여유있다면 가죽커버를 장만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표지를 넘기면 타이틀을 쓸 수 있는 내지 디자인이 나온다. 이 종이까지는 일반 내지와 달리 조금 두껍다. 나는 이 노트를 업무용으로 쓸 예정이라 "업무노트"라는 이름을 달아주었다.



내지 첫번째 면에는 불렛 저널 키 라고 불리는 '할 일 관리'에 쓰이는 코드를 적어두었다. 이 노트를 사용하는 메뉴얼쯤 된다고 보면 되겠다. 이 노트를 통해 처음으로 쓰는 툴이기 때문에 아직 100% 내면화 시키지 못했다. 아직도 불렛 저널 키는 나만의 쓰임새에 맞게 커스터마이징을 시키는 중이다.

그리고 하단에는 올 해 내가 맡은 프로젝트들을 기재했다. 이 뒷장부터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기록으로 가득하게 될 것이다. 이는 이 노트의 인덱스쯤 된다고 보면 될 듯.



내가 쓰는 노트는 Lined 줄로 된 노트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노트 가운데에 굵은 선이 하나 그어져 있어 노트가 전체적으로 4사분면으로 나뉘는 느낌을 준다. 이를 이용해 그날 그날의 to-do list를 관리하면서 추가적인 메모를 기록해가고 있다.



내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에 대한 전반적인 밑그림을 그려 구상하는 메모다. 이렇게 일적인 메모도 하지만, 하루 중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간간히 개인적인 메모도 들어가긴 한다. 그러다보니 업무용 노트긴 한데, 남에게 보여주기에 조금은 민망하고 부끄러운 내용들이 들어갈 때도 있다. 



※ 미도리MD노트 사용 후기

 - 필기감 : 매우 우수 (번짐 없음, 비침 없음, 잉크 잘 마름)

 - 휴대성 : 매우 우수 (주관적이지만 A5 사이즈가 업무용으로 가장 적합하다)

 - 디자인 : 보통 (심플해서 좋긴 한데, 너무 밋밋하다는 느낌이 든다.)


※ 다음에 또 사게 될까?

 - 미도리MD노트의 명성대로 대단한 노트다. 하지만 지금은 업무용과 개인용을 나눠서 쓰다 보니, 뭔가 노트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다음에는 복면사과 노트를 여러 권 묶어 쓸 수 있는 노트커버를 적극 활용해 하나의 노트를 들고 다니면서 업무용과 개인용을 모두 통합해버리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노트를 다 쓰고 나면 미도리가 아닌 복면사과 노트를 추가 구매하게 될 것 같다. (아직 미도리노트를 반 밖에 못써서 나중 일이지만..)


데미안을 처음 봤을 때

청소년 필독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책이 바로 '데미안'이다. 중학교 시절, 필독서로 지정되어 나도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20년이 지나 다시 읽어 보니, 과연 내가 읽고 이해했던 그 책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심오한 철학적 내용이 담긴 책이었다. 그 시절의 나는 책에 적힌 글자를 그 표면만큼도 이해를 못했던 것 같다.

내가 중학교때 읽고 느꼈던 것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데미안'같은 나의 우상 찾기였다. 중산층 네 명의 가족의 첫째로 자라난 내 성장환경은 조금은 싱클레어와 비슷한 점이 있었다. 프란츠 크로머같이 나를 괴롭히는 아이가 있으면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나 혼자 전전긍긍했던 점. 나에게도 데미안과 같은 형이 있다면 크로머의 괴롭힘에서 벗어나고, 또래 아이들보다 성장한 의식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며 말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나에게는 데미안과 같은 우상을 발견할 수는 없었고, 나는 악의 세계에서 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내가 더 악인인 척 하는 불량한 사춘기를 보냈던 것 같다. 그 때의 나는 '권선징악'이라는 순수의 세계에서 벗어나 어른의 세계로 들어간다고 생각했었다. 이 세상은 나쁜 놈이 오히려 더 성공할 수 있는 사회고, 착하다는 건 바보같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데미안을 두번째 봤을 때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데미안에서 나오는 가장 유명한 말이다. 우리 모두는 알에서 나오고자 하는 새이며, 새가 진정한 새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 새를 보호해주던 알을 스스로 깨야 한다는 말이다. 싱클레어는 부모가 모든 것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세계를 깨는 데 데미안의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싱클레어는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났으나 본인은 유약한 정신으로부터 벗어나질 못했다. 이 즈음에서 싱클레어는 술을 마시며 방황하는 삶을 산다. 그리고 그 방황의 끝에서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점점 더 구도자의 모습을 완성해 나간다.

내가 데미안을 두번째로 봤을 땐 대학생이었다. 교양으로 인문학 수업을 들으며 과제 비슷하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두번째 읽은 데미안에서는 청소년에서 갓 성인이 된 상태에서 부모의 보호를 '알'로 표현한 것을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첫 알을 깨고 나왔으나 나는 아직도 '대학'이라는 울타리에서 보호받는 어린 양이었음을 알았던 것은 덤이고. 하지만 중학교 이후 나의 성장은 겨우 여기까지였다. 내 자신에 대해 깊게 성찰하고, 진정한 내 삶을 만들어가는 것은 전혀 하지 못했다. 대학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사회에 던져졌을 때 나는 발가벗겨진 채 거리로 내몰린 아이처럼 부끄럽고,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는 것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스펙은 부모가 만들어준 허울이었고,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내가 읽은 책으로 만든 지성은 현실에서는 초라한 티끌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사회에 나오고 깨달았다.


(p.66)

누구나 이런 어려움을 겪는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것은 인생의 분기점이다. 자기 삶의 요구가 가장 혹심하게 주변 세계와 갈등에 빠지는 점, 앞을 향하는 길이 가장 혹독하게 투쟁으로 쟁취되어야 하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들의 운명인 이 죽음과 새로운 탄생을 경험한다. 삶에서 오로지 한 번, 유년이 삭아가며 서서히 와해될 때, 우리의 사랑을 얻었던 모든 것이 우리를 떠나가려고 하고 우리가 갑자기 고독과 우주의 치명적인 추위에 에워싸여 있음을 느낄 때 경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영원히 이 절벽에 매달려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지나간 것에, 잃어버린 낙원의 꿈에, 모든 꿈 중에서 가장 나쁘고 가장 살인적인 그 꿈에 한평생 고통스럽게 들러붙어 있다.


그리고, 세번째 데미안..

우리나라 나이로 서른넷. 어느덧 30대의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더 이상 원대한 꿈을 찾아 방황하는 나이도 아니고, 적당히 현실과 타협도 할 줄 아는 나이가 된 것이다. 하지만 타협을 '할 줄' 아는 것과 능수능란하게 밀당을 하는 것과는 엄격한 차이가 있다. 나는 아직 그러한 일에 닳고 닳은 노인이 아니다. 자칫 그런 것에 도취되어 내 자신을 기만하면 그대로 도태되어 버릴 것이다. 현실과 타협한다는 것은 도전의 반대말이요, 안주한다는 것의 동의어에 지나지 않다. 도전하지 않는 삶은 청춘이라 부를 수 없다. 어찌보면 세번째로 데미안을 읽게 된 이유는 내가 아직 청춘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답을 찾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시 도전하는 마음으로 데미안을 읽었다.


자아를 찾는 여행

진정한 자아를 찾는다는 걸 요새 주변에 얘기해보면 그런건 10대때나 고민하는거라며 코웃음친다. 하지만 우리들은, 과연 자아를 찾았을까? 극 중 싱클레어는 초등학교부터 시작해 대학시절까지 자아를 찾아 고민하고 방황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데미안은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해주는 인물이다. 10대의 극중 인물을 통해 심오한 철학적 문답을 하기도 한다.


(p.76)

내가 물었다. "하지만 의지는 어떻게 되는 거지? 자유의지란 없다고 말했잖아. 그런데 다시, 오직 자기 의지만 확고하게 그 무엇에 쏟으면 된다고 말했지, 그러면 자기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그건 말이 맞지 않잖아! 내가 내 의지의 주인이 아니라면, 내가 의지를 마음대로 이런저런 데로 향하게 할 수도 없는 것 아니야"

그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그건 내가 그를 기쁘게 할 때 그가 언제나 하는 행동이었다.

"네가 그걸 묻다니 훌륭해!" 하고 그가 웃으며 말했다.

"언제나 물어야 해, 언제나 의심해야 하구. 그러나 일은 아주 간단해. 예를 들면 그런 나방이 자신의 뜻을 별이나 뭐 비슷한 곳까지 향하게 하려 했다면, 그건 이룰 수 없는 일이겠지. 다만 나방은 그런 따위 시도는 안해. 나방은 자기에게 뜻과 가치가 있는 것, 자기가 필요로 하는 것, 자기가 꼭 가져야만 하는 것, 그것만 찾는 거야.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믿을 수 없는 일도 이루어지는 거지. (후략)"


꿈이 없는 청년들이 늘어났다고 세상이 떠든다.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경쟁적인 학업 평가와 허울만 좋은 스펙 쌓기에 내몰린 그들에게 꿈을 꿀 시간과 여유조차 주지 못한 것은 이 사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꿈을 꾸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언제나 물어야 하고, 언제나 의심해야 한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질 것인지, 그 끝에 만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먼 미래의 원대한 꿈을 꾸는 것은 몽상가들이 하는 것이다. 현실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자기에게 뜻과 가치가 있는 것, 자기가 필요로 하는 것, 자기가 꼭 가져야만 하는 것들을 먼저 이루고 얻어내야 하는 것이다. 꿈은 '무엇이 되는' 형태의 be동사가 아닌, '무엇을 하는' do동사로 구성되어야 한다. 무엇을 '하는 것'에서 가치를 찾는다면 그 가치는 그것을 행하는 순간 순간이 목표 달성의 연속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 '되어 버리면' 그 이후가 없다. 



사랑은 쟁취하는 것

<자기 앞의 생>에서 모모가 하밀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살 수 있지, 슬프지만."

우리가 사랑없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슬프지만 살 수 있다는 하밀 할아버지의 말에 나는 동의하지 못할 것 같다. 나는 사랑없이는 이 세상을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을 사랑하고, 나의 아내와 딸을 사랑하고, 20년지기 친구들을 사랑한다. 그 외에도 나와 연을 맺고 같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사랑한다. 나에게 사랑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그 모든 사람들이 없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불가능하기도 하겠지만,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난 사랑없이 살아갈 수 없다.


(p.200)

"사랑은 간청해서는 안 돼요." 그녀가 말했다.

"강요해서도 안 됩니다. 사랑은, 그 자체 안에서 확신에 이르는 힘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사랑은 더 이상 끌림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끕니다. 싱클레어, 당신의 사랑은 나에게 끌리고 있어요. 언젠가 내가 아니라 당신의 사랑이 나를 끌면, 그러면 내가 갈 겁니다. 나는 선물을 주지는 않겠어요. 쟁취되겠습니다."


요새 젊은 층에서 쓰는 말 중에 '관심종자' 라는 것이 있다. 사람들의 관심(사랑)을 받고 싶어 무리한 일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소설 데미안에서 주인공 싱클레어는 그가 꿈꿔온 이상형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바로 자신의 멘토인 데미안의 어머니다. 쉽게 말해 친구의 어머니를 사랑한다는 말이다. 우리의 정서상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사랑을 갈구하는 싱클레어에게 에바부인은 사랑은 간청해서 되는 게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라고 일러준다. 무리한 행동을 하면서까지 나를 봐달라며 간청할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매력적인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얘기다. 



책을 덮으며.

배가 대양을 건너기 위해 항해를 할 때, 처음 목표를 지정하고 끝까지 그 길을 고수하면서 가지 않는다. 끊임없이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해 나의 위치를 찾고, 지금 뱃머리가 향하는 방향이 맞는지 점검하고 방향을 수정해가며 길을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풍랑에 휩쓸려 처음 목표를 세웠던 곳이 아닌 전혀 엉뚱한 지역에 도착하고 말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배를 항해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한번 정해둔 목표를 향해 앞만 보며 달려가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목표를 향해 내가 얼만큼 왔고, 지금 가는 방향이 맞는지 반성하고 다시 설계해야 한다. 배가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해 점검을 한다면, 내 인생에 있어 '데미안'이라는 소설이 내 인생의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길을 잃은 것 같은 지점마다 데미안이 다가와 내 인생의 방향을 다시 잡게 해주었다. 언젠가 데미안은 다시 읽힐 것이다. 그 날에 지금을 돌아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

인문학으로 떠나는 가장 먼 여행.

보통 소설책은 막 불타오르는 연애의 감정으로 읽게된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더 빨리 읽고 싶고, 손에서 내려놓기 너무나 아쉬운 그런 감정으로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뜨겁게 읽어내버리고 끝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 읽고 난 후에는 '정말 재밌었어' 하는 추억의 장으로 넘겨 곱게 갈무리를 하는 것으로 매조짓게 된다.

하지만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을 읽을 때는 마치 결혼 후 부모님을 찾아뵙는 마음으로 읽어냈다. 출가 후 간간히 찾아뵙는 부모님은 나이듦이 눈에 보여, 조금이라도 젊은 모습을 내 마음속에 각인하고픈 마음에 오래두고 천천히 보고싶고, 오늘 본 내용을 마음 속 깊이 새겨두고 싶다.

더 이상 신영복 선생님의 새로운 책이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기 그지없다. 일면식도 없는 분이지만, 그 분은 나에게 책을 통해 스승의 자리에 계신 분이다. 조금 더 일찍 그분을 알고, 살아 생전 그 분의 강의를 청강이라도 해봤음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후회가 드는 마음이다.



내 마음에 들어온 구절


(p.200)
우리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룬 것이 많을 수 없습니다. 꼬리를 적신 어린 여우들입니다. 그 실패 때문에 끊임없이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자위합니다. 한비자의 졸성이 그런 것이라 하겠습니다. 졸렬하지만 성실한 삶, 그것은 언젠가는 피는 꽃입니다. 빅토르 위고가 <레미제라블>에서 한 말입니다. "땅을 갈고 파헤치면 모든 땅들은 상처받고 아파한다.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 피우는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사실입니다. 아름다운 꽃은 훨씬 훗날의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하물며 열매는 더 먼 미래의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씨앗과 꽃과 열매의 인연 속 어디쯤 놓여 있는 것이지요. 고전의 아득한 미래가 바로 지금의 우리들인지도 모릅니다. 그 미래 역시 아직은 꽃이 아니라고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동안 고전 강의는 다루지 못한 것이 많고 또 다루었다고 하더라도 미흡하기 짝이 없습니다. 고전은 태산이라고 합니다. 호미 한 자루로 그 앞에 서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p.209)
나는 같은 추억이라고 하더라도 당사자들의 마음에 남아 있는 크기가 서로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힘겨운 삶을 이어 왔을 그들에게 청구회에 대한 추억이 나의 것과 같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p.226)
<한 발 걸음>을 함께 읽기로 하겠습니다. 이 글의 핵심은 이론과 실천의 통일입니다. '한 발'이란 실천이 없는 독서를 비유한 표현입니다. 감옥에서는 책 읽고 나면 그만입니다. 무릎 위에 달랑 책 한 권을 올려놓고 하는 독서. 며칠 지나지 않아서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시루에 물 빠져나가도 콩나물은 자란다고 하지만, 사오십 페이지를 읽고 나서야 이미 읽은 책이란 걸 뒤늦게 알아차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책 제목마저 기억 못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독서가 독서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실생활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독서이기 때문입니다. 화분 속의 꽃나무나 다름없습니다. 이론과 실천의 변증법적 발전 과정에서 '실천'이 제거된 구조입니다. 실천이 없다는 사실은 한 발 보행이나 마찬가지입니다.


(p.258)
마지막으로 교도소는 인간학의 교실입니다. 우리가 가장 많이 공부하는 것이 '사람'공부입니다. 인생의 70%가 사람과의 일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에 대한 공부가 쌓여서 어느덧 인간에 대한 공부로 비약합니다. 사람 공부가 인간학으로 비약하려면 우선 수많은 만남과 공부를 통하여 내공을 쌓아 가야 합니다. 그것을 내공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사람이란 많기도 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면이 복잡하기도 하고, 보여주는 모습도 천의 얼굴입니다. 여러 경우의 사람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조금씩 공부하기로 하겠습니다.

(p.284)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쓴 이야기입니다. 결혼을 앞둔 여인이 친구로부터 그 사람과 결혼하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 여인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 사람과 함께 살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야." (I really conceived I could be a better person with him) 인간관계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정곡을 찌르는 답변입니다.


(p.324)
~만남으로 채워진 여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행은 떠나고 만나고 돌아오는 것입니다. 종착지는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 변화된 자기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비단 여행에서만 확인되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하면 여행만 여행이 아니라 우리의 삶 하루하루가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통과 변화는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의 존재 형식입니다. 부단히 만나고, 부단히 소통하고, 부단히 변화하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여행도 그렇고, 우리의 삶도 그렇고, 우리가 함께 만들고 있는 인문학 교실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p.329)
여행은 '돌아오는 것'입니다. 떠나고 만나고 돌아오는 것입니다. 그 전 과정이 자기 변화로 이어지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것은 아무리 멀리 이동하고 아무리 많은 것들을 만났더라도 진정한 여행은 아닙니다.


(p.337)
오늘날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고 이 발상의 전환을 강조하는 예로서 반드시 콜럼버스가 등장합니다. 여러분도 잘 아는 계란 이야기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계란을 책상 위에 세우지 못하는데 콜럼버스만이 계란을 세웠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단지 발상의 전환에 관한 일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계란의 모양은 어미 닭이 체온을 골고루 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입니다. 모든 알이 그렇습니다. 어미 품을 빠져나가 굴러가더라도 다시 돌아오게끔 만들어진 타원형의 구적입니다. 바로 생명의 모양입니다. 이것을 깨트려 세운다는 것은 발상의 전환이기에 앞서 생명에 대한 잔혹한 폭력입니다. 잔혹한 폭력을 발상의 전환이라고 예찬하는 우리의 무심함은 무심함이 아니라 비정함에 다름 아닙니다.


(p.343)
인간의 자유는 카르마karma를 제거하는 일입니다. 부정적 집합 표상을 카르마라고 합니다. 표상(representation)은 인간의 인식활동입니다. 우리는 남산을 바라보지 않고도 남산을 표상할 수 있습니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떠올릴 수 있는 것처럼 대상과 격리되어 있지만 대상을 재구성하는 인식 능력입니다. 대상은 그에 대한 1개의 표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표상 즉 집합표상으로 구성됩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도 고유의 집합표상이 있습니다. 중세에는 마녀라는 집합 표상이 있었습니다. 마녀라는 집합표상은 부정적이란 점에서 카르마입니다. 이 카르마를 깨뜨리는 것이 달관입니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선언이 바로 '카르마의 손損'입니다. 카르마를 깨뜨리지 않고는 그 시대가 청산되지 못합니다. 봉전제의 집합표상이 청산되지 않는 한 프랑스 혁명이 성공할 수 없습니다. 
~~ 한사람의 개인은 물론이고 한 시대가 다음 시대로 나아가려면 부정적 집합표상인 카르마를 청산해야 합니다.

(p.418)

<자기 앞의 생>에서 모모가 하밀 할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살 수 있지, 슬프지만." 하밀 할아버지의 대답은 정답이 못 됩니다. 살 수 있다면 결코 슬프지 않습니다. 생각하면 우리가 생명을 저버리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한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것ㅇ느 기쁨만이 아닙니다. 슬픔도 사랑의 일부입니다. 마치 우리의 삶이 그런 것처럼.


여행사에서 근무하다 보면 1년에 한번 정도는 각 여행사 담당자들을 불러 모아다가 같이 특정 해외 여행지를 여행하면서 관광 포인트를 잡는 출장을 보내준다. 오늘 모인 모임은 2014년에 갔던 캐나다 팸투어 출장에서 만난 여행사 직원들 모임이다. 여행사들은 주로 서울 4대문 안의 시내에 몰려 있다. 그래서 보통 모임의 장소는 종각역 근처가 되는데, 오늘도 여전히 변함없이 종로 바닥에서 삼겹살을 먹게 되었다. 



종로의 YMCA 건물 옆 골목에 위치한 해몽은 그 규모가 작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는 수도 있으니 찾을 때 유심히 봐야 한다. 해몽의 대표 메뉴는 '꽃삼겹'이다. 꽃삼겹이 그냥 삼겹과 다른 이유는 바로 삼겹살 고기에 난 칼집에 있다. 살코기와 지방부분에 가는 칼집이 많이 있다. 이 마구 칼집이 난 삼겹살은 구워지면서 그 칼집의 모양이 꽃처럼 피워 오른다고 하여 '꽃삼겹'이라 불린다.




핑크빛이 아주 이쁘게 감도는 냉장 삼겹살이 불판위에 올랐다. 

고기집이지만 인테리어는 어둡고, 고기에 집중해 비춰지는 조명 덕분에 선술집 같은 느낌도 난다.





고기가 점점 익어갈 수록, 고기에 난 칼집이 벌어지면서 꽃이 피기 시작한다. 이 집의 삼겹살은 냉동이 아니고, 두툼하게 썰어 식감이 매우 좋다. 하지만 잘게 난 칼집 덕분에 고기를 태우지 않고, 적정하게 익혀서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집의 꽃삼겹은 바싹 익혀 스낵처럼 먹을 것이 아니라, 센 불로 짧은 시간안에 적당히 익혀 육즙이 다 빠져나가지 않았을 때 먹어야 한다. 그래야 꽃삼겹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이 집에서는 삼겹살로 배를 채우면 안된다. 마지막에 이렇게 볶음밥을 해먹을 정도의 배는 남겨두어야 한다. 보통 볶음밥을 해주는 것은 자잘하게 국물이 있는 음식에 주로 하지만 이 집에서는 돼지고기를 굽고 남은 고소한 돼지기름을 이용해 볶음밥을 하게 된다. 그런데 볶음밥을 시키면 덜렁 밥과 몇가지 재료만 뿌려줄 뿐 볶는 작업은 손님이 직접 해야 한다. 반찬으로 주는 김치를 가위로 잘게 썰어 볶음밥에 같이 볶는 것을 손님이 해야 한다. 손재주가 있으면 장점일 수도.. 하지만 술을 위해 고기를 먹는 이들에게는 귀찮을 뿐이다. 




볶음밥까지 깨끗하게 비우고 이 집을 나왔다. 5명이서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고 총 가격이 9만9천원이 나왔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삼겹살 가격에 비해 이 집의 삼겹살 가격은 착하다. 그리고 보통 삼겹살과는 다른 '꽃삼겹' 이라는 재미도 있고. 이 집이 인기도 있지만 규모가 작아 예약을 하지 않으면 가기가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다. 가게 된다면 참고하시길.





총평 (★★★★ : 4.2 / 5.0)


잘게 무수히 많이 난 칼집 덕분에 이 집의 맛이 살 수 있다.

취향의 문제기도 하지만, 나는 삼겹살을 아주 바짝 익혀 먹는 것은 선호하지 않는다.

그에 대해 꽃삼겹은 겉을 태우지 않고 속까지 익힐 수 있게끔 칼집이 나 있다.

규모가 크지 않은 소소한 모임에서 맛있는 삼겹살에 소주를 한잔 기울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에 적당한 장소이다. 



일흔을 맞이해 '당신'에게 바치는 소설

작가에게 있어 나이듦이란 작품의 깊이를 더해가는 과정이다. 작가 박범신은 어느덧 일흔을 맞이하여 마흔두 번째 장편소설 <당신>을 최근 세상에 내놓았다. 터져오를 것 같은 붉은 색을 뿜어내는 황혼에서 한소끔 지나 짙푸른 어둠과 교차하기 시작하는 나이, 일흔. 작가는 노년과 사랑, 그리고 기억에 대한 글을 썼다. 치매에 걸린 노부부를 통해 한 평생의 삶과 사랑하는 이들과의 관계, 그 속에 숨겨진 이면을 조심스럽게 들춰낸다.


박범신의 소설을 그리 많이 아는 편이 않았다. 아니, 사실 이름만 들어보았지 거의 아는 게 없는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영화 <은교>를 통해 원작이 박범신 작가의 것이라는 정도만 아는 정도였으니. 부끄럽지만 이제서야 노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되었고, 다 읽은 후에 나는 박범신 작가의 팬이 되어가고 있다.


<당신>의 줄거리

2015년, <당신>에서 '당신'으로 나오는 주인공 윤희옥은 마치 오래도록 준비해온 사람처럼 남편의 시신을 조용히 처리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윤희옥은 남편의 사망신고가 아닌 실종신고를 하게 된다. 이 소식을 들은 딸과 함께 남편 주호백을 찾기 위한 여행을 하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치매에 걸린 남편에 대한 지금의 추억, 그리고 지난 날의 기억을 현재 시점과 과거 시점을 오가며 진행된다. 윤희옥은 남편 주호백과 첫사랑 김가인에 대해 밝히고 싶지 않았을 관계의 어두운 면이 있었다. 김가인의 딸을 배었지만, 주호백과 결혼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 그리고 한 평생 아내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노년에 치매에 걸려버린 주호백. 그런 치매에 걸린 주호백을 일흔 넷이라는 늦은 나이에 비로소 주호백을 사랑한다는 것을 느낀 윤희옥. 이야기는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었던 그들의 선택과 그 선택으로 인한 인내의 삶을 조명한다.


치매에 걸린 남편을 간병하고, 죽음을 맞이하고, 제 손으로 남편을 묻은 윤희옥. 그런 그녀가 자신도 치매가 진행되고 있어 남편의 죽음을 잊고 돌아올 리 없는 남편을 기다리며 지낸다.



마음을 사로잡은 구절들


" 그는 평생 동안 나에게 당신의 본심을 감추면서 살아왔다. 울어야 할 때 그는 웃었고, 화가 날 때 그는 침묵했으며, 욕망이 생길 때 그는 그것으로부터 도망쳤다."

주호백은 첫사랑의 아이를 가진 윤희옥을 자신의 아내로 맞아들인다. 그리고 한평생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자신을 미워하는 아내에게 지극 정성의 자세로, 마치 그녀의 노예같은 삶을 살아낸다. 어찌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걸까? 서로가 '공평'하게 사랑하더라도 살아가면서 싸우고, 화해하고 지지고 볶으면서 사는게 부부의 삶이다. 주호백은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걸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 나의 아내에 대한 사랑에 대해 돌아보게 해주었다. 아무것도 받는 게 없이 무조건적인 사랑을 했던 주호백. 나는 그 주호백의 사랑에 비해 절반이라도 하고 있는걸까?


" 그는 두 개의 인격을 가지고 살아온 게 사실이다. 하나의 인격은 자애와 헌신과 인내로 시종한 관용의 얼굴이고, 다른 하나의 인격은 상처와 분노와 슬픔 등 보편적 희노애락을 날것으로 갖고 있는 얼굴이다. 거의 평생 나와 인혜에게 그는 첫번째 인격으로 대응했으며, 이 방에 들어와 혼자 앉아 있을 때 비로소 두번째 인격의 실체와 맞닥뜨리거나 그것의 해방을 경험했을 터이다. 때로 혼자 울고, 때로 분노를 참지 못해 주먹으로 벽을 치고, 또 때로 그 모든 감정을 가지런히 하려는 고통스러운 내적 투쟁과 정면으로 마주쳤겠지. 치매가 깊어진 다음 그가 보여준 그 본능적 반응들. 이 방에 간직된 것들은 그러므로 그가 환자가 되기 전 한사코 감춰온 그의 이면에 대한 생생한 증거들이다. 한 지붕 아래에서도 그는 두 개의 인격으로 살았을 뿐만 아니라 시시때때 그로 인한 내적 분열을 거듭해왔다는 뜻이다."

그래,, 주호백이 성자가 아닌 이상에야 그의 일방적인 사랑이 주호백의 모든 모습이 아니었다. 그도 헌신적인 사랑을 해주는 한편, 사랑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상처와 분노, 슬픔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내 앞에서는 절대로 그런 뒷면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에게는 다행히 그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는 다락방이라는 공간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주호백과 나의 공통점은 일기를 통해 내면을 풀어낸다는 것. 나의 일기야 이것 저것 많은 주제들로 채워지는데, 일이든 사랑이든, 사람관계든.. 상처가 생겼을 때 그것을 털어놓는 일기가 있어 그나마 위로가 된다는 것이다. 난 그래서 주호백의 마음을 알 것만 같았다. 상처를 받았으면서도, 나도 위로받고 싶으면서도 끝내 가면을 쓴 모습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그의 마음을.


" 당신 가슴속을 좀 들여다보구려. 평생에 걸쳐, 거기, 당신 가슴속에 내가 집 하나를 지었소. 고대광실로다가. 죽은 다음에도 들어가 살 집. 당신 가슴속인데 당신 허락을 받지 않고 몰래 지어서 미안해요. 미웠던 적은 있었지만, 당신과 헤어지고 싶었던 순간은 한 번도 없었소. 그런 점에서 나는 성공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참, 아무것도 후회하진 말아요. 후회하면 당신 가슴속에 지은 내 집이 무거워질 거요. 아이고, 그 집이 무거워지면 당신, 무슨 수로 걷고 춤출 수 있겠소. 당신은 춤출 때가 가장 아름다운데. "

주호백이 아내에게 바치는 마지막 고백이다. 작가의 표현이 너무 섬세하고 아름답다. 그는 헌신적인 외면을 보여주면서 내면으로는 자신을 항상 가슴속에 담아주길 바라는 고백한 것이다. 이 고백은 거칠고 직선적인 남자의 고백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시적인 표현을 통해 우회하고 있다. 




책을 덮으며.

사랑을 주제로 한 책은 무수히 많이 읽은 것 같다. 풋풋한 사랑을 겪을 10대 때부터, 열렬한 사랑에서 사랑의 아픔을 겪어봤던 20대, 그리고 결혼 후의 사랑을 느끼고 있는 30대. 이제는 사랑을 다룬 소설에서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박범신의 소설은 무엇인가 달랐다. 일평생을 통해 정제해온 사랑의 순수한 결정체를 만들어 내기 위해 그 사랑이 겪어야 할 모든 고통을 감내했다. 그 과정이 주는 감동은 기존에 내가 알았던 말랑말랑한 연애소설이나 사랑에 대한 감정을 풀어낸 소설과는 달랐다.


소설 <당신>의 마지막에 나오는 윤희옥이 부르는 노래 소절을 적으며, 후기를 마친다.


"꽃잎보다 붉던 내 젊은 시간은 지나고,

기억할게요, 다정한 그 얼굴들.

나를 떠나는 시간과 조용히 악수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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