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16년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2016년 상반기의 내 삶을 돌아보며 부문별로 결산을 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그 첫 번째 아이템은 독서다.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2013년부터는 내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 독서목록을 에버노트를 통해 쭉 기록해왔다. 벌써 4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기록 덕분에 이번 결산이 좀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올 해 나는 6개월동안 총 15권의 책을 읽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하는 사람들은 연간 100권씩 읽는다고 하니 나는 거기에 비하면 자라나는 새싹 수준일 것이다. 하지만 기록을 하고 난 뒤 나의 독서량은 매년 늘어났다. 그 점은 내가 꽤나 자부하고 있다. 특히 올 해부터는 전자책 리더기를 통해 보다 손 쉽게 독서에 빠져들 수 있었다. 아래는 주요 통계를 통해 내가 어떤 독서 생활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내용과, 내가 읽은 책의 제목과 그들에 대한 짧은 감상평으로 결산을 진행해보도록 하겠다.



<독서 상반기 결산 요약>


내가 읽은 책들을 각 분야별로 구분을 해봤다. 소설이 무려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자책의 특징으로 말미암은 경향이 있는데, 전자책을 책의 전체를 한번에 꿰뚫어보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내가 읽고 있는 페이지만 구현이 되기 때문에 책의 두께를 통해 내가 얼마나 읽었는지, 앞뒤를 뒤적여가며 읽는 것에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전자책을 통해서는 주로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겨 읽어내는 소설을 많이 읽게 된다. 앞뒤 문맥을 파악해가며 읽거나 중간 중간 발췌해가며 읽어야 하는 분야의 책들은 전자책으로 읽기 힘들다.



앞서 얘기했듯, 나는 올 상반기에 15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기록을 시작한 2013년부터 연간 독서량을 비교해봤다. 올 해는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15권의 수치가 가히 적어보이지는 않는다. 이대로라면 올 해도 독서량에 대해 신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나는 가을에 책을 몰아 읽기에 강하다. 작년의 경우, 9월 한 달간 읽은 책만 무려 8권이나 된다. 올 해는 드디어 내가 연간 목표로 세우고 있는 30권 읽기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자책의 경우, 두께를 알기 어렵기도 하고 실제 책의 페이지 구성과 다를 확률이 매우 높다. 글씨 크기나 여백을 독자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환경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페이지가 많이 차이나게 된다. 그래서 각 권별 페이지를 체크할 때는 네이버에서 도서검색을 해보고 기록해두었다.

그리고 예전에 봤던 '1만 페이지 독서력' 이라는 책을 응용해 독서를 하면서 내가 읽은 누적 페이지 수를 기록했다. 연간 1만 페이지를 읽는게 목표라고 한다면 올 해 상반기에 벌써 5,386 페이지를 달성했으니 이대로 간다면 누적 1만 페이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월별로 다소 편차가 있는 편이다. 그 이유는 2가지를 들 수 있겠다. 첫 번째로는 이상하게 읽히지 않는 책이 생겼을 경우다. 올 해 읽은 책 중 유독 '내 앞의 생' 이라는 소설은 진도를 나가는게 너무 힘들었다. 두 번째 이유는 독서보다 급했던 나의 생활이 있었던 기간이 있었다. 업무적으로 올 해 처음 시작하는 일이 있어 그것에 몰입해야 할 기간이 4월에 있었다. 그래서 독서량이 좀 적은 편이었다. 하반기에는 첫 번째 이유가 아니라면 독서량이 줄어들 일은 크게 없으리라고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독서 형태를 분류해봤다. 역시나 올 해는 전자책 리더기의 원년이다. 리디북스의 페이퍼 라이트 라는 전자책 리더기를 사고 난 뒤, 독서의 편리함이 매우 증가했다. 휴대성이나 편의성이 아주 뛰어나다. 하지만 아직까지 종이책을 완전히 놓을 수도 없다. 왜냐하면 내가 읽고 싶은 모든 책들이 전자책 시장에서 구현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모든 책들이 전자책으로 나오는 세상이 오겠지.



<내가 읽은 책과 짧은 감상평>

1 : 동물농장 (조지오웰/김병익 역) : 1월 리페라 / p.190

 - 감상평 : 약 70년 전에 쓰인 소설이지만, 마치 현재의 세계를 풍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권력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고, 순환한다는 것. 과연 우리는 권력 앞에서 진보한 삶을 살아가기 어려운걸까?


2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2 (채사장) : 1월 리페라 / p.376 (누적 566)

 - 감상평 : 정말 아주 얇게만 알고 있던 철학의 연대와 사조에 대해 알게 되었다. 철학 외에 종교, 예술, 과학 등도 있었으나, 철학에 가장 관심이 갔다. 리디북스를 이용해 얻은 책들을 통해 철학 고전들을 많이 섭렵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3 : 달과 6펜스, 과자와 맥주 (서머싯 몸/이철범 역) : 1월 리페라 / p.450 (누적 1,016)

 - 감상평 : 자기밖에 모르는 천재 화가 스트릭랜드와 그 주변의 이야기. 아주 어렸을 때 제목만 보고 뭔가 심오한 내용일 것 같아 내내 피해오다 결국에 읽게된 고전이다. 현실(6펜스)과 이상(달)의 사이에서 고민하고 번뇌하는 예술가의 삶을 바라보았다.


4 : 라면을 끓이며 (김훈) : 12월 영풍문고 구입 / p.412 (누적 1,428)

 - 감상평 : 김훈의 언어는 강하고 정제되어 있는 전형적인 마초의 느낌이다. 그러나 언어의 표현력이 너무 아름답다. 일상에서, 그리고 사회 이슈들을 접하면서 그는 저런 깊은 생각과 표현을 할 수 있구나 싶다. 필사하며 그의 문장력을 훔치고 싶다.


5 :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 : 1월 리페라 / p.420 (누적 1,848)

 - 감상평 : 작가 유시민의 문장은 명쾌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그가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55년의 역사를 그의 관점에서 기술했다. 똑똑한 운동권 선배로부터 우리나라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쟁취했는지 강의를 듣는 느낌이었다. 


6 :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 2월 리페라 / p.358 (누적 2,206)

 - 감상평 : 고아로 대리모에게서 자라는 모하메드(모모)의 성장 이야기.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세상은 행복하게 살기 어려운 곳이다. 험한 세상에서 자기를 돌봐주는 사람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다루고 있다. 어린 모모가 동네 할아버지에게 묻는 말이 가슴을 울린다. "사람은 사랑없이 살 수 있나요?'


7 : 수상한 사람들 (히가시노 게이고) : 3월 리페라 / p.280 (누적 2,486)

 - 감상평 : 짧은 추리소설 7편이 담겨있는 책이다. 장편의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작가와 심각한 두뇌싸움을 하기 마련인데,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추리소설들은 깊이가 깊지 않으면서도 재치있게 풀어낸 추리로 읽는 이로 하여금 재미를 느끼게 한다.


8 : 백마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 3월 리페라 / p.334 (누적 2,820)

 - 감상평 : 백마산장에서 오빠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정확히 1년뒤, 그 때 그 사람들이 다시 모이는 그곳으로 동생이 찾아가 산장에 얽힌 미스테리를 풀어나간다. 마치 '소년탐정 김전일'의 만화를 소설로 읽는 듯한 느낌. 범인은 이 안에 있어! 모든 비밀은 풀렸다!


9 : 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 4월 리페라 / p.304 (누적 3,124)

 - 감상평 :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초기 대표작이다. 그래서 그런건지 추리의 전개가 좀 올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일본 이름은 왜이리 헷갈리는지.. 어디서는 이름을 썼다가 다른 부분에서는 성을 쓰니까 동일인물을 말하고 있다는 걸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다. 


10 : 데미안 (헤르만 헤세) : 5월, 작년에 구입한 책 / p.239 (누적 3,363)

 - 감상평 : 헤세의 대표작 '데미안'은 자아를 찾아가는 젊은이의 이야기다. 니체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은 헤세는 소설이지만 그 어떤 철학책보다 깊은 통찰을 요구하는 글을 썼다. 중학교 1학년때 처음으로 데미안을 읽었었는데, 그 때 지금 읽고 이해한만큼 얻는 것이 있었더라면 지금의 내 삶이 조금은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11 : 시민의 교양 (채사장) : 5월 리페라 / p.348 (누적 3,711)

 - 감상평 : 채사장의 전작,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후속작으로 경제학적인 입장에서 '세금, 국가, 자유, 직업, 교육, 정의, 미래' 라는 7가지 현실 인문학을 하나로 꿰뚫어 쉽게 설명했다. 야구에 이런 말이 있다. 수비자가 어려운 타구를 멋있게 처리하는 것보다, 쉽게 처리하는 것이 실력이다! 채사장은 이렇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주변 지식을 탐구했을지. 참 재밌게 읽었다.


12 : 7년의 밤 (정유정) : 5월 리페라 / p.523 (누적 4,234)

 - 감상평 : 우리나라 작가 중에 감히 최고의 서스펜스 스릴러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첫장부터 센스있는 작가의 문체부터 흥미를 불러오기 시작해, 무서울 정도로 치밀한 얼개와 구조로 단단한 성을 쌓아 나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까지 내 숨이 가쁠 정도로 내달려 읽게 만드는 이야기다. 난 이제 정유정 작가의 팬이다.


13 : 담론 (신영복) : 6월, 작년에 구입한 책 / p.428 (누적 4,662)

 - 감상평 : 동양고전을 통해 '관계론'에 대해 넓게 알아보는 1부와, 감옥에서 다른 사람을 관찰하며 알아보는 '안간론'을 담은 2부! 신영복 선생님은 20년이 넘는 투옥생활을 통해 사람은 '관계'를 통해 정의되고, 발전할 수 있다고 배웠다고 한다.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가장 기본적인 인간성마저 몰락시켜버리는 이 사회 구조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일러주는 책이다.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다.


14 : 이기는 프레임 (조지 레이코프) : 6월 리페라 / p.272 (누적4,934)

 - 감상평 :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라는 책으로 정치에서 프레임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설명해주었던 책의 저자가 쓴 책이다. 조지 레이코프는 진보의 입장에서 보수파가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프레임으로 아젠다를 이끌어 갈 것인지 설명했다. 단, 이 책의 모든 소스는 미국 정치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온전히 우리나라에 대입시킬 수 없다. 그리고.. 번역이 개판이다.


15 :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 6월 리페라 / p.452 (누적 5,386)

 - 감상평 : 츤데레의 전형을 보여주는 오베라는 남자. 그가 살아온 일생에 대한 이야기와, 그가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하지만 그만의 방식으로 사랑했던 아내를 세상에서 떠나보내고 그도 따라가려고 자살을 시도하는 헤프닝들에 대한 이야기다. 오베의 말투와 행동으로 인해 읽는 이를 웃음짓게 만들지만, 그 이야기의 끝에서는 눈물을 쏙 빼는 마법을 부린다.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 소설, 읽는 내내 오베의 뜨거운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소설, 복잡하게 살아가는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따뜻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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