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교대 허벅지'. 개업식을 한다고 하여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개업을 한 친구를 축하해주기 위하여, 친구 덕에 맛있는 숯불 닭갈비를 먹어보러.


간판은 복고풍의 감성이 묻어나는 폰트와 색감을 사용해 레트로 디자인 스타일을 갖추고 있다. 거기에 B급 정서를 담은 키치한 그림이 어우러져 재미를 더했다. 최근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칠성포차'와 '봉구비어'를 적절히 섞은 느낌이랄까.


가게 내부는 역시 새 집이라 그런지 깔끔하다. 원형 양철 테이블과 의자는 흔히 말하는 '대폿집 스타일'로 되어 있다. 천장은 노출식으로 구성되어 1층의 낮은 구조에서도 시원한 느낌을 주고 있다. 특히 이 집의 특징 중 하나는 연기를 빨아들이는 환풍기 입구의 위치를 조절 할 수 있다는 것. 그 말인 즉슨, 여러 사람들이 모여 테이블의 위치를 조절해도 환풍기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모임에서부터 대규모 회식자리까지 커버가 가능해보인다.


메인메뉴 중 가장 으뜸에 놓인 것은 역시 '숯불 허벅지'이다. 1인분에 330g이나 되는데 가격은 12,000원 밖에 하지 않는다. 이 외에도 같은 닭을 주제로 한 닭발과 닭똥집이 있고, 숯불에 같이 구워먹을 수 있는 숯불 통오징어가 있다. 


사이드메뉴에는 다양한 식사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메밀소바, 된장찌개, 계란찜, 주먹밥, 쌈밥 등 메인 메뉴와 함께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것들로 구비되어 있으며, 소바 같은 경우는 고기 먹고 난 후 냉면을 먹듯 후식 대용으로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


자리에 앉으면 어디나 그렇듯 물이 먼저 내어진다. 하지만 교대허벅지는 다른 곳과 다르게 조그만 생수병을 준다. 여느 식당들 같으면 같은 물통 안에 물만 다시 채워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곳은 위생을 생각한 것인지 가격은 제법 나가겠지만 새 생수병을 준다.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 집에 작은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기본 반찬들이 나왔다. 간장에 양파를 절인 개인 접시와 김치, 무쌈, 깻잎이 나온다. 그리고 닭갈비를 찍어먹도록 소스가 3가지가 나오는데 쌈장, 칠리소스, 사과소스가 나온다. 쌈장이야 누구나 아는 그 맛이고, 칠리소스는 숯불양념통닭에 쓰일 법한 그 양념의 맛이긴 한데, 조금 더 부드러운 맛이다. 그리고 제일 묘한 건 이 사과소스다. 달달한 소스의 맛에 마늘이 들어간 것인지 깔끔하게 잡아주는 뭔가가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칠리소스와 사과소스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숯불이 올라왔다. 숯은 은은하듯, 강렬하듯 그렇게 놓여진다. 어서 빨리 숯의 향을 밴 닭갈비를 먹어보고 싶게 생겼다. 그리고 그 위에 올려진 석쇠가 조금 특이하다. 얇은 살을 가지고 있어 숯의 열을 닭이 직접 맞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석쇠판이 일반적인 석쇠보다 비싼거라 하던데, 과연 맛에서는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기대가 된다.


드디어 닭고기가 나왔다. 편의상 우리는 '닭갈비'라는 말을 쓰긴 했는데, 엄밀히 따지면 여기는 닭의 허벅지살로 만들었기 때문에 '숯불허벅지'가 메뉴에 적힌 대로 불러줘야 맞는 것 같다. 나는 원래 닭고기 중에서 닭다리살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이건 왠만하면 만족스러운 맛을 내어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허벅지살은 두껍기 때문에 허벅지살을 얇게 포를 떴다. 그리고 간이 잘 배이도록 염지를 잘 해놨겠지.. 초벌이 되어 나왔기 때문에 우리 불판에서는 숯의 향을 입히면서 바삭하게 만들어주는 정도로 구워주면 된다.


굽는 동안 이 집의 필살기가 들어가게 된다. '마약소스' 뿌리기! 이 집만의 비법으로 만든거겠거니 해서 뭘로 만들었는지 굳이 물어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짐작컨대, 색이 노란색인걸 보아하니 카레가루가 들어간건 확실해 보였다.


닭고기는 껍질은 크리스피하게 바짝 익히고, 속살은 육즙을 머금을 수 있도록 최대한 늦게 자르면서 겉면을 잘 익혀주는게 포인트다. 그렇게 겉면을 익히고 나서야 비로소 한입크기로 잘라서 마지막 속살까지 굽는 것이 포인트. 뼈가 있는 부분은 두꺼워서 잘 익지 않기 때문에 가장자리에 두고 오래 익히는 것이 타지 않고 익히는 방법이다. 


사이드 메뉴 중 첫번째로 계란찜을 시켰다. 뚝배기 위로 봉긋 솟아오른 계란찜이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계란찜 중에 유명한 것이 '볼케이노 계란찜'인데 그 비주얼을 살짝 따라하다 그친듯한 모양이다. 정갈하게 생기긴 했는데 조금 지저분해 보이더라도 진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완숙이 아닌 살짝 촉촉한 상태의 계란찜을 만들었더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개업 초기라 숯불 통오징어를 서비스로 주고 있다. 그래서 같이 구워보는 중. 오징어는 내장손질이 깔끔하게 된 채 완전 생 오징어가 나온다. 그걸 숯불에 구워서 먹는 것이다. 통통하고 쫄깃한 맛이 살아있다. 오징어는 식사라기 보다는 술안주로 더 적합해 보인다. 닭다리살만 먹으면 쉽게 물릴 수 있으니, 닭고기로 배채우지 말고 숯불오징어를 곁들여 먹으면 먹는 재미를 더할 수 있다.


국물닭발을 시켰다. 무지 매콤한 것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그 닭발의 매콤함이다. 여기 닭발은 뼈가 있다. 국물이 있는데다가 뼈있는 닭발을 쓴 탓에 먹기가 조금 불편한 감이 있다. 그래도 이 국물은 매콤함과 짠맛이 적절히 조합되어 있어 라면사리를 넣고 먹으면 '존맛' 이라는 거. 


메밀소바도 시켰다. 이 친구가 인천에 민물장어집을 하면서 먹어봤던 그 메밀과 동일한 맛이다. 간장으로 맛을 낸 국물이 아주 깔끔하고 시원하다. 다른 메밀소바 전문점에 비교해봐도 손색이 없는 맛이다. 숯불허벅지 고기를 다 먹기 전에 시켜서, 고기와 함께 먹으면 이건 존맛2!


시켜보는 김에 닭똥집도 시켰다. 닭똥집은 그냥 무난한 맛이다. 일반적인 주점에서 먹을 수 있는 그런 닭똥집의 맛. 다만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닭똥집의 크기가 매우 실하다. 그리고 조리가 과하지 않아 탱글탱글한 근육의 씹힘이 괜찮다. 하지만 간이 좀 약하다.. 술 안주라면 일반 음식보다 간이 좀 세야 할텐데, 이 정도의 간이라면 그냥 집에서 먹는 반찬과 비슷하달까. 




총평 (오늘은 별점 없음)


내 맛집 포스팅 중 별점이 없는 첫 포스팅이다. 아무래도 친구가 운영하는 곳이다 보니 점수로 환산하기가 껄쩍지근하다. 만점을 주자니 솔직하지 못한 것처럼 보일거 같고, 점수를 짜게 주자니 친구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 것 같고.. 난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했으니 점수가 없더라도 알아서 판단해야 할 듯.


닭고기는 뭘 어떻게 요리해도 맛 없기가 힘들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정작 닭고기 요리를 '맛있게' 잘 하는 것이 쉬운 일은 또 아니다. 즉, 닭고기를 소재로 하는 식당들은 그 맛이 굉장히 애매해질 수 있다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교대허벅지는 다행히 이 함정을 잘 피해 닭고기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 숯불로 구웠을 때의 강점으로 잘 포장해서 웰메이드 숯불허벅지를 만들어냈다. 주변 음식도 구색을 잘 갖추었으나, 교대허벅지는 메인메뉴 한 가지에 잘 집중한 보기드문 맛집이다. 과한 욕심에 이것저것 탐내지 않고, 이 가게가 가장 잘 하는 메뉴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남들에게 추천할 의향은?

물론, 당연하게 하나마나 한 얘기다. 추천 뿐 아니라, 내가 직접 주변인들을 데리고 끌고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곳이다. 그러니, 흥해라!


※ 이 포스팅은 사장 친구의 협찬은 전혀 받지 않고 돈 내고 먹은 친구의 솔직한 후기다. 이 후기를 내 친구 기준이에게 바친다. ㅋ

 

주소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5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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