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책을 고르는 방법부터,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 그리고 그 책을 내 안에 어떻게 저장시킬 것인지에 대해 나만의 방법을 정리해 보았다.


1) 나에게 맞는 좋은 책을 고르는 법

 -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평생을 책만 읽는다고 해도 이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는 없다. 그 중에서 어떤 책을 선택하여 읽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독서의 초보일 경우에는 주로 베스트 셀러로 올라온 책에 먼저 눈길이 가게 마련이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책이 좋은 책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선택했다 하더라도, 그 책이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인지에 대해서는 보장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베스트 셀러는 아주 가끔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한 정도로 검색해볼 뿐, 베스트 셀러에서 책을 고르는 경우는 매우 적다. 

나의 경우에는, 일단 질 좋은 서평이 많은 블로그들을 주로 둘러보고, 관심이 가는 책들을 'book wish list' 라는 메모장에 기록을 해둔다. 위시 리스트에 기록을 할 때는 언제, 어디서, 왜 이 책을 위시 리스트에 올려놓게 되었는지 기록한다. 관심이 간다고 해서 당장 그 책을 사거나 빌려 읽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이 리스트를 어느 정도 숙성시켜야, 진정으로 나에게 필요한 책인지 판가름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기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위시리스트가 쌓이면 리스트에 나의 관심도를 기준으로 우선순위 정렬을 한다. 그리고 그 책을 사서 볼지, 빌려서 볼지에 대한 판단을 한다. 보통 1회성으로 읽고 치우는 소설책의 경우에는 사는 것보다는 빌리는 쪽을 선택한다. 반면 소장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봄직한 책들은 사야할 목록으로 올려놓는다. 이렇게 시간을 두고 책을 접하는 루트별로 구분을 하면 필요한 책을 사는 데 들이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책을 고르는 안목이 생기게 된다.

 

2) 책을 읽는 방법

 - 보통 소설을 읽을 때는 묵독으로 문장 단위로 끊어 읽는다. 그리고 극의 전개에 따라 흐름이 끊기지 않는 범위 내에 여러 문장을 한번에 읽기도 한다. 한편, 실용서의 경우에는 통독으로 빠르게 훑어서 읽는다. 그래야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재빠르게 찾을 수 있고,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시각을 만들 수 있다. 나는 인문학 계열 중에서 유독 철학에 대한 책을 많이 찾아보는 편인데, 철학 책은 글의 뜻을 잘 생각하면서 차분하게 하나하나 읽어가는 숙독의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같은 책읽기라도 필요에 따라 다양한 방법의 읽기 방법이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몇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편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처럼 깊은 생각을 하며 읽어야 하는 딱딱한 책을 읽을 때 말랑말랑한 느낌의 가벼운 소설을 같이 읽기도 한다. 그러면 딱딱하고 무거운 책을 읽는 데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반면에 이번에 읽게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은 '메모 습관의 힘' 이라는 비슷한 내용의 책을 같이 읽기도 한다. 이 방식으로 책을 같이 읽어나가면 따로 2권을 읽었을 때보다 보다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게되고, 다양한 시각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된다.

장소에 따라 책을 다르게 읽기도 한다.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 같은 자투리 시간에는 흐름이 짧게 끊겨도 읽기 편한 비소설을 읽고, 오랜 시간을 두고 책을 읽을 여건이 된다면 가급적 흐름을 끊지 않고 쭉 이야기를 전개시킬 수 있는 소설을 읽는 것이다. 


3) 필사 or 발췌요약

 - 유시민은 읽은 책을 발췌요약하면서 책의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메모 습관의 힘'을 쓴 신정철 작가는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필사하는 방법을 권한다. 그리고 필사한 아래에 자신의 생각을 곁들여 메모를 하라고 한다. 두 사람은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책을 읽으며 획득한 지식을 시간이 지나며 휘발시키지 않고 내 안에 가두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 항상 책을 읽고 난 뒤 시간이 오래 지나면, 책을 읽은 기억은 있는데 내용이 생각 안날 때가 생긴다. 책을 그렇게 읽으면 아무리 많은 책을 읽었다 하더라도 남은게 얼마 없기 때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 한권을 읽더라도 많은 것을 남길 수 있는 책읽기를 해야 한다.


이 포스팅에 도움을 받은 책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 메모 습관의 힘 (신정철)

#1. 고갈되는 지식 

무형의 여행상품을 판촉하기 위한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여행책자이다. 상품 마케팅 직무로 일을 하다보면 일 년에도 수 차례씩 여행 브로셔를 발간하는 게 일이다. 그런데 점점 날이 지날 수록 내 작문실력이 점점 줄어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니,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실력이 주는게 아니라 가지고 있던 자원이 고갈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매번 자원을 쌓아두고자 나름 독서를 꽤 하는 편인데도 지식 자원은 채우는 속도보다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랐다. 여행도 자주 다니면서 감성 충전도 하고, 영화도 많이 보면서 모자른 감각을 키우고자 노력했다. 그래도 그 중에서는 책을 읽는 것이 가장 많이 도움이 되었다. 


#2. 어느 블로거의 노트

여기서 나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일이야 거의 반 평생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채우기에 급급하고 계속 소진해나간다면 언젠가 나의 열정마저 고갈되었을 때 어떤 결과가 찾아올지 두려워졌다. 그러던 차, 2014년이 저물어갈 즈음해서, 어떤 블로그를 보게 되었다. 그 블로그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노트로 꾸준히 적었던 것에 대해 분석한 글이었고, 그는 그 기록들을 통해 자신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얘기하고 있었다. 


'마인드와칭' 블로그의 '왜 적어야 하나? 2년간 노트를 쓰며 내게 일어난 변화'



#3. 글쓰기 열풍에 올라타볼까

최근 사회에는 '글쓰기' 열풍이 부는 듯 하다. 서점에 가보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지에 대해 적은 책들이 난무한다. 직장인들이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워 하는 것 중 하나가 보고서나 기획서를 작성하는 일이라고 한다. 거의 생각과 동시에 타이핑을 해서 글을 쓰는 요즘 사람들은 생각을 숙성시킬 여유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글을 쓰기 더욱 어렵다고도 한다. (사실 이 글도 생각나는 대로 타이핑하는 글이지만...) 자, 그 책들에서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무엇일까? 정답은 의외로 단순하고 당연한 것이다. 글을 잘 쓰려면 글을 써야 한다. (읭? ㅋㅋ)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같지 않은가? 수영을 잘 하기 위해서는 일단 물에 들어가야 한다, 연애를 잘 하기 위해서는 이성을 만나야 한다 등등.. 


그렇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은 글을 써봐야 한다. 그리고 남의 글을 많이 읽어보기도 해야 한다. 남의 글을 읽고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글로 써보는 것이 매우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나는 나와의 대화를 위한 일기를, 다른 작가의 생각을 내재화하기 위한 독서노트를,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적어보기로 했다. 


#4. 몰스킨과의 첫 만남

2015년 12월 16일 (일기를 써두었기에 날짜까지 기억할 수 있다.) 나는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몰스킨 노트를 발견하게 된다. 몰스킨 노트에 대한 명성이야 이미 자자하게 들었던 바 였고, 노트에 메모하는 습관에 대한 블로그 글을 쓴 사람도 몰스킨 노트를 사용하고 있었다. 무난하게 검은색으로, 그리고 줄이 없는 플레인으로. 사이즈는 '라지' 라고 되어 있지만 A4 사이즈의 절반 정도되는 적당한 것으로.


그로부터 근 1년이 지났다. 과연 나의 첫 노트는 성공이었을까?

... 아쉽게도 올 해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노트의 처음은 야심차게 시작했다. 2015년에 대한 나의 계획도 세워보고, 아기자기하게 독서노트도 작성했었다. 그리고 나의 딸이 태어나던 순간을 전후좌우 세세하게 기록을 했다. 2월달에는 아이가 태어나고 금전적으로 허덕이게 되자 그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았었다.


2월에 작성한 나의 고민 이후에 작성된 메모는 9월로 퀀텀 점프를 했다!!

왜 실패를 했을까? 

나는 노트를 너무 신성시했다. 마치 조선왕조실록을 기록하듯이 실수없어, 누락없이 적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쁘게 적을 필요없는 노트를 필요 이상으로 어떻게 해야 이쁘게 기록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직 손으로 쓰는 것에 대한 습관이 들지 못했다.(..라는 핑계도 대본다.) 습관이라는 것은 그것이 습관이 되기 전까지는 의식적으로 꾸준히, 반드시 행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노트라는 것이 '시간이 남을 때나' 작성하는 것으로 간주해버렸고, 그러다보니 항상 우선순위에 밀려 쳐박혀 있었다. 


그러다 왜 갑자기, 9월에 다시 시작하게 되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노트에 기록해두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에서. 9월에 <꾸뻬씨의 행복여행>이라는 책을 읽었다. 책의 주인공 꾸뻬는 행복이라는 화두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 자신이 느끼는 것을 모두 기록한다. 그리고 그것이 큰 깨달음으로 돌아왔다. 일상의 사소함도 그것을 기록하는 자에게는 보다 큰 의미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9월부터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다. 작지만 조금이라도 뭔가를 남겨보고자 거의 독서노트 위주로 지금까지 작성을 해오고 있다. 


#5. 나의 두번째 몰스킨

이제 몰스킨 노트를 산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즈음해서, 나는 다시 내년을 준비해보고자 한다. 비록 올해의 노트는 다 쓰지 못했다 하더라도 새로운 해에는 새로운 노트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양식도 없고 줄도 없던 플레인 양식의 노트는 나에게 너무나 많은 자유를 주어 무엇을 채워야 할지 고민했던 것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딱 정해진 양식과 그날 그날의 분량이 정해진 다이어리를 살까도 고민을 했다. 고민 끝에 나는 다시 한번 올해와 같은 양식인 플레인으로 사기로 결심했다. 만약 다이어리로 선택을 하고 올해와 같이 2월에서 9월로 노트쓰기가 퀀텀점프라도 하게 되면 중간이 빈 채로 뒤에서 시작해야만 하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첫 몰스킨 노트는 서점에서 구입하느라 각인 서비스를 받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온라인에서 다양한 몰스킨 표지 디자인 중에서 하나를 고르고 각인도 신청했다. 각인은 나의 천주고 세례명인 'Gelasius' 와 '2016'을 나란히 적었다. 

(하리보 곰젤리는 서비스!)


왼쪽이 나의 첫 몰스킨이고 오른쪽이 나의 두번째, 2016년 몰스킨 노트이다. 심플한 검은색은 좀 지루할 듯 싶어 심슨이 그려진 표지로 골랐다. 색은 작년과 동일하게 검은색으로. 왠지 검은색 노트가 좀 더 클래식해 보이고, 오래 써도 지루할 것 같지 않다. 다만 노트를 묶어주는 띠의 색은 작년과 다르게 노란색이다. 심슨 커버의 포인트랄까. 깔맞춤을 위해 각인도 노란색 글씨로 신청했다. 


노트 첫 장을 펼치면 이렇게 심슨 그림이 그려져 있다. 적당히 심심해보이지 않을 듯.


맨 뒷면에도 심슨 그림이 그려져 있고, 올해 쓰던 것과는 다르게 포켓에 스티커도 들어있다. 나중에 뒷표지가 심심하지 않도록 스티커를 붙여 장식을 해봐야겠다.


인터넷에서 사니 이런 장점도 있다. 싸구려 만년필을 하나 같이 껴준 것이다. 만년필로 글씨를 써보았다. 끼워팔기로 넣어준 만년필이다 보니 고급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지만, 만년필을 이용해 좀 더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올해 내가 독서노트로 썻던 한 페이지. 이 페이지만 해도 나름 깔끔하게 잘 정리를 해보려고 애쓴 흔적이 있다. 하지만 내년에는 정말 안이쁘게 쓰기로 작정했다. 원래 지저분한 아이디어 노트가 뭔가 더 있어보이니까.



ps1. 내년에 쓸 이 노트는 사진을 찍고 다시 비닐포장을 씌웠다. 그리고 책상 서랍에 넣어두었다. 아직은 올해의 노트에 작성할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한달 정도는 더 올해의 노트에 쓸 예정이다.


ps2. 바로 어제였다. 내가 몰스킨 노트를 사도록 지름신을 불러와 준 블로거 분이 책을 내셨다. SNS에서 노트 작성에 대한 포스팅이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더니 결국엔 책도 내셨다. 난 당장 그 책을 샀다. 이 블로거 분은 몰스킨에 이어 자신의 책까지 지름신을 두번이나 불러와 준 분이다. 고맙습니다~





#1. 뜬 구름

몇 년 전에 영업기획을 하는 선배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애플의 컨시어즈 몰과 같이 여행에 대한 컨시어즈 몰을 만들어,

무형의 여행상품을 미리 부분적 체험을 해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브로셔에 담은 사진과 복잡한 상품 설명이 아니라,

실제로 여행지에 대한 느낌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여행의 '무형성'을 뛰어넘을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느꼈다.


하지만, "어떻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의 현실과는 좀 멀어보였다.

컨시어즈 몰을 만들 비용이며, 운영하는 방법, 어떠한 컨텐츠들을 담을 것인지..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건 하나도 없었다. 나쁘게 말하자면 뜬 구름 잡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다.


#2. 환경을 만들자.

그 얘기가 나온지는 이제 3~4년쯤 되어가는 듯 싶다.

아직까지 컨시어즈 몰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컨시어즈 몰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회사 내에 컨센서스가 형성이 되었고,

이제는 조금만 더 노력하면 실제로 만들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고 있다.


그 선배는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적어도 5년 뒤의 미래를 바라보고 기획을 한 것이다.

그리고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졌던 미래를 만들기 위해, 차근차근 하나씩 준비를 해온 것이다.

미래의 먹거리를 찾는 일은 그렇게 진행되어야 하는 것 같다.

지금 당장 가능한지 여부보다는 진정한 소비자의 니즈를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학데 짚어낼 수 있다면, 그 다음은 그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줄 환경을 구축해나가는 것이다.


#3. 제자리걸음

이건희가 90년대 초에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라고 얘기했던 것은 

경영혁신에 있어 어록으로 남아있다.

지금까지 구축해놓은 회사의 자산은 돈이 되고, 그것을 발판으로 가까운 미래를 만들어나간다.

하지만, 기존의 자산에 묶여 보다 큰 미래를 보지 못한다면 기업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건희는 깨달았던 것 같다.

모든 것을 다 바꾸라고 했던 이건희의 어록 덕분인지, 삼성은 반도체와 모바일 산업에서 재빠르게 성장했다.


최근 한국능률협회의 강사로부터 전략경영 컨설팅 강의를 들었다.

그는 큰 미래(VISION 이라고 부른다.)를 그리기 위해서는 

중장기(3~5년) 단위의 전략을 징검다리처럼 몇 번 거쳐서 달성해나가는 것이라 그랬다.

1차 교육에서는 실무자가 임원의 입장에서 그려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현실과 미래가 적절히 조율되는 것이다.

2차 교육에서부터는 임원이 컨설팅에 참여했다. 실무자가 그린 밑그림을 수정해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컨설팅 교육 중에 몇년 전 나에게 컨시어즈 몰에 대한 구상을 들려주었던 선배로부터 또 다른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발달한 모바일 기술과 위치 기반 서비스를 활용하여 집에서부터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전 과정을

여행 일정으로 간주하고 실시간으로 그 일정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내 머릿 속에 든 생각은..

1) 개인정보에 대한 과용이 아닐지?

2) 위치기반 서비스를 사용하는 비용이나 해외에 대한 범위는?

3) 그걸 전 고객에게 제공할 만한 기술적 여력은 있는건가?

...and 기타등등 수백가지 질문들.

내 사고는 몇 년전 '#1' 의 생각으로 다시 돌아갔다.

몇 년 뒤에 나는 또 다시 '#2'의 시점이 되어서야 깨달아야 할까?


#4. 혁신이란

미래의 먹거리를 찾는 일은 진정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니즈에 도달하기 위해 산적한 과제들을 열거하고, 그들에 우선순위를 부여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혁신이다.

더 이상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는 시절이다.

'뚝딱'하고 나오는 새로운 것은 없지만 변하는 환경에 맞춰 지속적으로 개발하다 보면 혁신이 이뤄지는 것이다.

애플이 70~90년대에 맥킨토시로 컴퓨터 사업을 해오며 관련 기술을 업그레이드 하지 못했다면

그들은 아이폰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 그들이 맥킨토시에 갇혀 PC사업만 해왔다면 지금의 애플이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준비하자. 그리고 작은 성취를 지속적으로 이루자.

그것이 혁신이다.



#에필로그.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중에 과거의 '오늘' 에 어떠한 기록을 남겼는지 보여주는 것이 있다.

최근에 페이스북에서 본 나의 과거는 2010년에 썼던 글이다.



당시, 스마트폰의 확산에 발맞춰 우리 회사에서 개발한 첫 어플이었다.

지금에 와서 보니 매우 촌스럽고, 뒤떨어져 보인다.

모바일 마케팅을 담당하며 매일같이 들여다보고 있으니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니 매우 많은 것이 바뀌어져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혁신은 어쩌면 서서히 물들듯이 찾아오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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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진로를 선택하는 10대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은 1학년 때, 이과로 갈지 문과로 갈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장래희망에 대한 첫 고민을 하게 된다. 그때나 지금이나 늘 '수포자(수학포기자)'는 일정비율로 존재해왔고, 그들은 수학이나 과학이 싫어 문과를 지원했다. 나도 문과를 지원했지만, 나는 수포자가 아니었다. 정말 순수하게 문학을 좋아했고, 나름 또래들에 비해 독서량도 많은 편이었다. 시험기간에도 소설책 한권을 몰래 읽는 재미가 참 쏠쏠했다. 아직도 그 당시 눈물을 흘리며 읽었던 현진건의 '무영탑'이 생각난다. 수능의 노예라 불리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도 별다를 바가 없었다. 모의고사 문제집을 풀어도 난 언제나 언어영역이 제일 재밌었다. 언어영역에서 제시문으로 나오는 글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고나 할까? 문제를 푸는 건 부차적인 것이었고, 다양한 글을 감질맛 날 만큼만 제시해주는 게 아주 나를 안달나게도 했었다. 


그러고 보니, 난 책이랑 아주 어렸을 때부터 친했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학교 내에 도서관이 따로 있었는데, 친구들과 함께 학교를 마치면 도서관에 모여 앉아 독서카드의 리스트를 채우는 재미로 살았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는 등교를 해서 하교를 할 때까지 공부는 안하고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소설을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공부보다는 책이 좋았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나의 10대 시절은 소위 '문학소년' 이라는 칭호가 부족하지 않을 학생이었다.


수능을 마치고 전국의 수험생들은 3개의 대학에 원서를 낼 수 있었다. 나는 '당연하게' 국문학과를 가고 싶었다. 하지만 집에서는 국문학과를 나오면 취업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경영학을 배우길 원했다. 그래서 국문학과를 지원한 학교는 상향지원을 했고, 국제통상학과를 지원한 학교는 커트라인에 달랑말랑한 곳으로, 관광학과는 살짝 하향지원을 했다. 역시나 국문학과는 탈락했고, 국제통상학과는 현실성 없는 대기합격, 관광학과는 합격이었다. 난 그렇게 관광학도가 되었다.


20대 초반, 가치관을 세우다

스무살의 나는 가치관이 상실된 시기였다. 수년간 대학 입시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던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고 나니 이미 목표는 완성되었고, 그 이후를 살아갈 목표나 가치관이라는 것이 없었던 것이다. 군 입대 전까지 일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잉여로운 시간을 보냈다. 술 마시고, 연애하는 데 나의 모든 젊음을 불태웠다. 방황을 많이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그 시절엔 군 입대 전까지 시한부 인생을 판정받은 환자처럼 살았으니까 말이다. 미래를 꿈꾸기 보다는 현실의 재미를 추구하는 돼지처럼 살았다.


2년이라는 군 생활이 나에게는 많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었다. 나의 인생 가치관을 세웠던 시기이기도 하고, 2년동안 7백권의 책을 읽으며 마음 그릇의 너비를 양껏 키울 수 있었던 시기였다. 군 전역 후 했던 유럽 배낭여행, 호주 워킹홀리데이, 토익공부 등이 군 시절 계획했던 일들이었다. 내 인생의 로드맵을 구성했고, 군 전역 후 향후 몇년은 로드맵 대로 실천만 하면 별다른 고민이 없을 듯 했다.


20대 후반, 더 깊은 진로에 대한 고민

2008년 하반기는 4학년 2학기를 맞으며 취업을 준비하는 시즌이 되었고, 세계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금융 경제가 무너지는 시즌이었다. 안그래도 좁은 취업문이었는데, 그 시절 모든 기업들은 신규 채용의 문을 더욱 좁혔다. 아니, 아예 닫아버렸다. 나의 가치관을 실현시켜줄 도구인 진로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본 시기다. 나의 전공인 관광학을 살려 취직을 할 수 있는 모든 관광업은 경제위기로 취업의 문을 굳게 닫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존속 여부도 불투명해보였다. 그래도 대학시절의 전공을 무시하는 진로를 선택하고 싶지는 않았다. 유명 대기업 계열의 호텔에도 원서를 내보고, 대기업 케이터링 업체나 식음료 기업에도 원서를 내봤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시작했던 취업시도는 낙엽이 떨어지는 계절까지 이어졌다. 얼마있음 눈이 내리는 계절이 올텐데, 그 전까지는 취업에 성공하고 싶었다. 가을부터는 전공이고 뭐고, 아무데나 막 찔러넣기 시작했다. 평소에 가지도 않던 성당에 나가 기도도 했다. 내가 감사하게 일 할 수 있는 자리 하나만 찾게 해달라고.


교수님의 추천으로 대기업 계열사 중에 객실 관리하는 곳으로 운 좋게 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그 성공은 반쪽짜리였다. 그래도 감사했다. 나의 열정을 다해 기업에서 인정받으면 정규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취업한 곳은 국내에서 손가락에 꼽는 대형 건설그룹의 계열사였다. 정장 자켓 왼쪽 가슴에 자랑스럽게 회사 뱃지를 달고 다녔다. 대기업이란게 원래 그런 곳인 건지, 건설업체 특유의 성향인건지 신입사원에 대한 트레이닝은 매우 혹독했다. 혼나고 속상한 마음에 밖에 나가 담배를 피다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그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 다 지나고 나서 든 생각이다. 그 시절의 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이 이어졌다. 


기업 연수원을 운영하는 자리에 있다보니 다양한 기업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는 현장을 보았다. 나와 같은 신입사원부터, 머리가 희끗한 부장급, 임원분들도 교육을 받으러 들락거렸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꾸준히 교육을 받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공부는 평생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 시기였다. 지금도 내가 종종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는 것도 그 때 경험한 것들이 자산이 되어주는 것 같다. 직장이라는 조직은 바다와 같다. 그 바다에서 살아남으려면 열심히 헤엄을 쳐야 한다. 힘들고 지쳐서 물길질을 안하고 쉬면 그 바다 속으로 가라 앉게 되는 것이다. 


첫 직장을 가지면서 취미로 삼게된 것이 매월 월급받는 주 토요일에 서점에 가서 맘에 드는 책 서너권씩을 사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달동안 그 책들을 읽으며 다음달까지 버텼다. 첫 직장을 일년 반 정도 다녔는데, 일년 반동안 읽었던 책들은 주로 경영과 자기계발 서적이었다. 어떻게 하면 더욱 생산성 있는 직원이 될지, 시간관리는 어떻게 하는게 좋은지, 문서작성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 신입사원이 열심히 대리급의 퍼포먼스를 익히고자 하는 욕구가 나를 이끌었다. 그리고 나의 이상을 향한 책들도 섭렵했다. 전략기획, 인사, 재무 쪽 책도 많이 읽었다. 이 시기에 읽었던 책들 덕분에 다른 직원들보다 '기업'이라는 본질 자체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깊어진 것 같다. 회사의 정책과 변화에 대해 불만을 가지기 보다는 그것을 이해하고 재빨리 나의 이득에 이용하는 방법을 배우고자 했다. 이 시기엔 소설 책을 읽는 것은 부질없게 여겨졌다. 실무에 필요한 스킬을 연마하고, 현상을 관찰해 본질을 파악해 수치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게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남들 살아가는 이야기는 나에게 득이 될 게 없었고, 감성에 충실한 문체들은 이성적인 판단에 걸림돌이라고만 여겼다.


이직, 새로운 진로를 찾다

2010년이 밝아오면서, 경제 위기는 완만한 복구가 되는 중이었다. 다시 여행사 채용의 문이 열렸다. 나는 지난 일년 반동안 쌓아온 실무감각을 무기로 이직에 성공했다. 연봉은 대기업의 비정규직으로 일할 때보다 모자른 돈이지만, 정규직 일자리였다. 작년에 유행한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가 했던 자조적인 질문. "이대로만 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겁니까?" 이 말이 내내 나의 마음 속에 있었다. 아니, 가망성은 없었다. 기업을 이해하면 이해할 수록 비정규직은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사실만 깨달을 뿐이었다. 돈은 적지만, 안정적인 정규직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의 가치관을 실현시킬 수 있는 직업이었다. 


여행사에서는 고작 신입사원이었지만, 나름 대기업의 업무를 일년 반동안 트레이닝을 받은 '즉시전력감' 선수였다. 부서의 기획업무를 맡으며, 일개 신입사원 시절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부서의 월별 실적 평가 보고서를 작성하고, 연간 목표배분 작업을 수행했다. 익숙한 일이었고, 재밌었다. 행사 유치와 의전도 기업 연수원에서 수도 없이 했던 업무였다. 크게 다를게 없는 업무였다. 아니, 오히려 여행사는 지난 대기업에서 했던 것보다 규모도 작았고, 체계가 명확하지도 않았다. 내가 일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었다. 


기획업무와 함께 맡은 건 마케팅이었다. 전통적인 마케팅이라기 보다는 상품 판촉 마케팅을 주로 담당하는 역할이었다. 여행지를 소개하는 브로셔를 제작하고, 웹의 상품을 관리하는 MD의 역할을 했다.  이 시기에 나의 독서 편식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마케팅 업무를 맡게되면서 알게된 점은, 마케팅의 본질은 사람에 대한 이해 라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것이 바로 소설이었다. 의도적으로 내가 읽는 책의 절반을 소설에 투자하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진로와 가치관

진로와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나의 지난 삶을 쭉 돌아보는 글을 쓰게 되었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그 가치관에 따라 진로를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가치관이라는 것은 수학처럼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가치관을 어떻게 정립하느냐에 따라 수 많은 해가 나올 수 있지만, 가치관을 올바른 방향으로 정립하느냐에 따라 오답이 존재하기는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가치관이 '나만 잘 살면 돼' 라고 설정되었다면, 이는 오답이다. 방향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말이다. 가치관이 정립되었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써 진로를 탐색해봐야 한다. 


어디선가 들은 말인데, 꿈이라는 것은 'be'동사가 아닌 'do'동사로 표현해야 한다고 한다. 

I will be a doctor. - 난 의사가 될거야. 라는 꿈은 본인이 의사가 되는 순간 꿈이 이루어진 상태가 되어 버리고, 의사로서의 소명가치가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꿈을 상실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I will take care of sick people. - 난 아픈 사람을 돌봐주는 사람이 될거야. 라는 꿈은 직업으로써의 '의사'는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된다. 의사가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꿈을 지속적으로 이뤄나갈 수 있는 것이다. 


가치관이 진로 탐색에 앞서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더라도 다양한 진로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위의 의사 이야기를 계속 예를 들어 설명을 하자면, 아픈 사람들을 돌봐주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고 나의 사명(이뤄야 할 가치)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의사가 되어도 이룰 수 있지만, NGO기구에서 일하게 될 수도 있고, 간호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론이 실전을 앞선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시대의 젊은이라면 인생의 가치관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에 대해 깊은 고뇌를 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 점수를 쌓고, 인턴 경험을 쌓고,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것은 나의 본질을 보는 것이 아닌, 나의 본질이 투영된 현상을 보는 것이다. 처음부터 계속 얘기했듯이, 자신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릇을 키우는 방법으로 제일 쉬운 것이 '독서'인 것 같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독서가 가장 큰 힘이다. 경험은 그 뒤의 일이다. 어르신들이 젊었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해보랬다고 해서, 무작정 아무 거나 경험하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해봐야 할 경험이 나의 가치관 실현에 얼만큼 부합되는지 알아보는 과정으로써 해보는 경험이 중요한 것이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봐야 뭐가 자신에게 맞는지 알 수 있다고? 물론,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다양한 경험을 하기엔 짧다. 기보지 못한 길을 꼭 가봐야지만 나의 길인지 판단할 수 있는게 아니다. 그래서 다양한 공부가 필요하다. 다양한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독서가 필요하다.


그래서 젊은 날에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을 읽고.



자기혁명

저자
박경철 지음
출판사
리더스북 | 2011-10-05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대한민국의 지성, 실천하는 비판가, 열정적 독서광, 청춘의 멘...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2015년 9월에.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어느덧 2015년도 곧 3분기를 마감하면서 마지막 분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전에 영화는 상반기 결산을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책은 그러질 못한거 같아 이번 3분기 결산으로 올 해 읽은 책에 대해 정리를 해 보고자 한다.



17권의 책을 읽다

지난 9개월동안 나는 총 17권의 책을 읽었다. 올해 아이가 태어나면서 집에서 독서를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졌다는 핑계를 대야겠다. 뭐 예년보다 그리 못 읽은 것도 아니네? 라고 생각될만 한 수치기도 하지만, 예년과 다른 점은 책을 못 읽은 만큼 사이버강의도 덜 들었다는 점을 참고했다. 책을 읽을 시간이 줄어들자, 사이버강의를 줄여 그 시간을 독서에 할애했다. 


무엇을 읽었나?

올 해 유난히 고민이 많은 시기였다. 지금도 그렇고. 그래서 책을 통해 잠시나마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적 욕구라기 보다는 일탈의 수단으로 말이다. 그래서 소설을 많이 읽게 되어다. 소설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실에 대한 고민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퇴근 후 지인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에서도 잠시 현실을 도피할 수 있지만, 돈은 돈대로 쓰고, 숙취도 남는다는 점에서 독서가 그래도 많이 나를 건강하게 위로해주었다.


구매가 줄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매달 월급받는 날이면 대형서점을 찾아가 이번 달엔 어떤 책을 살까~ 하는 것이 나의 취미였다. 경제력이 허락한다면 집에 서재를 꾸미고 나의 장서를 꾸미고 싶은게 나의 꿈이었다. 

하지만, 올해 나의 서재는 딸아이의 책에 밀려 중고서점에 판매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독서 리스트에 나온 '2nd'라는 표기는 그동안 서재에 잠들어 있던 책을 다시 읽은 것이다. 작년에는 e북을 구매해서 많이 읽었으나, 올해는 e북도 많이 줄어들었고, 대신 서울도서관에서 대여해서 읽은 책이 조금씩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활자'에 대한 갈증

리스트 11번에 있는 책은 자격증 공부를 위해 읽은 교재이다. 시험공부라는 것이 늘 그렇듯, 같은 내용을 최소한 너댓번은 읽었을 것이다. 재독이 반복될 수록 내용이 머릿속에 자리잡기는 했지만 지루해짐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뒷장의 내용이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은 독서는 참으로 재미가 없었다. 그렇게 활자 속에 숨어있는 영화 같은 이야기들에 대한 목마름이 강해졌고, 시험을 채 치루기도 전에 다시 소설의 재미에 빠져들고 말았다. 7~8월 두달간 공부를 하고, 9월달에만 내리 6권을 읽은게 나의 갈증을 조금 해소해주었다. 


올해의 마무리는..

이제 올해는 3개월 정도 남았다. 내가 즐겨찾는 블로그 중에서 재미있는 독서기록을 하는 것을 보았다. '1만 페이지 독서력'이라는 책을 참조한 것인데, 1년에 읽는 책을 책의 권수가 아니라 읽은 총 페이지 수를 기록하는 것이다. 그것을 누적해 1만 페이지를 채우자는 것인데, 현재 나는 6천 페이지를 겨우 넘긴 상태이다. 1만 페이지를 채우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겠지만, 올해 나의 목표는 다른 데 있다. 바로 독서노트를 생활화 하는 것. 



책을 다 읽고 나면 뿌듯한 마음이 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내용이 휘발되어 버리고 책의 내용보다는 느낌만 남아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에 서재안에 잠들어 있던 책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더욱 강렬하게 느끼게 되었다. 한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내 마음에 남겨두고, 이를 체화하는 방법으로 노트를 선택했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트를 어떻게 작성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남아있는 빈 공간이 훨씬 많기 때문에 올 해 안에 이 노트를 다 채우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공간을 조금씩 채워나가면서 노트를 작성하는 방법도 점점 개선할 것이고, 이 습관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나의 올해 남은 목표!


배우고 익히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나이가 들수록 돈 걱정은 많아진다.

미국의 금융 관련 스타트업인 LearnVest의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20대에서 40대로 갈수록 돈에 대한 자신감(mony confidence)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돈 걱정(money worry)은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미국인 1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LearnVest는 25세 미만의 사람들이 돈을 더 많이 버는 30대나 40대에 비해 돈에 대한 자신감이 훨씬 높다는 걸 발견했다. 이들 20대는 향후 연봉이 늘어날 거란 기대 때문에 돈에 대한 자신감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해석됐다.

반면 35세~44세의 사람들은 돈에 대한 자신감이 가장 낮았고(=돈 걱정을 가장 많이 하고), 45세~54세 나이의 사람들은 고작 3분의1 정도만이 돈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나이를 먹고 연봉이 올라가는데 돈에 대한 자신감이 줄고 돈 걱정은 느는 걸까?

LearnVest는 그 이유를 재정적 책임감(financial responsibilities)으로 설명했다. 즉, 나이가 들수록 연봉은 올라가지만 주택 모기지, 자식 학자금, 은퇴자금, 늙은 부모 부양 등 재정적 부담이 늘어나면서 돈에 대한 자신감이 쇠퇴하고 돈 걱정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의 등장

2000년대 초반, 임금피크제라는 것이 등장하게 된다.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깎아내고,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사오정'등의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사회 문제로 불거진 50대 이상의 근로자들에 대한 실업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고, 기업에서는 인건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제도,, 라고 설명하는 관점도 있다.


누구를 위한 당근인가?


그리 멀지도 않은 과거의 사례를 한번 복기해보자. 죽어가는 경제를 살리고,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한 명목으로 우리는 법인세를 인하해주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했는가?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높아져만 가는데, 서민들의 삶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고, 여전히 청년들의 취업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만큼 어렵다. 낙수효과를 기대했지만, 실제로 떨어지는 물은 없었다. 정부가 어정쩡한 스탠스로, 아니 친기업적으로 시장에 개입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법인세를 인하한 만큼 근로자의 임금을 인상하는 것까지 묶어서 개입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임금인상은 시장의 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되었고, '멍청하게' 법인세 인하된 만큼 임금을 올려줄 회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장년층의 월급과 책임감의 무게

이번에 정부에서 노동개혁 2대 과제 중 하나로 들고 나온 것이 바로 이 임금피크제다. 장년층의 월급을 깎아서 청년들을 고용하겠다는 의도인데, 법적으로 깎는 제재는 하면서 청년 고용 보장에 대한 부분은 기업의 자율에 맡긴다. 기업의 비용을 절감시켜주겠지만 결국 청년 고용은 제자리걸음이 될 확률이 지극히 높아보인다.

정부를 믿지 못하는 불순세력(?)이 될 수 없으므로 정부의 주장대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청년 실업을 해소한다고 치자, 아..아니 믿어보자.

하지만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우리는 나이가 들어갈 수록 많은 돈이 필요한 세상에 살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더욱 목돈이 필요한 장년층의 월급이 줄어들어야만 하는 것에서 기인할 수 있다. 아이 키우는데만 돈이 들어가나? 아니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수명이 길어진, 하지만 경제력이 없어진 우리의 부모님들도 챙겨야 한다. 장년층의 월급을 줄인다는 관점은 근로자 개인의 수입에 대한 관점이 아니라 자녀와 부모까지 걸친 3대의 경제가 걸려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통해 얻는 비용 절감에 대한 이익을 신규 채용률과 연동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청년 실업을 해소하면서 장년층을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임금피크제에 대한 대상을 직원 뿐 아니라, 임원에 대한 보수까지 포괄해야 한다. 임원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은 책임을 져야 할 자리에 있으므로 응당 함께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 나온 임금피크제를 일부 손보는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 에 대한 많은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


이 글은 노사정 대타협이 나오기 전에 작성했던 내용이다. 대타협안이 나왔고, 이제 임금피크제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 될 것이다. 

내 주변의 젊은 노동자들 중에서 흔히 임금피크제는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여 매우 안타깝다. 자신들이 정년에 가까운 시기까지 이 회사에서 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임금피크제를 논하기엔 너무 멀리 있다고 말이다. 임금피크제는 지금 몸담고 있는 조직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이  사회 전체가 적용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젊은이들고 결국엔 나이가 들 것이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많은 돈이 필요해질 것이다. 지금 이 회사에 오래 못있을 것 같다고? 당신은 창업을 하지 않는 이상, 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월급을 받아가며 정년까지 돈을 벌어야만 살 수 있다. 이민을 가지 않는 이상, 그 굴레를 벗어날 수는 없다.


정녕 이게 남의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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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준비의 시작

강렬하게 이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가끔씩 취업 정보가 담긴 앱을 살펴본다. 시장에서는 주로 어떠한 인재를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나름 재밌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몇몇 스타트업 기업들은 관심기업으로 표시를 해두고 채용정보가 뜨면 무슨 채용이 뜨는지 지켜보는 편이다. 재무성과는 지난 과거의 기록이지만, 채용정보는 그 기업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O2O 분야의 선두기업인 배달의 민족, 그리고 그의 경쟁사 요기요가 그 예다. 

7월말 쯤이었다. 요기요에 채용공고가 떴다. 직무는 마케팅 관련인데, 자격요건에서 '검색광고 마케터 1급' 을 소지한 자에게 가산점을 준다고 하는 것이다. 여행사에서 상품 마케팅을 담당하면서도 종종 키워드광고를 집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관련된 자격증이 있는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요기요의 채용공고를 보고 알게 된 것이다. 


자격증 알아보기

포털에서 '검색광고마케터 1급'으로 검색하니 이를 주관하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사이트가 나온다. 

검색광고마케터는 1급과 2급으로 나뉘어지며, 검색광고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실무 운영 방법까지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게 된다. 각 급수별 응시 제한이 없고 모두 필기시험으로 치뤄진다. (실기라는 항목이 있으나, 이는 주관식 문제를 푸는 것으로 나온다.)

응시제한이 없다면 한방에 1급에 도전하는 것을 택하고자 한다. 응시료는 5만원. 떨어지면 5만원은 그냥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1년에 시험은 2번. 이미 3월에 한번 치뤄졌고, 올해의 마지막 기회는 9월에 있다.

관련 수험서적은 협회에서 제공하는 1권 밖에 없는 듯 하다. 일단 시험 등록까지 기일이 좀 남았으나, 책을 먼저 사보기로 한다.


시험공부 계획하기

책을 사고 인터넷에 나온 시험 후기를 쭉 읽어봤다. 실무에서 근무하는 자와 대학생이 주를 이뤘고, 실무를 하는 직장인들도 1주일 내외 공부를 하고 시험을 쳤다는 얘기가 대부분이다. 일단 이 시험의 난이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듯 했다. 하지만, 난 검색광고를 주 업무로 진행했던 사람이 아니라 곁눈질로 배운게 대부분이라 대학생의 시험 준비를 많이 참고 했다.

대학생도 주로 1주일에서 2주일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친다. 상대적으로 공부할 시간이 많은 대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해, 하루에 4시간이면 1주일을 준비했을 것이고, 하루에 2시간 정도 공부하면 2주일 가량 준비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나는 집에 가서 공부할 시간이 아기때문에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내게 주어진 공부시간은 출퇴근 시간과 출근 전 30분 정도였다. 하루에 순수하게 한시간씩 공부한다는 가정을 하면 딱 4주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이 된다.


 * 7월 4주 : 수험서 1회독 완료

 * 8월 1주 : 수험서 2회독 완료

 * 8월 2주 : 수험서 3회독 완료

 * 8월 3주 : 3년치 기출문제 1회 풀이

 * 8월 4주 : 3년치 기출문제 2회 풀이

 * 9월 1주 : 수험서 4회독 + 기출

 * 9월 2주 : 마무리 공부


검정 등록을 하기 전에도 시간이 2~3주가 남았기에, 이왕 하는거 미리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출퇴근 시간에 사람에 치여 공부를 못할 것 같은 날이 더 많기 때문에 미리 시작한다고 해도 그리 여유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시험공부하기

수험서의 내용은 다행히 내가 아는 부분이 많았다. 미리 알고 있는 영역이 40% 이상은 되어 보인다. 공부를 하다 보니 각 챕터별로 예상문제가 실려있어 풀어보았다. 객관식은 그럭저럭 맞추는 반면, 주관식은 어설프게 알아서는 답하기가 어려웠다.

2회독 이후에는 간간히 기출문제를 병행했다. 그리고 기출문제에 나왔던 부분은 교재에서 찾아내 형광펜과 빨간 볼펜으로 표기를 해두었다. 그렇게 표시를 해두니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 기출을 풀 때마다 확연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험 목표 세우기

자격증 시험이라는 것은, 꼭 만점받을 필요가 없다. 1급 통과기준이 70점이다. 70점만 넘으면 100점 받은 거랑 차이가 없다는 사실! 중요하다.. 70점을 목표로 공부하는 것과 100점을 목표로 공부하는 것은 양과 질에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70점 목표는 너무 간당간당하니 목표는 80점 정도로 잡았다.

시험문제는 객관식 40문제(1문항당 1.5점)와 주관식 20문제(1문제당 2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8월 3주차에 1차 테스트를 했더니 70점 정도가 나왔다. 객관식 36문제, 주관식 8문제를 맞췄다.

그렇다면 나의 목표인 80점을 채우기 위해서는 객관식 37문제, 주관식 12문제를 맞추면 79.5점으로 성공이다. 객관식에서는 아주 어려운 1문제는 포기, 2문제 정도 아깝게 틀려주면 된다. 그리고 주관식은 1차 테스트보다 4문제 정도만 더 맞춰주면 이 시험은 성공!


슬럼프에 빠지다.

8월 4주차가 되자, 기출문제를 풀 때 90점 정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똑같은 교재를 보고 있자니 지겹기도 하고, 다 알 것 같은 자만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 즈음부터 출퇴근시간에 다른 책을 보기 시작했다. 전에 포스팅 했지만 그 당시 읽은게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1] 이다. 수험공부 기간에 읽은 책이라 그런지 더 꿀맛이었다. 

9월1주차가 되면서부터는 안과를 다니기 시작했다. 녹내장이라는 판정을 받으면서 마음이 심난했고, 공부는 더욱 집중이 안됐다. 그래서 현실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소설책을 하나 집게 되었다. 이 때 읽은 책이 [658,우연히]라는 추리소설이다. 

9월 2주차. 드디어 결전의 주가 왔다. 다시 교재를 펼쳤는데 지난 2주간 딴짓을 했더니 내용이 영 생소하게 느껴진다. 망했다. 목표했던 80점을 맞출 수 있을까.


결과 발표는 10월 2일. 그 이후에 후기란 것을 써보기로 다짐하면서 이번 포스팅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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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씨의 행복여행

저자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출판사
오래된미래 | 2004-07-2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전 유럽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한 정신과 의사의 특별한 행복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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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서관에서 회원증을 발급받고 처음으로 빌린 책이 바로 <꾸뻬 씨의 행복 여행> 이다. 몇 년전에 이미 베스트셀러로 유명세를 탄 책이고, 얼마 전에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꾸뻬는 환자들을 상담하면서 세상이 발전할 수록, 정신적으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왜 사람들은 점점 불행하다고 느끼게 되는걸까? 진정한 행복이란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라는 화두를 품은 채,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의 물음에 대한 답을 직접 구하기로 한다. 작가인 프랑수아 를레르도 정신과 의사이다. 어찌보면 이 소설은 를레르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셈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분명 말랑말랑하고 가벼운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기 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책을 읽을 수록, 꾸뻬가 찾은 '배움' 의 명제가 주어질 때마다 나는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행복에 이르는 명제는 아주 간단하고 명료하다. 이를테면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다.' 이런 명제들이 나온다. (꾸뻬의 배움7) 이 명제는 세살 먹은 어린아이도 알 만한 사실이다. 큰 돈을 들이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 얻을 수 있는 배움치고는 너무나 단순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자면,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이라는 것이 사실은 엄청나게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말과도 같게 된다. 행복은 바로 옆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으로도 채워진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바로 옆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고 멀리 있는 것들만 바라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불행해지는 것이다. 그럼 나는 정작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얼마만큼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걸까 라고 자문하게 된다. 이 책의 묘미는 바로 거기에 있다. 내가 직접 세계 여행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러 다니지 않아도 꾸뻬가 배우게 된 간단한 명제들로부터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꾸뻬의 배움은 스무가지가 넘는 화두를 던진다. 그리고 나는 각각의 화두를 통해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P.32

여행을 떠나면서 운 좋게 비즈니스석을 타게 된 꾸뻬. 그리고 늘 퍼스트 클라스석을 타다가 비즈니스석을 타게 된 비비엥. 그 둘은 같은 자리에 앉았지만 행복의 질은 달랐다. 우리가 느끼는 불행은 나보다 나은 사람과 나를 비교하면서 찾아온다. 책의 한참 뒤에서 나오는 얘기지만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면서 행복을 찾는 사람도 있다. 과거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는가? 결국 우리는 남과 비교하는 것을 자제하고, 내 스스로 과거보다 진보한 삶을 살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그래야 행복해질 수 있다.



P.40

중국에서 만난 친구 뱅쌍은 꾸뻬보다 두배나 많은 시간을 일하지만 일곱배나 많은 돈을 번다. 3백만달러를 벌면 이 일을 그만둘 것이라는 뱅쌍. 고되게 일하는 지금은 행복하지 않을지라도 나중에 원하는 돈을 벌게 되면 행복할 것이라 믿고 있다. 미래에 행복할 것이란 믿음을 위해 현재를 담보잡혀 살고 있는 삶이다. 이 책에서는 행복의 가치가 미래가 아닌 현재에 있다고 얘기한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찢어지게 가난한 미혼모가 아이를 입양시키기로 결정했다. 이 미혼모는 지금 당장 아이와 떨어져 살아야 하지만, 이 아이에게는 현재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보다 나은 부모 밑에서 자라게 될 것이므로 나중에는 행복해질 것이란 판단을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보아왔다. 입양된 아이가 얼마나 생모를 그리워 했는지, 그리고 자신을 버린 부모에게서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는지 말이다. 과연 그 입양된 아이는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의 행복은 지금 이 순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해야 결국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하게 된다.

하지만 이와 반대의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것도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이제 주말을 맞이한 금요일 저녁이 좋은가, 내일이면 출근을 해야 하는 일요일 저녁이 좋은가?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에서 금요일 저녁이 훨씬 기분 좋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금요일 저녁은 고된 일주일을 마치고 몸이 힘든 상태이고, 일요일 저녁은 토요일부터 충분히 쉬어서 컨디션이 좋을 것이다. 사람은 지금의 컨디션보다는 미래에 쉴 수 있다는 기대감 또는 희망이 있는 금요일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의 행복은 미래의 시점에 존재하게 된다. 



P.50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자들이 말했다. 걷다보면 너무 힘들어서 아무 생각도 안나더라고. 그리고 그렇게 걷다보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나도 며칠 휴가를 내고 순례길을 걷듯이 그렇게 마음을 비워내고 싶다. 그렇게 하면 조금 더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올 해 나에게는 많은 시련이 있었다. 가족과 회사 모두 떠나서 어디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거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듯이 마음을 비워내고 싶다.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될텐데, 과연 무슨 생각을 끊임없이 하다보면 마음을 비워낼 수 있게 되는 걸까? 11월에 지리산 둘레길을 탐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 전까지 많은 생각을 해보면서 나의 정신 세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작업을 해야겠다.



P.64

행복을 목표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꾸뻬가 산속에서 찾은 수도원의 노승이 얘기해주었다. 우리는 다양한 수단을 통해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었나? 삶의 목표는 다른 어떤 무엇인가이고, 그 목표를 이루었을 때 결과물이 행복이어야 한다는 말일까? 하긴, 추상적 명사인 행복은 목표설정에 있어 적합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목표란 것은 실재하는 무엇인가를 달성 또는 성취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겠지.

언젠가 이런 말을 본 적이 있다. 장래희망을 얘기할 때는 무엇이 되겠다~ 라는 Be동사보다는 무엇을 하겠다~ 라는 Do동사의 형태를 가진 말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사가 되겠다'는 의사가 됨으로 해서 이미 꿈이자 목표를 이루어 버렸다. 의사가 된 이후의 삶에서 그는 삶의 목표를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세워야 할 판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의사가 됨으로 해서 꿈과 목표를 잃은 사람이 되고 만다. 하지만 '남들을 치료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삶을 살겠다' 라는 것이 목표가 된다면 남을 치료해야 하는 직업인 의사는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된다. 그리고 정작 의사가 되고 나서야 꿈을 지속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 것이다. 

행복을 목표로 여기지 말라는 것은 위와 같은 이유가 아닐까 한다. 추상적인 '행복' 자체를 목표로 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과정에서 행복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게끔 사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닐까?


P.87

나의 가족에게 아무것도 부족함이 없음을 아는 것이 행복이라면, 행복이라는 것은 어쩌면 이루기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족함이 없는 상태로 삶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지 않을까? 재벌가의 아들들은 뭐가 부족하길래, 형제간의 싸움을 신면지문에서 다룰만큼 크게 벌이는 것인가? 가진 게 많다는 것이 부족함이 없음과 유사하지 않다는 말일까?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아도, 가족이 함께 할 집이 있고, 먹여 살릴 직장이 있어 부족함이 없다고 느끼는 이도 있을 것이고, 재벌처럼 많은 걸 가지고 있어도 남보다 덜 가지고 있다는 비교를 함으로써 부족함이 있다고 느낄 수 도 있다. '부족함이 없음을 아는 것'은 절대적인 경제 가치 상 부족함이 아니라 정작 내 마음의 그릇이 얼만큼 채워져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는 말. 나에게는 매우 해당되는 말이다. 지금보다 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를 떠나 우리 사회에서는 정작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청년들이 너무나도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좋아할 수 있도록, 그리고 나아가 그 길에서 직업을 찾고 그 일로 먹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구직을 하는 청년들이 많이 하는 고민 중 하나가 '좋아하는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소위 사회의 멘토라 불리는 이들 사이에서도 이 가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직업' 이라는 기준으로 생각해보자면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사회에 나온 이들이 푸념처럼 하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어도 그게 직업이 되는 순간 괴롭고 하기 싫어진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직업(창업이나 취직 모두에 해당됨)을 구함에 있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은 비교적 남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생각해본다면, 잘 하기 때문에 직업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자신이 잘 해내지 못한다면, 그 직업을 선택한 것에 후회를 하고 일을 하는 내내 스트레스를 더욱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잘 할 수 있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 가장 베스트 컨디션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것이다.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한 뒤, 여가시간을 활용해 좋아하는 일을 취미삼아 해보는 건 어떨까? 

정답은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업무 몰입이 잘 되고, 그래서 업무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게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이 남지 않을까? 좋아하지도 않는데 잘 하는 일을 취미 삼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P.93

행복은 집과 채소밭을 갖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생산수단(채소밭)을 갖추고, 생산물을 안정되게 소비할 수 있는 개인공간(집)이 행복에 꼭 필요한 요소이다. 전세난에 시달리고, 비정규직 일자리에 목매다는 우리 사회의 청년들은 과연 행복할까? 전세값 급등으로 인한 하우스푸어인 나도, 그리고 삼포세대라 불리는 우리 청년들이 행복에 필요한 요소를 가지지 못한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좋지 않은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기 어렵다. 점점 극우화되어가는 우리 사회에서 독재자의 딸이 그 독재자의 후광에 힘입어 대통령이 되었고, 심지어 그렇게  대통령이 된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책임지지 않는 발언을 일삼는다. 말을 해도 듣지 않으며, 말을 하는데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다. 이 외에도 구구절절히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현 대통령이 좋은 사람이라고 보기엔 지금 언급한 말로도 이미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



P.126

행복은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오늘 간단한 결막염을 치료하고자 안과에 들렀는데 왠지 덜컥 겁이 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더 안좋은 일이 생겨 실명하게 된다면 어떨까?

실명한다면 일단 직장을 잃겠지,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 특히 한참 커나갈 우리 딸의 얼굴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너무 무서웠다.

결막염 외에 진짜 무서울 수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안압이 높아 녹내장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사무실에 돌아와 녹내장을 검색하니 심하면 실명할 수도 있는 무시무시한 병이었다.

후~ 말이 씨가 된걸까? 일단 지금부터라도 내 몸을 아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겠다. 담배나 술과는 멀리하고, 눈에 좋다는 음식을 많이 섭취해야지.

일단 안좋은 얘기를 듣고 난 후라 그런지, 내가 지금 보는 이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 보인다. 내가 걷는 한걸음, 한걸음도 눈으로 보이기 때문에 걷는 것이고, 일을 하고, 아내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도 눈이 보이기 때문이다.

꾸뻬는 노상강도에 잡혀 죽을 뻔한 위기를 겪으며 경이한 삶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행복해한다. 난 지금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행복하다.



P.137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게 되면서 언젠가부터 나도 나의 가족을 나보다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매달 한정적인 월급으로 살아감에 있어 항상 경제적 행위는 선택과 양보로 이루어진다. 이 전에는 내가 선택을 하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딸을 위해, 가족을 위해 내가 양보하는 입장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좀 더 검소하게 살면 모두가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P.167

평생동안 행복을 연구해온 전문가를 만난 꾸뻬. 그 학자에게서 행복이라는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꾸뻬는 정신과 전문의라는 직업을 잠시 중단하고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한 여행을 한다. 그것은 마치 구도자의 모습과 닮아있다. 실제의 생활에서 행복을 찾고, 그것을 일반화하여 하나의 명제를 이룬다. 그렇게 찾은 조건들을 실천하면 행복이라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P.189

근원적 행복.

행복에 대한 욕망이나 추구마저 잊어버리고 지금 이 순간과 하나가 되어 존재할 때 저절로 얻어지는 것.



P.190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순간 존재하는 것이다.

64페이지에 나왔던 행복은 목표로 삼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라는 말에 대한 노승의 답변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이며, 이 문장으로 소설을 끝맺음을 한다.



※ 나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한가?


허영만의 맛을 찾는 만화 '식객'에도 나왔고,

최근에는 TVN의 '수요미식회'에서 3대 평양냉면집으로 나와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는 '봉피양'



방송에 나온 봉피양은 송파구 방이동에 있다고 하나,

봉피양이 인기를 얻으면서 체인점을 많이 낸 듯 하다.

장소는 명동 롯데백화점 지하 푸드코트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푸드코트에 위치해 이다고 방심하긴 이르다!

가격은 본점과 같이 평양냉면 한그릇에 12,000원 ㅡㅡ;;



셀프서비스로 냉면을 가져와야 하는 곳에는

음식 샘플 모형이 있고, 메뉴판이 있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중.. 얼마나 맛있나 보자.



짜쟌~ 기다린지 1~2분 정도 지났을까,

바로 음식이 쟁반에 담겨져 나왔다.

냉면에 무절임, 열무김치가 나온다.그 옆에는 겨자소스 찔끔.



육수를 먼저 맛보았다.

음..

음~~

음???


와~ 육수에서 깊은 맛이 난다. 

첫 수저에 맛보는 것보다, 점점 맛을 볼 수록 깊은 맛이 입안을 감돈다.

면은 메밀면이라 잘 끊어지는데, 오래 씹을 수록 메밀의 구수한 맛이 난다.



비싼 냉면이라

국물 한방울까지 싸그리 비움.ㅋㅋ



총평 (★★★★☆ : 4.6 / 5.0)

원래 슴슴한 맛으로 먹는 평양냉면.

육수가 보통 냉면보다 진하고, 면의 구수함이 살아있어서 높은 점수를.

하지만, 직장인의 점심치고는 너무 비싼 가격에 마이너스를.

한달에 한번 정도는 찾게 될 맛.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오랜만에 리디북스에서 책을 하나 구입했다. 이제 내 서재에는 내 책을 놔둘 공간이 부족하니까 전자책으로. 올해 내내 벼뤄왔던 책을 골랐다. 바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이라는 책이다. 오랜만에 읽는 책이라 어떤 책으로 선정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다 지식에 대한 갈증으로 문학보다 먼저 선택하게 되었다. 아직 챕터2를 읽고 있는 중이긴 한데, 다 읽기 전에 생각났던 이야기들을 먼저 정리해보고자 한다.


팟캐스트 '지대넓얕'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지식' (이하 '지대넓얕')은 팟캐스트로 먼저 만나게 되었다. 철학, 과학, 종교 등 다양한 인문학을 다루면서 대중을 위한 난이도 조절도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팟캐스트 출연자인 채사장, 독실이, 깡선생, 김도인의 케미가 잘 맞아 재미가 있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 신봉자이자 미스테리, 오컬트를 좋아하는 채사장, 기독교와 과학을 담당하는 독실이, 철학을 담당하는 깡선생, 계룡산에서 도를 닦았다고 알려진 김도인까지. 각자의 개성과 전문영역이 있기 때문에 더욱 돋보인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김도인, 채사장, 깡선생, 이독실


신인작가로 홈런을 날린 채사장

지대넓얕이라는 팟캐스트를 들은지 1년이 지났을까, 올해 초에 채사장이 책으로 '지대넓얕'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무려 2권으로 나눠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참으로 방대했나부다. 난 일기 쓰는 것마저 부담 자체던데.

그리고 반년이 흐른 지금, 지대넓얕 책은 가히 올해의 베스트셀러라고 치부해도 모자르지 않을 만큼 히트를 치게 되었다. 점점 어려워져가는 출판 업계에서 신인작가의 책이 이정도 판매를 기록했다는 것은 정말 센세이션이라고 봐야 할 듯 하다. 그래서 난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진 듯 하다. 


쉽게 썼지만 아쉬운 점

아무튼, 이 책은 정말 대중을 위해 쉽게 잘 쓰여졌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신인작가 채사장의 능력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쉽게 쓰고자한 덕분에 아쉬운 점도 생겼다. 그것은 바로 단순화시키다보니 일반화가 이뤄졌고, 그러다 보니 비약적인 전개가 이뤄지는 점이 그러했다.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고대사회를 설명할 때부터 그렇다. 채사장은 권력에 의한 계급이 생기고 난 뒤에, 권력자가 권력의 기반을 단단히 만들기 위해 '신'을 이용했다고 기술했다. 뭐 내가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왕이 권력을 만드는 단계에서 신을 이용했던건 아닐까? 우리가 생각하는 '신'의 모습 이전에 우리는 자연을 숭배해왔다. 태양을 신으로 섬겼고, 홍수를 신의 분노라고 여겼다. 그래서 자연을 다룰 줄 아는 힘(지식)이 있는 자가 왕이 된게 아닐까? 그러면서 왕이 된 자는 그랬겠지, 내가 신이다! 하고. 오히려 그렇게 풀어나가는게 논리 상 더욱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대화가 필요해

다시 책의 제목으로 돌아가보자. 지적인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알려주겠다는 책이다. 채사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생각에 대해 정리한 말을 했다. 


"제 주변만 봐도 고등학교 때 친구들 상당수가 대학을 가지 않았어요. 제 어머니도 대학을 가지 않았고요. 사실 '스카이'로 대표되는 상위권 대학 학생 비율은 3%에 불과한데, 미디어에 나오는 사람들 혹은 책 저자들은 대부분이 스카이 출신들이에요. 하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는 내신 5등급 전후에, 지방대를 나오고 월 100만~ 200만원을 버는 사람들이죠. 그들이 인문학을 향유하고 말하는 주체가 되어야 하죠."

이 말에서 채사장의 집필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인문학이 스며들고, 그들에게 자양분이 되어야 비로소 이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상 모든 사람이 세상에 무엇인가를 배우러 온 순례자라고 생각해요.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배워 나가는 방식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라고 생각하고요. 삶의 목적 자체가 사람들과 대화하고 (서로와 각자의) 삶을 이해하면서 배움의 넓이를 넓혀가는 건데, 평생을 살면서 자신의 지식만 만들어가기 때문에 대화를 할 수 없게 되죠."

채사장은 '지식'에 대한 책을 냈지만, 그 자신은 지식을 넘어선 '지혜'의 깨달음을 많이 얻었다는 느낌이 드는 말이다. 지식을 단순히 쌓아나가는 것에서 끝난다면 이 사회는 영원히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죽으면 끝나버리니까.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더 올바른 방향으로 사고를 발전시켜 나간다면 후대에까지 그 지식들은 발전해나갈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목표가 단순히 넓고 얕은 지식을 구하는 데서 끝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넓고 얕은 지식을 얻은 뒤에는 자신의 방향에 맞게끔 더 많은 지식을 쌓고, 이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향유하면서 우리의 지식 생태계를 촘촘하고 넓게 만들어야 하는 '사명'이 생기는 것이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저자
채사장 지음
출판사
한빛비즈 | 2014-12-24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신자유주의가 뭔지, 보수와 진보가 무엇인지, 왜 사회문제가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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