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송출객은 늘었으나 이익은 줄었다
얼마 전 모두투어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37억원, 3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 13% 떨어졌다. 하지만 내국인의 해외출국자 수는 연간 1,700만 명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모두투어 또한 지난 7월 최대 해외여행객 송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5만 2천명 (현지투어와 호텔 포함)의 해외여행판매를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33%의 성장을 했다.

전체 여행시장은 성장하고 있고, 모두투어도 그에 맞춰 송출객은 늘고 있으나 수익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형세다. 여행상품에 대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조금 더 깊게 바라보면 여행상품 중 패키지 시장이 정체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여행사는 전통적으로 패키지로 구성된 여행상품을 기획하고, 고객이 현지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점에서 수익을 발생시켰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소비자들은 현지에 대한 정보를 더 이상 여행사에 의존하지 않게 되었고, 국내 시장이 아닌 글로벌 마켓에서 여행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자 하는 행동이 따라오게 된 결과다.

#2. 답(FIT시장)은 정해져있고, 너는 대답(신규 시장 진입)만 하면 돼?
패키지 시장이 정체되었다면, 여행사의 미래 먹거리는 무엇일까? 그에 대한 답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와있었다. 바로 FIT(개별자유여행) 시장이다. 대규모 패키지 수요를 창출해 공급원가를 절감하는 규모의 경제로 운영했던 여행사들은 FIT시장에 대한 진출을 시도한 것은 꽤나 오래된 일이다. 하지만 기존의 관성에 의해 FIT시장을 제대로 공략한 여행사는 전무했다. 패키지에 비해 자유여행은 품은 더 들고, 수익은 저조했다. 조직개편 시즌이 오면 매번 여행사들은 개별여행사업에 대한 조직을 만들었다 해체하는 것을 반복했다. 미래의 먹거리가 FIT라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업계 전반에 자리잡게 되었다. 



#3. 플랫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
비즈니스 모델이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어떻게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어떻게 마케팅하며,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 하는 계획 또는 사업 아이디어를 말한다. 오늘날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설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비즈니스 모델이 사업의 시작 단계에서 사업의 목표를 정확히 규정하는 설계도의 역할을 수행해 비즈니스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기업활동의 중심에 서기 시작하면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을 받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들은 타 비즈니스 모델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을 보이고 있다. 충분한 규모의 구매자나 판매자를 확보하는 것은 기본 특징이다. 통상 비즈니스 규모의 경제를 가질 때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플랫폼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좋은 창구인 것이다. 이 중 상거래형(commerce) 비즈니스 모델은 다양한 상품 공급자와 수요자들이 만나는 상거래 모델과 사이트를 플랫폼으로 운영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말한다.

#4. 현지투어 서비스 플랫폼 런칭
작년에 업무혁신기획팀의 프로젝트 중 하나로 '현지투어 서비스 플랫폼'을 기획하는 작업을 수행했고, 10월달에는 현지투어 서비스를 런칭하게 되었다. 현지투어 상품은 모두투어에서 직접 상품을 기획하여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랜드사(공급자)가 상품을 기획해 직접 사이트에 노출시키고, 고객이 공급자에게 해당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모두투어는 현지투어 상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공급자에게 판매에 따른 커미션을 수익모델로 삼고 있다.

기존 패키지 시장은 여러 단품 구성요소들을 하나의 단체로 구성하고, 해당 단체에 여러 주문을 연결시켜 상품을 운영하는 구조다.  즉, 공급자인 모두투어가 상품을 설정하고 그 하위에 해당 상품의 출발일에 따라 여러 단체를 생성해둔다. 단체에 주문을 받고, 같은 단체에 모인 여러 주문예약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현지투어는 단체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아이템을 기반으로 한다. 상품을 설정하고 그 하위에 단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품은 곧 아이템으로 처리되며, 아이템에 대한 주문이 먼저 발생하고 해당 주문에 의한 단체가 생성되는 시스템이다. 너무 어렵게 설명했는데, 쉽게 얘기하자면 '현지투어' 상품은 온디맨드(On-Demand) 상품이라고 정의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5. 온디맨드 (On-Demand)
온디맨드는 말 그대로 수요(Demand)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로 소비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다.여행&숙박에는 다양한 레저 등을 만들어서 등록 및 예약할 수 있는 프렌트립, 마이리얼트립, 가자고가 있고, 숙소를 예약할 수 있는 코자자, 여기어때, 야놀자 등이 있다. 이들은 상품 자체를 하나의 컨텐츠로 다루고 있다. 이제 여행은 더 이상 공장에서 찍어내는 획일적인 상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캐치하고, 그것을 컨텐츠로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컨텐츠는 다양한 셀러가 참가해 자신만의 컨텐츠를 구성할 수 있는 플랫폼 위에서 구현될 수 있어야 한다. 여행사 직원들은 더 이상 자신이 스스로 상품을 기획하고 구성해 모객을 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셀러들이 올리는 컨텐츠들을 소비자가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MD기능을 수행하게 되어야 한다. 

여행 MD는 소비자가 원하는 컨텐츠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식은 세계적인 온라인 여행 그룹인 '프라이스라인'의 역경매 방식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프라이스라인 그룹의 시가 총액은 618.8억 달러(약 67.8조원)이다. 국내 시가총액 2위인 현대자동차 (약27.8조)보다 30조원이나 크다. 지난 해 프라이스라인 그룹이 벌어들인 총 수입은 92억달러 (약 11조원)이다. 프라이스라인 그룹에 속한 아고다, 부킹닷컴, 카약과 같은 굵직한 여행 관련 서비스들을 합친 금액이지만 말이다. 

#6. 프라이스라인 
호텔과 항공사들은 일부 예약된 고객들을 제외하고는 남는 객실이나 항공권들은 시간이 지나면 그대로 소멸되고 만다. 프라이스라인은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그대로 소멸되는 서비스에 관심을 두었다. 이렇게 서비스를 소멸시키느니, 호텔이나 항공사 입장으로는 저렴한 가격에라도 넘기는 것이 이익이 된다. 그래서 이들 기업들이 남는 재고를 프라이스라인에 넘기면, 프라이스라인이 이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프라이스라인은 물건을 내놓고 소비자가 가격을 부르며 필요한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는 기존의 경매방식과는 정반대의 역경매 방식을 취하고 있다. 즉 소비자가 먼저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면 공급자가 이 기준에 맞춰 가격을 낮춰 판매하는 방식이다. 프라이스라인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여행지의 숙소와 등급, 가격 등을 설정하면, 프라이스라인 프로그램이 그 조건에 맞는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소비자는 결제하는 방식을 띄고 있다. 

Name Your Own Price라는 슬로건으로 다른 여행 중개업과는 다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만족을 극대화하고 프라이스라인은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시키는 플랫폼을 통해서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전 세계의 소비자들이 프라이스라인이 제공하는 이러한 역발상의 서비스를 누리고 있다.


#7. 여행사의 미래는 무엇인가?
지금까지의 대형 여행사들은 공장에서 찍어내듯 상품을 만들어내고, 전국의 대리점을 통한 간접판매로 대규모의 물량을 확보해 수익을 창출해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더 이상 공장에서 찍어낸 상품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대리점을 통한 상담보다 온라인에서 직접 정보를 구하고 구매까지 이어지는 행동으로 변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우리 회사를 비롯한 여행사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할지 몇 가지 키워드들을 통해 알아보고자 했다. 

Target
패키지 시장이 단숨에 시장에서 지는 별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도 많은 소비자들은 자신의 발품을 팔아 정보를 구하는 대신 여행사를 통해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패키지 시장의 성장은 더디거나 줄어들게 될 경향이 크다. FIT시장은 아직 떠오르는 시장이고, 여행사들은 이 고객들을 확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FIT 시장의 주요 고객들은 패키지 시장의 고객들보다 상대적으로 젊다. 그들은 인터넷을 어렸을 때부터 접하고 자랐으며,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인해 모바일 시장에서 큰 구매력을 가진 집단으로 성장했다.

Market
모름지기 '시장'이라는 곳은 다양한 판매자와 다양한 소비자가 만나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온라인에서 시장을 구성하고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 장소를 '플랫폼'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양한 판매자와 소비자가 만나 온라인에서 거래하는 산업을 'e-커머스'라고 한다.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서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 곳에서 판매를 해야 한다. 

Solution
온라인 플랫폼에서 많은 판매자와 소비자들을 불러와 활성화가 된 시장이라면, 소비자들에게 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기업은 항상 '고객 중심 사고'를 해야 하고, 이것이 요새는 '온디맨드'라는 말로 치환되었다. 고객에게 상품을 제시해주는 방법 중 하나로 프라이스라인의 '역경매 방식'을 언급했다. 하지만 프라이스라인은 이런 역경매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특허화했다. 남들이 함부로 따라하지 못하게 제한을 걸어두었다는 것이다. 만약 새로운 솔루션을 기획하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나온다면 그 기업이 제 2의 프라이스라인이 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사의 미래는 대충 이렇다. 기존의 판매방식을 엎어야만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술한 내 생각에도 아직 오류와 모순이 많이 존재한다. 그래서 이 논의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더 넓게 다루어져야 한다. 부족한 생각이라 많이 부끄럽지만, 우리 회사를 비롯한 여행업계가 더 나은 미래를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쓰게 되었다.



작가 천명관

먼저 천명관이라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고래>라는 이 소설은 천명관 작가가 어떤 인물인지 모른 채로 읽는다면 소설을 읽는 내내 당혹감이라는 감정이 생길 수도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기껏 소설을 읽는데 무슨 당혹감 씩이나 느끼려나 하며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역설적인 말로 들리겠지만, 이 소설은 소설이 아닌 소설이다. 이건 또 무슨 말이냐고? 조급해하지 말고 이야기를 더 들어보시라. (소설 <고래> 중에서 이렇게 작가가 직접 독자들에게 말을 거는  순간이 있어 오마주를 해보았다.)

우리는 학창시절, 소설의 시점에 대해 배운 것을 기억할 것이다. 1인칭 화자 시점, 3인칭 관찰자 시점, 전지적 작가의 시점 등. 이 이야기는 전지적 작가가 관찰자의 시점으로 그려진다. 이 말인 즉슨, 작가는 우리에게 마치 옛날 옛날 구전으로 떠돌던 이야기를 아주 재밌게 풀어내는 것처럼 얘기한다. 하지만 작가는 얘기를 전하는 순간 순간마다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을 좌지우지하는 신의 입장이 되기도 한다. 학문적으로 봤을 때는 내 해석은 짝퉁이고, 거짓말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일단 이 소설이 전형적인 소설의 형태가 아니라는 것을 아주 과장해서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천명관 작가는 소설을 쓰기 이전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였다고 한다. 그러한 이력 덕분인지, 그의 소설은 마치 영화를 보듯이 세밀한 장면 묘사가 뛰어나다. <고래>에서도 이야기 위주의 시나리오 기법을 엿볼 수 있게 하며, 여타 소설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명관의 인터뷰

"난 시인이 부러운데. 소설가는 구차하게 사는 거에요. 멋있는 걸 포기하고 길게 쓰는 거죠. 저는 다시 태어나면 3분짜리를 할 거야.

3분짜리 뭐요?

음악."

한 잡지에 실린 천명관 작가의 인터뷰 중 일부를 발췌했다. 예술은 다양한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하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음악, 미술, 문학. 이것들은 창작자들이 고통을 감내해가며 만들어낸 것들이고, 그것들에는 창작자가 하고픈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리고 대중은 창작자들의 작품을 보고 감동하고, 재미를 느끼는 등 마음에 동요를 일으키는 순간을 경험한다. 그런 면에서 이 인터뷰는 천명관이라는 작가가 자신의 업을 예술을 대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고, 장르를 넘어선 다른 예술들도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통찰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천명관 작가는 한국 소설이 본래 가지고 있는 엔터테인먼트의 기능을 잃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소설을 많이 읽는다. 물론 인기있는 소설은 대부분 장르 소설이지만, 영화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영화는 비주얼로, 소설은 스토리로 착실히 나아가고 있다. 할리우드에 이야기를 공급하는 건 다 소설이다. 최근 할리우드의 변화는 만화에서 가져온다. 만화를 실사로 재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야기꾼들은 또 다시 어디로 가고 있느냐, '미드'로 갔다. 당대 최고의 이야기꾼들은 지금 다 미드 쪽에 있다. 미드를 발전시키고 있는 것도 스토리 즉, 소설이다. 그런데 한국 소설은 이도저도 아니다.

천명관에게 <고래>가 어떤 소설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세상에 대해 할 이야기가 없는 인간이 원고지 2천 매를 쓰라는 미션을 받았을 때 쓰는 소설이라고. 작가에게 에세이를 요구하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글을 잘 쓰는 전문가들이 많다. 인생은 김난도, 여행은 한비야, 정치는 김어준, 요리는 박찬일.. 작가가 굳이 여기 끼어들이서 경쟁한들 이길 수 있겠는가?


천명관의 인터뷰까지 보고나면 그가 어떤 생각으로 <고래>를 집필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고래>가 왜 그렇게 유독 다른 소설들과 다르다는 것인지 대강의 느낌은 올 것이다. <고래>는 시대적으로 3대에 가까운 시기의 서사를 그려내고 있는데, 그 구조가 매우 탄탄하고 흐름이 유려하다. 이 소설을 요약하고자 든다면, 그 어느 하나 버려야 할 사건들이 없고, 줄여도 될 표현들이 없다. 단언하건대, 이 소설은 결코 영화화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영화화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망할 것이다. 455페이지에 달하는 대서사를 단 2시간 내외의 영화로 표현해낼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들과 표현들이 함축되고, 묵살되어버릴 것이다. 진정한 <고래>는 없어지고 관객은 앙상한 뼈만 남은 형태를 보며 공룡을 상상해내듯이 영화를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스토리는 : 1부

이 소설은 크게 3부로 나뉘어 있다. 극 중 등장인물이 많은데 확실히 이름이 나오는 인물은 이 소설의 주인공 격인 금복과 그의 딸 춘희다. 소설의 시작은 감옥에서 나온 춘희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에서 시작한다. 춘희란 인물은 왜 감옥에 가게 된 것일까? 이제부터 그 궁금증을 파헤쳐보기 위해 다시 먼 과거로 돌아가야만 한다.

국박집을 하는 박색의 노파가 있다. 박색에다 가진 것도 없던 노파는 젊은 시절 부엌데기를 해주던 주인집의 반편이 아들과 스캔들을 일으키며 쫓겨난다. 여기서 이 노파의 세상에서 버려졌다는 마음에서 불거진 세상에 대한 복수극이 시작된다. 노파는 세상에 복수하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은다. 하지만 말년에 그 노파는 스캔들을 일으킨 장본인인 주인집 반편이 아들과의 정사로 가지게 된 본인의 딸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렇게 악착같이 벌어둔 돈의 행방은 묘연할 뿐이다.


그래도 스토리는 :  2부

이 소설의 주인공인 금복이 등장하게 된다. 그녀는 어리지만 도화살이 가득한 요망한 젊은 처녀다. 산속 시골에서 자라나, 세상을 떠돌던 생선장수를 만나 고향을 버리고 도망간다. 생선장수와 함께 건어물 장사를 시작하며 장사의 수완을 발휘해 잘 살아볼까 하지만 생선장수에게 사랑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그녀는 그녀의 진정한 사랑인 걱정을 만나 살림을 차리게 된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걱정은 불의의 사고로 불구자가 되어버린다. 생계가 어려워진 금복은 시내 영화관에서 만난 칼자국의 유혹으로 허영과 사치를 경험하게 된다.

스토리를 사건 중심으로 압축해보려고 했지만 이런 식으로 했다가는 나도 4백페이지의 소설을 다시 옮겨 적어야 할 것만 같다. 앞서 얘기한 사건들처럼 금복은 그녀를 원하는 수 많은 남정네들을 겪어가며 엄청나게 굴곡진 인생을 살아간다. 그녀가 벌이는 사업들도 상대하는 남자가 바뀌어 가면서 흥망성쇠를 모두 경험하게 된다. 주된 내용은 이러하며, 이 외의 이야기들은 중요한 스포가 될 수 있어 뒤로 갈 수록 나는 말을 줄여야겠다.


그래도 스토리는 : 3부

3부에서는 금복의 딸 춘희가 주인공이 된다. 소설에는 나오지만 나는 말할 수 없는 그런 사유로 춘희가 감방을 가게 되었고, 감방 안에서 갖은 고초를 겪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10년의 세월이 흘러 춘희는 감옥에서 나오게 되지만, 세상에는 더 이상 그녀의 출옥을 반겨줄 이가 하나도 없다. 춘희는 본인이 자랐던 고향으로 돌아갔고, 어릴 적 아버지에게 배웠던 벽돌을 만드는 기술을 살려 벽돌을 구워내며 산다. 춘희에게 있어 벽돌은 세상 사람들을 다시 자기에게로 불러줄 매개체가 되리라 믿었다. 마지막 춘희의 행방과 벽돌의 쓰임새는 이 소설을 읽을 독자들을 위해 생략한다.


총평

내가 올 해 읽었던 책들을 보면 유독 작가를 중심으로 선택해 읽은 책들이 눈에 띈다.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을 읽고 난 그녀의 팬이 되었다. 그래서 다른 소설도 궁금했던 나머지 그녀의 최신작인 <종의 기원>도 일었고, 그 이전에 그녀를 유명해준 <28>이란 소설도 읽기 위해 책을 빌려놨다. 정유정 작가는 내가 알고 있는 한 한국문단에서 가장 스릴러를 트렌디하고 재밌게 구성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녀의 소설은 굉장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는데, 사건의 전개와 등장인물들의 갈등관계가 마치 씨줄과 날줄이 잘 엉겨있는 직물을 보는 듯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이번에 읽은 천명관 작가에 비한다면 매우 뛰어난 모범생이 창의력도 겸비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정유정 작가에 비해 천명관 작가는 야생에서 날것의 생생함을 그대로 글로 옮겨놨다. <고래>를 읽고나서 든 생각은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대책이 없다'는 것이었다. 나만 그렇게 느낀 건가 싶어 각종 블로그 리뷰들을 봤다. 그런데 하나같이 공통된 표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찾아냈다. 보통 훌륭한 소설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그 작가의 문장력이나, 스토리가 가진 구성력, 이런 것들을 근거로 내어놓는다. 하지만 천명관 작가에게 수여된 평은 많은 사람들이 '대단한 이야기꾼' 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는 작가나 소설가라는 표현보다는 '이야기꾼'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소설을 썼다. 이 소설을 읽고나면 마치 조선시대 최고의 입담꾼에게 뒤가 궁금해서 미칠 지경에 이르는 이야기를 듣고 난 기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천명관 작가는 일부러 다른 소설을 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이종격투기장에서 그 누구도 선보인 적 없는 유술을 이용해 상대를 유린하는 파이터같은 소설을 써버린 것이다. 아마 <고래>는 올해 내가 읽은 책 BEST에 들어갈 유력한 후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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