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뻬씨의 행복여행

저자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출판사
오래된미래 | 2004-07-2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전 유럽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한 정신과 의사의 특별한 행복론 2...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서울도서관에서 회원증을 발급받고 처음으로 빌린 책이 바로 <꾸뻬 씨의 행복 여행> 이다. 몇 년전에 이미 베스트셀러로 유명세를 탄 책이고, 얼마 전에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꾸뻬는 환자들을 상담하면서 세상이 발전할 수록, 정신적으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왜 사람들은 점점 불행하다고 느끼게 되는걸까? 진정한 행복이란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라는 화두를 품은 채,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의 물음에 대한 답을 직접 구하기로 한다. 작가인 프랑수아 를레르도 정신과 의사이다. 어찌보면 이 소설은 를레르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셈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분명 말랑말랑하고 가벼운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기 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책을 읽을 수록, 꾸뻬가 찾은 '배움' 의 명제가 주어질 때마다 나는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행복에 이르는 명제는 아주 간단하고 명료하다. 이를테면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다.' 이런 명제들이 나온다. (꾸뻬의 배움7) 이 명제는 세살 먹은 어린아이도 알 만한 사실이다. 큰 돈을 들이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 얻을 수 있는 배움치고는 너무나 단순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자면,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이라는 것이 사실은 엄청나게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말과도 같게 된다. 행복은 바로 옆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으로도 채워진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바로 옆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고 멀리 있는 것들만 바라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불행해지는 것이다. 그럼 나는 정작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얼마만큼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걸까 라고 자문하게 된다. 이 책의 묘미는 바로 거기에 있다. 내가 직접 세계 여행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러 다니지 않아도 꾸뻬가 배우게 된 간단한 명제들로부터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꾸뻬의 배움은 스무가지가 넘는 화두를 던진다. 그리고 나는 각각의 화두를 통해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P.32

여행을 떠나면서 운 좋게 비즈니스석을 타게 된 꾸뻬. 그리고 늘 퍼스트 클라스석을 타다가 비즈니스석을 타게 된 비비엥. 그 둘은 같은 자리에 앉았지만 행복의 질은 달랐다. 우리가 느끼는 불행은 나보다 나은 사람과 나를 비교하면서 찾아온다. 책의 한참 뒤에서 나오는 얘기지만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면서 행복을 찾는 사람도 있다. 과거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는가? 결국 우리는 남과 비교하는 것을 자제하고, 내 스스로 과거보다 진보한 삶을 살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그래야 행복해질 수 있다.



P.40

중국에서 만난 친구 뱅쌍은 꾸뻬보다 두배나 많은 시간을 일하지만 일곱배나 많은 돈을 번다. 3백만달러를 벌면 이 일을 그만둘 것이라는 뱅쌍. 고되게 일하는 지금은 행복하지 않을지라도 나중에 원하는 돈을 벌게 되면 행복할 것이라 믿고 있다. 미래에 행복할 것이란 믿음을 위해 현재를 담보잡혀 살고 있는 삶이다. 이 책에서는 행복의 가치가 미래가 아닌 현재에 있다고 얘기한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찢어지게 가난한 미혼모가 아이를 입양시키기로 결정했다. 이 미혼모는 지금 당장 아이와 떨어져 살아야 하지만, 이 아이에게는 현재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보다 나은 부모 밑에서 자라게 될 것이므로 나중에는 행복해질 것이란 판단을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보아왔다. 입양된 아이가 얼마나 생모를 그리워 했는지, 그리고 자신을 버린 부모에게서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는지 말이다. 과연 그 입양된 아이는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의 행복은 지금 이 순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해야 결국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하게 된다.

하지만 이와 반대의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것도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이제 주말을 맞이한 금요일 저녁이 좋은가, 내일이면 출근을 해야 하는 일요일 저녁이 좋은가?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에서 금요일 저녁이 훨씬 기분 좋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금요일 저녁은 고된 일주일을 마치고 몸이 힘든 상태이고, 일요일 저녁은 토요일부터 충분히 쉬어서 컨디션이 좋을 것이다. 사람은 지금의 컨디션보다는 미래에 쉴 수 있다는 기대감 또는 희망이 있는 금요일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의 행복은 미래의 시점에 존재하게 된다. 



P.50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자들이 말했다. 걷다보면 너무 힘들어서 아무 생각도 안나더라고. 그리고 그렇게 걷다보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나도 며칠 휴가를 내고 순례길을 걷듯이 그렇게 마음을 비워내고 싶다. 그렇게 하면 조금 더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올 해 나에게는 많은 시련이 있었다. 가족과 회사 모두 떠나서 어디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거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듯이 마음을 비워내고 싶다.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될텐데, 과연 무슨 생각을 끊임없이 하다보면 마음을 비워낼 수 있게 되는 걸까? 11월에 지리산 둘레길을 탐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 전까지 많은 생각을 해보면서 나의 정신 세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작업을 해야겠다.



P.64

행복을 목표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꾸뻬가 산속에서 찾은 수도원의 노승이 얘기해주었다. 우리는 다양한 수단을 통해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었나? 삶의 목표는 다른 어떤 무엇인가이고, 그 목표를 이루었을 때 결과물이 행복이어야 한다는 말일까? 하긴, 추상적 명사인 행복은 목표설정에 있어 적합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목표란 것은 실재하는 무엇인가를 달성 또는 성취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겠지.

언젠가 이런 말을 본 적이 있다. 장래희망을 얘기할 때는 무엇이 되겠다~ 라는 Be동사보다는 무엇을 하겠다~ 라는 Do동사의 형태를 가진 말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사가 되겠다'는 의사가 됨으로 해서 이미 꿈이자 목표를 이루어 버렸다. 의사가 된 이후의 삶에서 그는 삶의 목표를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세워야 할 판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의사가 됨으로 해서 꿈과 목표를 잃은 사람이 되고 만다. 하지만 '남들을 치료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삶을 살겠다' 라는 것이 목표가 된다면 남을 치료해야 하는 직업인 의사는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된다. 그리고 정작 의사가 되고 나서야 꿈을 지속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 것이다. 

행복을 목표로 여기지 말라는 것은 위와 같은 이유가 아닐까 한다. 추상적인 '행복' 자체를 목표로 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과정에서 행복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게끔 사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닐까?


P.87

나의 가족에게 아무것도 부족함이 없음을 아는 것이 행복이라면, 행복이라는 것은 어쩌면 이루기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족함이 없는 상태로 삶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지 않을까? 재벌가의 아들들은 뭐가 부족하길래, 형제간의 싸움을 신면지문에서 다룰만큼 크게 벌이는 것인가? 가진 게 많다는 것이 부족함이 없음과 유사하지 않다는 말일까?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아도, 가족이 함께 할 집이 있고, 먹여 살릴 직장이 있어 부족함이 없다고 느끼는 이도 있을 것이고, 재벌처럼 많은 걸 가지고 있어도 남보다 덜 가지고 있다는 비교를 함으로써 부족함이 있다고 느낄 수 도 있다. '부족함이 없음을 아는 것'은 절대적인 경제 가치 상 부족함이 아니라 정작 내 마음의 그릇이 얼만큼 채워져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는 말. 나에게는 매우 해당되는 말이다. 지금보다 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를 떠나 우리 사회에서는 정작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청년들이 너무나도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좋아할 수 있도록, 그리고 나아가 그 길에서 직업을 찾고 그 일로 먹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구직을 하는 청년들이 많이 하는 고민 중 하나가 '좋아하는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소위 사회의 멘토라 불리는 이들 사이에서도 이 가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직업' 이라는 기준으로 생각해보자면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사회에 나온 이들이 푸념처럼 하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어도 그게 직업이 되는 순간 괴롭고 하기 싫어진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직업(창업이나 취직 모두에 해당됨)을 구함에 있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은 비교적 남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생각해본다면, 잘 하기 때문에 직업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자신이 잘 해내지 못한다면, 그 직업을 선택한 것에 후회를 하고 일을 하는 내내 스트레스를 더욱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잘 할 수 있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 가장 베스트 컨디션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것이다.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한 뒤, 여가시간을 활용해 좋아하는 일을 취미삼아 해보는 건 어떨까? 

정답은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업무 몰입이 잘 되고, 그래서 업무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게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이 남지 않을까? 좋아하지도 않는데 잘 하는 일을 취미 삼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P.93

행복은 집과 채소밭을 갖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생산수단(채소밭)을 갖추고, 생산물을 안정되게 소비할 수 있는 개인공간(집)이 행복에 꼭 필요한 요소이다. 전세난에 시달리고, 비정규직 일자리에 목매다는 우리 사회의 청년들은 과연 행복할까? 전세값 급등으로 인한 하우스푸어인 나도, 그리고 삼포세대라 불리는 우리 청년들이 행복에 필요한 요소를 가지지 못한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좋지 않은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기 어렵다. 점점 극우화되어가는 우리 사회에서 독재자의 딸이 그 독재자의 후광에 힘입어 대통령이 되었고, 심지어 그렇게  대통령이 된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책임지지 않는 발언을 일삼는다. 말을 해도 듣지 않으며, 말을 하는데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다. 이 외에도 구구절절히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현 대통령이 좋은 사람이라고 보기엔 지금 언급한 말로도 이미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



P.126

행복은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오늘 간단한 결막염을 치료하고자 안과에 들렀는데 왠지 덜컥 겁이 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더 안좋은 일이 생겨 실명하게 된다면 어떨까?

실명한다면 일단 직장을 잃겠지,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 특히 한참 커나갈 우리 딸의 얼굴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너무 무서웠다.

결막염 외에 진짜 무서울 수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안압이 높아 녹내장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사무실에 돌아와 녹내장을 검색하니 심하면 실명할 수도 있는 무시무시한 병이었다.

후~ 말이 씨가 된걸까? 일단 지금부터라도 내 몸을 아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겠다. 담배나 술과는 멀리하고, 눈에 좋다는 음식을 많이 섭취해야지.

일단 안좋은 얘기를 듣고 난 후라 그런지, 내가 지금 보는 이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 보인다. 내가 걷는 한걸음, 한걸음도 눈으로 보이기 때문에 걷는 것이고, 일을 하고, 아내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도 눈이 보이기 때문이다.

꾸뻬는 노상강도에 잡혀 죽을 뻔한 위기를 겪으며 경이한 삶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행복해한다. 난 지금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행복하다.



P.137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게 되면서 언젠가부터 나도 나의 가족을 나보다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매달 한정적인 월급으로 살아감에 있어 항상 경제적 행위는 선택과 양보로 이루어진다. 이 전에는 내가 선택을 하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딸을 위해, 가족을 위해 내가 양보하는 입장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좀 더 검소하게 살면 모두가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P.167

평생동안 행복을 연구해온 전문가를 만난 꾸뻬. 그 학자에게서 행복이라는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꾸뻬는 정신과 전문의라는 직업을 잠시 중단하고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한 여행을 한다. 그것은 마치 구도자의 모습과 닮아있다. 실제의 생활에서 행복을 찾고, 그것을 일반화하여 하나의 명제를 이룬다. 그렇게 찾은 조건들을 실천하면 행복이라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P.189

근원적 행복.

행복에 대한 욕망이나 추구마저 잊어버리고 지금 이 순간과 하나가 되어 존재할 때 저절로 얻어지는 것.



P.190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순간 존재하는 것이다.

64페이지에 나왔던 행복은 목표로 삼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라는 말에 대한 노승의 답변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이며, 이 문장으로 소설을 끝맺음을 한다.



※ 나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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