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동기와 함께 낮술을 함께 마시기로 했다.

네이버에서 '낮술'이라는 키워드로 많은 검색을 해본 결과,

가장 낮술스러운 분위기를 내는 곳이 바로 '아오이 소라'라고 판단했다.

술집 이름이 '아오이 소라' 라니.. 대부분의 남자들은 술집 이름만 들으면 피식~ 하고 웃으며 거기가 뭐 하는데인지 충분히 알 것 같다는 표정을 짓기 일쑤다. (아오이 소라는 일본의 유명한 AV 배우 이름이다.)

하지만 오해 마시라. 이 술집을 운영하는 여주인의 이름이 '소라' 인 덕분에 붙여진 이름일 뿐, 당신들이 아는 그 아오이 소라와는 거리가 멀다.


이태원에는 'oo길' 로 명칭되는 골목 상권이 유독 발달해 있다. 카페나 브런치로 유명한 '경리단길'이 대표적인데, 오늘 우리가 찾은 아오이 소라 라는 술집은 '우사단길' 이라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다. 이슬람 사원 근처에 있는데, 나름 언덕길이 좀 있어서 더운 여름이라 택시를 타고 이동하였다.



가게 전경의 모습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곳에 과연 술집이 있을까? 라는 의문을 품게 만드는 골목길인데 이렇게 조용하게 자리하고 있다. 테이스티 로드에 나왔다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2014년 9월 13일에 방송되었다고 한다. 



입간판에는 가게 오픈 시간과 간단한 가게의 컨셉이 적혀 있다.

'낮술하는 낮술집' 이라는 타이틀롤 전통주를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업시간이 좀 낯설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오후2시부터 저녁 7시까지만 운영을 하고, 목~토요일에는 오후 2시부터 새벽 2시까지 운영을 한다.

우리가 찾아간 것은 수요일이었고, 오후 4시가 다 되어서 갔다. 저녁 7시까지 단 3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3시간도 우리에겐 낮술을 즐기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내부의 모습니다. 주방쪽에 붙어있는 PDP 티비에는 오늘의 메뉴가 들어있다. 메뉴판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팝업으로 띄워주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내부에는 5~7개 정도의 테이블이 위치해 있으며, 꽉 들어찬다면 20~30명 정도만 들어갈 수 있는 아담한 공간이다. 



창 밖으로는 이태원의 모습이 들어온다. 상권지역이 보인다기 보다는 주거지역이 많이 보인다는 점이 독특하다. 뭔가 친구네 집 근처 아지트에 모여 한량스러운 낮술을 즐기는 느낌이랄까.



와인을 먼저 주문했다. 

'The Tapas Wine Collection' 이라는 와인이다. 스페인의 'Tapas' 라는 전채요리와 어울려 먹기 좋은 와인이라고 한다. 스페인 요리가 짠 맛이 강한 편인데, 이런 특징적인 안주에 어울리는 와인이라고 하니 오늘 안주도 조금은 짭쪼롬한 맛이 있는 것으로 주문해야 겠다. 

와인의 맛은 산도나 탄닌이 강하지 않아 young한 느낌이 들며, 무겁지 않아 레드와인임에도 낮술이라는 컨셉에 어울리는 것 같다.


독특한 아오이 소라의 캔들과 함께 다시 찍어 보았다.



와인을 주문하고 나니 기본 안주인 것 같은 음식이 하나 나왔다. 크래커에 호박찐 것을 올리고 그 위에 자두(?)인 것 같은 열매가 올라와 있다. 크래커와 호박만 살짝 맛을 보았다. (왠지 저 열매는 달거 같아..)



아오이 소라의 시그니쳐 메뉴쯤 되는 '계란요리'를 주문했다.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계란 후라이를 아오이 소라만의 느낌으로 각색한 것 같다. 계란 후라이의 간은 소금대신 치즈를 넣었는데, 이 치즈가 계란의 담백함과 어우러져 보다 깊은 맛을 낸다. 그리고 상큼한 맛을 내기 위해 파가 송송 썰어져 있고, 씹는 맛을 강조하기 위해 견과류가 올라가 있다. 약 70% 정도 익은 계란이 치즈, 파, 견과류와 어울려 오묘한 맛을 낸다. 8천원 치고 비싼 계란후라이임에는 분명하지만 새로운 느낌의 후라이를 먹어본 경험삼아 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메인 안주로 시킨 두부스테이크가 나왔다. 큰 두부가 2개가 엎어져 있고, 발사믹 식초와 기타등등의 소스로 간을 했다. 그리고 어린잎채소를 위에 얹어 싱그러움을 더했다. 두부스테이크는 낮술의 안주로 선택하기에 딱 좋은 듯 하다. 무겁지도 않으며, 가볍지도 않은 것이 적당한 선을 잘 유지했다. 짭쪼롬한 소스를 듬뿍 찍어 한 입 먹으면 자연스레 와인을 불러온다. 





총평 (★★★★☆ : 4.6 / 5.0)

아오이 소라의 주인장은 원래 디자이너이다. 이 가게를 연 이유가 술을 도매가로 구입해 마시고 싶어서 가게를 냈다고 하는 것을 들었다. 돈 많은 애주가의 모습이 풍겨온다.

더위가 찾아오는 여름 한 낮에 한량처럼 앉아서 시간때우기를 주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마냥 낮 시간을 흘러보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다만, 이 곳은 와인이 주무기가 아닌 전통주를 주무기로 하기 때문에 맘에 드는 와인이 없을 경우가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낮술의 정석은 한가로움에 기반하고, 과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점에 있어 아오이 소라는 낮술의 정석을 따르고 있는 집이다. 시끄러운 웨스턴 바에서 맥주병이나 홀짝이는 낮술보다 좀 조용하고 여유있는 낮술을 원한다면 한번쯤 방문해보는게 좋을 듯.



아오이소라 / 호프,요리주점

주소
서울 용산구 한남동 757-20번지 1층
전화
070-4217-1977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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