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갈되는 지식 

무형의 여행상품을 판촉하기 위한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여행책자이다. 상품 마케팅 직무로 일을 하다보면 일 년에도 수 차례씩 여행 브로셔를 발간하는 게 일이다. 그런데 점점 날이 지날 수록 내 작문실력이 점점 줄어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니,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실력이 주는게 아니라 가지고 있던 자원이 고갈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매번 자원을 쌓아두고자 나름 독서를 꽤 하는 편인데도 지식 자원은 채우는 속도보다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랐다. 여행도 자주 다니면서 감성 충전도 하고, 영화도 많이 보면서 모자른 감각을 키우고자 노력했다. 그래도 그 중에서는 책을 읽는 것이 가장 많이 도움이 되었다. 


#2. 어느 블로거의 노트

여기서 나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일이야 거의 반 평생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채우기에 급급하고 계속 소진해나간다면 언젠가 나의 열정마저 고갈되었을 때 어떤 결과가 찾아올지 두려워졌다. 그러던 차, 2014년이 저물어갈 즈음해서, 어떤 블로그를 보게 되었다. 그 블로그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노트로 꾸준히 적었던 것에 대해 분석한 글이었고, 그는 그 기록들을 통해 자신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얘기하고 있었다. 


'마인드와칭' 블로그의 '왜 적어야 하나? 2년간 노트를 쓰며 내게 일어난 변화'



#3. 글쓰기 열풍에 올라타볼까

최근 사회에는 '글쓰기' 열풍이 부는 듯 하다. 서점에 가보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지에 대해 적은 책들이 난무한다. 직장인들이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워 하는 것 중 하나가 보고서나 기획서를 작성하는 일이라고 한다. 거의 생각과 동시에 타이핑을 해서 글을 쓰는 요즘 사람들은 생각을 숙성시킬 여유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글을 쓰기 더욱 어렵다고도 한다. (사실 이 글도 생각나는 대로 타이핑하는 글이지만...) 자, 그 책들에서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무엇일까? 정답은 의외로 단순하고 당연한 것이다. 글을 잘 쓰려면 글을 써야 한다. (읭? ㅋㅋ)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같지 않은가? 수영을 잘 하기 위해서는 일단 물에 들어가야 한다, 연애를 잘 하기 위해서는 이성을 만나야 한다 등등.. 


그렇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은 글을 써봐야 한다. 그리고 남의 글을 많이 읽어보기도 해야 한다. 남의 글을 읽고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글로 써보는 것이 매우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나는 나와의 대화를 위한 일기를, 다른 작가의 생각을 내재화하기 위한 독서노트를,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적어보기로 했다. 


#4. 몰스킨과의 첫 만남

2015년 12월 16일 (일기를 써두었기에 날짜까지 기억할 수 있다.) 나는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몰스킨 노트를 발견하게 된다. 몰스킨 노트에 대한 명성이야 이미 자자하게 들었던 바 였고, 노트에 메모하는 습관에 대한 블로그 글을 쓴 사람도 몰스킨 노트를 사용하고 있었다. 무난하게 검은색으로, 그리고 줄이 없는 플레인으로. 사이즈는 '라지' 라고 되어 있지만 A4 사이즈의 절반 정도되는 적당한 것으로.


그로부터 근 1년이 지났다. 과연 나의 첫 노트는 성공이었을까?

... 아쉽게도 올 해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노트의 처음은 야심차게 시작했다. 2015년에 대한 나의 계획도 세워보고, 아기자기하게 독서노트도 작성했었다. 그리고 나의 딸이 태어나던 순간을 전후좌우 세세하게 기록을 했다. 2월달에는 아이가 태어나고 금전적으로 허덕이게 되자 그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았었다.


2월에 작성한 나의 고민 이후에 작성된 메모는 9월로 퀀텀 점프를 했다!!

왜 실패를 했을까? 

나는 노트를 너무 신성시했다. 마치 조선왕조실록을 기록하듯이 실수없어, 누락없이 적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쁘게 적을 필요없는 노트를 필요 이상으로 어떻게 해야 이쁘게 기록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직 손으로 쓰는 것에 대한 습관이 들지 못했다.(..라는 핑계도 대본다.) 습관이라는 것은 그것이 습관이 되기 전까지는 의식적으로 꾸준히, 반드시 행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노트라는 것이 '시간이 남을 때나' 작성하는 것으로 간주해버렸고, 그러다보니 항상 우선순위에 밀려 쳐박혀 있었다. 


그러다 왜 갑자기, 9월에 다시 시작하게 되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노트에 기록해두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에서. 9월에 <꾸뻬씨의 행복여행>이라는 책을 읽었다. 책의 주인공 꾸뻬는 행복이라는 화두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 자신이 느끼는 것을 모두 기록한다. 그리고 그것이 큰 깨달음으로 돌아왔다. 일상의 사소함도 그것을 기록하는 자에게는 보다 큰 의미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9월부터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다. 작지만 조금이라도 뭔가를 남겨보고자 거의 독서노트 위주로 지금까지 작성을 해오고 있다. 


#5. 나의 두번째 몰스킨

이제 몰스킨 노트를 산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즈음해서, 나는 다시 내년을 준비해보고자 한다. 비록 올해의 노트는 다 쓰지 못했다 하더라도 새로운 해에는 새로운 노트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양식도 없고 줄도 없던 플레인 양식의 노트는 나에게 너무나 많은 자유를 주어 무엇을 채워야 할지 고민했던 것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딱 정해진 양식과 그날 그날의 분량이 정해진 다이어리를 살까도 고민을 했다. 고민 끝에 나는 다시 한번 올해와 같은 양식인 플레인으로 사기로 결심했다. 만약 다이어리로 선택을 하고 올해와 같이 2월에서 9월로 노트쓰기가 퀀텀점프라도 하게 되면 중간이 빈 채로 뒤에서 시작해야만 하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첫 몰스킨 노트는 서점에서 구입하느라 각인 서비스를 받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온라인에서 다양한 몰스킨 표지 디자인 중에서 하나를 고르고 각인도 신청했다. 각인은 나의 천주고 세례명인 'Gelasius' 와 '2016'을 나란히 적었다. 

(하리보 곰젤리는 서비스!)


왼쪽이 나의 첫 몰스킨이고 오른쪽이 나의 두번째, 2016년 몰스킨 노트이다. 심플한 검은색은 좀 지루할 듯 싶어 심슨이 그려진 표지로 골랐다. 색은 작년과 동일하게 검은색으로. 왠지 검은색 노트가 좀 더 클래식해 보이고, 오래 써도 지루할 것 같지 않다. 다만 노트를 묶어주는 띠의 색은 작년과 다르게 노란색이다. 심슨 커버의 포인트랄까. 깔맞춤을 위해 각인도 노란색 글씨로 신청했다. 


노트 첫 장을 펼치면 이렇게 심슨 그림이 그려져 있다. 적당히 심심해보이지 않을 듯.


맨 뒷면에도 심슨 그림이 그려져 있고, 올해 쓰던 것과는 다르게 포켓에 스티커도 들어있다. 나중에 뒷표지가 심심하지 않도록 스티커를 붙여 장식을 해봐야겠다.


인터넷에서 사니 이런 장점도 있다. 싸구려 만년필을 하나 같이 껴준 것이다. 만년필로 글씨를 써보았다. 끼워팔기로 넣어준 만년필이다 보니 고급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지만, 만년필을 이용해 좀 더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올해 내가 독서노트로 썻던 한 페이지. 이 페이지만 해도 나름 깔끔하게 잘 정리를 해보려고 애쓴 흔적이 있다. 하지만 내년에는 정말 안이쁘게 쓰기로 작정했다. 원래 지저분한 아이디어 노트가 뭔가 더 있어보이니까.



ps1. 내년에 쓸 이 노트는 사진을 찍고 다시 비닐포장을 씌웠다. 그리고 책상 서랍에 넣어두었다. 아직은 올해의 노트에 작성할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한달 정도는 더 올해의 노트에 쓸 예정이다.


ps2. 바로 어제였다. 내가 몰스킨 노트를 사도록 지름신을 불러와 준 블로거 분이 책을 내셨다. SNS에서 노트 작성에 대한 포스팅이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더니 결국엔 책도 내셨다. 난 당장 그 책을 샀다. 이 블로거 분은 몰스킨에 이어 자신의 책까지 지름신을 두번이나 불러와 준 분이다. 고맙습니다~





#1. 뜬 구름

몇 년 전에 영업기획을 하는 선배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애플의 컨시어즈 몰과 같이 여행에 대한 컨시어즈 몰을 만들어,

무형의 여행상품을 미리 부분적 체험을 해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브로셔에 담은 사진과 복잡한 상품 설명이 아니라,

실제로 여행지에 대한 느낌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여행의 '무형성'을 뛰어넘을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느꼈다.


하지만, "어떻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의 현실과는 좀 멀어보였다.

컨시어즈 몰을 만들 비용이며, 운영하는 방법, 어떠한 컨텐츠들을 담을 것인지..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건 하나도 없었다. 나쁘게 말하자면 뜬 구름 잡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다.


#2. 환경을 만들자.

그 얘기가 나온지는 이제 3~4년쯤 되어가는 듯 싶다.

아직까지 컨시어즈 몰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컨시어즈 몰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회사 내에 컨센서스가 형성이 되었고,

이제는 조금만 더 노력하면 실제로 만들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고 있다.


그 선배는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적어도 5년 뒤의 미래를 바라보고 기획을 한 것이다.

그리고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졌던 미래를 만들기 위해, 차근차근 하나씩 준비를 해온 것이다.

미래의 먹거리를 찾는 일은 그렇게 진행되어야 하는 것 같다.

지금 당장 가능한지 여부보다는 진정한 소비자의 니즈를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학데 짚어낼 수 있다면, 그 다음은 그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줄 환경을 구축해나가는 것이다.


#3. 제자리걸음

이건희가 90년대 초에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라고 얘기했던 것은 

경영혁신에 있어 어록으로 남아있다.

지금까지 구축해놓은 회사의 자산은 돈이 되고, 그것을 발판으로 가까운 미래를 만들어나간다.

하지만, 기존의 자산에 묶여 보다 큰 미래를 보지 못한다면 기업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건희는 깨달았던 것 같다.

모든 것을 다 바꾸라고 했던 이건희의 어록 덕분인지, 삼성은 반도체와 모바일 산업에서 재빠르게 성장했다.


최근 한국능률협회의 강사로부터 전략경영 컨설팅 강의를 들었다.

그는 큰 미래(VISION 이라고 부른다.)를 그리기 위해서는 

중장기(3~5년) 단위의 전략을 징검다리처럼 몇 번 거쳐서 달성해나가는 것이라 그랬다.

1차 교육에서는 실무자가 임원의 입장에서 그려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현실과 미래가 적절히 조율되는 것이다.

2차 교육에서부터는 임원이 컨설팅에 참여했다. 실무자가 그린 밑그림을 수정해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컨설팅 교육 중에 몇년 전 나에게 컨시어즈 몰에 대한 구상을 들려주었던 선배로부터 또 다른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발달한 모바일 기술과 위치 기반 서비스를 활용하여 집에서부터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전 과정을

여행 일정으로 간주하고 실시간으로 그 일정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내 머릿 속에 든 생각은..

1) 개인정보에 대한 과용이 아닐지?

2) 위치기반 서비스를 사용하는 비용이나 해외에 대한 범위는?

3) 그걸 전 고객에게 제공할 만한 기술적 여력은 있는건가?

...and 기타등등 수백가지 질문들.

내 사고는 몇 년전 '#1' 의 생각으로 다시 돌아갔다.

몇 년 뒤에 나는 또 다시 '#2'의 시점이 되어서야 깨달아야 할까?


#4. 혁신이란

미래의 먹거리를 찾는 일은 진정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니즈에 도달하기 위해 산적한 과제들을 열거하고, 그들에 우선순위를 부여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혁신이다.

더 이상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는 시절이다.

'뚝딱'하고 나오는 새로운 것은 없지만 변하는 환경에 맞춰 지속적으로 개발하다 보면 혁신이 이뤄지는 것이다.

애플이 70~90년대에 맥킨토시로 컴퓨터 사업을 해오며 관련 기술을 업그레이드 하지 못했다면

그들은 아이폰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 그들이 맥킨토시에 갇혀 PC사업만 해왔다면 지금의 애플이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준비하자. 그리고 작은 성취를 지속적으로 이루자.

그것이 혁신이다.



#에필로그.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중에 과거의 '오늘' 에 어떠한 기록을 남겼는지 보여주는 것이 있다.

최근에 페이스북에서 본 나의 과거는 2010년에 썼던 글이다.



당시, 스마트폰의 확산에 발맞춰 우리 회사에서 개발한 첫 어플이었다.

지금에 와서 보니 매우 촌스럽고, 뒤떨어져 보인다.

모바일 마케팅을 담당하며 매일같이 들여다보고 있으니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니 매우 많은 것이 바뀌어져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혁신은 어쩌면 서서히 물들듯이 찾아오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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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돈 걱정은 많아진다.

미국의 금융 관련 스타트업인 LearnVest의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20대에서 40대로 갈수록 돈에 대한 자신감(mony confidence)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돈 걱정(money worry)은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미국인 1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LearnVest는 25세 미만의 사람들이 돈을 더 많이 버는 30대나 40대에 비해 돈에 대한 자신감이 훨씬 높다는 걸 발견했다. 이들 20대는 향후 연봉이 늘어날 거란 기대 때문에 돈에 대한 자신감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해석됐다.

반면 35세~44세의 사람들은 돈에 대한 자신감이 가장 낮았고(=돈 걱정을 가장 많이 하고), 45세~54세 나이의 사람들은 고작 3분의1 정도만이 돈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나이를 먹고 연봉이 올라가는데 돈에 대한 자신감이 줄고 돈 걱정은 느는 걸까?

LearnVest는 그 이유를 재정적 책임감(financial responsibilities)으로 설명했다. 즉, 나이가 들수록 연봉은 올라가지만 주택 모기지, 자식 학자금, 은퇴자금, 늙은 부모 부양 등 재정적 부담이 늘어나면서 돈에 대한 자신감이 쇠퇴하고 돈 걱정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의 등장

2000년대 초반, 임금피크제라는 것이 등장하게 된다.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깎아내고,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사오정'등의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사회 문제로 불거진 50대 이상의 근로자들에 대한 실업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고, 기업에서는 인건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제도,, 라고 설명하는 관점도 있다.


누구를 위한 당근인가?


그리 멀지도 않은 과거의 사례를 한번 복기해보자. 죽어가는 경제를 살리고,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한 명목으로 우리는 법인세를 인하해주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했는가?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높아져만 가는데, 서민들의 삶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고, 여전히 청년들의 취업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만큼 어렵다. 낙수효과를 기대했지만, 실제로 떨어지는 물은 없었다. 정부가 어정쩡한 스탠스로, 아니 친기업적으로 시장에 개입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법인세를 인하한 만큼 근로자의 임금을 인상하는 것까지 묶어서 개입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임금인상은 시장의 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되었고, '멍청하게' 법인세 인하된 만큼 임금을 올려줄 회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장년층의 월급과 책임감의 무게

이번에 정부에서 노동개혁 2대 과제 중 하나로 들고 나온 것이 바로 이 임금피크제다. 장년층의 월급을 깎아서 청년들을 고용하겠다는 의도인데, 법적으로 깎는 제재는 하면서 청년 고용 보장에 대한 부분은 기업의 자율에 맡긴다. 기업의 비용을 절감시켜주겠지만 결국 청년 고용은 제자리걸음이 될 확률이 지극히 높아보인다.

정부를 믿지 못하는 불순세력(?)이 될 수 없으므로 정부의 주장대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청년 실업을 해소한다고 치자, 아..아니 믿어보자.

하지만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우리는 나이가 들어갈 수록 많은 돈이 필요한 세상에 살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더욱 목돈이 필요한 장년층의 월급이 줄어들어야만 하는 것에서 기인할 수 있다. 아이 키우는데만 돈이 들어가나? 아니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수명이 길어진, 하지만 경제력이 없어진 우리의 부모님들도 챙겨야 한다. 장년층의 월급을 줄인다는 관점은 근로자 개인의 수입에 대한 관점이 아니라 자녀와 부모까지 걸친 3대의 경제가 걸려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통해 얻는 비용 절감에 대한 이익을 신규 채용률과 연동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청년 실업을 해소하면서 장년층을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임금피크제에 대한 대상을 직원 뿐 아니라, 임원에 대한 보수까지 포괄해야 한다. 임원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은 책임을 져야 할 자리에 있으므로 응당 함께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 나온 임금피크제를 일부 손보는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 에 대한 많은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


이 글은 노사정 대타협이 나오기 전에 작성했던 내용이다. 대타협안이 나왔고, 이제 임금피크제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 될 것이다. 

내 주변의 젊은 노동자들 중에서 흔히 임금피크제는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여 매우 안타깝다. 자신들이 정년에 가까운 시기까지 이 회사에서 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임금피크제를 논하기엔 너무 멀리 있다고 말이다. 임금피크제는 지금 몸담고 있는 조직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이  사회 전체가 적용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젊은이들고 결국엔 나이가 들 것이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많은 돈이 필요해질 것이다. 지금 이 회사에 오래 못있을 것 같다고? 당신은 창업을 하지 않는 이상, 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월급을 받아가며 정년까지 돈을 벌어야만 살 수 있다. 이민을 가지 않는 이상, 그 굴레를 벗어날 수는 없다.


정녕 이게 남의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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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준비의 시작

강렬하게 이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가끔씩 취업 정보가 담긴 앱을 살펴본다. 시장에서는 주로 어떠한 인재를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나름 재밌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몇몇 스타트업 기업들은 관심기업으로 표시를 해두고 채용정보가 뜨면 무슨 채용이 뜨는지 지켜보는 편이다. 재무성과는 지난 과거의 기록이지만, 채용정보는 그 기업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O2O 분야의 선두기업인 배달의 민족, 그리고 그의 경쟁사 요기요가 그 예다. 

7월말 쯤이었다. 요기요에 채용공고가 떴다. 직무는 마케팅 관련인데, 자격요건에서 '검색광고 마케터 1급' 을 소지한 자에게 가산점을 준다고 하는 것이다. 여행사에서 상품 마케팅을 담당하면서도 종종 키워드광고를 집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관련된 자격증이 있는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요기요의 채용공고를 보고 알게 된 것이다. 


자격증 알아보기

포털에서 '검색광고마케터 1급'으로 검색하니 이를 주관하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사이트가 나온다. 

검색광고마케터는 1급과 2급으로 나뉘어지며, 검색광고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실무 운영 방법까지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게 된다. 각 급수별 응시 제한이 없고 모두 필기시험으로 치뤄진다. (실기라는 항목이 있으나, 이는 주관식 문제를 푸는 것으로 나온다.)

응시제한이 없다면 한방에 1급에 도전하는 것을 택하고자 한다. 응시료는 5만원. 떨어지면 5만원은 그냥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1년에 시험은 2번. 이미 3월에 한번 치뤄졌고, 올해의 마지막 기회는 9월에 있다.

관련 수험서적은 협회에서 제공하는 1권 밖에 없는 듯 하다. 일단 시험 등록까지 기일이 좀 남았으나, 책을 먼저 사보기로 한다.


시험공부 계획하기

책을 사고 인터넷에 나온 시험 후기를 쭉 읽어봤다. 실무에서 근무하는 자와 대학생이 주를 이뤘고, 실무를 하는 직장인들도 1주일 내외 공부를 하고 시험을 쳤다는 얘기가 대부분이다. 일단 이 시험의 난이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듯 했다. 하지만, 난 검색광고를 주 업무로 진행했던 사람이 아니라 곁눈질로 배운게 대부분이라 대학생의 시험 준비를 많이 참고 했다.

대학생도 주로 1주일에서 2주일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친다. 상대적으로 공부할 시간이 많은 대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해, 하루에 4시간이면 1주일을 준비했을 것이고, 하루에 2시간 정도 공부하면 2주일 가량 준비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나는 집에 가서 공부할 시간이 아기때문에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내게 주어진 공부시간은 출퇴근 시간과 출근 전 30분 정도였다. 하루에 순수하게 한시간씩 공부한다는 가정을 하면 딱 4주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이 된다.


 * 7월 4주 : 수험서 1회독 완료

 * 8월 1주 : 수험서 2회독 완료

 * 8월 2주 : 수험서 3회독 완료

 * 8월 3주 : 3년치 기출문제 1회 풀이

 * 8월 4주 : 3년치 기출문제 2회 풀이

 * 9월 1주 : 수험서 4회독 + 기출

 * 9월 2주 : 마무리 공부


검정 등록을 하기 전에도 시간이 2~3주가 남았기에, 이왕 하는거 미리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출퇴근 시간에 사람에 치여 공부를 못할 것 같은 날이 더 많기 때문에 미리 시작한다고 해도 그리 여유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시험공부하기

수험서의 내용은 다행히 내가 아는 부분이 많았다. 미리 알고 있는 영역이 40% 이상은 되어 보인다. 공부를 하다 보니 각 챕터별로 예상문제가 실려있어 풀어보았다. 객관식은 그럭저럭 맞추는 반면, 주관식은 어설프게 알아서는 답하기가 어려웠다.

2회독 이후에는 간간히 기출문제를 병행했다. 그리고 기출문제에 나왔던 부분은 교재에서 찾아내 형광펜과 빨간 볼펜으로 표기를 해두었다. 그렇게 표시를 해두니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 기출을 풀 때마다 확연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험 목표 세우기

자격증 시험이라는 것은, 꼭 만점받을 필요가 없다. 1급 통과기준이 70점이다. 70점만 넘으면 100점 받은 거랑 차이가 없다는 사실! 중요하다.. 70점을 목표로 공부하는 것과 100점을 목표로 공부하는 것은 양과 질에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70점 목표는 너무 간당간당하니 목표는 80점 정도로 잡았다.

시험문제는 객관식 40문제(1문항당 1.5점)와 주관식 20문제(1문제당 2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8월 3주차에 1차 테스트를 했더니 70점 정도가 나왔다. 객관식 36문제, 주관식 8문제를 맞췄다.

그렇다면 나의 목표인 80점을 채우기 위해서는 객관식 37문제, 주관식 12문제를 맞추면 79.5점으로 성공이다. 객관식에서는 아주 어려운 1문제는 포기, 2문제 정도 아깝게 틀려주면 된다. 그리고 주관식은 1차 테스트보다 4문제 정도만 더 맞춰주면 이 시험은 성공!


슬럼프에 빠지다.

8월 4주차가 되자, 기출문제를 풀 때 90점 정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똑같은 교재를 보고 있자니 지겹기도 하고, 다 알 것 같은 자만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 즈음부터 출퇴근시간에 다른 책을 보기 시작했다. 전에 포스팅 했지만 그 당시 읽은게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1] 이다. 수험공부 기간에 읽은 책이라 그런지 더 꿀맛이었다. 

9월1주차가 되면서부터는 안과를 다니기 시작했다. 녹내장이라는 판정을 받으면서 마음이 심난했고, 공부는 더욱 집중이 안됐다. 그래서 현실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소설책을 하나 집게 되었다. 이 때 읽은 책이 [658,우연히]라는 추리소설이다. 

9월 2주차. 드디어 결전의 주가 왔다. 다시 교재를 펼쳤는데 지난 2주간 딴짓을 했더니 내용이 영 생소하게 느껴진다. 망했다. 목표했던 80점을 맞출 수 있을까.


결과 발표는 10월 2일. 그 이후에 후기란 것을 써보기로 다짐하면서 이번 포스팅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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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감기에 걸려 본가에서 푹 쉬었고, 일주일이 지나 다시 주말이 왔다.
뭐가 그리 피곤했는지 하루 왠종일 잠으로 푹 쉬었다.
저녁에는 장모님께서 초복과 중복이 지났지만, 늦게나마 힘내라는 의미에서 처가 가족들을 불러다 산낙지육회를 먹었다.

육회는 청양고추에 매콤하게 무쳐지고, 그 위에 올려진 산낙지가 매운 맛을 잡아주면서 고소함을 더해준다.
배와 오이 조각을 곁들여 먹으면 아삭함과 신선함이 또 더해진다.

몇년만에 다시 먹어본 장모님표 산낙지육회는 언제나 그대로인 어머니의 맛이었다.

작년 10월에 나의 첫 해외직구를 통해 구입한 블랙베리 Q10.

6개월가량 사용하다가 드디어 내 손에서 떠나보냈다.

구입 당시 $240 에 구매했고, 중고로 어느 분에게 10만원에 판매했다.



차 떠나고 나서 써보는 블베 이야기.


<장점>

1) 물리 키보드의 위엄

물리 키보드가 존재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작은 폰 안에 모든 키보드를 활용해 글을 쓰는 게 나름 재미있었다. 터치 키보드를 사용할 때는 장문의 글을 쓰기보다는 축약된 언어를 쓰는데 익숙해졌었는데, 물리 키보드를 사용하면서 장문의 글을 제대로 쓰는 것에 다시 맛을 들였었다. 블랙베리를 사용한 동안 출퇴근 시간에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쓰면서 매우 유용했던 것 같다. 


2) 작은 크기

요새는 작은 크기가 장점이 되지 못하는 것이 트렌드이긴 하지만, 나에게 있어 불필요할 정도로 큰 핸드폰이 거추장스럽게만 느껴졌다. 특히 가방을 잘 안가지고 다니는 남자들에게 보통 핸드폰은 주머니에 들어가기 일쑤인데, 갤럭시 노트 같은 사이즈는 바지에 들어가면 꽉 끼일 정도로 커서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작은 크기가 이동성에 있어서는 좋은 점도 있다. 추후 핸드폰을 변경할 경우에도, 그리 크지 않은 사이즈를 택하게 될 것 같다.


3) 허브 알림

단문 메세지, 이메일, 각종 어플의 알림 등이 모두 허브로 모인다. 각종 알림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어플에 접속을 하지 않더라도 허브에 몰려 있기 때문에 확인하는 번거로움이 많이 줄었다. 


4) 보안성

요새는 문자메세지의 url 주소 클릭을 통해 해킹하려는 범죄가 들끓고 있다. 하지만 블랙베리는 허가되지 않은 url의 유입을 모두 차단시켜주기 때문에 해킹으로부터 다소 안전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업무용으로 블랙베리를 사용할 경우 매우 유용할 듯 싶다. 


<단점>

1) 빈약한 어플 생태계

Q10 시절부터 안드로이드 어플 생태계를 우회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지만, 그 사용 범위도 매우 한정적일 뿐 아니라, 블랙베리에 최적화되지 못한 상태로 사용하기 때문에 많은 오류를 안고 있다. 특히 은행, 카드 등 금융서비스는 사용하기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게 되어 있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2) 작은 화면

전체적인 폰의 크기가 작은 것이 이동성의 장점을 가지고 있었던 반면, 작은 화면은 사용상의 불편함을 매우 초래했다. 1:1 비율의 화면은 동영상을 볼 때 매우 안습이며, 웹 브라우징을 할 때에도 작은 화면 덕분에 눈이 아플 지경이 된다. 


3) 어려운 사용법

일단 블랙베리를 사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각종 기초 정보들이 많이 떠다니기도 하지만, 그 자료들을 꼼꼼히 읽어보지 않고서는 사용하기가 여간 쉬운게 아니다. 각종 gadget을 사용하는 덕력이 없는 초보들에게는 블랙베리의 사용을 비추한다. 시스템 업그레이드 한번 하는 것도 어려운데 거기다 한번 뻑이 나기 시작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반나절쯤은 쉽게 지나가버리게 된다.


4) 망할 카메라

카메라의 화질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수준이다. 자주하는 블로그도 아니지만,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한 최소한의 화질이 나오질 않는 것 같다. 엄청 맛있는 음식 사진을 찍어도 맛 없게 나오고, 이쁜 딸의 모습을 찍고 싶어도 10년전에 찍은 듯한 사진 화질로 저장이 된다. 내가 블랙베리를 포기하고 다시 안드로이드로 돌아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사진을 많이 찍어야 하는 해외출장이 계기가 되었다.


<사용후기>

안드로이드에서 블랙베리로 넘어가면서 블랙베리에서는 안되는 기능이 많다는 것을 모르고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엄밀히 따져본 나의 안드로이드에서 사용중인 어플들을 점검해보고 그 기능들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블랙베리로 넘어가게 되었다. (주요 사용 어플은 에버노트, 카톡, 페이스북 정도 되겠다.)

아주 가끔, 시럽과 같은 마일리지 관련 어플들을 사용하고 싶을 때 사용이 불가하다는 점, 안드로이드의 어플들과 블랙베리의 호환이 매우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점점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6개월 정도 사용해본 결과, 만약 서브폰이 필요하다면 나는 주저없이 블랙베리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메인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제한적이기 때문에 사용을 주저하게 될 것 같다. '이쁜 쓰레기' 라고 통하는 블랙베리. 망하기 전에 한번 사용해보고 싶어 질러봤지만 6개월을 넘기지 못한다는게 너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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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정의 아이로 태어나 부모님의 손에 의해 많은 보호를 받으며 자라왔다.

누구나 고민해봤을 법한 사소한 고민따위가 전부였을 만큼, 모자람이 없이 자랐다.

부모님의 처절한 희생이 나를 키웠다는 것에 매우 동감하지만, 사실 나는 자랄 때는 그랬다는 것을 모르고 지냈었다.

주변 환경이 좋았던 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외국물을 먹어 볼 만큼, 자유롭게 생활했고, 스케이트나 스키를 배우면서 고급 동계 스포츠를 취미삼았었다. 

대학교 등록금은 전액 아버지가 대주셨으며, 대학 시절 중에는 호주로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그것도 모두 부모님의 돈으로 말이다.


그렇게 자랐던 내가 결혼을 하고 딸을 낳았다.

딸을 가지면서부터 낳을 때까지, 또 부모님에게 손을 벌렸다. 

각종 아이 옷을 비롯한 선물이며, 출산 병원비용까지 아버지가 대어주셨다.

심지어 아이를 위한 백일잔치도 아버지가 돈을 대주셨다.


나는 어엿한 직장인이고, 매달 적지만 안정적으로 돈을 벌고 있는데

아직도 나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있다.

정말 창피한 일이다.

그러면서 사는게 힘들다고... 항상 돈이 모자란다고 칭얼대는 아이와 다름없이 살고 있다.


나의 봄날은 간다.

따뜻한 햇살을 비춰주고, 마르지 않도록 비를 내려주는 부모님의 손에서 떠나야 할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이제는 나의 그늘을 만들어, 그 그늘 아래에서 우리 딸이 쉬어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한다. 

뜨거운 여름이 온다. 사정없이 내리쬐는 햇빛을 오롯이 내가 받아들이고, 나의 그늘 아래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바람이 몰아치기라도 한다면 나는 나의 뿌리를 이용해 꿋꿋이 버텨주어야 한다.


나의 봄날은 간다. 

하지만 이제 막 싹을 틔운 나의 딸은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아버지의 여름이 끝나간다.

뜨겁고 치열하게 싸웠던 나뭇잎들이 서서히 붉어져 간다. 

어머니는 벌써 가을을 맞이하려고 하신다.

병원에서 좋지 않은 판정을 받으셨고, 휘날리는 바람에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조심해야 하는 계절을 맞으셨다.


나의 여름이 왔다.

나는 여름을 살아 낼 준비가 되었는가?

딸에게 잘 자란 과실을 내려 줄 준비가 되었는가?


난 여름이 두렵다.

뜨거워진 햇살에 내가 말라버릴까 두렵다.

비바람이 몰아치기라도 한다면, 흔들려 버릴까봐 두렵다.


나의 여름이 온다.

2015년 6월 초여름에서.

한 2주일정도 엄마의 지극한 정성으로 준비되어온 이유식!

매일 저녁에 퇴근하고 나면 택배 한박스씩 오는 건 예사.

내용물은 모두 빛나의 이유식을 위한 도구들..


이번 달 카드값도 장난이 아니겠군~ 싶을 정도로 뭔 물건이 많다.


지난 토요일에는 아내가 빛나를 위한 이유식 만들기 실험을 했고

그래도 이유식이 잘 만들어진 것 같아 보였다.


드디어 오늘 이유식을 처음 먹었다고 연락이 왔다.

80ml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15분동안 5ml먹고 끝났다고..

모유 먹는 방식과 달라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거 같다.



빛나야~

이 세상에 태어나 모유 외에 처음으로 먹어본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이 잘 맞았는지 모르겠다만, 

아빠는 엄마가 만들어준 밥이 그렇게 맛나더라.

빛나도 잘 먹게 될거야~ 

사랑해~

교육학을 이수한 아빠

대학시절, 무지막지하게 열심히나 들었던 수업이 있다. 나는 전공 이외에 '교육학'을 이수했는데, 그 수업들이 그러했다. 교육학을 이수하면 중고등학교 선생님을 할 수 있는 2급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데, 나는 선생님이 되겠다는 포부보다는 나중에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을 때, 교육학을 이수해놓으면 무엇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겠다 싶어 이수를 하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한지 6년이 넘은 지금에서야 아이를 키우며 대학때 열심히 암기했던 그것들이 간간히 떠올라 다시 기록을 해보고자 한다.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

인지발달이론은 인간이 외부 세계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바탕인 인지적 구조가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아이들이 어떻게 세계를 이해하고 발전해 나가는지 각 단계별로 구조화를 해 놓았는데, 이는 감각운동기, 전조작기, 구체적 조작기, 형식적 조작기의 4 단계로 구성이 된다. 각 발달 단계의 성격을 상세히 묘사하고는 있지만 이러한 발달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그 발달의 기제를 자세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이 이론이 현재 많은 연구의 이론적 기초역할을 하고 있으며, 인지 발달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남겼다는 점에서 살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감각운동기 (영아기)

감각운동기는 생후부터 24개월사이의 기간에서 관찰되는 사항을 정리하고 있으며, 이는 반사작용, 1차순환반응, 2차 순환반응, 2차 순환반응의 협응기, 3차순환반응기, 정신적 표상의 총 6단계로 나뉜다. 




빛나의 인지발달 단계

1) 반사운동기 (생후~1개월) : 태어날 때부터 바로 반응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바로 엄마 젖을 먹기 위한 빨기 능력과 손에 무엇을 쥐어주면 꼭 잡는 잡기 능력이다. 이를 통해 자신과 외부 세계를 이해하게 되는데 아직은 자신과 외부 세계 간의 구분이 없는 단계이다.

2) 1차 순환반응기 (1~4개월) : 반사운동기에서 익힌 빨기와 잡기 같은 감각운동의 반복을 '순환반응'이라고 한다. 이 시기에 보통 모빌을 눈에 보이게끔 해주면 이를 잡으려고 손을 뻗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것이 이 단계에 속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눈으로 보고, 그것을 손으로 만져보려고 하는 눈과 손의 반응이 협응하는 기초적인 단계로, 점점 세계를 인지하기 위한 협응 발달이 이루어진다.

3) 2차 순환반응기 (4~8개월) : 우리 빛나는 이제 2차 순환반응기에 접어들고 있다. 1차 순환반응기에서는 아기의 여러 신체 부분들이 서로 협응하고, 2차 순환반응은 아기가 외부에서 흥미로운 사건을 발견하고, 이를 다시 반복하려고 할 때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어, 딸랑이를 흔들어 소리가 나면 계속 흔들어 보는 것이다. 우연히 딸랑이를 흔들었는데 소리가 난다는 재미난 결과를 알게될 경우, 그 결과를 계속 유발하기 위해 그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아이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의도성'이 나타난다는 증거이며, 목표 지향적 행동의 초기 형태가 시작된다는 증거이다. 아기는 외부 세계에 있는 어떤 사건들이 자신의 행동의 통제 하에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후의 감각운동기 발달 단계별 특성

4) 2차 순환반응의 협응기 (8~12개월)

- 특징 :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두 가지 행동을 협응함

- 사건 : 영아가 인과개념을 갖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지능의 첫 신호임. 이 시기의 영아는 목표가 되는 도식에 도달하기 위해 다른 도식을 수단시함. 도식을 이용하는 능력을 갖게 됨 (ex : 눈 앞의 성냥갑을 잡으려고 할 때 손으로 가리면 그 손을 치우고 성냥갑을 잡음) 대상 연속성의 개념을 획득함.

5) 3차 순환반응기 (12~18개월)

- 의의 : 영아는 실험적 사고에 열중함. 즉, 영아는 새로운 원인과 결과 간의 관계에 대해서 이를 가설화 함 (ex : 장남감 북을 북채로 쳐 보지만 다음에는 어떤 소리가 나는가를 보려고 다른 도구들을 사용하여 두들겨 봄)

- 신체발달 : 걷기가 가능해지면서 고도의 활동성을 갖게 되는데, 이것이 새로운 경험의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6) 정신적 표상 (18~24개월)

- 특징 : 눈 앞에 없는 사물이나 사건을 정신적으로 그려내기 시작하고, 행동 전에 사고를 하기 때문에 문제를 더 빨리 해결할 수 있다.

- 지연모방 : 어떤 행동을 목격한 후 그 행동을 그 자리에서 곧장 모방하지 않고,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에 그 행동을 재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어떤 행동을 정신적으로 표상할 수 있는 능력과 그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함 (ex : 세차하는 것을 본 영어가 다음 날 자신의 자전거를 닦는 시늉을 함)

이제 100일을 넘긴지도 한달이 되어가는 빛나.
오늘은 친구네 아이와 함께 아기수영장에 도전해보기로 한다.
"베이비엔젤스"라는 아기 수영장이 있는데, 전국에 체인점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듯 하다.
친구네 집과 만나야 해서, 둘 다 가기 좋은 용산쪽으로 정했다.

외출을 하려고 꽃단장을 마친 빛나.


수영을 하기 전에 유아 놀이방같은게 있어 수영시간 전까지 잠깐의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수영장측에서 유아 놀이기구를 협찬받아 쓰는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여기서 놀이기구를 써보고 개별적으로 구매를 하려는 이들도 분명히 있을 듯 하다.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스트레칭과 같은 준비운동을 한다.
우리 빛나는 졸려서 그런지 스트레칭때부터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수영장에 들어가면 각자의 탈의 침대가 있어 옷을 벗고, 방수기저귀로 갈게 된다.

물과 친해지는 순간.
여기서 물에 대한 적응을 마친 뒤에
본격적인 수영을 하게 된다.
물은 미지근한 정도에서 약간 더
따뜻한 정도의 온도로 맞춰져 있어
추위를 느끼지는 않을 듯 하다.
그리고 빛나는 여기서 어떤 다른 아기가 울자 자기도 따라 울기 시작했다.

큰일이다.
이런 낯선 환경에 전혀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졸립고, 낯설어서 그런지 물에 들어가는 걸 엄청 거부하며 울기 시작한다.
아내는 이내 수영을 포기하고 빛나를 진정시키기에만 전념하기 시작했다.


10분쯤 지난뒤, 겨우겨우 진정을 찾은
빛나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었다.
겨우 사진 몇장을 찍을 시간을 주더니,
다시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결국 수영을 완전히 접고 수유실에 가서
젖을 먹이고 아이를 진정시켜야만 했다.

아래는 베이비엔젤스 용산점에 있는 놀이방 사진 몇개.





정해짐 시간에 제한된 수의 아이들만
입장이 가능하기에,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36개월 미만의 아이들만 입장이 가능하며, 수영 한번에 만원이다.
보호자 한명이 포함된 가격이며,
아빠가 추가될 경우 3천원을 더 내야 한다.

빛나의 생애 첫 수영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다음엔 컨디션을 잘 맞춰서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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