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는 아주아주 유명한 맥주가 있다.

바로 "산미구엘"

유럽 배낭여행을 하던 시절부터 그 동네 로컬맥주는 꼭 하나씩 마셔보고 다녔다.

맥주를 테이스팅할 정도로 잘 알게 된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내가 어떤 맥주 맛을 선호하는지 비교적 기준점이 생겼고,

한병 정도를 마셔보면 호불호가 바로 갈린다.



산미구엘의 기원


먼저 산미구엘의 역사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구글링을 해본 결과, 산미구엘은 원래 스페인의 것이라고 하는군.. (검색해보기 전까진 필리핀 것으로만 생각했었는데.)

바르셀로나에 본사가 있는 스페인 Mahou-San Miguel 그룹의 맥주 상품이다. 1890년 당시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필리핀 마닐라에 공장을 두고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에는 스페인 역시 필리핀에서 만들어진 산미구엘을 수입해와 마시는 실정이라고 한다. 



산미구엘 필센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병 모양이다. 이 사진도 예전에 집에서 마셨던 병을 찍었던 기록이다. 아쉽지만 이런 흔하디 흔한 필센까지 보라카이에서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산미구일 필센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필리는 5대 맥주 제품이라고 한다. 그 말인 즉슨, 누구나 한번쯤은 마셔본 적이 있는 외산 맥주 정도라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맥주를 시원하게 그냥 마시는 것이 보통이지만, 무쟈게 더운 필리핀에서는 맥주에 얼음을 곁들여 온더락으로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니, 이게 왠 맥주 밍밍해지는 소리냐고? 

산미구엘은 우리나라 맥주보다 다소 맛이 진하다. 아니, 강하다고 해야 더 맞는 말이 될 것이다. 아주 약간의 차이지만 우리나라 맥주는 약 4%의 알콜이라면, 산미구엘은 종류에 따라 5~6%의 알콜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필리핀의 내리쬐는 태양 아래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얼음이 없다면 당신은 반병도 채 마시기 전에 미지근해져있는 맥주를 마시게 될 것이다.

필센의 맛은 온더락으로 마시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어느 정도 한 것 같다. 이름 그대로 독일의 필스너 맥주와 맛이 비슷하며, 우리나라 맥주보다 약간 두텁고 강한 맛이 특징이다.

가격은 한병에 60 페소.


산미구엘 프리미엄 올 몰츠



산미구엘의 고급형 브랜드다. 100% 고급 몰트와 호프만을 재료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산미구엘 프리미엄은 과일향이 난다. 필센보다 경쾌하지만 끝에는 깊은 맛이 잡아주어 전체적인 균형감을 이룬다. 매번 필센만 마셨던 나에게 보라카이에 와서 처음으로 마셔본 프리미엄은 그래! 바로 이거야~ 하게 되는 맛이었다. 거품은 크리미하지 않고, 잘게 부서지는 타입이다. 탄산의 톡 쏘는 맛이 강렬한 듯 약한 듯 목넘김을 살짝 자극하는 맛이다. 개인적으로 여자들에게 추천하고픈 맥주다.

가격은 120페소 정도.


산미구엘 슈퍼 드라이



필센보다 조금 더 쌉싸름한 맛이 나에게 좀 더 알맞은 맛이다. 적다보니 역시 모든 기준점이 되는 맥주는 필센이다. 슈퍼 드라이라는 이름처럼 아사히 슈퍼 드라이와 맛이 좀 비슷한 듯 하다. 하지만 아사히와는 좀 다른 특유의 맛이 있다. 다른 동남아의 맥주는 우리나라 맥주처럼 물 맛이 많이 나면서 밍밍한 것이 대부분이었는 산미구엘만큼은 나의 "동남아스러운" 맥주 맛의 편견을 깨주었다. 

슈퍼드라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쌉싸름한 맛이 더해지며, 그 때문인지 탄산이 더욱 강렬하게 느껴진다. 뒷맛은 아주 깔끔한 편이며, 맥주를 마시고 나서 캬~ 하는 기분을 느끼는 데 매우 도움을 주는 술이다.ㅋ 그만큼 목넘김이 좋음.

가격은 약 90페소 정도.


산미구엘 레드 홀스



여기서부터는 이제 진짜 필리핀 와서 존재 자체를 처음 알게된 맥주다. 이름부터 레드 홀스.. 적토마?

흔히 우리가 술을 많이 마시자는 얘기를 할 때 "달리자~" 라고 한다.

레드 홀스는 진짜 술을 달릴 때 마시면 제격인 술이다 ㅋㅋㅋ

알콜 도수가 무려 7~8% 정도나 된다. 처음엔 우리나라에서 나왔던 카스 레드였나.. 약간 소맥 맛이 나는 그런 맥주를 예상했다.

근데 레드 홀스는 그렇고 그런 그냥 강한 맥주는 아니었다. 처음엔 산미구엘의 브라더 제푸미 아닌 듯 맛이 정말 다르다고 생각했다. 한모금, 두모금 마시다 보니 끝의 목넘김에서 다른 산미구엘에서 느꼈던 그런 맛이... 나긴 개뿔.. 내가 점점 취해가고 있었다. 아~ 쎄다 진짜..

가격은 약 90페소.


산미구엘 쎄르베샤 네그라



난 이것도 산미구엘의 브라더 제품이 아닌 줄 알았다. 일단 줘봐.. 마셔보게.

잔에 따르니 색은 흑맥주다. 근데 거품은 흑맥주라고 보기엔 덜 크리미하고 잘 유지되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날이 너무 더워서 그런 탓일 수도 있겠다.

다크라거라는 이름답게 약간 구수한 향이 나는 듯 하면서 끝맛이 달달하다. 체코에서 마신 흑맥주는 진짜 끝맛이 너무 달아서 흑설탕을 넣은게 아닐까 의심도 했었는데, 전 세계 어딜가도 그 정도의 단 맛을 느껴본 맥주는 없다. 이번에 마신 쎄르베샤 네그라 도 그렇다. 달달한 맛이 어렴풋이 남아있지만 강하지는 않다. 목넘김이 부드럽고 탄산이 약한 편이다. 이 맥주는 식사를 마친 뒤 커피를 마시듯 향을 음미하며 한병을 마시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된다.

가격은 90페소 정도였나...





내가 마셔본 몇 가지 산미구엘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처음으로 "특집" 이라고 거창하게 제목을 달았지만 

구글링해보니 산미구엘 브랜드는 총 11개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지금 여기 포스팅한 병맥주 종류는 4개.


그리고 별도로 설명은 안하겠지만, 

마지막으로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마셨던 산미구엘 드래프트 비어로

이 더위를 식혀보도록 한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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