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을 맞이해 '당신'에게 바치는 소설

작가에게 있어 나이듦이란 작품의 깊이를 더해가는 과정이다. 작가 박범신은 어느덧 일흔을 맞이하여 마흔두 번째 장편소설 <당신>을 최근 세상에 내놓았다. 터져오를 것 같은 붉은 색을 뿜어내는 황혼에서 한소끔 지나 짙푸른 어둠과 교차하기 시작하는 나이, 일흔. 작가는 노년과 사랑, 그리고 기억에 대한 글을 썼다. 치매에 걸린 노부부를 통해 한 평생의 삶과 사랑하는 이들과의 관계, 그 속에 숨겨진 이면을 조심스럽게 들춰낸다.


박범신의 소설을 그리 많이 아는 편이 않았다. 아니, 사실 이름만 들어보았지 거의 아는 게 없는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영화 <은교>를 통해 원작이 박범신 작가의 것이라는 정도만 아는 정도였으니. 부끄럽지만 이제서야 노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되었고, 다 읽은 후에 나는 박범신 작가의 팬이 되어가고 있다.


<당신>의 줄거리

2015년, <당신>에서 '당신'으로 나오는 주인공 윤희옥은 마치 오래도록 준비해온 사람처럼 남편의 시신을 조용히 처리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윤희옥은 남편의 사망신고가 아닌 실종신고를 하게 된다. 이 소식을 들은 딸과 함께 남편 주호백을 찾기 위한 여행을 하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치매에 걸린 남편에 대한 지금의 추억, 그리고 지난 날의 기억을 현재 시점과 과거 시점을 오가며 진행된다. 윤희옥은 남편 주호백과 첫사랑 김가인에 대해 밝히고 싶지 않았을 관계의 어두운 면이 있었다. 김가인의 딸을 배었지만, 주호백과 결혼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 그리고 한 평생 아내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노년에 치매에 걸려버린 주호백. 그런 치매에 걸린 주호백을 일흔 넷이라는 늦은 나이에 비로소 주호백을 사랑한다는 것을 느낀 윤희옥. 이야기는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었던 그들의 선택과 그 선택으로 인한 인내의 삶을 조명한다.


치매에 걸린 남편을 간병하고, 죽음을 맞이하고, 제 손으로 남편을 묻은 윤희옥. 그런 그녀가 자신도 치매가 진행되고 있어 남편의 죽음을 잊고 돌아올 리 없는 남편을 기다리며 지낸다.



마음을 사로잡은 구절들


" 그는 평생 동안 나에게 당신의 본심을 감추면서 살아왔다. 울어야 할 때 그는 웃었고, 화가 날 때 그는 침묵했으며, 욕망이 생길 때 그는 그것으로부터 도망쳤다."

주호백은 첫사랑의 아이를 가진 윤희옥을 자신의 아내로 맞아들인다. 그리고 한평생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자신을 미워하는 아내에게 지극 정성의 자세로, 마치 그녀의 노예같은 삶을 살아낸다. 어찌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걸까? 서로가 '공평'하게 사랑하더라도 살아가면서 싸우고, 화해하고 지지고 볶으면서 사는게 부부의 삶이다. 주호백은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걸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 나의 아내에 대한 사랑에 대해 돌아보게 해주었다. 아무것도 받는 게 없이 무조건적인 사랑을 했던 주호백. 나는 그 주호백의 사랑에 비해 절반이라도 하고 있는걸까?


" 그는 두 개의 인격을 가지고 살아온 게 사실이다. 하나의 인격은 자애와 헌신과 인내로 시종한 관용의 얼굴이고, 다른 하나의 인격은 상처와 분노와 슬픔 등 보편적 희노애락을 날것으로 갖고 있는 얼굴이다. 거의 평생 나와 인혜에게 그는 첫번째 인격으로 대응했으며, 이 방에 들어와 혼자 앉아 있을 때 비로소 두번째 인격의 실체와 맞닥뜨리거나 그것의 해방을 경험했을 터이다. 때로 혼자 울고, 때로 분노를 참지 못해 주먹으로 벽을 치고, 또 때로 그 모든 감정을 가지런히 하려는 고통스러운 내적 투쟁과 정면으로 마주쳤겠지. 치매가 깊어진 다음 그가 보여준 그 본능적 반응들. 이 방에 간직된 것들은 그러므로 그가 환자가 되기 전 한사코 감춰온 그의 이면에 대한 생생한 증거들이다. 한 지붕 아래에서도 그는 두 개의 인격으로 살았을 뿐만 아니라 시시때때 그로 인한 내적 분열을 거듭해왔다는 뜻이다."

그래,, 주호백이 성자가 아닌 이상에야 그의 일방적인 사랑이 주호백의 모든 모습이 아니었다. 그도 헌신적인 사랑을 해주는 한편, 사랑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상처와 분노, 슬픔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내 앞에서는 절대로 그런 뒷면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에게는 다행히 그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는 다락방이라는 공간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주호백과 나의 공통점은 일기를 통해 내면을 풀어낸다는 것. 나의 일기야 이것 저것 많은 주제들로 채워지는데, 일이든 사랑이든, 사람관계든.. 상처가 생겼을 때 그것을 털어놓는 일기가 있어 그나마 위로가 된다는 것이다. 난 그래서 주호백의 마음을 알 것만 같았다. 상처를 받았으면서도, 나도 위로받고 싶으면서도 끝내 가면을 쓴 모습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그의 마음을.


" 당신 가슴속을 좀 들여다보구려. 평생에 걸쳐, 거기, 당신 가슴속에 내가 집 하나를 지었소. 고대광실로다가. 죽은 다음에도 들어가 살 집. 당신 가슴속인데 당신 허락을 받지 않고 몰래 지어서 미안해요. 미웠던 적은 있었지만, 당신과 헤어지고 싶었던 순간은 한 번도 없었소. 그런 점에서 나는 성공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참, 아무것도 후회하진 말아요. 후회하면 당신 가슴속에 지은 내 집이 무거워질 거요. 아이고, 그 집이 무거워지면 당신, 무슨 수로 걷고 춤출 수 있겠소. 당신은 춤출 때가 가장 아름다운데. "

주호백이 아내에게 바치는 마지막 고백이다. 작가의 표현이 너무 섬세하고 아름답다. 그는 헌신적인 외면을 보여주면서 내면으로는 자신을 항상 가슴속에 담아주길 바라는 고백한 것이다. 이 고백은 거칠고 직선적인 남자의 고백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시적인 표현을 통해 우회하고 있다. 




책을 덮으며.

사랑을 주제로 한 책은 무수히 많이 읽은 것 같다. 풋풋한 사랑을 겪을 10대 때부터, 열렬한 사랑에서 사랑의 아픔을 겪어봤던 20대, 그리고 결혼 후의 사랑을 느끼고 있는 30대. 이제는 사랑을 다룬 소설에서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박범신의 소설은 무엇인가 달랐다. 일평생을 통해 정제해온 사랑의 순수한 결정체를 만들어 내기 위해 그 사랑이 겪어야 할 모든 고통을 감내했다. 그 과정이 주는 감동은 기존에 내가 알았던 말랑말랑한 연애소설이나 사랑에 대한 감정을 풀어낸 소설과는 달랐다.


소설 <당신>의 마지막에 나오는 윤희옥이 부르는 노래 소절을 적으며, 후기를 마친다.


"꽃잎보다 붉던 내 젊은 시간은 지나고,

기억할게요, 다정한 그 얼굴들.

나를 떠나는 시간과 조용히 악수를 해야지."



소설 '싸드'를 둘러싼 실제 외교 정세

최근 미국의 싸드 국내 도입과 관련하여 중국, 일본, 러시아와의 외교적 관계에 따라 이슈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우리나라의 싸드 도입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고 있는데, 최근 30개월을 끌어온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에 따라, 한중FTA가 몰고 올 경제적 이해득실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경제적 측면을 넘어 한중FTA타결이 한반도 정치, 외교, 안보 등 '힘'의 역학에 어떻게 작용할지도 관심이다. 

우선 FTA가 타결됨에 따라 한국의 '對 중국 의존도'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한반도가 G2(중국)와 가까워질수록 G1(미국)이 과연 어느 정도의 '인내심'을 보여줄 지 관심이다. 미국은 현재 우리 정부에 싸드의 한반도 배치를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마이클 그린 전 선임보좌관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이 박 대통령과의 7월 정상회담에서 THAAD의 한반도 배치는 불가하다고 직접 요청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소설가 김진명도 '싸드'라는 장편소설에서 시진핑 주석이 7월 한국만을 전격 방문한 것은 다른 이유보다 "한반도 싸드 배치는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라는 뜻을 청와대에 단호하게 전하기 위해서였다고 묘사 했다.

결국, 중국 역시 "큰 돈은 우리한테서 벌면서 미국과 함께 뒤통수를 칠거냐?"라며 반발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한·중 FTA 타결은 점차 시간이 지나가면서 결코 경제적인 측면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AIIB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경제적 패권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고자 하는 것이 바로 AIIB이다. AIIB는 지금의 세계은행과 비슷한 기구를 중국을 중심으로 새로 기획하는 것이다. 지난 달 (2015년 3월) 이 AIIB에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상당한 경제력을 갖춘 유럽 국가가 참여하기로 하면서 국제 정세가 더욱 요동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은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현재 미국은 우리나라에 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를 도입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 싸드의 문제점은 레이더가 반경 1천킬로미터가 되며 중국 동부 지역의 군사시설은 이 레이더에 포착될 것이고, 이에 따라 중국의 군사정보가 상당히 미국측에 넘어갈 우려가 있어 중국이 강력하게 반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반대로 북한을 핑계로 한국에 싸드를 설치하면 중국의 군사정보를 상당한 수준으로 탐지가 가능해 이를 이용해 중국을 압박하려고 하는 것이다.

AIIB와 THAAD! 중국과 미국의 주도권 싸움에 우리나라가 끼인 상태가 되는 것이다. 


김진명

김진명 작가는 어렸을 때 읽었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라는 책을 재밌게 읽은 이후 같은 작가의 책은 여러 개를 읽어 보았다. 처음에는 소설이라는 매체를 빌미로 현재 정세를 비판하는 작가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점점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사상과 소재를 다루면서 소설들의 소재가 막장으로 치닫는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주로 역사를 민족주의적 시각으로 재편집한 소설이나, 강대국 사이에서의 민감한 외교상황을 이용해 그야말로 그저 '소설'을 쓰지만 '음모론'에 가깝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역사, 군사, 국제 정세 등에 관심은 있지만 깊은 지식이 없는 일반 대중들한테는 이 자극적인 소재를 활용해 곧 잘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의 소설은 대부분 똑똑하지만 재야에 묻혀 지내던 사람이 어떠한 사건을 맡고, 그것을 해결하면서 점점 드러나는 실체가 결국엔 큰 음모와 같은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번에 그가 집필한 싸드는 미국과 중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를 교묘하게 이용했고, 각 챕터마다 실존 정치인에 대한 평가를 보고서 형식으로 삽입하면서 좀 더 그럴싸하게 만들어 냈다. 

빠른 속도로 읽히는 문체나 쉬운 언어로 구성된 문장은 김진명 작가의 타고난 재능이라고 여겨지지만, 그가 다루는 내용에 있어서는 속내가 그리 순수해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싸드 도입이 어떠한 것인지 참고하기 위해 읽어볼 만 하지만, 그가 바라보는 시점이 과연 옳기만 한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읽으면 좋을 듯 하다.


싸드(THAAD)

저자
김진명 지음
출판사
새움 | 2014-08-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왜 지금 저들은 한반도에 싸드를 논하는가?“받으면 중국의 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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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여자 착한 남자

저자
이만교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3-08-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만교는 문학에서의 새로움이 의심하기나 뒤집어보기를 통한 반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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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만교

이만교의 소설은 이 전에 "결혼은 미친 짓이다" 를 읽어보았다. 그 책을 읽었던 시점은 공교롭게도 결혼을 두 달 앞두고 였는데, 어쩌면 그 상황이 나로 하여금 그 책을 읽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비록 이 전에 이만교의 소설은 하나만을 읽었을 뿐이지만, "나쁜여자 착한남자"를 읽어보니 그만의 특유한 문체가 익숙하게 느껴진다. 젊은 감각으로 남녀의 감정을 가볍게 터치하며, 농담인듯 진담인듯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들이 적재적소에 재치있게 들어가 있다.

간결하고 빠른 리듬을 가진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어, 책을 읽는데 속도가 붙었다. 그렇다고 감정선의 흐름이 끊김없이 끈끈하게 이어져 있어 다음장이 궁금하게 여겨지는 그러한 소설이었다. 이만교 작가가 만약 이러한 문체로 다른  책들도 썼다면 나는 기꺼이 그의 팬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쁜여자 착한남자

주인공은 중년의 남자로 상처의 경험이 있는 싱글남이다. 죽은 아내로부터 나온 보험금 덕분에 여유있는 재력을 가지고 있는 이 남자는 회사에서도 중간관리자급으로 능력있는 남자로 묘사된다. 그런 주인공에게 같은 회사에 다니는 두 종류의 여자와 인연을 맺게 되는 것이 이 소설의 핵심이다.

그저 매력이라곤 "착한 것"만 가지고 있는 그녀, 그리고 젊고 성적 매력이 넘치는 그애. 사람들 몰래 그애와 사내연애 중이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회사에 입사한 그녀는 이상하게 남자의 눈에 밟히는 존재가 되었다. 이상하다, 회사에서는 자기 실속 차릴 줄 모르는 '호구'이면서 심성이 착해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여긴다. 일이나 잘 하면 몰라. 게다가 그녀는 가정이 있는 유부녀이다. 

가지고 있어도 훅~하고 불면 멀리 날아가버릴 것 같은 그애와는 다르게 가질 수 없지만 그래서 더욱 가지고 싶게 만드는 그녀. 주인공은 이 둘 사이에서 아슬한 '썸'의 줄타기를 한다. 종국에는 이 세 명의 남녀는 결국 도덕적 한계를 넘어서고야 말게 된다. 이 즈음에서 작가는 비로소 하고 싶었던 말을 하게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선(善)과 악(惡)이라는 개념이 상황에 따라서는 뒤바뀔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이중적인 면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겉으로는 매너있고, 능력있는 착한 남자가 속에 감추어진 음흉한 괴물이 들어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이 소설의 말미에 나오는 아내에 대한 반전이야기에서 우리는 주인공의 내면에 있는 순수 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글쎄, 이렇게 생각해보자고. 정신이나 육체나 정숙하기만 한 여자가 있다면 어떨까? 질색이지! 정신만 노골적인 애가 있다면? 그래, 졸라 약 오르지. 하하. 그럼 육체만 노골적인 아줌마 아저씨들은? 역겹지, 대부분의 인간들이 역겹지. 탐욕스러울 대로 탐욕스러우면서 정신은 점잖은 척. 하지만 그애는 안 그래. 정신도 발랑 까졌어. 그게 해방감을 줘.


그 외의 단편들.

이만교는 이 단편 소설집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이 결코 달콤하고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듯 하다. 낭만이 있는 로맨스 소설을 기대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적잖이 실망을 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나이나 신분이 직장인의 30대인 나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많아 몰입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쁜 여자, 착한 남자'를 재밌게 읽었던 탓일까, 이후의 단편들은 마치 락밴드 정규집 테이프를 샀는데 타이틀곡이 들어간 A면이 아닌, B면을 들을 때 실망하는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 번지점프하러 가다'

주인공 그녀는 사랑에 대한 경험을 많이 해보지 못하고 결혼을 했고, 권태로운 감정에 쌓인 채 오늘을 살고 있다. 그런 그녀가 하루는 남편이 모르는 나만의 비밀을 하나 가지고자 하는데, 그것이 바로 '번지점프' 를 해보는 것이다. 짜릿한 번지점프를 하고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온다. 그렇게 지내던 중, 번지점프를 하는 곳에서 사진찍는 젊은 남자가 연락을 해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 남자를 만나러 가게 되는데. ㅋㅋㅋ 그 남자에게서 받은 사진은 번지점프를 하며 괴상한 표정을 짓고있는 자신. 그리고 그 남자는 사진만 전해준 채 떠난다. 그녀는 이것을 두고 강간당한 것보다 더욱 지독한 느낌이라고 표현하며 끝이 난다.

재미있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권태. 나도 결혼 3년차에 딸아이가 생기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찾아왔을지도 모를 권태로움. 그 느낌을 어찌나 잘 표현했던지, 마치 내가 권태로움을 겪고 있는 자신이고, 아내 몰래 짜릿한 비밀스러운 경험을 만들고픈 마음까지 생겼다. 


이 책은 사랑의 아름다움 이면의 다양한 감정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여자 없는 남자들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4-08-2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우리가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설령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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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소설은 꼭 읽어보고 싶은 맘이 든다.

페이스북에 이 책을 읽고 싶다고 남겼더니 제수씨가 선물해줬다.

스무살에 그럴 나이 아니잖아?

- 시간의 속도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어긋날 수도 있어.


항상 우린 누군가가 정해놓은 것처럼 나이에 걸맞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시간의 속도는 다를 수 있다.

책의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불륜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결혼 3년차에, 내년이면 딸이 생기는 가장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극히 불경한 이야기들.

근데 너무 담담하게, 일련의 사건을 짚어보는 신문기사처럼 써내려갔다. 과하지도 않게, 그러면서도 디테일한 묘사도 빠짐없이.

유부남에게 어쩌면 허락될 수 있는 상상속의 불륜이 되는건 아닐까. 합법적인 불법을 저지르는 느낌.


나도 인간이니까 상처받을 일에는 상처받아. 조금인지 많이인지, 그 양까지는 모르겠지만.

- 아, 이 말 어디서 본거 같은데 기억이 안난다. 이 책의 앞쪽이었을까, 아님 다른데서 봤던 기억인걸까.

상처를 받는 쪽에서 적었는지, 많았는지 모르면 누가 알아줘 대체! 준 사람은 주었던 사실조차 잊고 살텐데.


나는 상처받을 때 충분히 상처받지 못했다.

- 재밌네. 아까 나왔던 대화의 속내는 그랬던 것이다. 

그래, 사람이 살면서 상처받은 일에 충분히 아파하지 못했다면 그게 이상한거다. 

아픔을 느끼고, 치료든, 울음이든 그것을 승화시켜줄 매개가 필요한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든 생각. 이게 다야? 

담담하게 무언가를 이야기하다가 마치 "다음 이야기는 나중에 해줄게" 라고 하는거 같다.


이 책에서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를 잃거나, 잃었다. 거기서 오는 상실감을 말하고 싶었던거 같다.

아련하게 그녀들을 기억하는 남자들,

한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모든 여자들을 잃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그녀가 나의 세상이고, 이 세상에는 사랑하는 그녀가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외치고 싶었던 걸까.







불륜

저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4-07-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우리를 변하게 하는 것, 그것은 오직 사랑이다!"[브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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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우리를 변하게 한다! 

파울로 코엘료의 장편소설 『불륜』. 완벽한 삶을 살아가던 삼십대 여성 린다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작품으로 그동안 터부시 되었던 ‘불륜’이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위태로운 여성의 마음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진정한 사랑을 통해 깨달은 삶의 의미와 사랑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자라는 직업, 좋은 집과 성실하고 가정적인 남편, 나무랄 데 없는 두 아이까지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삶을 살아가던 린다의 잔잔한 일상에 위기가 찾아온다. 모든 것이 변할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설명할 수 없는 불안에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녀는 우연히 고등학교 시절 남자친구이자, 이제는 재선을 노리는 유명 정치가가 된 야코프를 취재하게 된다. 

야코프와 몇 번의 만남을 거듭하던 린다는 죄의식과 흥분감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뜻밖의 모험을 감행하기로 한다. 자신이 가진 진짜 문제를 감추기 위해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려는 시도는 아닌지 자문하면서도 야코프와의 관계를 놓지 못하던 린다는 야코프의 부인 마리안에 대한 질투와 증오 등 걷잡을 수 없는 광기를 향해 뻗어나간다. 결국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두 부부가 한데 모인 자리에서 야코프와의 관계마저 망쳐버리는데……. 

(교보문고 책 소개)


마음을 흔드는 구절

1.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 파울로 코엘료의 장편소설 '불륜'은 제목처럼 스위스의 한 유부녀가 평범한 생활 속에 찾아온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륜을 저지른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에 주인공 린다는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라는 말을 하며 끝이 난다.

이 소설을 읽고 불편한 감정이 내 몸을 휘감았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라는 것은 상대에 대한 믿음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믿음에 대한 배신은 더 이상 사랑이라고 부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우울증'을 핑계로 불륜 행위를 정당화시키려고 했고, 다시 남편의 옆으로 돌아와 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니?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은 감정이다. 결혼이라는 제도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약속이다. 결혼이라는 것을 했다는 것은 단순히 상대방과의 감정교류 외에도 사회적으로도 구속력이 발생한다는 말이다. 불륜이라는 행위는 결혼을 위협하는 요소이며, 이는 사회적 약속을 깨는 범죄에 해당한다.

아직 사랑하는 법을 덜 배워서 그랬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2. 죄를 짓고나면 들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뒤따른다.

- 그렇다. 불륜은 죄다. 우리나라의 예전 형벌 중에 '조리돌림' 이라는 벌이 있다. 조리돌림이란, 죄인이 어떠한 죄를 지었는지 스스로 대중에 공개하여 수치심을 들게 하는 것이다. 들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이러한 조리돌림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수치심이 원인이 될 것이다. 나는 불륜이라는 죄는 마땅히 조리돌림되어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라는 동물은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이성을 가지고 있다. 내면적으로 다른 상대에 끌림을 느꼈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행하는 것과 자제하는 것은 본인의 판단에 의해 조절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죄를 지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은 없다고 본다. 본인이 스스로 죄라는 것을 인식을 하면서 죄를 지었다면 두려움도 감내해야 한다.


추천합니다.

추천하고 싶은 사람 : 결혼 후 권태기를 느끼는 사람
추천 대상을 선정한 이유 : 사랑은 언제나 뜨거운 온도를 유지할 수 없다. 뜨거웠던 사랑도 결국 식을 수 있는 것이고, 식었던 사랑도 어떠한 계기를 찾게되면 다시 뜨거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잠시 사랑에 대한 열정이 식었을 때, 간혹 다른 뜨거운 것을 찾아 방황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현실에서 용납되기 어려운 죄를 짓기 보다는 소설을 통해 불륜을 저지르는 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대리만족을 느껴보라고 해보고 싶다. 그들의 욕구는 어떤 방향이든, 얼만큼이든 풀어져야 할테니까 말이다. 나는 불륜을 꿈꿔 보지도 않았고, 바랐던 적도 없다. 난 그저 파울로 코엘료라는 작가가 사람의 내면을 표현해내는 방법을 좋아해 읽게 되었다. 불륜을 저지르는 유부녀의 내면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나는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며 대리만족을 느끼지 못했다. 공감도 못느꼈다. 이해도 되지 않았다. 그래도 만약, 권태로운 일상에서 불륜이라는 일탈을 꿈꾸는 사람에게 이 책을 내밀어 현실에서 하기 힘든 것을 대체해보라고 권해보고 싶기는 하다.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을 때 폭력이 난무하는 액션영화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나처럼, 카타르시스를 느껴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해, 추천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20대의 뜨거운 연애를 하고 있을 젊은 사람이다. 그들에게 이 책을 읽지 말라고 하는게 아니라, 읽을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들은 이미 그들의 삶 자체가 뜨거울진대.


2015년 1월.

회사 독서통신 교육 신청을 통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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