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와 지렁이


1978년에 미국에서는 맥도날드 햄버거 패티에 지렁이 고기가 들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누가 시작한 소문인지, 누가 퍼뜨리고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미국 전역에 파다하게 퍼져나가고, 맥도날드의 매출은 곤두박질치게 되었다. 하긴, 내가 군대있을 때 군대리아 패티에 닭대가리를 넣었다는 근거없는 괴소문도 있었고, 맛스타에는 정력감퇴제가 들었다는,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없는 소문들도 있었다. 여튼, 이러한 소문이 있는데 누가 맥도날드 햄버거를 쉽게 사먹을 수 있겠는가!  맥도날드는 창업 이래 최대의 위기라 불릴 만큼 매출이 급감했다고 한다.


당연히 맥도날드에서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는 공식 발표도 하고, 과학적으로 입증을 해보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매출은 회복되지 않았다. 어떠한 누가 "카더라" 하면 그 이미지가 프레임으로 씌워져 원본을 생각하면 자연스레 프레임에 갇힌 사고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회과학, 심리학에서 많이 쓰이는 "프레임 효과" 라고 하는 것이다. 실생활에서도 많이 쓰이니 알아두는게 좋다. (자세한 사례는 2편에 따로..)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

이 주장에 대해 조지 레이코프라는 버클리 대학 교수는 '인지과학 입문'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실험을 통해 증명해냈다. 

과제는 바로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는 것" 이다. 그런데 이 과제에 성고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고 한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과제를 듣는 순간,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면 우선 코끼리를 떠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곧, 이 과제는 어떤 프레임을 부정하려면, 우선 그 프레임을 떠올려야 한다는 걸 깨우치고자 하는 것이다. 





다시 맥도날드의 사례로 돌아와보자.

맥도날드에서는 아무리 사실을 알려도 대중의 머릿속에 있는 맥도날드 ↔ 지렁이의 연결고리는 끊어지지 않았다. 하다못한 맥도날드는 당시 지렁이 고기가 소고기보다 더 비쌌다는 사실에서도 입증된다는 걸 내세우기까지 했다. 그리고 일부 매장에서는 "우리 매장 햄버거에는 지렁이 고기가 들어있지 않습니다." 라는 팻말까지 써 붙여 놓았다.



프레임의 전환

맥도날드는 사회과학자들을 동원해 이를 돌파할 대책을 연구했다. 두 개의 방에 같은 수의 햄버거 소비자를 넣어둔다. 이 사람들은 모두 맥도날드와 지렁이 고기의 소문에 대해 동일한 정도로 알고있다. 

그리고 첫 번째 방에서는 맥도날드 햄버거에 지렁이가 들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사람들에게 알려줬다. 두 번째 방에는 맥도날드 햄버거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은 채, 한 사람이 일어나 모두에게 얼마 전 갔던 고급 프랑스 식당에서 먹었던 요리에서 지렁이 고기가 발견됐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놀랍게도 실험이 끝난 뒤 두 번째 방에 있던 사람들이 맥도날드 햄버거에 가지고 있는 거부감이 첫 번째 방보다 훨씬 큰 폭으로 줄었다고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지렁이고기" 가 긍정적 이미지이며 고급요리인 "프랑스 요리"와 연결되자 너무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값싼 패스트푸드에 불과한 햄버거는 잊어버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또한 과학적으로 입증된 수치보다 바로 옆 사람이 얘기해 주는 경험이 사람들에게 훨씬 더 큰 인상을 남겨준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결국 맥도날드는 한동안 햄버거 대신 감자튀김과 밀크쉐이크에 마케팅을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광고에서 햄버거가 사라지고 감자튀김과 밀크셰이크가 나타났다. 물론 이제 지렁이 고기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야 이 괴소문을 극복하고 매출을 회복할 수 있었다.


( * 아마 이때부터 감자튀김을 밀크쉐이크에 찍어먹으면 맛있다는 소문이 돌았나부다... 존맛~)


1. 세월호로 바라본 순환보직의 폐해


1) 세월호, 순환보직의 폐해를 파헤치다

  순환보직 인사의 타성에 젖은 공무원들이 관료집단 전반에 드리운 위험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성을 경시하는 풍조는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아마추어리즘’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사고 직후 상황을 장악하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할 수 있는 재난 전문가는 전무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과장급 이상 간부 16명 중 재난 전문가는 딱 한 명뿐이었다.



  이 같은 양상은 순환보직으로 불리는 이른바 ‘뺑뺑이 인사’가 빚어낸 적폐(積弊)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2012년 각 부처의 국장급 이상(고위공무원단) 전보자 415명 중 2년 내 자리를 옮긴 공무원은 89.7%에 달했다.

(출처 : http://m.hankyung.com/apps/news.view?aid=2014042886741)


2) 정부의 대처방안

  공무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인사제도가 시행된다. 일률적인 순환보직에 따른 공무원의 직무 전문역량 미흡으로 발생하는 행정 비효율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통상, 안전, ICT 등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보직에 대해 최대 8년까지 재직하게 된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그 간 직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순환보직 관행이 공무원의 전문성 저하 등 행정 비효율을 초래해왔다며, 잦은 순환보직에 따른 전문성 부족으로 국익을 훼손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현행 법령상 전보 제한기간은 고공단 1년, 과장급 1년6개월, 4․5급이하 2년이며, 실제 동일직위 재직기간은 고공단 1년, 과장급 1년2개월, 4․5급이하 1년8개월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세월호 사고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순환보직제를 개선해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었다. 안전행정부는 담화 후속조치 일환으로 각 부처의 직위를 장기 재직이 필요한 분야와 순환보직이 필요한 분야로 구분해 관리하는 ‘직위유형별(Two-Track) 보직관리’를 7월1일부터 전면 시행한다.


  정부는 우선 각 부처의 직위를 ‘장기 근무형’과 ‘순환 근무형’으로 크게 구분하고, 해당 직위에서의 업무 수행에 요구되는 전문성의 상대적 수준에 따라 유형을 4가지로 세분화해 보직관리를 차별화 할 계획이다.


  특히, 전문가를 전략적으로 육성해 나갈 필요가 있는 분야는 해당 직위를 전문직위로 지정, 동일 분야는 전문직위군으로 묶어, 전문직위는 4년, 전문직위군에서는 8년간 전보를 제한한다. 근무기간에 따라 수당․가점 등 인센티브를 차등 부여하며, 국․과장 직위에는 해당 분야 장기 재직자를 선발함으로써 전문성이 지속적으로 관리되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기존의 순환보직 직위라도 법령상 전보제한기간이 엄격히 준수될 수 있도록 관리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출처 :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40630140244)


2. 순환보직의 효과


그렇다면, 순환보직은 전문성을 감소시키는 나쁜 영향만 가지고 있는걸까? 답부터 말하자면 NO 라고 할 수 있겠다. 순환보직이 필요한 타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공무원이든 일반 사기업이든 순환보직을 대부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순환보직제도가 가지는 장점은 크게 3가지 정도로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1) 톱니바퀴 효과의 감소

회사는 근로자의 초기 생산성을 기준으로 삼아 보상 방침을 정한다. 예를 들어 작년에 비해 올해 생산성이 얼마나 증대되었는지를 성과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만약 근로자가 작년에 자신의 보직에서 자신의 능력이 허락하는 최고의 생산성을 발휘한다면, 올해 그는 목표가 높아져 좋은 평가를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이미 작년에 최선을 다했기에 올해 그보다 더 큰 생산성 향상은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로자는 전략적으로 처음에는 낮은 노력을 투입해 낮은 생산성을 올리려는 유인을 갖게 되는데 이러한 효과를 톱니바퀴 효과 (Rachet effect)라고 한다. 성적 향상 정도를 최종 성적에 감안한다는 선생님의 말에 첫 시험을 고의로 망치는 학생이나 회사에서 상사가 매번 어려운 일을 맡길까 두려워 거짓으로 자신의 무능함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말이다.

순환보직은 현재 업무에서의 생산성과 미래의 보상 체계를 독립적인 것으로 만들어 근로자가 자신의 현재업무에 대한 생산성의 정보를 숨길 유인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 온다고 한다.


2) 부패의 감소

근로자의 개인적인 판단이 판단자 개인을 넘어서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면, 상품담당자가 어느 랜드사에 모객을 많이 배정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같은 근로자를 한 직무에 오래 배치하면 그 근로자가 사적 이익을 좇아 부적절한 결정을 내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3) 공동생산에 따른 조정비용 감소

서로 다른 직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공동 생산을 하는 경우, 직무 간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나 생산과정의 이해 부족 등으로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이 발생하는데이를 회사 내 조정비용 (coordination cost)라 한다. 자기 업무에 전문성을 갖춘 근로자가 다른 부서의 업무의 내용도 잘 알고 있다면 조정 비용이 줄어들고자신의 부서에서 해야 할 일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한팀의 고객을 해외로 보내기 위해 협업 관계에 있는 영업부서와 상품부서가 적절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3. 우리의 순환보직제도



직책 구분     회사근속평균     부서근속평균

팀원               5.22                   2.63

파트장          11.28                   5.79

부서장          15.07                   3.64

전체              6.50                    3.00


  2013년을 기준으로 본 각 직책별 회사근속년수의 평균과 부서근속년수의 평균값을 구해보았다. 우리 회사에서 팀원들의 평균 근속은 약 5년이지만, 현재의 부서에서 근속한 평균은 약 2.5년, 딱 절반의 수준이다. 한 부서에서 어느 정도 근무를 해야 전문가라고 칭할 수 있는지 각자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평균 5년을 근무한 팀원들은 그들의 업무 절반은 다른 곳에서 했다는 말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자격있는 여행 전문가' 라고 열심히 떠들고 있지만, 이러한 뺑뺑이 속에서 과연 우리는 진짜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까? 

  

  부서장의 직책자들은 평균적으로 15년이라는 시간을 근무하면서 현재 소속되어 있는 부서에서는 단지 3년의 시간만을 근무했다. 이들은 확실히 전문가라기 보다는 일반관리자의 개념에 더욱 가까워진다. 



회사는 왜 대외적으로는 우리가 전문가임을 내세우면서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을 제너럴리스트로 육성하는걸까? 



4. 결론



1) 최소근무연한제

장황하고 거창하게 시작을 해 이제는 맺음을 해보려고 한다. 

온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세월호 사건'을 언급하면서 시작을 했다. (남이라고 칭하는 것에는 어폐가 있지만) 우리는 남의 실수를 보고 교훈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의 부재로 인해 사고 이후 구조된 사람이 제로라는 결과를 보고 배우는게 없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 아니, 이것은 퇴보다. 


결과적으로 순환보직제도에 문제점이 발견됐다. 그럼 누구의 해결책처럼 문제점이 발견됐으니 이 제도는 폐지되어야 할까? (사실 그것만큼 웃긴 해결책은 없다고 본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순환보직제도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점들도 많아 많은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제도이다. 폐지는 그것이 가지고 있던 단점을 없애기도 하지만, 마찬가지로 장점도 없어지게 된다.


제일 쉬운 해결책은 이미 언급이 되었다. 순환보직을 돌릴 수 있는 최소연한제를 도입하면 '전문성의 결여' 라는 문제가 일부 해소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만5년까지는 순환보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근로자는 최소한 앞으로 5년에 대한 자기 업무의 로드맵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작게 보면 부서내의 업무분장에 대한 최소연한제를 설정할 수도 있을 것이고, 부서간 이동, 본부간 이동에도 일정의 최소한의 시간을 보장해준다면 그만큼 근로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인사이동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2) 최소근무연한제의 덫

근데, 근로자에게 최소근무연한을 보장해주는 방법이 진짜 올바른 방법일까? 시장은 급변하고 있고, 그에 맞춘 빠른 조직의 재정비를 함에 있어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 공무원들이야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처보다는 조직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그렇기에 최소근무연한을 설정한다는 것은 전문성을 갖추며, 안정성도 추구할 수 있는 정책이다. 하지만 일반 기업은 다르다. 늘 변화에 목말라 있어야 하고, 조금이라도 안주하는 순간 파멸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조직변경이 필요한 시점이 왔을 때, 최소근무연한에 갇혀 움직일 수 없는 순간이 올 수 도 있다. 


3) 완전무결한 정책은 없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그래서 뭐, 어쩌자고?" 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지금 당장 그에 대한 대답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내 생각도 여기서 막혀 있다. 단순한 아이디어로 조직의 변경이 있을 때 최소근무연한을 깰 수 있는 권한을 근로자 본인에게 준다면 어떨까도 생각해봤지만 그것도 답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만약 지원자가 없다면 다시 갇혀버린 상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두고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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