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진로를 선택하는 10대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은 1학년 때, 이과로 갈지 문과로 갈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장래희망에 대한 첫 고민을 하게 된다. 그때나 지금이나 늘 '수포자(수학포기자)'는 일정비율로 존재해왔고, 그들은 수학이나 과학이 싫어 문과를 지원했다. 나도 문과를 지원했지만, 나는 수포자가 아니었다. 정말 순수하게 문학을 좋아했고, 나름 또래들에 비해 독서량도 많은 편이었다. 시험기간에도 소설책 한권을 몰래 읽는 재미가 참 쏠쏠했다. 아직도 그 당시 눈물을 흘리며 읽었던 현진건의 '무영탑'이 생각난다. 수능의 노예라 불리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도 별다를 바가 없었다. 모의고사 문제집을 풀어도 난 언제나 언어영역이 제일 재밌었다. 언어영역에서 제시문으로 나오는 글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고나 할까? 문제를 푸는 건 부차적인 것이었고, 다양한 글을 감질맛 날 만큼만 제시해주는 게 아주 나를 안달나게도 했었다. 


그러고 보니, 난 책이랑 아주 어렸을 때부터 친했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학교 내에 도서관이 따로 있었는데, 친구들과 함께 학교를 마치면 도서관에 모여 앉아 독서카드의 리스트를 채우는 재미로 살았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는 등교를 해서 하교를 할 때까지 공부는 안하고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소설을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공부보다는 책이 좋았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나의 10대 시절은 소위 '문학소년' 이라는 칭호가 부족하지 않을 학생이었다.


수능을 마치고 전국의 수험생들은 3개의 대학에 원서를 낼 수 있었다. 나는 '당연하게' 국문학과를 가고 싶었다. 하지만 집에서는 국문학과를 나오면 취업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경영학을 배우길 원했다. 그래서 국문학과를 지원한 학교는 상향지원을 했고, 국제통상학과를 지원한 학교는 커트라인에 달랑말랑한 곳으로, 관광학과는 살짝 하향지원을 했다. 역시나 국문학과는 탈락했고, 국제통상학과는 현실성 없는 대기합격, 관광학과는 합격이었다. 난 그렇게 관광학도가 되었다.


20대 초반, 가치관을 세우다

스무살의 나는 가치관이 상실된 시기였다. 수년간 대학 입시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던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고 나니 이미 목표는 완성되었고, 그 이후를 살아갈 목표나 가치관이라는 것이 없었던 것이다. 군 입대 전까지 일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잉여로운 시간을 보냈다. 술 마시고, 연애하는 데 나의 모든 젊음을 불태웠다. 방황을 많이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그 시절엔 군 입대 전까지 시한부 인생을 판정받은 환자처럼 살았으니까 말이다. 미래를 꿈꾸기 보다는 현실의 재미를 추구하는 돼지처럼 살았다.


2년이라는 군 생활이 나에게는 많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었다. 나의 인생 가치관을 세웠던 시기이기도 하고, 2년동안 7백권의 책을 읽으며 마음 그릇의 너비를 양껏 키울 수 있었던 시기였다. 군 전역 후 했던 유럽 배낭여행, 호주 워킹홀리데이, 토익공부 등이 군 시절 계획했던 일들이었다. 내 인생의 로드맵을 구성했고, 군 전역 후 향후 몇년은 로드맵 대로 실천만 하면 별다른 고민이 없을 듯 했다.


20대 후반, 더 깊은 진로에 대한 고민

2008년 하반기는 4학년 2학기를 맞으며 취업을 준비하는 시즌이 되었고, 세계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금융 경제가 무너지는 시즌이었다. 안그래도 좁은 취업문이었는데, 그 시절 모든 기업들은 신규 채용의 문을 더욱 좁혔다. 아니, 아예 닫아버렸다. 나의 가치관을 실현시켜줄 도구인 진로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본 시기다. 나의 전공인 관광학을 살려 취직을 할 수 있는 모든 관광업은 경제위기로 취업의 문을 굳게 닫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존속 여부도 불투명해보였다. 그래도 대학시절의 전공을 무시하는 진로를 선택하고 싶지는 않았다. 유명 대기업 계열의 호텔에도 원서를 내보고, 대기업 케이터링 업체나 식음료 기업에도 원서를 내봤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시작했던 취업시도는 낙엽이 떨어지는 계절까지 이어졌다. 얼마있음 눈이 내리는 계절이 올텐데, 그 전까지는 취업에 성공하고 싶었다. 가을부터는 전공이고 뭐고, 아무데나 막 찔러넣기 시작했다. 평소에 가지도 않던 성당에 나가 기도도 했다. 내가 감사하게 일 할 수 있는 자리 하나만 찾게 해달라고.


교수님의 추천으로 대기업 계열사 중에 객실 관리하는 곳으로 운 좋게 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그 성공은 반쪽짜리였다. 그래도 감사했다. 나의 열정을 다해 기업에서 인정받으면 정규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취업한 곳은 국내에서 손가락에 꼽는 대형 건설그룹의 계열사였다. 정장 자켓 왼쪽 가슴에 자랑스럽게 회사 뱃지를 달고 다녔다. 대기업이란게 원래 그런 곳인 건지, 건설업체 특유의 성향인건지 신입사원에 대한 트레이닝은 매우 혹독했다. 혼나고 속상한 마음에 밖에 나가 담배를 피다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그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 다 지나고 나서 든 생각이다. 그 시절의 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이 이어졌다. 


기업 연수원을 운영하는 자리에 있다보니 다양한 기업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는 현장을 보았다. 나와 같은 신입사원부터, 머리가 희끗한 부장급, 임원분들도 교육을 받으러 들락거렸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꾸준히 교육을 받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공부는 평생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 시기였다. 지금도 내가 종종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는 것도 그 때 경험한 것들이 자산이 되어주는 것 같다. 직장이라는 조직은 바다와 같다. 그 바다에서 살아남으려면 열심히 헤엄을 쳐야 한다. 힘들고 지쳐서 물길질을 안하고 쉬면 그 바다 속으로 가라 앉게 되는 것이다. 


첫 직장을 가지면서 취미로 삼게된 것이 매월 월급받는 주 토요일에 서점에 가서 맘에 드는 책 서너권씩을 사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달동안 그 책들을 읽으며 다음달까지 버텼다. 첫 직장을 일년 반 정도 다녔는데, 일년 반동안 읽었던 책들은 주로 경영과 자기계발 서적이었다. 어떻게 하면 더욱 생산성 있는 직원이 될지, 시간관리는 어떻게 하는게 좋은지, 문서작성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 신입사원이 열심히 대리급의 퍼포먼스를 익히고자 하는 욕구가 나를 이끌었다. 그리고 나의 이상을 향한 책들도 섭렵했다. 전략기획, 인사, 재무 쪽 책도 많이 읽었다. 이 시기에 읽었던 책들 덕분에 다른 직원들보다 '기업'이라는 본질 자체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깊어진 것 같다. 회사의 정책과 변화에 대해 불만을 가지기 보다는 그것을 이해하고 재빨리 나의 이득에 이용하는 방법을 배우고자 했다. 이 시기엔 소설 책을 읽는 것은 부질없게 여겨졌다. 실무에 필요한 스킬을 연마하고, 현상을 관찰해 본질을 파악해 수치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게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남들 살아가는 이야기는 나에게 득이 될 게 없었고, 감성에 충실한 문체들은 이성적인 판단에 걸림돌이라고만 여겼다.


이직, 새로운 진로를 찾다

2010년이 밝아오면서, 경제 위기는 완만한 복구가 되는 중이었다. 다시 여행사 채용의 문이 열렸다. 나는 지난 일년 반동안 쌓아온 실무감각을 무기로 이직에 성공했다. 연봉은 대기업의 비정규직으로 일할 때보다 모자른 돈이지만, 정규직 일자리였다. 작년에 유행한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가 했던 자조적인 질문. "이대로만 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겁니까?" 이 말이 내내 나의 마음 속에 있었다. 아니, 가망성은 없었다. 기업을 이해하면 이해할 수록 비정규직은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사실만 깨달을 뿐이었다. 돈은 적지만, 안정적인 정규직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의 가치관을 실현시킬 수 있는 직업이었다. 


여행사에서는 고작 신입사원이었지만, 나름 대기업의 업무를 일년 반동안 트레이닝을 받은 '즉시전력감' 선수였다. 부서의 기획업무를 맡으며, 일개 신입사원 시절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부서의 월별 실적 평가 보고서를 작성하고, 연간 목표배분 작업을 수행했다. 익숙한 일이었고, 재밌었다. 행사 유치와 의전도 기업 연수원에서 수도 없이 했던 업무였다. 크게 다를게 없는 업무였다. 아니, 오히려 여행사는 지난 대기업에서 했던 것보다 규모도 작았고, 체계가 명확하지도 않았다. 내가 일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었다. 


기획업무와 함께 맡은 건 마케팅이었다. 전통적인 마케팅이라기 보다는 상품 판촉 마케팅을 주로 담당하는 역할이었다. 여행지를 소개하는 브로셔를 제작하고, 웹의 상품을 관리하는 MD의 역할을 했다.  이 시기에 나의 독서 편식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마케팅 업무를 맡게되면서 알게된 점은, 마케팅의 본질은 사람에 대한 이해 라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것이 바로 소설이었다. 의도적으로 내가 읽는 책의 절반을 소설에 투자하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진로와 가치관

진로와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나의 지난 삶을 쭉 돌아보는 글을 쓰게 되었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그 가치관에 따라 진로를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가치관이라는 것은 수학처럼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가치관을 어떻게 정립하느냐에 따라 수 많은 해가 나올 수 있지만, 가치관을 올바른 방향으로 정립하느냐에 따라 오답이 존재하기는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가치관이 '나만 잘 살면 돼' 라고 설정되었다면, 이는 오답이다. 방향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말이다. 가치관이 정립되었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써 진로를 탐색해봐야 한다. 


어디선가 들은 말인데, 꿈이라는 것은 'be'동사가 아닌 'do'동사로 표현해야 한다고 한다. 

I will be a doctor. - 난 의사가 될거야. 라는 꿈은 본인이 의사가 되는 순간 꿈이 이루어진 상태가 되어 버리고, 의사로서의 소명가치가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꿈을 상실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I will take care of sick people. - 난 아픈 사람을 돌봐주는 사람이 될거야. 라는 꿈은 직업으로써의 '의사'는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된다. 의사가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꿈을 지속적으로 이뤄나갈 수 있는 것이다. 


가치관이 진로 탐색에 앞서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더라도 다양한 진로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위의 의사 이야기를 계속 예를 들어 설명을 하자면, 아픈 사람들을 돌봐주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고 나의 사명(이뤄야 할 가치)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의사가 되어도 이룰 수 있지만, NGO기구에서 일하게 될 수도 있고, 간호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론이 실전을 앞선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시대의 젊은이라면 인생의 가치관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에 대해 깊은 고뇌를 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 점수를 쌓고, 인턴 경험을 쌓고,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것은 나의 본질을 보는 것이 아닌, 나의 본질이 투영된 현상을 보는 것이다. 처음부터 계속 얘기했듯이, 자신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릇을 키우는 방법으로 제일 쉬운 것이 '독서'인 것 같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독서가 가장 큰 힘이다. 경험은 그 뒤의 일이다. 어르신들이 젊었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해보랬다고 해서, 무작정 아무 거나 경험하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해봐야 할 경험이 나의 가치관 실현에 얼만큼 부합되는지 알아보는 과정으로써 해보는 경험이 중요한 것이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봐야 뭐가 자신에게 맞는지 알 수 있다고? 물론,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다양한 경험을 하기엔 짧다. 기보지 못한 길을 꼭 가봐야지만 나의 길인지 판단할 수 있는게 아니다. 그래서 다양한 공부가 필요하다. 다양한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독서가 필요하다.


그래서 젊은 날에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을 읽고.



자기혁명

저자
박경철 지음
출판사
리더스북 | 2011-10-05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대한민국의 지성, 실천하는 비판가, 열정적 독서광, 청춘의 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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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에.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어느덧 2015년도 곧 3분기를 마감하면서 마지막 분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전에 영화는 상반기 결산을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책은 그러질 못한거 같아 이번 3분기 결산으로 올 해 읽은 책에 대해 정리를 해 보고자 한다.



17권의 책을 읽다

지난 9개월동안 나는 총 17권의 책을 읽었다. 올해 아이가 태어나면서 집에서 독서를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졌다는 핑계를 대야겠다. 뭐 예년보다 그리 못 읽은 것도 아니네? 라고 생각될만 한 수치기도 하지만, 예년과 다른 점은 책을 못 읽은 만큼 사이버강의도 덜 들었다는 점을 참고했다. 책을 읽을 시간이 줄어들자, 사이버강의를 줄여 그 시간을 독서에 할애했다. 


무엇을 읽었나?

올 해 유난히 고민이 많은 시기였다. 지금도 그렇고. 그래서 책을 통해 잠시나마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적 욕구라기 보다는 일탈의 수단으로 말이다. 그래서 소설을 많이 읽게 되어다. 소설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실에 대한 고민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퇴근 후 지인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에서도 잠시 현실을 도피할 수 있지만, 돈은 돈대로 쓰고, 숙취도 남는다는 점에서 독서가 그래도 많이 나를 건강하게 위로해주었다.


구매가 줄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매달 월급받는 날이면 대형서점을 찾아가 이번 달엔 어떤 책을 살까~ 하는 것이 나의 취미였다. 경제력이 허락한다면 집에 서재를 꾸미고 나의 장서를 꾸미고 싶은게 나의 꿈이었다. 

하지만, 올해 나의 서재는 딸아이의 책에 밀려 중고서점에 판매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독서 리스트에 나온 '2nd'라는 표기는 그동안 서재에 잠들어 있던 책을 다시 읽은 것이다. 작년에는 e북을 구매해서 많이 읽었으나, 올해는 e북도 많이 줄어들었고, 대신 서울도서관에서 대여해서 읽은 책이 조금씩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활자'에 대한 갈증

리스트 11번에 있는 책은 자격증 공부를 위해 읽은 교재이다. 시험공부라는 것이 늘 그렇듯, 같은 내용을 최소한 너댓번은 읽었을 것이다. 재독이 반복될 수록 내용이 머릿속에 자리잡기는 했지만 지루해짐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뒷장의 내용이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은 독서는 참으로 재미가 없었다. 그렇게 활자 속에 숨어있는 영화 같은 이야기들에 대한 목마름이 강해졌고, 시험을 채 치루기도 전에 다시 소설의 재미에 빠져들고 말았다. 7~8월 두달간 공부를 하고, 9월달에만 내리 6권을 읽은게 나의 갈증을 조금 해소해주었다. 


올해의 마무리는..

이제 올해는 3개월 정도 남았다. 내가 즐겨찾는 블로그 중에서 재미있는 독서기록을 하는 것을 보았다. '1만 페이지 독서력'이라는 책을 참조한 것인데, 1년에 읽는 책을 책의 권수가 아니라 읽은 총 페이지 수를 기록하는 것이다. 그것을 누적해 1만 페이지를 채우자는 것인데, 현재 나는 6천 페이지를 겨우 넘긴 상태이다. 1만 페이지를 채우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겠지만, 올해 나의 목표는 다른 데 있다. 바로 독서노트를 생활화 하는 것. 



책을 다 읽고 나면 뿌듯한 마음이 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내용이 휘발되어 버리고 책의 내용보다는 느낌만 남아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에 서재안에 잠들어 있던 책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더욱 강렬하게 느끼게 되었다. 한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내 마음에 남겨두고, 이를 체화하는 방법으로 노트를 선택했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트를 어떻게 작성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남아있는 빈 공간이 훨씬 많기 때문에 올 해 안에 이 노트를 다 채우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공간을 조금씩 채워나가면서 노트를 작성하는 방법도 점점 개선할 것이고, 이 습관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나의 올해 남은 목표!


배우고 익히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꾸뻬씨의 행복여행

저자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출판사
오래된미래 | 2004-07-2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전 유럽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한 정신과 의사의 특별한 행복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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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서관에서 회원증을 발급받고 처음으로 빌린 책이 바로 <꾸뻬 씨의 행복 여행> 이다. 몇 년전에 이미 베스트셀러로 유명세를 탄 책이고, 얼마 전에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꾸뻬는 환자들을 상담하면서 세상이 발전할 수록, 정신적으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왜 사람들은 점점 불행하다고 느끼게 되는걸까? 진정한 행복이란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라는 화두를 품은 채,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의 물음에 대한 답을 직접 구하기로 한다. 작가인 프랑수아 를레르도 정신과 의사이다. 어찌보면 이 소설은 를레르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셈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분명 말랑말랑하고 가벼운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기 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책을 읽을 수록, 꾸뻬가 찾은 '배움' 의 명제가 주어질 때마다 나는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행복에 이르는 명제는 아주 간단하고 명료하다. 이를테면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다.' 이런 명제들이 나온다. (꾸뻬의 배움7) 이 명제는 세살 먹은 어린아이도 알 만한 사실이다. 큰 돈을 들이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 얻을 수 있는 배움치고는 너무나 단순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자면,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이라는 것이 사실은 엄청나게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말과도 같게 된다. 행복은 바로 옆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으로도 채워진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바로 옆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고 멀리 있는 것들만 바라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불행해지는 것이다. 그럼 나는 정작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얼마만큼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걸까 라고 자문하게 된다. 이 책의 묘미는 바로 거기에 있다. 내가 직접 세계 여행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러 다니지 않아도 꾸뻬가 배우게 된 간단한 명제들로부터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꾸뻬의 배움은 스무가지가 넘는 화두를 던진다. 그리고 나는 각각의 화두를 통해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P.32

여행을 떠나면서 운 좋게 비즈니스석을 타게 된 꾸뻬. 그리고 늘 퍼스트 클라스석을 타다가 비즈니스석을 타게 된 비비엥. 그 둘은 같은 자리에 앉았지만 행복의 질은 달랐다. 우리가 느끼는 불행은 나보다 나은 사람과 나를 비교하면서 찾아온다. 책의 한참 뒤에서 나오는 얘기지만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면서 행복을 찾는 사람도 있다. 과거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는가? 결국 우리는 남과 비교하는 것을 자제하고, 내 스스로 과거보다 진보한 삶을 살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그래야 행복해질 수 있다.



P.40

중국에서 만난 친구 뱅쌍은 꾸뻬보다 두배나 많은 시간을 일하지만 일곱배나 많은 돈을 번다. 3백만달러를 벌면 이 일을 그만둘 것이라는 뱅쌍. 고되게 일하는 지금은 행복하지 않을지라도 나중에 원하는 돈을 벌게 되면 행복할 것이라 믿고 있다. 미래에 행복할 것이란 믿음을 위해 현재를 담보잡혀 살고 있는 삶이다. 이 책에서는 행복의 가치가 미래가 아닌 현재에 있다고 얘기한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찢어지게 가난한 미혼모가 아이를 입양시키기로 결정했다. 이 미혼모는 지금 당장 아이와 떨어져 살아야 하지만, 이 아이에게는 현재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보다 나은 부모 밑에서 자라게 될 것이므로 나중에는 행복해질 것이란 판단을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보아왔다. 입양된 아이가 얼마나 생모를 그리워 했는지, 그리고 자신을 버린 부모에게서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는지 말이다. 과연 그 입양된 아이는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의 행복은 지금 이 순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해야 결국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하게 된다.

하지만 이와 반대의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것도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이제 주말을 맞이한 금요일 저녁이 좋은가, 내일이면 출근을 해야 하는 일요일 저녁이 좋은가?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에서 금요일 저녁이 훨씬 기분 좋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금요일 저녁은 고된 일주일을 마치고 몸이 힘든 상태이고, 일요일 저녁은 토요일부터 충분히 쉬어서 컨디션이 좋을 것이다. 사람은 지금의 컨디션보다는 미래에 쉴 수 있다는 기대감 또는 희망이 있는 금요일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의 행복은 미래의 시점에 존재하게 된다. 



P.50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자들이 말했다. 걷다보면 너무 힘들어서 아무 생각도 안나더라고. 그리고 그렇게 걷다보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나도 며칠 휴가를 내고 순례길을 걷듯이 그렇게 마음을 비워내고 싶다. 그렇게 하면 조금 더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올 해 나에게는 많은 시련이 있었다. 가족과 회사 모두 떠나서 어디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거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듯이 마음을 비워내고 싶다.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될텐데, 과연 무슨 생각을 끊임없이 하다보면 마음을 비워낼 수 있게 되는 걸까? 11월에 지리산 둘레길을 탐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 전까지 많은 생각을 해보면서 나의 정신 세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작업을 해야겠다.



P.64

행복을 목표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꾸뻬가 산속에서 찾은 수도원의 노승이 얘기해주었다. 우리는 다양한 수단을 통해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었나? 삶의 목표는 다른 어떤 무엇인가이고, 그 목표를 이루었을 때 결과물이 행복이어야 한다는 말일까? 하긴, 추상적 명사인 행복은 목표설정에 있어 적합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목표란 것은 실재하는 무엇인가를 달성 또는 성취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겠지.

언젠가 이런 말을 본 적이 있다. 장래희망을 얘기할 때는 무엇이 되겠다~ 라는 Be동사보다는 무엇을 하겠다~ 라는 Do동사의 형태를 가진 말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사가 되겠다'는 의사가 됨으로 해서 이미 꿈이자 목표를 이루어 버렸다. 의사가 된 이후의 삶에서 그는 삶의 목표를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세워야 할 판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의사가 됨으로 해서 꿈과 목표를 잃은 사람이 되고 만다. 하지만 '남들을 치료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삶을 살겠다' 라는 것이 목표가 된다면 남을 치료해야 하는 직업인 의사는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된다. 그리고 정작 의사가 되고 나서야 꿈을 지속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 것이다. 

행복을 목표로 여기지 말라는 것은 위와 같은 이유가 아닐까 한다. 추상적인 '행복' 자체를 목표로 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과정에서 행복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게끔 사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닐까?


P.87

나의 가족에게 아무것도 부족함이 없음을 아는 것이 행복이라면, 행복이라는 것은 어쩌면 이루기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족함이 없는 상태로 삶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지 않을까? 재벌가의 아들들은 뭐가 부족하길래, 형제간의 싸움을 신면지문에서 다룰만큼 크게 벌이는 것인가? 가진 게 많다는 것이 부족함이 없음과 유사하지 않다는 말일까?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아도, 가족이 함께 할 집이 있고, 먹여 살릴 직장이 있어 부족함이 없다고 느끼는 이도 있을 것이고, 재벌처럼 많은 걸 가지고 있어도 남보다 덜 가지고 있다는 비교를 함으로써 부족함이 있다고 느낄 수 도 있다. '부족함이 없음을 아는 것'은 절대적인 경제 가치 상 부족함이 아니라 정작 내 마음의 그릇이 얼만큼 채워져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는 말. 나에게는 매우 해당되는 말이다. 지금보다 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를 떠나 우리 사회에서는 정작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청년들이 너무나도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좋아할 수 있도록, 그리고 나아가 그 길에서 직업을 찾고 그 일로 먹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구직을 하는 청년들이 많이 하는 고민 중 하나가 '좋아하는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소위 사회의 멘토라 불리는 이들 사이에서도 이 가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직업' 이라는 기준으로 생각해보자면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사회에 나온 이들이 푸념처럼 하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어도 그게 직업이 되는 순간 괴롭고 하기 싫어진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직업(창업이나 취직 모두에 해당됨)을 구함에 있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은 비교적 남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생각해본다면, 잘 하기 때문에 직업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자신이 잘 해내지 못한다면, 그 직업을 선택한 것에 후회를 하고 일을 하는 내내 스트레스를 더욱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잘 할 수 있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 가장 베스트 컨디션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것이다.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한 뒤, 여가시간을 활용해 좋아하는 일을 취미삼아 해보는 건 어떨까? 

정답은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업무 몰입이 잘 되고, 그래서 업무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게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이 남지 않을까? 좋아하지도 않는데 잘 하는 일을 취미 삼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P.93

행복은 집과 채소밭을 갖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생산수단(채소밭)을 갖추고, 생산물을 안정되게 소비할 수 있는 개인공간(집)이 행복에 꼭 필요한 요소이다. 전세난에 시달리고, 비정규직 일자리에 목매다는 우리 사회의 청년들은 과연 행복할까? 전세값 급등으로 인한 하우스푸어인 나도, 그리고 삼포세대라 불리는 우리 청년들이 행복에 필요한 요소를 가지지 못한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좋지 않은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기 어렵다. 점점 극우화되어가는 우리 사회에서 독재자의 딸이 그 독재자의 후광에 힘입어 대통령이 되었고, 심지어 그렇게  대통령이 된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책임지지 않는 발언을 일삼는다. 말을 해도 듣지 않으며, 말을 하는데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다. 이 외에도 구구절절히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현 대통령이 좋은 사람이라고 보기엔 지금 언급한 말로도 이미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



P.126

행복은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오늘 간단한 결막염을 치료하고자 안과에 들렀는데 왠지 덜컥 겁이 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더 안좋은 일이 생겨 실명하게 된다면 어떨까?

실명한다면 일단 직장을 잃겠지,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 특히 한참 커나갈 우리 딸의 얼굴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너무 무서웠다.

결막염 외에 진짜 무서울 수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안압이 높아 녹내장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사무실에 돌아와 녹내장을 검색하니 심하면 실명할 수도 있는 무시무시한 병이었다.

후~ 말이 씨가 된걸까? 일단 지금부터라도 내 몸을 아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겠다. 담배나 술과는 멀리하고, 눈에 좋다는 음식을 많이 섭취해야지.

일단 안좋은 얘기를 듣고 난 후라 그런지, 내가 지금 보는 이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 보인다. 내가 걷는 한걸음, 한걸음도 눈으로 보이기 때문에 걷는 것이고, 일을 하고, 아내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도 눈이 보이기 때문이다.

꾸뻬는 노상강도에 잡혀 죽을 뻔한 위기를 겪으며 경이한 삶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행복해한다. 난 지금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행복하다.



P.137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게 되면서 언젠가부터 나도 나의 가족을 나보다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매달 한정적인 월급으로 살아감에 있어 항상 경제적 행위는 선택과 양보로 이루어진다. 이 전에는 내가 선택을 하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딸을 위해, 가족을 위해 내가 양보하는 입장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좀 더 검소하게 살면 모두가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P.167

평생동안 행복을 연구해온 전문가를 만난 꾸뻬. 그 학자에게서 행복이라는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꾸뻬는 정신과 전문의라는 직업을 잠시 중단하고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한 여행을 한다. 그것은 마치 구도자의 모습과 닮아있다. 실제의 생활에서 행복을 찾고, 그것을 일반화하여 하나의 명제를 이룬다. 그렇게 찾은 조건들을 실천하면 행복이라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P.189

근원적 행복.

행복에 대한 욕망이나 추구마저 잊어버리고 지금 이 순간과 하나가 되어 존재할 때 저절로 얻어지는 것.



P.190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순간 존재하는 것이다.

64페이지에 나왔던 행복은 목표로 삼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라는 말에 대한 노승의 답변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이며, 이 문장으로 소설을 끝맺음을 한다.



※ 나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한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오랜만에 리디북스에서 책을 하나 구입했다. 이제 내 서재에는 내 책을 놔둘 공간이 부족하니까 전자책으로. 올해 내내 벼뤄왔던 책을 골랐다. 바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이라는 책이다. 오랜만에 읽는 책이라 어떤 책으로 선정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다 지식에 대한 갈증으로 문학보다 먼저 선택하게 되었다. 아직 챕터2를 읽고 있는 중이긴 한데, 다 읽기 전에 생각났던 이야기들을 먼저 정리해보고자 한다.


팟캐스트 '지대넓얕'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지식' (이하 '지대넓얕')은 팟캐스트로 먼저 만나게 되었다. 철학, 과학, 종교 등 다양한 인문학을 다루면서 대중을 위한 난이도 조절도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팟캐스트 출연자인 채사장, 독실이, 깡선생, 김도인의 케미가 잘 맞아 재미가 있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 신봉자이자 미스테리, 오컬트를 좋아하는 채사장, 기독교와 과학을 담당하는 독실이, 철학을 담당하는 깡선생, 계룡산에서 도를 닦았다고 알려진 김도인까지. 각자의 개성과 전문영역이 있기 때문에 더욱 돋보인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김도인, 채사장, 깡선생, 이독실


신인작가로 홈런을 날린 채사장

지대넓얕이라는 팟캐스트를 들은지 1년이 지났을까, 올해 초에 채사장이 책으로 '지대넓얕'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무려 2권으로 나눠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참으로 방대했나부다. 난 일기 쓰는 것마저 부담 자체던데.

그리고 반년이 흐른 지금, 지대넓얕 책은 가히 올해의 베스트셀러라고 치부해도 모자르지 않을 만큼 히트를 치게 되었다. 점점 어려워져가는 출판 업계에서 신인작가의 책이 이정도 판매를 기록했다는 것은 정말 센세이션이라고 봐야 할 듯 하다. 그래서 난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진 듯 하다. 


쉽게 썼지만 아쉬운 점

아무튼, 이 책은 정말 대중을 위해 쉽게 잘 쓰여졌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신인작가 채사장의 능력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쉽게 쓰고자한 덕분에 아쉬운 점도 생겼다. 그것은 바로 단순화시키다보니 일반화가 이뤄졌고, 그러다 보니 비약적인 전개가 이뤄지는 점이 그러했다.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고대사회를 설명할 때부터 그렇다. 채사장은 권력에 의한 계급이 생기고 난 뒤에, 권력자가 권력의 기반을 단단히 만들기 위해 '신'을 이용했다고 기술했다. 뭐 내가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왕이 권력을 만드는 단계에서 신을 이용했던건 아닐까? 우리가 생각하는 '신'의 모습 이전에 우리는 자연을 숭배해왔다. 태양을 신으로 섬겼고, 홍수를 신의 분노라고 여겼다. 그래서 자연을 다룰 줄 아는 힘(지식)이 있는 자가 왕이 된게 아닐까? 그러면서 왕이 된 자는 그랬겠지, 내가 신이다! 하고. 오히려 그렇게 풀어나가는게 논리 상 더욱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대화가 필요해

다시 책의 제목으로 돌아가보자. 지적인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알려주겠다는 책이다. 채사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생각에 대해 정리한 말을 했다. 


"제 주변만 봐도 고등학교 때 친구들 상당수가 대학을 가지 않았어요. 제 어머니도 대학을 가지 않았고요. 사실 '스카이'로 대표되는 상위권 대학 학생 비율은 3%에 불과한데, 미디어에 나오는 사람들 혹은 책 저자들은 대부분이 스카이 출신들이에요. 하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는 내신 5등급 전후에, 지방대를 나오고 월 100만~ 200만원을 버는 사람들이죠. 그들이 인문학을 향유하고 말하는 주체가 되어야 하죠."

이 말에서 채사장의 집필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인문학이 스며들고, 그들에게 자양분이 되어야 비로소 이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상 모든 사람이 세상에 무엇인가를 배우러 온 순례자라고 생각해요.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배워 나가는 방식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라고 생각하고요. 삶의 목적 자체가 사람들과 대화하고 (서로와 각자의) 삶을 이해하면서 배움의 넓이를 넓혀가는 건데, 평생을 살면서 자신의 지식만 만들어가기 때문에 대화를 할 수 없게 되죠."

채사장은 '지식'에 대한 책을 냈지만, 그 자신은 지식을 넘어선 '지혜'의 깨달음을 많이 얻었다는 느낌이 드는 말이다. 지식을 단순히 쌓아나가는 것에서 끝난다면 이 사회는 영원히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죽으면 끝나버리니까.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더 올바른 방향으로 사고를 발전시켜 나간다면 후대에까지 그 지식들은 발전해나갈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목표가 단순히 넓고 얕은 지식을 구하는 데서 끝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넓고 얕은 지식을 얻은 뒤에는 자신의 방향에 맞게끔 더 많은 지식을 쌓고, 이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향유하면서 우리의 지식 생태계를 촘촘하고 넓게 만들어야 하는 '사명'이 생기는 것이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저자
채사장 지음
출판사
한빛비즈 | 2014-12-24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신자유주의가 뭔지, 보수와 진보가 무엇인지, 왜 사회문제가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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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취미는 독서

책을 사서 읽고 모으는 것을 취미로 삼은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 결혼하고 나서 서재 한편의 절반을 책장으로 꾸미고 책을 하나하나 모으는 재미도 쏠쏠했고, 아주 예전에 읽어 기억이 가물가물한 책들은 다시 꺼내어 읽어보는 재미도 있었다. 

보통 소설책은 한번 읽으면 다시 안읽게 되고, 경영서나 사회계열의 어려운 책들은 필요할 때 발췌독을 하거나 다시 읽어보곤 했다. 그래서 나에게 책장은 소중한 곳이다.


#2. 서재를 정리하다

하지만 최근에 딸에게 필요한 책이 점점 많아지면서 내 책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었다. 



일단 최근 몇 년간 읽지 않았던 책들을 모아 알라딘 중고서점에 팔아버렸다. 그 때의 심정은 뭐랄까..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집안 형편이 어려워 내 자식을 남에게 입양시키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물론, 진짜로 그 정도겠냐만은.. 뭔가 아쉽고 허전한 마음이 크기는 컸다. 그래도 저것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3. e북의 발견

이제 책장은 딸에게 물려주고, 나는 나대로 마음의 양식을 채울 길을 찾아봐야겠다고 다짐했다. 2년전 태블릿이 생기면서 보기 시작한 e북이 있다. 나는 주로 리디북스를 이용했다. 왠지 책은 종이로 보는 것이 아직은 더 익숙하고 편하다. 그래서 많이 사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32권이나 되는군.



작년 가을쯤이었나, 도서정가제라는 것이 시행되었다. 예전에는 리디북스에서 50% 이상 세일하는 책들을 주로 사서 휘리릭 읽고 지나간 것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리디북스도 할인율이 10%로 고정되어 있다. 종이책을 사는 것에 비해 메리트가 많이 없어졌다.



e북 리더기라도 사야할까 싶어 인터넷을 뒤졌다. 교보문고에서 나온 샘, 예스24를 비롯한 크레마 연합 서점들의 크레마 샤인, 중국의 보위에. 아마존의 킨들..... e북 리더기도 참 많다. 하지만 난 이미 태블릿을 가지고 있는데 추가로 e북 리더기를 구입할 만한 여유도 없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이내 마음을 접기로 했다.


#4. 전자도서관을 발견하다!

e북 리더기를 사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알아보던 중, 전자도서관을 알게 되었다. 수년 전 회사 앞에 있는 서울도서관에 카드만 만들어 놓고 한번도 이용해보지 않았는데, 그 시절엔 책은 모름지기 사야 하는 거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종이책만 빌릴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전자책을 대여할 수 있다니! 이런 IT강국 대한민국이 사랑스러워지는 순간이라니. 


#5. 서울도서관 회원으로 가입하다.

일단 서울도서관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가 회원으로 가입했다. 



서울도서관은 서울에 거주하는 서울시민이거나, 서울 소재의 직장에 다니면 회원증을 발급할 수 있다. 난 경기도에 살지만, 서울도서관 바로 옆에서 근무하는 서울 직장인. 그래서 일단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가입을 하고, 업무 중 짬을 내 서울도서관에 찾아갔다. 서울 도서관 정문으로 들어가면 바로 앞에 계단이 있는데 계단을 올라 2층 우측으로 가면 회원증을 발급해주는 곳이 있다. 신분증과 서울 소재 직장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명함을 보여주니 그 자리에서 바로 회원증 발급!!




#6. 어떻게 빌리나?

서울도서관에서 도서를 대출할 수 있는 자격은 회원증 소지자다. 그리고 한번에 3권을 빌릴 수 있으며 14일동안 빌릴 수 있다. 대출 연장은 1회에 7일 연장이 가능하며 연체 시에는 늦은 일수 만큼 대출이 불가하다고 한다.



소장 자료를 검색해서 내가 원하는 책이 있는지 검색할 수 있다.  

나의 성향에 맞춰서 책은 소설 책으로, 그리고 한번 읽고나면 다시 읽을 필요가 없을 책들을 몇 개 검색해서 '책꽂이'라는 위시리스트에 저장을 해둔다. 그 중 하나를 일단 테스트해보기로 한다. 



'꾸뻬 씨의 행복 여행' 이라는 책을 골라 예약을 걸어두었다. 서울도서관에는 2권이 소장되어 있고, 모두 대여중이라 예약을 걸어두었다. 조만간 사기엔 좀 아깝지만 꼭 읽고 싶었던 책을 읽을 수 있게 될거라는 생각에 맘이 살짝쿵 설레기까지 한다.


#7. 어플을 설치하자.



내 폰은 안드로이드라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서울도서관' 을 검색하자 바로 공식앱이 나타난다. 다운 ㄱㄱ



어플에 들어가 로그인까지 마치고 났을 때 메인 화면. 




아까 PC로 예약을 걸어둔 책을 확인해보자. 역시, 바로 나타난다.

우측 하단에 있는 전자책으로 넘어가보자.



바로 전자책을 뒤져볼 수 있는 곳이 나온다. 하하핫~


오늘 한 일은 일단 여기까지. 앞으로 서울도서관을 이용해 전자책을 빌려 읽거나, 내가 좋아하는 종이책을 빌려서 읽어야 겠다. 더 이상 내 서재에 쓸 데없이 자리만 차지하는 책들은 이제 안녕. 9월달에 치를 자격증 시험만 끝나고 나면 원 없이 독서의 계절, 가을을 즐겨줄테니 조금만 더 참자.



올해부터는 내가 본 영화들을 하나 하나 기록을 해보기 시작했다. 

보통 영화는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휴대폰으로 보는데, 구글 영화에 내가 투자한 돈만 해도 이젠 꽤나 될 듯 하다. 영화관에서 본 영화는 매드맥스와 간신 딱 두개..

역시 애를 낳고 나니, 영화관에서 영화를 즐기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마음 같아서는 한편, 한편 보고나서 모든 감상평을 쓰고 싶지만 그러기엔 내 여건이 부족하여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글을 쓰고 편집하는 데 드는 필력이 딸리는게 문제다.) 한줄평 정도의 감상평만 남겨놓았다.


올 해 상반기에는 총 34편의 영화를 관람했다. 한달에 평균적으로 5.7편의 영화를 본 셈이다. 애 낳기 전에는 영화관에서도 보고, 휴대폰으로도 보고 했으니 더 많이 봤을텐데, 내 생각보다 적게 본 것에 나름 아쉬운 점이 있다. 

여기에 기재된 별점과 평점은 지극히 내 개인적인 주관에 의해 작성된 수치이니,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말자. 전반적으로 별점을 매기고 보니 가족 이야기에 주관적인 별점이 반개 정도는 더 투영된 것 같다. (난 따뜻한 가족영화를 좋아한다.) 나중에 이 기록이 좀 많아지고 나면 내가 어떤 감독을 좋아하는지, 어떤 배우들을 좋아하는 지도 알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기록으로 판단하기엔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별 갯수에 따른 영화 편수


총 34편의 평균 평점은 2.65 / 5.0 점이다. 나름대로 3.0을 중간점수로 생각하고 점수를 매겼는데 다소 짠 평균이 나왔다. 별의 갯수에 따른 영화편수를 세어보니 최상위 그룹을 빼면 나름 골고루 점수를 주었다고 보여진다. 살짝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의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하반기에는 좀 더 별점이 높은 영화들을 많이 보게 되면 좋겠다.


조금 더 세분화된 기록을 보자.

한국영화와 외국영화로 나누었을 때, 놀랍게도 딱 절반인 17개 씩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이것만 봤을 때 고루고루 봤다는 느낌이 드는군.

평점에서는 한국영화와 외국영화의 차이가 조금 나온다.

각 분류별 평점


한국영화는 평점 2.3점을 기록한 반변, 외화는 3.0을 기록했다.

한국영화가 많이 발전했다 치더라도 고루고루 본다면 아직은 외화에 밀리는 수준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음은 장르별 분석이다.

장르별 본 영화 편수

드라마(11편)을 봤고 액션(9편)이 그 다음을 잇는다.

대부분의 서사적 흐름에 따른 영화는 드라마로 분류되기 때문에, 드라마의 비중이 아무래도 높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드라마를 제하고 본다면 나는 액션과 코메디 장르를 즐겨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숨막히는 출퇴근 길에 화려한 액션이나, 잠깐의 웃음을 줄 수 있는 코메디 장르에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과 봐야 하지 않을까.


각 장르별 평점은 어떻게 내렸을까?

장르별 평점


애니메이션은 단 한편이었는데, '빅히어로' 로 평점이 4.0을 기록했다. 애니메이션을 제외하면 드라마가 평점 3.4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고, 내가 많이 본 장르인 액션이나 코메디의 평점은 각각 2.6점과 1.8점을 기록하면서 다소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저 재밌게 본 영화와, 종합적인 면에서 매기는 평점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리하면서..

상반기에 본 영화들을 기록해보니 나름 재미있는 분석들이 가능한 것 같다.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이렇게 소소하게나마 기록을 해놓지 않았더라면 나는 1년만 지나도, 아니 반년만 지나도 이걸 봤었는지,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가물가물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잠이 덜 깬 채 회사를 향하는 출근길에, 시루떡이 되어 돌아가는 퇴근길에 나에게 힐링이 되어준 영화들이어서 소중하게 느껴진다. 나중엔 책도 이렇게 분석해봐야지. 





<더글라스 케네디>

먼저 이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이 소설을 만든 작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을 해야겠다. 

이 책의 저자는 '더글라스 케네디'. 우리나라에서는 [빅 픽쳐] 라는 소설로 유명세를 탄 작가이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미국사람으로, [빅 빅쳐]와 마찬가지로 [템테이션]도 미국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소설 [템테이션]에서는 TV시트콤을 만든 극작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무명의 시절을 거쳐 최고의 극작가로 성공하기까지 마치 실제 저자인 더글라스 케네디의 본인 모습을 어느 정도 투영한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전에 [빅 빅쳐]를 재밌게 읽기는 했지만, 그리 감명이 깊었던 소설로 남아있지는 않아 이번 책을 읽으면서도 그리 기대치가 높지는 않았다. 무언가 생각할 꺼리를 남겨주는 이야기보다는 영화의 씬을 쫓아가는 느낌의 빠른 템포의 극적인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는 데 재주가 탁월하다고 느꼈었다. 



<줄거리>

소설의 주인공은 데이비드 아미타지. 그는 10여 년의 세월을 무명 작가로 살아왔고, 제대로된 돈벌이를 해주지 못하는 무능력한 남편이자 딸을 가진 아빠이다. 

무명 작가로서 글을 쓰면서, 서점에서 알바로 푼돈이나 벌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하나의 대형 계약을 시작으로 승승장구하기 시작하게 된다. 첫 계약이 성공하니 그 다음 계약에서는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미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시트콤 작가가 된 것이다.

갑작스러운 성공은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고 하듯이, 데이비드 아미타지도 초심을 잃고 변하기 시작한다. 내조를, 아니 돈도 제대로 벌어오지 못하는 남편을 위해 외조를 대신 해주던 아내를 버리고 바람을 피기 시작하더니 결국엔 이혼도 해버렸다. 

그런 그에게 미국의 대부호인 필립 플렉이 치명적인 유혹(템테이션)을 한다. 작가의 꿈을 이루고 싶던 플렉에게 아미타지 자신이 원고를 대신 써주는 것이다. 그에 대한 댓가로 그는 상당한 돈을 받기로 하는데..


데이비드 아미타지는 갑자기 어느 신문 기자에 의해 표절작가라는 기사를 보게 된다. 처음엔 자신은 표절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어느 정도 먹히는 듯 했지만, 모든 정황과 증거가 점점 그에게 불리해져만 가고, 결국엔 그는 '표절 작가'로 낙인찍혀 모든 것을 다 잃고 파산하게 되고 만다.


줄거리는 여기까지. "그는 과연 표절작가의 오명을 해결하고 다시 성공할 수 있을까?"


<유혹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우리는 늘 유혹에 대면하며 살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나 꿈에 대한 갈망 앞에서,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간의 관계 속에서.

유혹은 늘 존재하지만, 그것을 취할지 말지 선택하는 것은 오롯이 본인의 몫이다. 무명 작가이지만 묵묵히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나가 끝내 성공을 하게 된 것도 아미타지의 선택이었고, 그의 아내를 버리고 바람을 피운 것도 그의 선택이었다. 

소설의 마지막 즈음, 저자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성공이라는 것은 종착지가 정해진 것일까? 우리 모두 성공을 꿈꾸지만 성공한 순간 조차도 성공에 도취되어 방심하다가는 나락의 길로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아미타지를 통해 말했다. 


<마음에 들어온 구절>


"우리 모두가 필사적으로 추구하는 건 자기 존재에 대한 확신이다. 그러나 그 확인은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 (p.446)


"그러나 우리의 위기를 가장 높은 곳에서 조종하는 자는 누구인가? 누구의 손이 우리를 조종하는가? '신'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상황'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편, 지금의 위기를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고 그가 그 모든 위기를 조종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편을 탓하고, 어머니를 탓하고, 직장 상사를 탓한다. 그러나 어쩌면, 정말 혹시 어쩌면, 자기 자신이 그 모든 위기를 조종했을지도 모른다." (p.451)


진정한 성공은 무엇인가?

이 성공의 끝은 어디일까?

성공의 종착지에 도착한 다음엔 과연 무엇이 있는 것일까?


템테이션

저자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출판사
밝은세상 | 2012-10-0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 한 번의 성공이 반드시 ‘영원한 성공’으로 귀결되지는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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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젊은 세 청년이 있다. 이들은 좀도둑질을 하다 나미야 잡화점에 잠시 몸을 숨기게 된다. 아무도 살지 않을거라 여겨졌던 그 집에 갑자기 편지가 들어오고, 그 편지에는 고민을 상담하는 내용이 적혀있다. 좀도둑질이나 하며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세 청년들 앞에 떨어진 편지.

과연 그들은 이 고민을 제대로 상담해줄 수 있을까?

교육학이나 심리학을 전공하고 전문 상담가가 되기 위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도 상담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헤아려주어야 하기 때문에 예민하고 민감한 일이다. 이론적인 상담기술은 전혀 배우지도 못한 이 청년들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은 느낀대로, 그리고 직설적으로 답해주는 것이었다. 

- 그런데 말입니다. -

이들의 조언은 뜻밖의 결과로 상담자를 감동받게 만들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답장 (세 청년의 느낌대로, 그리고 직설적인..)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 이유는 상담을 듣는 본인들의 마음가짐이 좋았기 때문이다. ~라고 소설에서는 평가한다. 충분히 스스로 고민을 해본 뒤에 조언을 구하는 입장과 자기성찰이 결여된 불만토로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고민상담을 요청하는 이들은 대부분 자기성찰 끝에 잡화점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한다. 

본래 나미야 잡화점은 '나미야'라는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잡화점으로 나미야를 '나야미'(일본어로 고민을 뜻한다고 함. 일종의 언어유희를 보인다. 번역본이라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이런 구절이 종종 있는 듯 하다.)로 부르며 놀리는 아이들에게 장난스런 고민을 진지하게 상담을 해주다 정말 진지한 고민상담실로 바뀌게 되었다.

5개의 챕터로 나뉘게 되는데 이들은 모두 '환광원'이라는 고아원과 연결이 되어있고, 모든 챕터의 등장인물들이 연관성을 가지면서 복잡한 얼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얼개는 마지막으로 가면서 나미야 할아버지의 첫사랑이 설립한 환광원의 주인과의 연결고리를 뜻하게 됨을 알 수 있게 된다.

상담에 나온 고민들

1. 사랑하는 사람이 병에 걸렸다. 자신의 꿈인 운동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간호해야 할까요? 

2. 뮤지션이 꿈인 생선가게 아들. 아무리 노력을 해봐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데 뮤지션을 포기하고 생선가게를 물려받아야 할까요?

3. 유부남의 아이를 임신한 여성. 미혼모의 몸으로 이 아이를 낳아도 될까요?

4. 야반도주를 해야하는 부모님에 반대하는 청소년. 부모님을 따라가야 할까요?

5. 낮에는 사무직을, 밤에는 호스티스를 하는 여성. 성공하려면 어느 쪽을 택해야 할까요?


- 위의 다섯가지 고민들을 상담하는 것으로 이 소설은 전개를 펼친다. 어느 하나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과연 나라면 뭐라고 상담을 해주었을까? 

'네, 그렇네요. 많이 힘드시겠어요.'

라며 아픔을 동감해주는 것에서 그친다면 조언을 받고자 하는 사람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단순한 동감만을 필요로 했던 것이라면 그렇게 나 혼자 치열하게 고민하고 누군가에게 정성을 들여 편지를 써서 고민을 얘기했을까? 

'이렇게 해보세요. 그렇게 하는 것이 맞습니다.'

라며 확신을 가지며 어느 한 방향으로 조언을 해주어야 할까? 만약 그렇게 답한다면 조언을 받는 입장에서 오히려 상담자는 자신의 처지를 동감하지도 못하면서 이래라 저래라 쉽게 말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는 책에서도 종종 나오는 장면이다. 막연히 뮤지션을 꿈꾸느니 안정되게 생선가게를 이어받으라는 조언이나, 호스티스는 안좋은 직업이니 무난하게 사무직을 하며 평범하게 살라는 조언이 그러했다. 하지만 이들은 답장을 받은 즉시 화를 내며, 실은 이러이러하다면서 2차 고민편지를 보내게 된다. 책에서는 진심을 파악하기 위한 좋은 장치였던 것으로 포장되었으나, 현실에서는 그런 것들이 좋은 쪽으로만 흘러갈까? 보통은 '아, 저 상담자는 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해. 얘기하는 건 헛수고일 뿐이야.' 라고 생각하고 다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일이 생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위의 다섯가지 고민거리에 대해 자신이 상담자라고 생각해보고, 내가 상담자라면 이런 고민상담을 답변으로 해주겠다, 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가 되겠다. 

내 마음에 들어온 구절

"당신의 노력은 절대로 쓸데없는 일이 되지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믿어주세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믿어야 합니다." (p.148)

-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하는 행동들이 나중에 어떠한 결과로 되돌아 올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현재를 소홀히 하는지도 모른다. 비록 내가 지금 하찮은 일을 하고, 당장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 꿈을 이루기 위해 하는 모든 일들은 미래의 자양분이 된다는 것을 믿자.


"내가 몇 년째 상담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거야. 그래서 상담자 중에는 답장을 받은 뒤에 다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 답장 내용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지." (p.167)

 -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 보는 일기에서조차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자기 혼자만이 볼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누가 보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자기검열을 한번 거친 뒤, 자신의 마음을 유리한대로 편집해 일기를 작성하게 된다. 편지상담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자신의 고민을 적으면서도 으례 자기가 미리 내려놓은 답에 유리한 사실만 편지에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편지상담은 2차, 3차의 편지가 필요하게 된다. 그 사람의 진심을 파악해야 제대로 된 상담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다시 나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과연 그게 진짜 이유인가?"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p.447)

 - 소설에서는 세 청년이 편지함이 시공간을 초월하고 있다는 것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백지편지를 우편함에 넣는다. 그리고 과거시점에서 이 백지편지를 받아본 할아버지는 이 백지 고민상담 편지를 받고 고민 끝에 위와 같은 답변을 해준 것이다. 무성의하게 보일 수 있는 답변에 이렇게 진실하게 고민한 답변이 있을 수 있을까? 이 답변은 소설의 말미를 장식하는 문구이기도 하다. 작가가 독자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이것일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그려나가는 대로 펼쳐지게 되어 있다. 상담을 받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스스로를 믿고, 믿는 바를 실천하는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오랜만에 소설 한 권을 읽고 마음이 따뜻해진 기분을 느꼈다. 최근 업무로, 가정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치유가 많이 된 듯 하다.

읽기 전에는 책의 두께에 놀라 이걸 언제 다 읽으려나 싶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흡입력에 빨려들어 금새 읽어버리고 말았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유명한 저서로는 <용의자X의 헌신> 이라는 영화로도 나와 유명세를 떨친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에 한번 심취하면 그의 대표작 두세 작품 정도는 읽어보는 성향이라,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책은 여러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가 얽혀있고 복잡하게 구성이 되어 있어 영화보다는 드라마로 재현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봤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출판사
현대문학 | 2012-12-1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히가시노 게이고의 차기 대표작으로 손꼽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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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싸드'를 둘러싼 실제 외교 정세

최근 미국의 싸드 국내 도입과 관련하여 중국, 일본, 러시아와의 외교적 관계에 따라 이슈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우리나라의 싸드 도입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고 있는데, 최근 30개월을 끌어온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에 따라, 한중FTA가 몰고 올 경제적 이해득실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경제적 측면을 넘어 한중FTA타결이 한반도 정치, 외교, 안보 등 '힘'의 역학에 어떻게 작용할지도 관심이다. 

우선 FTA가 타결됨에 따라 한국의 '對 중국 의존도'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한반도가 G2(중국)와 가까워질수록 G1(미국)이 과연 어느 정도의 '인내심'을 보여줄 지 관심이다. 미국은 현재 우리 정부에 싸드의 한반도 배치를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마이클 그린 전 선임보좌관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이 박 대통령과의 7월 정상회담에서 THAAD의 한반도 배치는 불가하다고 직접 요청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소설가 김진명도 '싸드'라는 장편소설에서 시진핑 주석이 7월 한국만을 전격 방문한 것은 다른 이유보다 "한반도 싸드 배치는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라는 뜻을 청와대에 단호하게 전하기 위해서였다고 묘사 했다.

결국, 중국 역시 "큰 돈은 우리한테서 벌면서 미국과 함께 뒤통수를 칠거냐?"라며 반발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한·중 FTA 타결은 점차 시간이 지나가면서 결코 경제적인 측면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AIIB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경제적 패권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고자 하는 것이 바로 AIIB이다. AIIB는 지금의 세계은행과 비슷한 기구를 중국을 중심으로 새로 기획하는 것이다. 지난 달 (2015년 3월) 이 AIIB에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상당한 경제력을 갖춘 유럽 국가가 참여하기로 하면서 국제 정세가 더욱 요동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은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현재 미국은 우리나라에 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를 도입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 싸드의 문제점은 레이더가 반경 1천킬로미터가 되며 중국 동부 지역의 군사시설은 이 레이더에 포착될 것이고, 이에 따라 중국의 군사정보가 상당히 미국측에 넘어갈 우려가 있어 중국이 강력하게 반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반대로 북한을 핑계로 한국에 싸드를 설치하면 중국의 군사정보를 상당한 수준으로 탐지가 가능해 이를 이용해 중국을 압박하려고 하는 것이다.

AIIB와 THAAD! 중국과 미국의 주도권 싸움에 우리나라가 끼인 상태가 되는 것이다. 


김진명

김진명 작가는 어렸을 때 읽었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라는 책을 재밌게 읽은 이후 같은 작가의 책은 여러 개를 읽어 보았다. 처음에는 소설이라는 매체를 빌미로 현재 정세를 비판하는 작가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점점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사상과 소재를 다루면서 소설들의 소재가 막장으로 치닫는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주로 역사를 민족주의적 시각으로 재편집한 소설이나, 강대국 사이에서의 민감한 외교상황을 이용해 그야말로 그저 '소설'을 쓰지만 '음모론'에 가깝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역사, 군사, 국제 정세 등에 관심은 있지만 깊은 지식이 없는 일반 대중들한테는 이 자극적인 소재를 활용해 곧 잘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의 소설은 대부분 똑똑하지만 재야에 묻혀 지내던 사람이 어떠한 사건을 맡고, 그것을 해결하면서 점점 드러나는 실체가 결국엔 큰 음모와 같은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번에 그가 집필한 싸드는 미국과 중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를 교묘하게 이용했고, 각 챕터마다 실존 정치인에 대한 평가를 보고서 형식으로 삽입하면서 좀 더 그럴싸하게 만들어 냈다. 

빠른 속도로 읽히는 문체나 쉬운 언어로 구성된 문장은 김진명 작가의 타고난 재능이라고 여겨지지만, 그가 다루는 내용에 있어서는 속내가 그리 순수해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싸드 도입이 어떠한 것인지 참고하기 위해 읽어볼 만 하지만, 그가 바라보는 시점이 과연 옳기만 한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읽으면 좋을 듯 하다.


싸드(THAAD)

저자
김진명 지음
출판사
새움 | 2014-08-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왜 지금 저들은 한반도에 싸드를 논하는가?“받으면 중국의 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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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모든 의미 있는 말들을 마음속에 새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메모를 실행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10년 동안 메모를 하라. 그러면 누구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 있을 것이다." 

- 모든 혁신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지만,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실행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메모란 그 결과가 아주 극대화되서 나타나는 좋은 예시인 듯 하다. 우리의 머리는 순간 순간 많은 아이디어들을 떠올리지만 그것들은 이내 사라지고 마는 휘발성이 강한 존재이다. 그러한 작은 아이디어를 모아 편집하고, 주물러서 내 것으로 만들고 나면 나중에는 커다란 결과를 나에게 선물할 것이다. 나는 얼마 전 메모의 중요성을 깨닫고 몰스킨 노트를 하나 샀다. 독서노트로도 써보고, 일기로도 써봤다. 근데 블로그를 같이 운영하다 보니 손으로 적는 것에는 영 쉽게 손이 가지 않아 많이 적지 못했다. 앞으로 실행력을 더 키워 많은 메모를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메모는 결점이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메모 하나만으로 인간이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결점을 보완해준다면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

- 나도 원래 메모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해봤자 학창시절 학습노트를 작성하는 것 이외에는 메모를 굳이 하려고 들지 않았다. 그러나 취업을 하면서부터 달라졌다. 학업을 할 때보다 많은 양의 정보를 보다 빠르게 처리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포스트잇을 활용해 메모를 하기 시작했고, 메모장을 하나 준비해 시간에 따른 메모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제 업무를 위한 메모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결점을 메우기 위한 메모, 내가 살아남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되어 주었다.


메모로 인한 나의 변화

메모에는 정답이 없다. 아무거나 떠오르는 대로 작성하면 된다. 쉽게 접근하라.. 이 책에서 가르쳐준 메모의 방법들이다. 내 관심사, 지금 막 떠오르는 것들부터 메모를 펼쳐 나가다 보면, 나무가 숲을 이루듯이 생각이 뻗어나갈 것이다. 메모는 여러 방면의 다양한 생각을 메모를 통해 수집함에 모아놓고, 수집함에 모아둔 메모들을 각자의 분류에 따라 정리를 하고, 그것들을 묶어서 하나의 커다란 생각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나의 메모는 업무와 개인적인 삶, 이렇게 크게 2가지로 분류될 것이다. 업무는 나의 업무능력을 보좌해주는 보조 기억력으로 사용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씽크탱크로 활용할 것이다. 그리고 나의 개인적인 삶은 좀 더 사유가 있고, 내실있는 자기 반성을 통해 오래 숙성시킨 와인처럼 깊은 맛을 내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나의 목적이다.




한국의 메모 달인들

저자
최효찬 지음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 2010-02-10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성공한 사람들의 메모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대한민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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