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여행사에서는 보통 단수가격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단수가격(Odds Price)은 상품에 댛나 가격을 책정할 때 10,000원, 50,000원 등으로 하지 않고, 9,900원, 49,900원 등으로 단수(홀수)를 붙여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여행상품가는 보통 몇 십만 원에서 몇 백만 원에 이르기 때문에 보통 동남아 399,000원 또는 유럽 2,490,000원 등으로 책정된 상품가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렇게 책정해놓으면 동남아의 상품가는 40만원보다 싸보이고, 유럽은 250만원보다 싸보이는 느낌을 받게 된다. 

국내 백화점들은 의류 제품의 약 80% 정도에 단수가격전략을 적용하는데, 이러한 방법을 썼을 때 약 20% 정도의 매출 상승 효과를 일으킨다고 한다. 


2014년부터 여행상품가는 기본상품가에 유류할증료 등을 포함한 총액표시제를 실시하게 되었다. 기존에는 상품가를 399,000원에 노출시켰다면, 총액표시제에 따르면 유류할증료 54,300원을 더한 453,300원으로 표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습관적으로 단수가격의 상품가로 결정을 하던 여행사 직원들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먼저 상품가 총액을 단수가격으로 맞추는 것이다. 총액을 천원단위, 또는 만원단위 상으로 단수로 맞추면서 기본상품가를 조절하다보니 매출과 수익에서도 일부분 수익이 플러스 되거나 마이너스가 되는 등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그리고 어떤 직원은 기본상품가의 단수가격을 유지한 채, 고객에게 보여지는 총액요금에서 역(逆)단수가격전략을 내세우게 되는 것이다. 이는 기본 상품가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매출이나 수익을 그대로 보전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소비자 심리를 이용한 단수가격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최종적인 구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제는 소비자들이 오히려 900원이라는 가격에 속지 않는다고 한다. 기존 단수가격에 이미 식상한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는데다, 조금만 더 내리면 짝수로 상품가를 맞출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은 걸 보니, 제품과 가격에 대해 매우 자신감이 있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또는 상품가가 좀 더 복잡해짐으로써 노골적인 마케팅 전략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원가에 기반한 상품가격을 책정한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자, 여기서 역단수가격에 대한 작은 시나리오를 만들어보자.

앞서 예로 든 역단수가격인 453,300원으로 판매를 하고 있다고 치자. 여기서 상품가를 100원 올린다고 하면, 과연 고객들은 그 차이를 인지할까? 453,300원이나 453,400원이나 거기서 거기라는 판단이 들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만약 모든 상품의 상품가를 야금야금 100원씩 올린다면?

월 평균 10만명의 고객을 해외로 보내는 여행사에서, 상품가를 100원씩 올렸을 경우 매출은 1천만원이 상승한다. 이게 바로 티끌모아 태산만들기 아닌가? 난 여행 상품의 단수가격 정책을 무너뜨리게 해준 총액표시제도를 열렬히 환영한다. 



작년 7월부터 총액표시제를 시행했으니, 벌써 1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그럼 과연 얼마나 효과를 얻었냐구?

글쎄, 올해 시장상황이 좋아 너도 나도 잘되는 분위기였다. 메르스가 오기 전까지는.. 여러가지 외부 변수가 너무 많기에 단순히 상품가격 전략이 바뀌었다고 하여 그에 대한 효과가 얼마나 있었는지 알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총액 표시제의 등장

우리회사는 항상 H투어의 가격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여러 직판 여행사들은 규모적인 차이가 크기에 적절한 견제를 딱히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직판여행사가 TV-CF 등을 통해 대대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점점 덩치를 불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회사는 H투어에 대한 눈치작전을 마련하랴, 직판 여행사들의 공격적인 영업에 대응하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새로운 총액표시제의 등장


최근 여행업계에는 유류할증료 등을 포함한 총액표시제가 시행되어 이를 준비하느라 다들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총액표시제를 잘 이용한다면, 우리는 상대적인 가격의 책정을 보다 유리하게 만들어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풀어보게 된 상대적인 가격 책정의 묘 발휘하기~


저가 정책의 위험성

최근 업계에 여러 가지 외부 악재가 잇달아 나오면서, 많은 기업들이 가격 인하를 통해 위기상황을 돌파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들이 가격 인하로 매출을 끌어올리는 주된 이유는, 가격은 이를 책정함에 있어 전사적으로 큰 리소스가 들어가지 않고 쉽게 마케팅 전략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정한 저가 정책??


혹자는 가격을 떨어뜨리고 대규모의 매출을 이끌어 냈을 때는 그만큼 원가가 절감되는 규모의 경제 실현을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규모가 각 기업들마다 대동소이한, 이른바 춘추전국시대에서는 한 시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묘안이기는 하나, 지금처럼 여행업계가 이미 저마다의 자리는 차지하고 있고 서로 조금 더 많은 시장점유율을 가지고자 싸울 때는 이 방법이 그리 크게 주효하지 않다고 본다. 

물론, 가격은 시장에서 빠른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여타의 4P 마케팅 믹스 전략이 소비자의 반응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에 반해 가격은 많은 투자 없이 현 시장환경 및 경쟁사의 분석만 정확하다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소비자의 반응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 정책은 상당한 위험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가격 정책에 수정을 가했을 때 경쟁자들도 그에 재빨리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때로는 한 회사의 가격 변경이 산업 전체의 가격 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즉, 어떠한 전략과 마찬가지로 가격 전략도 우리 회사 혼자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특히, 가격 책정에서 상대적 가격 책정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너도 나도 세일 폭탄


마케팅에서는 웨버의 법칙(Weber's law)이라는 것이 있다. 이 법칙은 어떤 사람들이 TV나 자동차를 살 때는 몇 십만원 차이를 우습게 생각하지만, 그 사람이 시장에서 콩나물을 살 때는 상대적으로 몇 십원에도 민감한 것을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해, 100만원에 있어서 1,000원은 상대적으로 작게 보이지만 5,000원에서 1,000원은 심리적으로 커 보이는 것이 보통이다.


감자칩의 상대적 가격

1990년도에 미국에서 일어난 상황을 소개하고자 한다. 감자칩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P 회사는 한 봉지에 $1.59를 책정해 왔었고 시장에서의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같은 사이즈의 감자칩을 생산하는 L 회사는 주로 그 지방에서만 생산하는 소위 말하는 로컬브랜드로 $1.29를 판매가격으로 설정하여 시장선도제품보다는 봉지당 30센트 차이가 있었다.

몇 년이 흘러가면서 시장선두인 P회사는 가격이 $1.89가 되었고 로컬브랜드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듭하다가 $1.59가 되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선두인 P사는 자꾸만 시장점유율이 높아져 갔었고 상대적으로 L회사는 자꾸만 시장점유율이 낮아져가고 있었다. 품질의 차이는 크게 변화한 것이 없는데 왜 이러한 현상이벌어졌을까? 로컬브랜드는 무엇을 간과하였을까?



이 사례는 절대적인 가격보다도 상대적인 가격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가장 핵심은 소비자들은 가격을 상대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P브랜드가 $1.59일 때에 L브랜드는 $1.29였고 그 차이가 30센트로 상대적으로 L브랜드가 싸게 느껴져서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시장을 어느 정도 점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격이 P브랜드가 $1.89이고 L이 $1.59로 가격 책정되어 그 가격의 차이가 30센트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소비자들은 옛날에 느끼는 가격차이를 상대적으로 적게 느끼게 되어서 P브랜드를 선호하기 쉽상이다. 30센트 가격차이가 시장개척상표의 가격 $1.59에서는 크게 느껴지지만 시장개척상표의 가격 $1.89일 때에 30센트 가격차이는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1.59에 책정된 L브랜드의 가격 매력도를 전보다 덜 느끼게 된다.


여행상품가로 비교하기

  • 우리 회사가 상품가 699,000원에 유류할증로 100,100원을 더해 총액이 799,100 원이 되었다.
  • 그리고 직판여행사에서는 599,000원에 유류할증료 100,100원을 더해 총액이 699,100 원이 되었다.


기존 상품가 기준으로는 직판여행사의 상품가는 우리 회사의 약85% 수준이었다.

하지만 총액 개념으로 접근하면 우리 회사의 약 87% 수준으로 좁혀진다.

같은 10만원 차이지만, 총액개념을 도입하면서 직판여행사와 우리 회사간의 상품가 비율은 좁혀졌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작은 차이점 하나를 우리가 파고든다면.. 고객은 우리 회사의 상품을 더 선호하게 되지 않을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