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에서 근무하다 보면 1년에 한번 정도는 각 여행사 담당자들을 불러 모아다가 같이 특정 해외 여행지를 여행하면서 관광 포인트를 잡는 출장을 보내준다. 오늘 모인 모임은 2014년에 갔던 캐나다 팸투어 출장에서 만난 여행사 직원들 모임이다. 여행사들은 주로 서울 4대문 안의 시내에 몰려 있다. 그래서 보통 모임의 장소는 종각역 근처가 되는데, 오늘도 여전히 변함없이 종로 바닥에서 삼겹살을 먹게 되었다. 



종로의 YMCA 건물 옆 골목에 위치한 해몽은 그 규모가 작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는 수도 있으니 찾을 때 유심히 봐야 한다. 해몽의 대표 메뉴는 '꽃삼겹'이다. 꽃삼겹이 그냥 삼겹과 다른 이유는 바로 삼겹살 고기에 난 칼집에 있다. 살코기와 지방부분에 가는 칼집이 많이 있다. 이 마구 칼집이 난 삼겹살은 구워지면서 그 칼집의 모양이 꽃처럼 피워 오른다고 하여 '꽃삼겹'이라 불린다.




핑크빛이 아주 이쁘게 감도는 냉장 삼겹살이 불판위에 올랐다. 

고기집이지만 인테리어는 어둡고, 고기에 집중해 비춰지는 조명 덕분에 선술집 같은 느낌도 난다.





고기가 점점 익어갈 수록, 고기에 난 칼집이 벌어지면서 꽃이 피기 시작한다. 이 집의 삼겹살은 냉동이 아니고, 두툼하게 썰어 식감이 매우 좋다. 하지만 잘게 난 칼집 덕분에 고기를 태우지 않고, 적정하게 익혀서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집의 꽃삼겹은 바싹 익혀 스낵처럼 먹을 것이 아니라, 센 불로 짧은 시간안에 적당히 익혀 육즙이 다 빠져나가지 않았을 때 먹어야 한다. 그래야 꽃삼겹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이 집에서는 삼겹살로 배를 채우면 안된다. 마지막에 이렇게 볶음밥을 해먹을 정도의 배는 남겨두어야 한다. 보통 볶음밥을 해주는 것은 자잘하게 국물이 있는 음식에 주로 하지만 이 집에서는 돼지고기를 굽고 남은 고소한 돼지기름을 이용해 볶음밥을 하게 된다. 그런데 볶음밥을 시키면 덜렁 밥과 몇가지 재료만 뿌려줄 뿐 볶는 작업은 손님이 직접 해야 한다. 반찬으로 주는 김치를 가위로 잘게 썰어 볶음밥에 같이 볶는 것을 손님이 해야 한다. 손재주가 있으면 장점일 수도.. 하지만 술을 위해 고기를 먹는 이들에게는 귀찮을 뿐이다. 




볶음밥까지 깨끗하게 비우고 이 집을 나왔다. 5명이서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고 총 가격이 9만9천원이 나왔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삼겹살 가격에 비해 이 집의 삼겹살 가격은 착하다. 그리고 보통 삼겹살과는 다른 '꽃삼겹' 이라는 재미도 있고. 이 집이 인기도 있지만 규모가 작아 예약을 하지 않으면 가기가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다. 가게 된다면 참고하시길.





총평 (★★★★ : 4.2 / 5.0)


잘게 무수히 많이 난 칼집 덕분에 이 집의 맛이 살 수 있다.

취향의 문제기도 하지만, 나는 삼겹살을 아주 바짝 익혀 먹는 것은 선호하지 않는다.

그에 대해 꽃삼겹은 겉을 태우지 않고 속까지 익힐 수 있게끔 칼집이 나 있다.

규모가 크지 않은 소소한 모임에서 맛있는 삼겹살에 소주를 한잔 기울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에 적당한 장소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