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오랜만에 리디북스에서 책을 하나 구입했다. 이제 내 서재에는 내 책을 놔둘 공간이 부족하니까 전자책으로. 올해 내내 벼뤄왔던 책을 골랐다. 바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이라는 책이다. 오랜만에 읽는 책이라 어떤 책으로 선정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다 지식에 대한 갈증으로 문학보다 먼저 선택하게 되었다. 아직 챕터2를 읽고 있는 중이긴 한데, 다 읽기 전에 생각났던 이야기들을 먼저 정리해보고자 한다.


팟캐스트 '지대넓얕'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지식' (이하 '지대넓얕')은 팟캐스트로 먼저 만나게 되었다. 철학, 과학, 종교 등 다양한 인문학을 다루면서 대중을 위한 난이도 조절도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팟캐스트 출연자인 채사장, 독실이, 깡선생, 김도인의 케미가 잘 맞아 재미가 있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 신봉자이자 미스테리, 오컬트를 좋아하는 채사장, 기독교와 과학을 담당하는 독실이, 철학을 담당하는 깡선생, 계룡산에서 도를 닦았다고 알려진 김도인까지. 각자의 개성과 전문영역이 있기 때문에 더욱 돋보인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김도인, 채사장, 깡선생, 이독실


신인작가로 홈런을 날린 채사장

지대넓얕이라는 팟캐스트를 들은지 1년이 지났을까, 올해 초에 채사장이 책으로 '지대넓얕'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무려 2권으로 나눠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참으로 방대했나부다. 난 일기 쓰는 것마저 부담 자체던데.

그리고 반년이 흐른 지금, 지대넓얕 책은 가히 올해의 베스트셀러라고 치부해도 모자르지 않을 만큼 히트를 치게 되었다. 점점 어려워져가는 출판 업계에서 신인작가의 책이 이정도 판매를 기록했다는 것은 정말 센세이션이라고 봐야 할 듯 하다. 그래서 난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진 듯 하다. 


쉽게 썼지만 아쉬운 점

아무튼, 이 책은 정말 대중을 위해 쉽게 잘 쓰여졌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신인작가 채사장의 능력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쉽게 쓰고자한 덕분에 아쉬운 점도 생겼다. 그것은 바로 단순화시키다보니 일반화가 이뤄졌고, 그러다 보니 비약적인 전개가 이뤄지는 점이 그러했다.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고대사회를 설명할 때부터 그렇다. 채사장은 권력에 의한 계급이 생기고 난 뒤에, 권력자가 권력의 기반을 단단히 만들기 위해 '신'을 이용했다고 기술했다. 뭐 내가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왕이 권력을 만드는 단계에서 신을 이용했던건 아닐까? 우리가 생각하는 '신'의 모습 이전에 우리는 자연을 숭배해왔다. 태양을 신으로 섬겼고, 홍수를 신의 분노라고 여겼다. 그래서 자연을 다룰 줄 아는 힘(지식)이 있는 자가 왕이 된게 아닐까? 그러면서 왕이 된 자는 그랬겠지, 내가 신이다! 하고. 오히려 그렇게 풀어나가는게 논리 상 더욱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대화가 필요해

다시 책의 제목으로 돌아가보자. 지적인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알려주겠다는 책이다. 채사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생각에 대해 정리한 말을 했다. 


"제 주변만 봐도 고등학교 때 친구들 상당수가 대학을 가지 않았어요. 제 어머니도 대학을 가지 않았고요. 사실 '스카이'로 대표되는 상위권 대학 학생 비율은 3%에 불과한데, 미디어에 나오는 사람들 혹은 책 저자들은 대부분이 스카이 출신들이에요. 하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는 내신 5등급 전후에, 지방대를 나오고 월 100만~ 200만원을 버는 사람들이죠. 그들이 인문학을 향유하고 말하는 주체가 되어야 하죠."

이 말에서 채사장의 집필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인문학이 스며들고, 그들에게 자양분이 되어야 비로소 이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상 모든 사람이 세상에 무엇인가를 배우러 온 순례자라고 생각해요.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배워 나가는 방식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라고 생각하고요. 삶의 목적 자체가 사람들과 대화하고 (서로와 각자의) 삶을 이해하면서 배움의 넓이를 넓혀가는 건데, 평생을 살면서 자신의 지식만 만들어가기 때문에 대화를 할 수 없게 되죠."

채사장은 '지식'에 대한 책을 냈지만, 그 자신은 지식을 넘어선 '지혜'의 깨달음을 많이 얻었다는 느낌이 드는 말이다. 지식을 단순히 쌓아나가는 것에서 끝난다면 이 사회는 영원히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죽으면 끝나버리니까.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더 올바른 방향으로 사고를 발전시켜 나간다면 후대에까지 그 지식들은 발전해나갈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목표가 단순히 넓고 얕은 지식을 구하는 데서 끝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넓고 얕은 지식을 얻은 뒤에는 자신의 방향에 맞게끔 더 많은 지식을 쌓고, 이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향유하면서 우리의 지식 생태계를 촘촘하고 넓게 만들어야 하는 '사명'이 생기는 것이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저자
채사장 지음
출판사
한빛비즈 | 2014-12-24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신자유주의가 뭔지, 보수와 진보가 무엇인지, 왜 사회문제가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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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4-08-2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우리가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설령 그...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하루키의 소설은 꼭 읽어보고 싶은 맘이 든다.

페이스북에 이 책을 읽고 싶다고 남겼더니 제수씨가 선물해줬다.

스무살에 그럴 나이 아니잖아?

- 시간의 속도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어긋날 수도 있어.


항상 우린 누군가가 정해놓은 것처럼 나이에 걸맞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시간의 속도는 다를 수 있다.

책의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불륜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결혼 3년차에, 내년이면 딸이 생기는 가장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극히 불경한 이야기들.

근데 너무 담담하게, 일련의 사건을 짚어보는 신문기사처럼 써내려갔다. 과하지도 않게, 그러면서도 디테일한 묘사도 빠짐없이.

유부남에게 어쩌면 허락될 수 있는 상상속의 불륜이 되는건 아닐까. 합법적인 불법을 저지르는 느낌.


나도 인간이니까 상처받을 일에는 상처받아. 조금인지 많이인지, 그 양까지는 모르겠지만.

- 아, 이 말 어디서 본거 같은데 기억이 안난다. 이 책의 앞쪽이었을까, 아님 다른데서 봤던 기억인걸까.

상처를 받는 쪽에서 적었는지, 많았는지 모르면 누가 알아줘 대체! 준 사람은 주었던 사실조차 잊고 살텐데.


나는 상처받을 때 충분히 상처받지 못했다.

- 재밌네. 아까 나왔던 대화의 속내는 그랬던 것이다. 

그래, 사람이 살면서 상처받은 일에 충분히 아파하지 못했다면 그게 이상한거다. 

아픔을 느끼고, 치료든, 울음이든 그것을 승화시켜줄 매개가 필요한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든 생각. 이게 다야? 

담담하게 무언가를 이야기하다가 마치 "다음 이야기는 나중에 해줄게" 라고 하는거 같다.


이 책에서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를 잃거나, 잃었다. 거기서 오는 상실감을 말하고 싶었던거 같다.

아련하게 그녀들을 기억하는 남자들,

한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모든 여자들을 잃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그녀가 나의 세상이고, 이 세상에는 사랑하는 그녀가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외치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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