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품에 안겨 젖 먹을 준비를 하는 깨뽕이


나름 밝은 표정으로 엄마 품에 안겨 조리원 방으로 들어왔다.

젖 먹기 전에 뚱한 표정의 깨뽕이.

눈 뜨려다 우연히 윙크를 포착했다.

젖 먹이려고 데리고 왔더니 잠이 들어버린다. 

일어나~ 밥먹자.

밥먹다 잠이 들어버린다.

아직 젖을 빠는게 힘든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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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자는 모습만 보다가 드디어 눈을 뜬 모습을 봤다.




롹 스피릿이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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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일 낮 12시 46분.

몸무게 3.64kg 으로 건강하게 태어난 우리 아이.






2014년 8월 26일

오늘 아빠와 엄마는 네가 딸이라는 기쁜 소식을 들었어.

심지어 엄마는 네가 딸이라는 얘기를 듣고 너무 기뻐서 울기까지 했대.

아빠는 회사에서 점심을 먹다가 우리 깨뽕이 소식을 들었어.

그리고 아빠도 소식을 듣고 너무 기쁘고, 마음이 들떠서 일이 손에 안잡힐 지경이야~

너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일하고자 점심도 평소보다 두둑하게 먹어두었는데 말야. 


그래서 이렇게 일하는 도중에 짧게나마 너를 위해 편지를 남겨볼까 해.

만약 네가 나중에 커서 이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넌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렇게 사랑을 받았었다는 사실만 기억해주길 바란다.


사실, 네 아비인 나는 지금까지 '누구를 위해서' 살아보지는 못했다.

근데 앞으로는 오직 너를 위해 남은 인생을 살거야.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을 오롯이 너에게 줄거라 스스로 다짐해본다.

하지만 때론 너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을 하게 될 때도 있을 거고, 

아빠는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될 날도 있을거야. 

(아빠도 할아버지에게 그런 감정을 느꼈던 때가 있어서 알거든. 

지금부터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도 웃기지만, 그러한 순간에 이 편지가 읽혀지길 간절히 바라며 써본다.)


만약, 이 아빠가 밉게 보이는 날.. 그런 날이 온다면 네가 이 편지를 읽고 조금은 기분이 풀어졌으면 좋겠구나.

왜냐면 나는 네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너를 사랑해왔거든.

그리고 너에게 미운 짓을 했던 그 순간에도 너를 계속 사랑하고 있을거야.

아빠가 본래 속에 있는 마음 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편이라 데면데면하게 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네가 날 닮았다면 (이런 점은 안닮았으면 좋겠다만..) 우리 서로 편지로 화해하는건 어떨까?


우리 깨뽕이가 엄마, 아빠한테 온지도 벌써 6개월이 되어간다.

나는 아직도 네가 우리 부부에게 처음으로 다가왔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내 인생에 있어 그렇게 기뻤던 날은 아마 없었을 거야.

4개월 뒤에 우리가 처음 만나는 그 날은 아마 이 아빠의 인생에서 맞이하는 두번째 기쁜 날이 되겠지.

얼른 너와 만나고 싶다. 그리고 너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구나.


아직 엄마 뱃속에서 양분을 열심히 먹어가며 어엿한 사람이 되기위해 노력하고 있을 너에게, 

아빠는..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한다.


더위가 삭아드는 8월의 끝자락에서

우리 딸을 기다리는 아빠가.


추신. 네가 딸이란 소식을 듣고 난 후 정신없는 업무 와중에 글을 남기느라 참 두서가 없구나. 이해해라.

잔인한 6월이다.

점점 뜨거워지는 날씨보다도 더욱 더 변화가 심한 깨뽕이 엄마.

입덧이 아주 심하다.



5월 마지막 날에는 햇님이가 저녁을 먹다 속이 안좋은지 구토 증세를 보였다.

그러더니 그냥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랐다. 너무 무지했다. 심각할 정도로..

물론 햇님이도 나를 기분상하게 하려는 의도로 한 말은 아니었지만

나에게 뱉은 한마디에 나는 상처가 되었고, 거기서부터 삐딱선을 타게 되었다.


뭐야, 본인이 힘들다고 나는 왜 이렇게 대해줘? .. 하는 마음이었다.

나는 아직 어리다. 어리석다.... 


한번만 더 참고, 한번만 더 따뜻하게 대해주면 될 것을.

살갑게 다가서려다 햇님이의 태도가 조금 쌀쌀하면 거기서 모든 것을 그만두었다.

솔직히, 상황이 더 악화될까봐 두려웠다.


그렇게.. 6월초 황금연휴는 햇님이와 난 말 한마디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서로 데면데면 살아냈다. 






2주차,

화해의 제스처는 역시 내가 먼저 해야지.

햇님이는 역시나 내가 삐뚤게 행동했던 것에 상처를 받았던 모양이다.

또 눈물을 훔쳐낸다.

그래도 이제는 상황이 전보다는 나아졌다.

최소한의 말은 나와 하려고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아기자기하고, 오붓한 임신초기는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 현실인가부다.






3주차,

이제는 햇님이의 무뚝뚝함에도 익숙해지고 있다. (하지만 난 이것이 익숙해지는 것이 싫다.)

인상을 푹 쓰고 있는 햇님이가 있는 집으로 가는게 두렵기까지 하다.

집에 가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뭘 해야 하는지... 두려웠다.


마치, 자대배치 처음 받은 신병같았다.

자대배치 받은 신병은 선임이 삽질하고 있으면 내가 대신 해야 할 것 같고,

지게를 지면 내가 져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내가 할라 치면 선임은 됐다며, 넌 가만히 있는게 돕는 거라며

그렇게 가만히 냅둔다면... 가만히 있어도 맘이 편하지 않은 원리다.


술자리도 점점 늘고 있다.

아내가 두려운 내가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내 주변에 상황을 얘기하니 같지는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주었다.

원래 그렇단다.. 개인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조금 위로가 된다.






4주차,



월요일부터 햇님이가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이제는 제법 3D 사진으로 사람의 형태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 깨뽕이는 그래도 햇님이 뱃속에서 잘 크고 있었구나.

나도 힘내야지~



여전히 아내는 입덧으로 고생중이지만,

나는 새로운 초음파 사진을 보고 많은 힘을 얻었다.

그래도 내 자식이 엄마 뱃속에서 저렇게 열심히 자라고 있는데

이제 아빠가 된 나도 더욱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6월의 마지막 날이다.

7월이면 깨뽕이의 성별을 알 수 있다.

아들이건, 딸이건 나는 전혀 상관 없다. 건강하게만 잘 자라주기만을 바란다.


잔인한 6월의 끝에서 지난 한달을 정리하다보니

좀 우울한 얘기로 가득한 것 같다... 사실 그랬다.

눈치보느라 바빴고, 따뜻한 손길로 위로는 커녕 아내를 두려워했다.

참으로 그대에게 미안하다. 근데,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5월 20일.

햇님이한테서 아침부터 연락이 왔다.

피가 너무 많이 나와서 병원에 가는 길이라고 한다.

걱정되어 바로 전화했지만 혼자서 다녀오겠다고 해서 나는 사무실에 있었지만

걱정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지 않은가.

일이 전혀 손에 잡히지 않는다..



병원 진료 결과,

그동안 고여있던 피가 한번에 빠져나온 것이고,

아이한테는 큰 지장이 없다고 한다.


휴... 다행이다.





5월 24일.

이번 주에는 햇님이의 짜증과 우울함이 거의 극에 달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짜증이라고는 하지만 

그에 반응하지 않으려 애쓰는 나도 짜증이 쌓여만 간다 ㅠ

그래서 되도록 햇님이의 짜증을 유발하지 않으려

말을 아끼고 행동을 조심히 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주중에는 한번 술을 마시고

화장실에 게워내면서 미처 처리를 깔끔하지 못하게 처리를 하고 출근한 적이 있다.

너무 미안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그 덕분에 햇님이의 짜증은 더해졌다.


토요일 오후 2시에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이 날은 정말 짜증이 극에 달하고 있는 듯 했다.

뭘 해도 내가 맘에 안드는 듯 했고,

어떻게 있어도 짜증이 가라앉지 않는 듯 했다

뭐, 물론 나도 엄청 잘 대해주지는 못했다.

집안일을 시켜도 엉성하게 할 뿐이고..





다행히 아이는 잘 크고 있었다.

고인 피도 이제 거의 다 빠져 아이에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거라 한다.

이제 2주 뒤에 병원에 방문해서 산전검사를 실시한다고 한다.

아이의 키는 1.68cm.

2주 뒤에는 아이의 팔 다리가 형성된 모습도 볼 수 있을거라고..

그리고 아직 한달 더 조심하면서 생활하라는 당부도 있었다.


지금같은 지옥이 아직 한달 더 남았다..

얼른 안정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금요일.. 휴가를 냈다.

지난주 병원에 갔다가
아기집 옆에 고여있는 피가 나오다
애기집이 움직일 수도 있으니
절대 안정을 취하라는 의사쌤의 무시무시한
경고에 겁을 먹었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흘러
5월16일, 다시 산부인과를 찾았다.


자세히 보면 이제 사람모양이 제법 나온다.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주니
사람인지 모르겠다고들 하는데
이검 엄빠될 사람들만 보이나부다 ㅎㅎ

의사쌤 왈,
이제 아기집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고.
아직 고인 피가 다 빠지지는 않았지만
안정을 취하면 좋아질거라 한다.

아이는 1.2cm 정도 되었고,
7주 하루나 이틀 정도된걸로 보인다고 한다.
예정일은 다시 정정되었다.
2015년 1월 1일!!!
새해둥이가 될 것 같다. ㅋ
하루라도 일찍 나오면
깨뽕이가 손해야~ 엄마 뱃속에서
꽉꽉 채워 나오너라.
아빠가 얼른 널 보고 싶지만
내년까지 꾹 참으마~

보고싶다.. 깨뽕아~



어제 일요일은 어머니의 날이었습니다. 라이브 사이언스는 최근 보고된 모성애와 관련된 다섯 가지 신기한 과학적 발견을 정리했습니다.


1. 어머니는 당신의 세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몸의 세포는 모두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 우리의 몸은 다른 개체의 세포를 어느 정도 지니게 되며, 이는 마이크로키메리즘(microchimerism)이라 불립니다. 산모는 태아에게 혈액을 통해 영양을 공급하지만, 이들은 태반에 의해 분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태아의 몇몇 세포는 산모의 신체로 옮겨 갑니다. 과학자들은 이 세포들이 수십년동안 산모의 몸속에 산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2012년에는 어머니의 뇌 속에서 태아 세포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현상의 역할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2. 임신은 뇌를 구체적으로 변화시킵니다

2011년의 한 연구는 임신한 쥐가 후각과 관련된 새로운 신경세포를 뇌속에 만든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는 새끼의 냄새를 더 잘 구별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으며, 이 변화는 평생 지속됩니다. 지난 7일, 영국심리학회(British Psychological Society)의 연례모임에서는 임신한 여성이 사람의 표정을 해석하는 데 우측 뇌를 더 많이 사용한다는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3. 어머니는 자식의 연애에 도움이 됩니다

지난 2010년 심리과학회(Association for Psychological Science) 연례모임에서는 유년기 어머니의 사랑이 성인이 된 이후의 인간관계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발표되었습니다. 2010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는 낮은 순위의 보노보 수컷이 어머니가 곁에 있을 때 연애확률이 더 올라간다는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중매장이의 역할과 함께 심지어 아들의 경쟁상대를 쫓아내는 역할도 했습니다.


4. 어머니중 일부는 강박장애(OCD)에 걸립니다

지난 해, 노스웨스턴 대학의 연구팀은 새로 아기를 낳은 산모 중 11%가 병균에 대한 두려움이나 아기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과 같은 강박장애의 증상을 보인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는 일반인이 강박장애를 가질 확률인 2-3%에 비해 매우 높은 확률입니다. 이들은 이 증상이 스트레스, 또는 산후 호르몬의 영향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5. 어머니의 목소리는 힘이 있습니다

2003년 퀸즈 대학의 연구는 임신 6개월에서 9개월 사이의 태아에게 여러 사람이 시를 읽어 주었을 때, 어머니의 목소리에 대해 심장이 더 빨라진다는 것을 발표했습니다. 2010년 몬트리올 대학의 연구팀은 갓 태어난 아기의 뇌파를 검사한 결과 어머니가 읽어준 “A”는 좌뇌를, 다른 사람의 “A”는 우뇌를 활성화 시킨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우뇌는 음성인식과 관련되며 좌뇌는 언어와 운동능력에 연관됩니다. 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아이가 언어를 배울 때 더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2010년 또다른 연구는 이미 성장한 아이들에게 어머니의 목소리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했습니다. 이들은 어머니의 목소리가 어머니의 포옹과 마찬가지로 아이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준을 낮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부모님께 드리는 전화가 두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됨을 알려줍니다.


과학기사 원문 보러가기

http://www.livescience.com/45475-strange-science-moms.html

5월 1일에 깨뽕이의 첫 소식을 듣고 난 뒤, 

5~6일쯤부터 깨뽕이 엄마의 입덧이 시작되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증상은 멀미처럼 속이 계속 울렁거린다고 한다.

밥은 잘 먹는데, 먹고 나면 속이 울렁거려 미치겠다고 한다.

임산부가 입덧을 하는 것은 명확하게 증명된 바는 없으나,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인한 것이라는 주장이

정설로 인정되고 있다고 한다.


임산부의 입덧을 가라 앉히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는


1) 찬 물 또는 찬 음식으로 속 가라 앉히기

2)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기

3) 생강차 또는 모과차로 속 달래주기


이 중에서 햇님이는 그 어떤 것도 자신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한다.





5월 9일.

햇님이의 입덧이 날이 갈 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난 그저 옆에서 눈치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인거 같아 너무 안타깝다.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있는데

피가 비친다고 한다. 

놀라서 바로 병원가야 할지 물어봤으나, 내일도 피가 비치면 병원에 가보자고 그런다.

내심 걱정이 되지만, 산모가 더 걱정하지 않도록 

겉으로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5월 10일.

어제보다 피가 더 비친다고 하여 아침을 먹고 

바로 산부인과를 갔다.

나는 난생처음 산부인과라는 곳에 갔다.

다소 어색하기도 하고,

병원이 늘 그렇듯이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햇님이는 마치 은행에서 예금하러 가듯이 자연스럽게 접수를 마치고,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햇님이 혼자서 예진실에 들어갔다 왔고,

진료실에 두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세번째 진료실에 들어갈 때는 나도 같이 들어가자고 했는데

좀 긴장을 해서 그런지 말을 다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같이 가도 되는 건가 하며 행동이 엉거주춤해졌다.


진료실에 들어가니

여자 의사 선생님이 초음파 사진을 보며 설명을 해주었다.




전에 보았던 까만 아기집이 몇 배로 커졌다. (현재 아기는 6주 2~3일 정도 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나는 전혀 못느끼고 있지만, 아이는 점점 크고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심장소리가 들려 CD로 녹음을 했다고 한다.

아직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너무 기대된다... 


근데, 아기집 오른쪽 윗부분에 피가 고여있다고 한다.

그렇게 된 원인으로는 산모가 무리를 했거나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 산모는 정말 일상생활에서 가벼운 활동마저도 "무리"한 영역에 들어가는 걸까?

아기집 옆에 고인 피는 차츰 빠져나갈 것이라고 한다.

근데, 피가 빠져나가는 과정 중 아기집이 움직이게 될 위험도 있어

무조건 안정을 취하고 누워있어야 한다고 한다.


오늘은 동생 집들이가 있지만 햇님이는 집으로 돌려보내고

나 혼자 다녀왔다. 

별 일 아니겠지?





5월 11일.


햇님이는 짜증이 많이 늘었다.

아무렇지 않게 잘 받아주고 싶은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햇님이 앞에서 나도 같이 짜증을 내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햇님이를 피해 가만히 누워 있었다.


아침에 밥을 해놓았더니,

햇님이가 배고팠는지 카레가 먹고 싶다고 해서 3분카레를 사다가

데워서 햇님이에게 주었다.

정말 간단한 일인데, 사실 이렇게 햇님이에게 내가 먼저 밥을 해준게 얼마나 됐던걸까..

내심 미안해졌다.


꼭 해야만 했던 집안일을 햇님이가 나에게 말로 어떤걸 해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건조대에 걸린 빨래를 개어 제 자리에 넣어두고,

쌓인 빨래를 세탁기에 돌렸다.


결혼하고 나서 세탁기를 내 손으로 돌리는건 처음이었다.

드럼세탁기는 처음해보는거라 세제를 얼마나 넣어야 할지 몰랐다.

그냥 내가 맘에 내키는대로 세제의 양을 대충 넣고,

섬유유연제까지 넣은 다음에

표준세탁 버튼을 누르니 실행이 된다.

이런 간단한 일을 난 결혼하고 한번도 해주지 못했다니.. 또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저녁에는 햇님이가 이런저런 심부름을 시켜

집 앞 마트에 두번정도 다녀왔다.

그리고 분리수거도 했다. 비가와서 여간 귀찮은 일이 아녔지만 그래도 해야 했다.

그리고 집에서 일주일간 입을 셔츠를 다려놓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 했다.





1. 임신 초기의 산모는 정상생활의 가벼운 활동도 무리가 될 수 있다.

2. 가만히 누워서 쉬는 것만이 방법이다.

3. 그동안 내가 해줄 수 있는 간단한 일조차 안해줬다는 사실에 미안했다.


4월 30일.


민방위 훈련을 가서 잠이나 쳐 자야지~ 하고 

나만의 자세를 잡았다.


잠이 들려고 하는 찰나에 아내에게서 카톡이 왔다.

"임신" 이라고 한다.


잠이 확 깨며 물어봤더니 임신테스트기에 반응이 나타났다고 한다.


그 날은 아주 설레는 맘에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5월 1일.


회사 야구 페스티벌이 있어 송도 야구장으로 가서 하루종일 야구를 했다.


중간에 아내에게 전화를 했더니 오늘 병원에 가본다고 한다.. (커뮤니케이션의 오해였다.)

난 분명 금요일에 간다고 들었는데..


야구를 마치고 집에 와서 

초음파로 찍은 우리 아이 첫 사진을 보았다.^^


아직 태명도 짓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기 우리 아이가 보인다.



가운데 위쪽에 있는 저 까만 점..

크기는 약 4mm 정도 밖에 안되는 너무나도 작은 생명.


나도 이젠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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