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절대절명의 위기를 겪어냈다. 기업들은 가족처럼 챙기던 직원들을 잘라야 했고, 그 이후 직장인에게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많이 사라졌다. 이직을 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동료/상사와의 갈등, 경력개발의 기회, 높은 연봉, 자아실현 등등. 이 중에서 이직의 가장 큰 동기는 결국 기존 직장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이직을 하는 이유


목표가 있으면 목표만 보인다.


1.명확한 목표가 있는 경우

자신의 신념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 일대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이러한 때는 확고한 이직에 대한 확신이 서 있기 때문에 이직을 실행하는 데 있어 고민이 덜 한 편이다. 나는 건설 대기업인 D기업의 계약직으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전공과 미세한 부분에서의 공통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잘 어필한 덕분에 2008년 하반기 경제위기 속에서도 계약직으로나마 시작하게 된 것이다. 미생의 장그래가 그러했듯, 계약직은 항상 자신의 처우가 정규직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자의로든, 자의가 아니던 간에 말이다. 

그러던 2010년 초, 경제는 다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내가 대학시절부터 원했던 여행사의 채용 문이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전공에 대한 직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한 명확한 목표가 존재했다. 대기업의 직원이라는 열매가 달콤하긴 했지만, 계약직의 그늘에서 벗어나 정규직의 햇빛을 받고픈 마음도 컸다. 그러한 목표가 명확히 존재할 경우에는 이직이 꼭 필요하다.



2. 현실 타개형

개인마다 정도의 차이를 보일 수는 있겠지만, 조직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경우이다. 합리적이지 못한  인사평가 기준으로 인해 연봉 협상에서 피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자신의 능력만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직원은 자신이 좀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조직으로 눈을 돌리게 되어 있다. 

최근 우리 회사에서는 근무 복장 지침이 다시 내려오면서 때 아닌 '복장규제'를 해 노사간의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라 불리는 삼성에서도 복장 자율화, 심지어는 반바지 출근까지 트렌드가 되어가는 작금에 고등학생 때나 제재받던 복장 규제라니! 이런 시대착오적인 사측의 마인드 덕분에 조직에 대한 신뢰는 조금씩 무너지게 된다. 더구나 어떤 윗분의 말에 의하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뉘앙스의 말도 함께 전달했다고 한다. 진정, 떠나는 것이 답이 될까?



3. 근무여건의 충족

사람은 항상 현재보다 더 나은 보상과 근무여건을 바라게 된다. 현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고, 그렇게 변화되는 조직에서 적응하고 살아남을 수 있다면 제일 최선의 방법이 되겠다. 하지만 때로는 이러한 조건을 변화시키기 위해 조직을 떠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상은 높되, 현실은 낮다...


이직은 사회 전반적으로 많이 일어나고 그러한 흐름이 추세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무수히 많이 늘어난 헤드헌팅사가 그것을 반증해주고 있다. 보다 나은 현실을 원하는 월급쟁이들에게 이직이라는 것은 이제 두려워하거나 남의 일만이 아닌 것이다. 아니, 조금만 시각을 달리 해서 들여다 본다면 '노동시장 유연성의 증대'라는 명분 하에 이직에 대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보다 지혜롭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직을 하면 만족하게 될까?

이직자는 새 직장에 출근하게 되면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찾아오는 설렘으로 새로운 직무를 맞이하게 된다. 그런 기대감만으로도 이직자의 직무 만족도는 입사 초기에 상승하곤 한다. 이런 현상을 콩깍지가 씌여 행복한 시절을 누리는 신혼부부의 모습에 빗대어 '신혼 효과(Honeymoon Effect)' 라고 부른다.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 신혼부부들의 콩깍지가 벗겨지고 현실을 마주하듯 이직자의 직무 만족도는 점차 하락하게 되고 만다. 신혼 효과는 어느 새 '숙취 효과(Hangover Effect)'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한 공공기관 신규입사자 13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한 텍사스 A&M 대학의 웬디 보스웰 박사의 연구 결과)

나도 이직을 했던 5년 전을 떠올려보니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다시 시작한다는 설렘만큼 강한 동기부여가 없다. 어떤 어려움이든지 다 헤쳐나갈 수 있을 것만 같고, 앞으로 이 조직에서 승승장구하는 장미빛 미래를 꿈꾸었다. 


나에게 묻는다. 행복하니?


그러는 지금은 어떠냐고? 나는 현재 내 직무에 만족한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고, 내가 가장 잘 할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유연하지 못한 조직문화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적은 연봉으로 다소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의 직무만을 생각했을 때는 이직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행복하지만, 다른 여건을 봤을 땐 이직을 고려해봄직도 하다고 느낀다.


나는 오늘도 잡코리아 어플을 뒤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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