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기와 만난 저녁이었다.

동기가 얼마 후 파리로 자유여행을 가기로 했다며 나에게 여행 문의를 해왔다. 처음에는 으례 여행사에 다니는 친구에게 싼 여행상품 없냐며 찔러보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친구는 완전한 자유여행을 꿈꾸고 있었고, 나의 10년전 유럽 배낭여행 경험을 토대로 파리에 대한 여행을 그려보고 싶어했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진짜 여행상담이다. 업무적으로 상품가가 얼마고, 포함내용은 뭐고, 얼마까지 할인해줄 수 있다.. 는 틀에 박힌 설명이 아니라 파리에 가면 뭘 보는게 좋고, 어딜 가야 재밌는게 있는지 위주로 아련해지고 있는 나의 옛날 기억을 꺼내게끔 해주었다.


아무튼 이 친구와 만난 곳은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에서 가까운 '여로집'이라는 곳인데 아주 매콤한 오징어볶음으로 유명한 곳이라며 동기가 이 곳을 추천해주었다. 사실 이 친구와는 소싯적 술을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마셔댈 때, 매운 닭발같은 안주를 즐겼던 기억이 있다. 오랜만에 만나기도 하는 거지만 예전처럼 매운 음식에 소주 한잔 걸치며 추억을 떠올려 보고자 했다.




여기가 바로 여로집의 입구다. 추운 겨울이라 그랬는지, 가까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한참을 걸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얼른 안으로 들어가 바로 주문을 했다.





오징어볶음이 나왔다. 수북하게 쌓인 저게 모두 오징어인 줄 알았다. 물론 통통한 오징어가 안에 있기는 하지만 저것들의 대부분은 무생채를 같이 볶은 것이다. 그냥 먹어도 알싸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무를 아삭한 식감을 살리고 오징어볶음에 같이 무쳐주는 저것은 바로..

취.향.저.격!




매운 것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 음식을 추천하지 않는다. 난 매운 음식을 잘 먹는 편이기도 하고, 무척이나 매운 맛을 즐기는 편이다. 친구가 하도 맵다고 사전에 썰을 풀어서 그런지 긴장하고 한 입을 떼었지만.. 생각보다 맵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가볍게 치고 나오는 매운 맛이 추운 날씨에 후끈하면서도 청량한 기분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맛이다. 



저녁을 먹을 시간인데, 이렇게 매운 것만 들입다 먹으면 속이 쓰릴 수 있다. 그래서 주먹밥을 하나 곁들여 시켰고, 주먹밥과 함께 매운 맛을 중화시켜 가며 먹는다. 그리고 동치미, 콩나물 등이 있어 매운 것을 잘 못먹는 사람들도 먹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하고 있다. 





총평 (★★★★★ : 4.8 / 5.0)


매운 맛을 1~10으로 구분한다면 이 오징어볶음은 6.5 정도 되는 매운 맛이다.

매운 맛을 느끼는 것은 사람에 따라 너무 주관적이기 때문에 다르게 느낄 수 있다.

총평에서 처음 2문장을 '매운 맛'에 할애하는 것은 이 집이 맛집인 이유가 '맛있게 매워서'다.

오징어의 물이 좋고, 통통한 것도 큰 역할을 하지만,

흔하디 흔한 이 오징어볶음을 무와 함께 아주 딱 적절하게 매운 정도를 잡아내어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음식으로 만들어냈다.

앞으로 이 집에 자주 오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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