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노트는 몰스킨 노트를 썼다. 하지만 최근에 만년필에 관심이 생겨 만년필을 구입했고, 만년필을 몰스킨 노트에 썼더니 뒷장에 비침이 너무 심해 그 뒷장을 못쓰게 될 판이 되었다.

만년필에는 그에 어울리는 노트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인터넷 폭풍 검색을.. 그리고 광화문 교보문고에도 한번 다녀왔다. 실제 보는 것과 사진으로 보는 것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 압축된 노트 후보는 

1. 복면사과 까르네

2. 미도리 MD 노트

3. 로디아 웹노트

이렇게 3가지로 압축이 되었다. 교보문고에 가서 실제로 보니 미도리 MD노트는 아주 살짝이지만 비침이 있었고, 로디아는 비침이 거의 없어 보였다. 최종후보는 로디아와 복면사과. 이 두가지 중에서는 추가 인터넷 폭풍 검색을 통해 최종 결정을 했다. 최종 결정은 바로. 복면사과 까르네!


내가 복면사과 까르네로 최종결정하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비용이 좀 더 들지만, 가죽커버를 활용해 좀 더 세련되어 보인다.

2. 얇아서 채워가는 재미가 더욱 있을 것이다.

3. 고급 용지를 사용한 노트 중 비교적 저렴하다.


구매는 복면사과님의 블로그를 통해 주문했다.

위클리 (핀란드파인) 1권,

무선 (마누카허니) 2권,

유선 (진저브레드) 1권.


그동안 몰스킨 노트도 무선으로만 사용했기에 처음엔 무선으로 가득 채우려고 했으나, 탄조커버에 총 4권을 함께 묶어다닐 수 있기에 각기 용도를 달리 써보고자 했다. 그래서 처음 써보는 위클리와, 무선과 유선을 혼합했다. 무선노트에는 그동안 내가 써왔던 일기나 메모를, 유선에는 따로 독서노트만을 위해 사용하고자 한다.

복면사과님이 해외 출장인 관계로 노트 구매 후 수령하기 까지는 딱 1주일이 걸렸다. 




노트를 받았다! 앗!! 그런데 5권이?? 난 분명 4권을 주문했는데.. 자세히 따져보니 위클리(마누카허니)가 1권 더 들어가 있다. 서비스로 주신 건지, 실수로 주신건지..





포장 비닐을 뜯어보았다. 아~ 노트 색이 참 이쁘다. 노트 커버는 두꺼운 종이로 되어 있지만 노트만 들고 다니기엔 좀 약해보인다.





위클리 노트. 위클리 노트 첫장에는 이름과 언제부터 언제까지 사용하는 지 등을 적는 란이 있다. 그리고 내지에는 왼쪽에는 위클리에 해당하는 요일별 구분이 있고, 오른쪽은 무지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적인 스케줄은 왼쪽에, 세부내용은 우측에 적으면 될 것 같다.





무선노트의 모습이다. 마누카허니색으로 씌워진 노트는 제본 실도 마누카허니색으로 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만년필로 썼을 때의 필감과 함께 뒷장의 비침!! 일단 필감은 좋다. 쓰자마자 잉크가 마르는 느낌이다. 내 펜은 EF닙으로 얇은 편이라 그렇지만, 두꺼운 펜으로 써도 잉크의 스며듦에 있어 문제없을 듯 하다. 그리고 넘긴 뒷장! 아주 새하얗다. 전혀 비침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다른 복면사과 후기에는 종이 표면이 거칠고, 만년필로 쓸 때 사각거림이 심하다고 하던데,, 나는 전혀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 표면은 적당히 마찰이 있어 글을 쓸 때 미끄러질 것 같지 않고, 글씨를 쓸 때 유독 사각거린다는 생각은 못했다. 





유선노트의 모습이다. 책의 내용을 적고, 그 밑에 내 생각을 곁들여 쓸 생각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필기가 이뤄져야 하고 줄이 있는 편이 좀 더 깔끔해보일 듯 하다. 진저브레드 색의 이 노트도 역시 제본 실 색도 진저브레드 색상이다.




첫노트에는 위클리, 중간에 무선, 마지막으로 유선노트를 커버에 끼웠다. 부피가 커버 안에 꽉 들어 차지는 않는다. 가죽커버가 아직 새거라서 확 포개지지 않는다. 




커버 펜꽂이에 만년필을 넣고 보니 뭔가가 영 불편하다. 펜뚜껑을 펜꽂이에 넣어둔 상태로 메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노트의 우측면을 쓸 때 방해가 될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찍은 사진에 보면 저렇게 노트 고무줄에 만년필을 끼운 사진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저렇게 찍은 건 그냥 설정인 듯 하다. 잡아주는 힘이 헐거워 저렇게 가지고 다니면 펜이 쑥 빠져버릴 것 같다.




펜꽂이에 만년필의 클립부분만 끼우고 바디 부분을 헐거운 고무줄로 움직이지 않는 정도로만 끼워보았다. 

이거다! 

펜을 들고다니는 법은 이렇게 해야 편할 것 같다. 이렇게 두면 펜을 꽂거나, 빼는 일도 수월해질 듯 하다.




만년필, 노트, 가죽커버. 이렇게 문구덕후로 접어드는 1차 쇼핑은 모두 막을 내렸다. 이제 열심히 쓰는 일 밖에 안남았다. 요새 문방삼우라는 네이버카페를 밥먹듯이 들락날락 거리는데, 아직 남은 과정이 있다. 바로 잉크! 지금은 라미 만년필의 카트리지 여분을 충분히 구비해두어 잉크에 대한 욕심은 안나지만 언젠가는 나도 잉크쪽으로 관심이 돌아갈 것 같다.

이 끊임없는 지름의 세계 ㅠ

내 생각만 따라와준다면 가장 저렴한 취미가 될 것 같았던 글쓰기에 있어서 이렇게 깊고도 넓은 지름의 세계가 있는 줄 몰랐다. 만년필은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도 있는데....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없어도 무방하다.

지금 내가 가진 것만으로도 노트를 다 쓰기 전까지는 충분히 재미있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주말에 와이프가 외출한다고 하니.. 나도 이번 주말에는 카페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으면서 글쓰기나 해봐야겠다.

슬슬 문구 덕후의 길로 접어드는 내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는 중이다.


나는 원체 글씨를 잘 쓰지 못하기 때문에 글쓰기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메모는 비교적 왕성하게 하는 편이다. 개인적인 생각을 쓰거나, 일기를 쓰지는 않지만 회사에서 업무를 하면서  사용하는 노트가 2개다. 하나는 회사에서 나눠주는 다이어리. 이 다이어리는 주로 회의용으로 사용된다. 또는 일주일의 시작에 있어 나의 to-do 리스트를 '공식적'으로 쓸 때 주로 사용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A5 사이즈의 줄지 노트다. 여기는 오만가지를 쓴다. 아이디어를 끄적거리기도 하고, PPT를 작성하기에 앞서 대강의 스토리보드를 그려보기도 한다. 또는 정말 스쳐가는 인스턴트 메모도 이 노트에 한다. 

다이어리에 쓰는 회의내용 등은 다시 보고 회의록을 작성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3색 볼펜으로 색을 구분해 사용한다. 몇 회차에 걸쳐 회의의 주제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날짜와 안건 등 제목도 꼼꼼하게 기록하는 편이다. 하지만 줄지 노트의 경우는 좀 다르다. 그냥 스쳐가는 생각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글씨도 겨우 나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쓰고, 참 멋없게 쓴다. 말 그대로 '초안'들이니까.



개인적인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올 해, 2015년부터다. 몰스킨을 하나 장만했고 거기에 독서노트도 쓰고, 일기도 썼다. 그리고 내년을 위해 두번째 몰스킨도 샀다. 문구 덕후의 시작은 여기서부터 시작이 된 것 같다. 몰스킨을 사면서도 이것저것 엄청 따져가며 골랐다. 무심코 서점에서 집어들었던 첫 번째 몰스킨은 검은색 무지 커버였다. 심플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나의 두 번째 몰스킨은 만화 심슨이 입힌 검은색이다. 나름대로 작은 변화를 준 셈이다. 그리고 노트 커버에 각인도 새겼다. 



뚱뚱한 3색볼펜으로 글을 장시간 쓰다 보면 손이 아프다. 손에 힘을 주어 글씨를 한자 한자 쓰다보니 오래 쓰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손에 힘을 빼고 슬슬 굴려가며 쓰다 보면 글씨체가 참 지렁이스럽다. 이번에 새로 산 몰스킨에 곁가지로 받게 된 싸구려 만년필에 눈이 갔다. 만년필은 볼펜과 달리 글자 하나하나에 힘을 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잉크가 흘러나와 글씨를 쓰게끔 되어 있다. 그리고 만년필 펜촉의 특유한 사각거림이 있어 필기감이 꽤 괜찮았다. 


나의 첫 번째 만년필은 'preppy'라는 일본 제품이다. 투명한 플라스틱 몸체를 가지고 있는 이 녀석은 겉모습이 일반 볼펜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만년필 촉이 달려 있다. 나의 A5 사이즈의 줄지 노트에 만년필로 글씨를 써보기 시작했다. 손가락에 힘을 빼고 잉크가 흘러나옴을 느끼며 사각사각 글씨를 썼더니 볼펜으로 쓸 때보다 글씨가 이쁘다. 비교를 해보기 위해 같은 글자를 3색 볼펜으로 밑에 다시 써보았다. 볼펜 글씨는 여전히 못났다.


만년필을 하나 사야겠다. 얼마 전에 몰스킨을 구입할 때는 아주 특정 제품이 정해져 있었다. 몰스킨 제품이고, 플레인 무지 형식이고, 사이즈는 라지. 내가 선택해야 할 것은 커버의 색이나 꾸밈 무늬 정도였다. 그래도 몰스킨을 구입하기 까지 2주일은 고민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사야 할 물건은 그저 '만년필' 일 뿐이고, 어떤 브랜드인지, 가격대도 설정하지 않았다. 


만년필에 대한 방대한 탐험이 시작되었다. 일단 나는 만년필에 대한 입문자니까 그렇게 값 나가는 것은 지양하기로 했다. 만년필로 유명한 몽블랑 같은 브랜드는 들고 다니면 폼은 좀 나겠지만, 실용적이지 못하다. 나는 실생활에서 글쓰기를 함에 있어 보다 편리한 펜을 찾는 것이다. 만년필을 구매하려고 여러 정보들을 알아보다가 알게 된 사실 몇 가지는. 첫째, 몰스킨과 만년필은 좋은 궁합이 아니다. 몰스킨은 종이가 얇아 만년필로 쓰면 뒤에 비침이 심하다는 것이다. 3색 볼펜으로 써도 비침이 살짝 있었는데 만년필은 매우 심한 듯 하다. 고민이 됐다. 몰스킨은 이미  샀는데.. 만년필을 포기해야 하나?


둘째, 만년필을 사용하기 좋은 노트는 따로 있다. 일본 미도리사의 MD노트나, 국내 제품인 복면사과 까르네. 만년필을 사용하는 자들에게 이 두 가지의 노트가 유명한 것 같다. 이 두가지 중에서도 특히 복면사과의 제품이 유명한 것 같다. 복면사과에서 사용하는 만년필이 사각거림의 느낌이 더 살아 있고, 비침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복면사과는 몰스킨보다 얇아서 쓰면서 한권 한권 채워나가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셋째, 몰스킨처럼 하드커버가 아닌 노트들은 가죽 커버를 애용한다. MD노트나 복면사과는 커버가 내지보다 좀 더 두꺼운 종이로 되어 있다. 구김이나 접힘에 있어 취약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가죽 커버를 별도로 구매해서 멋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가죽커버에는 '탄조공방' 의 제품이 가장 유명한 것 같다. 고풍스러운 디자인에 내부에 노트를 몇 권씩 끼워다닐 수 있게 디자인 되어 있다. 가죽이라는 소재가 그렇듯이 커버를 쓰면 쓸 수록 예스러움이 묻어나 더욱 멋지게 변한다. 


다시 내가 산 몰스킨을 바라보았다. 심플하지만 멋은 없다. 별 특징없는 모던한 양복을 입은 느낌의 몰스킨. 반면에 패셔너블하지만 전통의 멋스러움을 잃지 않은 느낌의 가죽커버를 입힌 노트. 그리고 만년필과의 궁합.


일단 몰스킨을 샀으니 후회없이 써봐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하지만 올 해처럼 띄엄띄엄 할 게 아니라, 되도록 많은 생각을 빠른 시간 안에 쏟아내어 글쓰기 실력도 좀 늘리고, 몰스킨을 끝내야 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곤 멋스러운 가죽커버를 입은 노트에 만년필을 쓸 것이다. 나중에 하나씩 구매를 하면서 포스팅을 하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