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그려본 사업계획


내가 만든 사업계획서 PT


  작년 연말에 만들었던 2014년 본부 사업계획서 중 "TF조직 구성의 활성화" 를 핵심 운영 정책으로 만들었다. 내가 기획했던 TF의 활성화는 우리 회사가 점점 커지면서 조직 운영에 있어 발생할 수 있는 경직성을 해소해보고자 하는 차원이었다. 조직이 하이라키(hierarchy)의 수직계층구조가 구성되어 있으면, 초반에는 의사결정의 속도가 빠를 수 있지만, 조직이 커지는 만큼 그 단계가 늘어나면서 점차 의사결정 속도는 느려지고, 그만큼 시장에 대한 반응이 느려질 수 있다.

점점 거쳐야 할 사람이 많아진다..


  그렇다고 조직 구조를 수시로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발빠른 시장 대응을 한답시고 수시로 조직 구조를 변경해버린다면 직원의 전문성은 떨어질 것이고, 그 자리에 오래있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게 되면 사기도 떨어지고, 동기부여도 되지 않을 것이다.

  TF팀 운영은 현재의 조직운영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빠른 시장대응을 하기 위한 방편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현 직무에 충실하면서 각각의 소규모 프로젝트 단위의 그룹을 만들어 일정의 성과물을 만들고, 그 성과물을 전사에 적용하는 방식을 이용한다면 큰 카운터펀치를 먹이는 혁신을 이루기는 어렵겠지만, 작은 잽을 쉼없이 날려 상대를 그로기 상태로 만들 수 있는 점진적인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결과 현재 공식적으로 운영되는 TF는 박람회운영TF, 품질관리TF 가 있으며, 이 외에도 비공식적인 TF가 여러 개 운영되고 있다.


TF팀 운영에 대한 상반기 결산을 해보자!

일단 내가 생각했던 TF 팀 활성화 전략은 실패했다. 



애초에 기획했던 소규모 프로젝트 단위의 TF는 없었다. 남들 눈에 도드라지는 가시적인 효과가 중요하고, 되도록 거대담론을 다루고 싶어하는 윗분들의 생각에는 작은 잽들은 의미가 적거나, 지엽적인 생각이라 치부한 듯 하다. 그들에겐 한방의 카운터 펀치가 그들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더욱 도움이 되리라 판단한 것이다. 

전사의 연간 최대 행사인 박람회 운영 TF는 전시행정을 위한 팀이 되어 버렸고, 품질관리 TF는 중장기적인 거대담론을 다루는 팀이 되었다. 발빠른 시장대응을 하기 위한 TF 조직은 없었고, TF 참가자들의 현 업무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추가적인 업무 부담만 늘어났다. 

이렇게 TF의 목표와 수행 임무가 거대해지고, 일부에게 과중되면서 참여하는 직원들의 부담도 마찬가지로 커져 버렸고, 만약 이 일이 잘못되었을 때 책임져야 할 것을 회피하기 위하여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TF팀들의 성과를 측정하고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기존 현업에 대한 성과평가에 플러스하는 방식으로 점수를 부여해주겠다고는 했지만, 처음 참가하는 직원들은 이 플러스 점수라는 것이 얼마나 자신에게 영향을 줄 지 모르니 의심을 하고, 일단 현업에나 충실하자는 스탠스를 취하게 되었다.

어찌 이런 통탄할 일이..


외부 TF 운영 사례

1) 카카오톡의 4-2 프로젝트 팀 운영


카카오 김범수 의장의 모습


카카오톡은 소규모 프로젝트 단위의 유연한 조직 구성을 통한 프로젝트 팀을 구성했다.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단기간 내 런칭하는 4-2원칙.

총 4명의 프로젝트 팀 구성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으로 구성), 2달 내 런칭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규모가 커진 지금도 4-2 법칙에 따라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3년간 40번의 조직개편을 했으며, 직원간 영문닉네임을 사용하고, 자발적 강연과 자발적 부서이동을 했다.

이를 통해 카카오스토리, 카카오게임즈 등 카카오톡 연계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었고, 카카오 플랫폼의 목표는 "3년내 수익을 내는 100만 파트너 달성" 이라고 한다.


2) 구글, 업무시간의 20%는 딴 짓에 쓰세요


구글 플렉스


구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업무 시간의 20%를 자신이 속한 팀의 프로젝트와 별개로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이것은 별도의 사이드 잡과는 성격이 다르다.

구글 직원들은 개별적으로 추진하던 프로젝트가 일정 수준의 결과에 도달해 베타 서비스를 하게 되면 구글플렉스 내의 게시판에 공개해 팀을 모집한다. 운이 좋으면 이 프로젝트는 구글 전사적인 차원에서 투자를 받기도 한다. 구글 뉴스 서비스나 구글의 프루글 서비스 등 대표적인 서비스가 이와 같은 과정에서 개발됐다. 


내가 생각하는 TF의 이상향

1) 퍼실리테이터의 체계적 육성


항상 난상토론이 벌어지는 회의.. 누가 정리 좀 해줘~


퍼실리테이터는 TF팀이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함께 일을 할 때 효과적으로 일의 과정을 설계하고 참여를 유도하여 질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말한다. 

퍼실리테이션 스킬을 갖춘 효과적인 퍼실리테이터에 의해 진행된 회의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회의가 얼마나 효과적인 일하는 방식인지 깨달을 수 있다. 많은 회사들이 회의의 무용론을 주장하며 회의는 없을 수록 좋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정말 효과적인 회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TF가 되기 위해서는 TF를 잘 다룰 수 있는 지휘자의 역량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본다. 각자의 업무가 있는 이들이 한데 모여 여러번의 회의를 통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이 프로세스를 잘 매조지으려면 그 프로세스를 주무를 수 있는 퍼실리테이터가 필요하며, 퍼실리테이터는 필연적으로 모든 업무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갖춘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후죽순 TF를 만들기에 앞서, 회사에서는 퍼실리테이터를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2) 소규모 프로젝트 단위 그룹 설정


내가 생각하는 소규모 그룹은 5명 이내.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소규모' 의 의미는 두가지이다.

첫째는 프로젝트의 규모가 작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짜고짜 현업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모아두고 거대담론을 논하고자 한다면, 이들은 "이걸 내가 왜 해야하지?" 라는 책임감 및 동기부여가 결여될 수 있다. 그래서 회사는 TF 운영을 정착시키는 단계에서는 최대한 프로젝트의 단위를 쪼개고 쪼개서 작게 만들어야 한다. 참여자들이 조그만 노력에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범위 안의 작은 일부터 시작해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신감이 붙게 된다면, 점차 큰 일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의 '소규모'에 대한 의미는 그룹의 크기를 말한다. 옛말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라는 말은 진리였다. 조직의 규모가 커질 수록 다양한 니즈가 발생하게 되었고, 모두의 니즈를 만족시키다보면 정작 이루고자 하는 프로젝트의 근본적인 목표가 희석되어 버리는 결과가 종종 발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TF를 조직을 할 때에는 한 직무의 전문가를 한명 설정하고, 그에게 그가 맡은 임무에 대해서 만큼은 전권을 위임하는 형태로 진행되어야 한다. 


3) 현업과 TF 프로젝트간의 조율


업무의 밀고 당기기~


지금 내가 당장 맡은 현업으로 성과평가를 측정하고, 이게 연봉에 반영되는 성과연봉제 시스템이라면, 누구든 TF를 맡기 꺼려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 회사에서는 TF 담당자에 대한 추가적으로 평가에 플러스 점수를 주는 것이다. 언뜻 둘 다 열심히 잘 해낸다면 누구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처럼 보인다. 하지만, 올해 회사에서 운영되는 TF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일단 지금의 TF 구조로는 업무에 대한 몰입도가 양쪽 모두 낮아지고 있다. 틈틈히 치고 들어오는 TF의 과제들 때문에 현업에 몰입하기도 어렵고, 당장 내가 맡은 일이 눈에 밟혀 TF에 대한 몰입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지금 TF 구성원들은 둘 다 잘하지도, 못한 상태로 근근히 일을 이어나가는 상태로 가는 양상이 되었고, 이는 TF를 안하니만 못한 성과로 결론나게 될 듯 하다.



P.S 마침 이 글을 쓴 날, 나에게 또 하나의 TF 구성원이 되어주길 바라는 제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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