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할일!! 그리고 너무 복잡한 머리!

내 인생은 어디서부터 엉켜있는 것일까?

..라는 고민을 한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다면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학창시절, 공부 잘하는 친구들에게 그 비법을 물어보면 항상 답 자체는 쉬웠다.

"교과서 위주로 기본기를 튼튼히, 문제풀이를 통해 응용력을 기른다."

하지만 아무리 쉬운 답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더군다나, 직장인에게는 더 이상 교과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매우 애석한 일은, 학교 선생님처럼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직접 겪었던 것을 토대로 

남들이 했던 그 방법을 따라해보면서 느꼈던 점을 포스팅해보기로 결심했다.

체계적인 이론 설명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관리기법을 직접 체험해보면서 나의 느낀 점이라 

다분히 주관적일 수 있다는 밑장을 깔아두고 시작해야겠다.



FTF 기법과의 만남

학창시절은 나를 이끌어주는 시간표라는 것이 존재했고,

위에서 내려주는 임무를 해결하다보면 잘 짜여진 커리큘럼에 의해

어떠한 배움의 목적을 달성하게 되는 시스템 안에서 살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처음 나왔을 때 느꼈던 내 모습은

총 쏘는 방법을 책으로만 배운 채 실제 전장에 바로 놓여진 훈련병의 모습이랄까.

모든 것에서 어리바리 했던 내 스스로의 모습이 너무 싫어

어떻게 하면 기존 직원들이 하는 업무의 효율성을 빨리 따라잡을 수 있을까..

..하며 많은 공부를 했었던 기억이 난다.

스스로 일을 만들고, 키우며, 풀어가는 모습들이 너무 부러웠다.

하지만 나는 "나" 스스로조차 관리하지 못하는 철부지였었다.

대학물 좀 먹었다고 회사를, 사업을 관리할 수 있을 거라는건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었다.

매일 매일 처절하게 깨지고, 자괴감에 휩싸이기도 하면서

직장의 선배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공부를 함에 있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성공한 사람의 방법을 따라하는 것이다.

그 당시에 내가 처음 접했던 자기관리이론은

스티븐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이라는 책을 토대로 정리한

First Things First! (우선순위의 업무를 먼저하라!) 개념이다.

이하 FTF 기법이라 줄여서 칭하도록 하겠다.


FTF(First Things First) 기법이란?

FTF기법의 철학은 "소중한 것 먼저하기" 이다. 

내 인생에서 궁극적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아래에 소중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미션들을 설정하는 탑 다운 방식으로 설계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사용하기 위해 소개된 tool 은 너무나도 유명한 Franklin Planner 이다.

연말연시에 서점가에는 다이어리를 판매하는 가판이 가장 앞에 설치되는데,

프랭클린 플래너는 사보지는 않았어도, 최소한 들어는 봤던 이름일 것이다.



목표설정 : 자기사명 작성하기

프랭클린 플래너는 먼저 내가 도달해야 할 최종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이번 주에 내가 해야 할 일부터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30년 뒤에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을 이루기 위해 내가 이루어야 할 것들을 차례차례 정리해 나가는 것이다.

한 명의 사회구성원으로서 나는 어떠한 사람이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제일 먼저 필요하겠다.

가족의 일원으로서, 회사의 일원으로서 등등 살아가면서 우리는 각자에게 여러가지 역할이 부여된다.

이러한 역할에 내가 바라는 나의 최종 목표를 대입시키는 것이다.

이것을 "자기사명 작성하기" 라고 부른다.

자기사명을 작성하고 나면

사명을 이루기 위한 큰 과제를 설정하고, 

그 큰 과제들을 달성하기 위해 중간 과제를, 

중간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소단위 업무까지 설정하는 식이다.


미션설정 : 중요성과 긴급성

소단위 업무까지 설정이 되고 난 뒤에는

업무(task)의 긴급성과 중요성에 따라 우선순위를 설정하면 된다.

그리고 우리는 정해진 우선순위에 따라 업무를 하나씩 처리해 나가면 된다.

예)

중요성 : A, B, C, D ...

긴급성 : 1, 2, 3, 4 ...


[중요성+긴급성] 업무명

A1 / 주간업무보고 작성

A2 / 거래처 이메일 회신

B1 / 물품 관리 내역서 업데이트


이렇게 플래너 안의 "오늘" 페이지 란에 이 우선순위에 따라

To-Do List를 주욱 나열하고, 위에서부터 하나하나 해결해 가는 것이다.

FTF 방식의 사용 후기

프랭클린 플래너를 큰 마음을 먹고 구매를 했다. (비싸다.)

고급진 가죽으로 덮힌 검은 케이스는 직장인 포스를 풍기기에 적합한 아이템이었고,

깔끔하게 파란 선으로 구분되어 있는 줄들은 왠지 나를 스마트하게 만들어 줄 것 같았다.

정말 내가 이루고 싶은 나의 모습이 무엇인지도 이 때 한참 고민을 했었다.

그렇게 멋드러진 사명도 적고, 내가 할 일에 대해 차근차근 풀어나갔다.

처음엔 작은 단위의 업무만 수행하니 

리스트에 적힌 To-Do 리스트를 삭제해가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업무가 프로젝트로 묶이고, 

큰 일을 처리하기 위해 작은 일들이 수십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한꺼번에 움직인다.

지금 당장 끝낼 수 있는 일도 있었지만, 하루이틀안에 끝낼 수 없는 기다림도 있었다.

오늘 끝내지 못한 리스트를 내일로 다시 넘기고, 넘기고, 넘기게 되었다.


그렇게 일에 치이다가.. 

플래너는 2년 정도 사용하고 집 구석에 쳐박히는 신세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왜 실패했을까?

FTF 방식을 처음 접했을 당시엔 20대 후반의 나이였다.

내 미래를 설계하고 꿈을 이뤄가는 일보다는

지금 당장 내 앞에 주어진 일부터 혼나지 않도록 잘 처리하는게 급했다.

내 사명은 손에 닿을 수 없을만큼 멀어보였고

나는 소중한 것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지 못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발생하는 돌발 상황을 먼저 대처하고 나면

정작 내가 중요하고 긴급하다고 느꼈던 목록들은 뒤로 미뤄지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오늘 못한 일을 내일로 옮기기 바쁘게 되었다.

현실은 생각처럼 일이 잘 풀리는 곳이 아니었다.



물론, 나 이외에 프랭클린 플래너를 효율적으로 잘 쓰고 있는 사람도 있다.

"프랭클린 플래너를 쓰는 사람의 시간은 다르다" 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알렉산드로비치 류비세프라는 사람은 평생 시간가계부를 썼다고 한다.

생물학자였던 그는 평생 시간을 기록하고 정리하며 끊임없이 효율적인 삶을 추구했다고 한다.

그 결과로 개인의 업적이라고 하기엔 놀라울 정도로 많은 일들을 해냈다고 한다.



(이 포스팅은 2013년에 내가 작성했던 글을 재구성했다. @anicy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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