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돈 걱정은 많아진다.

미국의 금융 관련 스타트업인 LearnVest의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20대에서 40대로 갈수록 돈에 대한 자신감(mony confidence)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돈 걱정(money worry)은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미국인 1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LearnVest는 25세 미만의 사람들이 돈을 더 많이 버는 30대나 40대에 비해 돈에 대한 자신감이 훨씬 높다는 걸 발견했다. 이들 20대는 향후 연봉이 늘어날 거란 기대 때문에 돈에 대한 자신감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해석됐다.

반면 35세~44세의 사람들은 돈에 대한 자신감이 가장 낮았고(=돈 걱정을 가장 많이 하고), 45세~54세 나이의 사람들은 고작 3분의1 정도만이 돈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나이를 먹고 연봉이 올라가는데 돈에 대한 자신감이 줄고 돈 걱정은 느는 걸까?

LearnVest는 그 이유를 재정적 책임감(financial responsibilities)으로 설명했다. 즉, 나이가 들수록 연봉은 올라가지만 주택 모기지, 자식 학자금, 은퇴자금, 늙은 부모 부양 등 재정적 부담이 늘어나면서 돈에 대한 자신감이 쇠퇴하고 돈 걱정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의 등장

2000년대 초반, 임금피크제라는 것이 등장하게 된다.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깎아내고,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사오정'등의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사회 문제로 불거진 50대 이상의 근로자들에 대한 실업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고, 기업에서는 인건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제도,, 라고 설명하는 관점도 있다.


누구를 위한 당근인가?


그리 멀지도 않은 과거의 사례를 한번 복기해보자. 죽어가는 경제를 살리고,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한 명목으로 우리는 법인세를 인하해주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했는가?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높아져만 가는데, 서민들의 삶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고, 여전히 청년들의 취업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만큼 어렵다. 낙수효과를 기대했지만, 실제로 떨어지는 물은 없었다. 정부가 어정쩡한 스탠스로, 아니 친기업적으로 시장에 개입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법인세를 인하한 만큼 근로자의 임금을 인상하는 것까지 묶어서 개입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임금인상은 시장의 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되었고, '멍청하게' 법인세 인하된 만큼 임금을 올려줄 회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장년층의 월급과 책임감의 무게

이번에 정부에서 노동개혁 2대 과제 중 하나로 들고 나온 것이 바로 이 임금피크제다. 장년층의 월급을 깎아서 청년들을 고용하겠다는 의도인데, 법적으로 깎는 제재는 하면서 청년 고용 보장에 대한 부분은 기업의 자율에 맡긴다. 기업의 비용을 절감시켜주겠지만 결국 청년 고용은 제자리걸음이 될 확률이 지극히 높아보인다.

정부를 믿지 못하는 불순세력(?)이 될 수 없으므로 정부의 주장대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청년 실업을 해소한다고 치자, 아..아니 믿어보자.

하지만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우리는 나이가 들어갈 수록 많은 돈이 필요한 세상에 살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더욱 목돈이 필요한 장년층의 월급이 줄어들어야만 하는 것에서 기인할 수 있다. 아이 키우는데만 돈이 들어가나? 아니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수명이 길어진, 하지만 경제력이 없어진 우리의 부모님들도 챙겨야 한다. 장년층의 월급을 줄인다는 관점은 근로자 개인의 수입에 대한 관점이 아니라 자녀와 부모까지 걸친 3대의 경제가 걸려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통해 얻는 비용 절감에 대한 이익을 신규 채용률과 연동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청년 실업을 해소하면서 장년층을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임금피크제에 대한 대상을 직원 뿐 아니라, 임원에 대한 보수까지 포괄해야 한다. 임원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은 책임을 져야 할 자리에 있으므로 응당 함께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 나온 임금피크제를 일부 손보는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 에 대한 많은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


이 글은 노사정 대타협이 나오기 전에 작성했던 내용이다. 대타협안이 나왔고, 이제 임금피크제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 될 것이다. 

내 주변의 젊은 노동자들 중에서 흔히 임금피크제는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여 매우 안타깝다. 자신들이 정년에 가까운 시기까지 이 회사에서 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임금피크제를 논하기엔 너무 멀리 있다고 말이다. 임금피크제는 지금 몸담고 있는 조직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이  사회 전체가 적용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젊은이들고 결국엔 나이가 들 것이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많은 돈이 필요해질 것이다. 지금 이 회사에 오래 못있을 것 같다고? 당신은 창업을 하지 않는 이상, 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월급을 받아가며 정년까지 돈을 벌어야만 살 수 있다. 이민을 가지 않는 이상, 그 굴레를 벗어날 수는 없다.


정녕 이게 남의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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