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인터넷에 올라온 신문기사가 우리 직원들 입방아에 뜨겁게 올라왔다. 바로 향후 10대 몰락 직종을 선별해서 발표를 한 것이다. 대부분 직원들은 그 기사에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고, 앞다투어 SNS에 그 소식을 퍼날랐다.





<10대 몰락 직종 발표>



커리어캐스트는 미국 노동통계국의 고용 전망 자료로 2012∼2022년 고용하락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10개 직업을 10대 몰락 직종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커리어캐스트의 10대 몰락 직종 중 1위는 우체부였다. 우체부의 고용하락률은 28%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메일과 SNS의 발달,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이메일과 트윗 등이 편지를 대체하면서 우체부의 고용 상황은 크게 나빠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어 10대 몰락 직종으로 농부(19%), 검침원(19%), 신문기자(13%), 여행사 직원(12%) 등이 높은 순위에 올랐다. 10대 몰락 직종 중 고용하락률이 10%대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 직업은 총 5개였다.

반면 커리어캐스트는 수학·통계 관련 부문을 유망 분야로 꼽았다. 유망 직종으로는 통신·항공기정비·전자 관련 기술자, 웹개발자 등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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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들은 과연 얼마나 믿을만 한 자료일까?

의문점 하나. 이 기사는 미국에서 조사한 내용이다. 미국의 여행업은 DOMESTIC (내국인의 국내여행)에 주요 기반을 둔 회사가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내여행을 할 때 많은 사람들이 여행사를 이용한 투어를 즐기기도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여행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관점에서 보는 여행사라면, 내가 봐도 10대 몰락 직종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웃바운드 중심의 국내 여행사라면 조금 다른 이야기를 써야 할 것이다.

의문점 둘. 일개 직업 소개 사이트(우리나라의 사람인 같은)에서 내린 10년 후 몰락 직종이라는 게 과연 얼마나 신뢰성이 있을까? 이 궁금증을 해결해보기 위해 과거에  "10대 유망 직종" 이라는 키워드로 발행되었던 기사들을 찾아보았다.

이 중에서 두번째 의문점에 대해 좀 더 파보도록 하자.




<2004년 미래유망직종>

한국산업인력공단 산하 중앙고용정보원

애완동물 이용사, 텔레마케터, 시스템소프트웨어개발자, 컴퓨터게임 개발자, 가상현실 전문가, 정보기술(IT) 컨설턴트, 영상 및 음성처리 전문가, 웹 개발자 등이 선정됐다.

인크루트 부설 경력개발연구소

인사컨설턴트, 정보보안 전문가, 헤드헌터, 창업컨설턴트, 게임기획자, 자산관리사, 국제협상전문가, 커리어코치

IBK컨설팅

애견도우미, 직업컨설턴트, 헬스트레이너, 중국지역전문가, 심리상담사 등 5가지를 꼽았으며, 

10년 후에는 실버컨설턴트, 음악치료사, 성공관리사, 레저상품 개발자, 모바일 카페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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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 분석한 미래유망직종은 지금 보아하니 이건 그냥 2004년에 유망한 직종을 기술한 듯 싶다. 그리고 유망직종을 선발한 각 업체의 관심분야가 반영된 것 같다. 다른 직종들은 그나마 수긍하기 쉬운데 '모바일 카페 운영자'는 좀 웃기네. 그 때는 이게 직업이 될 수 있을거라 본건가?




<2004년 창업컨설팅업체인 비즈니스유엔(www.businessUN.com, 02-761-3511)>

◆벨소리 컬러링 작곡가 : 색다른 휴대폰 벨소리를 작곡하는 전문가다. 과거에는 시스템 개발자나 기획자가 음악 프로그램을 활용해 벨소리를 뚝딱 만들어 서비스를 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큰 폭으로 늘고, 소비자들의 요구사항도 다양해지면서 서비스 업체마다 전문적인 벨소리 컬러링 작곡자를 고용하고 있다. 음악에 대한 지식보다는 사회의 트렌드를 읽거나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안목이 있는 사람이 유리하다.

◆휴대폰 아바타 디자이너 : 최근 네이버, 세이클럽 등 인터넷 업체들 뿐 아니라 휴대폰에도 아바타가 등장했다. 좁은 화면과 휴대폰 LCD 화면의 색감을 이용하여 사용자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고객들의 기호에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컬러 LCD 화면 덕분에 휴대폰 화면을 예쁜 아바타로 채우는 이용자가 급격히 늘고 있어서 전망이 밝다.

◆모바일 뮤직 디렉터: 라디오를 듣고, TV를 보며 유행할 것 같은 음악을 벨소리로 만드는 벨소리 작곡가이다. 주 소비층이 청소년이라 취향을 잘 파악할만한 청소년들의 직업으로 유리하다. 휴대전화 3200만대 시대에 벨소리 콘텐츠 수요는 갈수록 늘 것으로 판단되므로 관심 있다면 당장 공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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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업체에서는 휴대전화 소프트웨어 관련산업이 주요 관심 분야였던 것 같다. 스마트폰이 탄생하고, 그것이 웹 발전의 2차혁명이 될 것이란걸 그 시점에는 꿈도 못 꿨겠지. 설마 이 기사를 보고 벨소리 컬러링 작곡가가 되겠다고 음악을 공부한 사람이 있으려나 싶다.




<1998년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誌는 최신호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다음 20개 직종과 연간 수입>

▲ 음악 연주자= 최근 복음 성가를 비롯, 첨단 테크닉을 이용한 CD롬과 웹용 음악이 대규모 산업으로 성장중이다. 성가연주자의 수입은 초보 1만8천달러부터, 슈퍼스타가 되면 70만달러 이상을 번다.

▲ 전문용어 풀어쓰기= 포장식품의 조리법에서부터 가전제품 사용법, 로켓 과학자를 위한 안내서에 이르기까지 일반인들이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번역'한다. 지난 90년 이후 수요가 급증. 3만5천-5만4천달러.

▲ 통신기사= 컴퓨터와 휴대폰 표준화 작업. 6만8백-9만9천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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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미국에서 조사한 결과이다. '전문용어 풀어쓰기' 직업은 과연 무엇인가. 이해하기 어려운 1998년의 시각. 그리고 MP3이 활성화 되기 전의 1998년에는 CD롬과 웹용 음악을 다루는 음악 연주자가 활성화되리라 기대했다. 물론, 다들 알다시피 지금은 음악가들이 불법MP3 다운로드를 하지말라고 읍소하는 실정이다.


<관광가이드에 고급인력 몰린다>

하나투어에서 해외여행 인솔자로 일하고 있는 김진리(31.여)씨는 관광가이드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가이드로 일하면서 관련분야 석사 학위를 따고 대학에 시간강사로 출강까지 하고 있지만 그는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고학력자 취업난도 요인이지만 전 세계를 누비며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이드가 유망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관광통역안내사, 이른바 관광가이드 시험을 통해 배출된 합격자 905명중 8%인 72명이 대학원 재학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다.

2002년 시험에서 합격자(1천99명)중 4.1%(45명)만이 대학원 재학 이상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로 증가한 것이다. 10년전인 93년에는 합격자(870명)중 대학원 재학 이상 학력자가 1.8%(16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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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관광업계의 전망을 살펴보자. 관광 가이드가 고학력자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았나보다. 하긴,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만 해도 해외여행 인솔자(T/C)에 대한 사회의 니즈가 뜨거웠고, T/C는 출장기회도 많이 보장되어 돈도 많이 벌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문 T/C는 대부분 외주 프리랜서로 운영이 되고, 이 마저도 인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출장기회가 예전만큼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하물며, 현지 가이드는 이제 점차 존재의 이유마저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결 론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미래를 예측한다고 해도 그 근거 기반은 지금 당장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미래를 정확히 그려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런 우울한 기사쯤은 그냥 무시하고 내 일에 더욱 집중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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