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 UI

IT쪽 업무를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면 흔히 UI와 UX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UI(User Interface)는 사람과 시스템의 접점, 또는 채널을 의미하는 반면, UX(User eXperience)는 사용자가 제품과 서비스, 회사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가지게 되는 전체적인 느낌이나 경험을 말한다.



좀 어려운가? 쉽게 설명하기 위해 자판기를 예로 들어보자. 자판기에서 커피 버튼을 눌렀다면 당연히 커피가 나와야 한다. 이 자판기의 버튼이 UI의 개념이 된다. 커피 버튼을 눌렀는데 다른 게 나오거나 나오지 않으면 잘못된 것이다. UI는 객관적인 기능의 면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객관성을 따져가며 개선을 했더니 빠르고 기능은 좋은데 잘 안팔리는 상황이 온 것이다. 이때 사람들이 성능 말고 다른 부분에서 차별화를 어떻게 시킬까 하면서 나온 개념이 UX이다. 누르고 싶게 만들어진 자판기 버튼, 커피를 누르자 색다른 종이컵에 따라지는 종이컵 등 커피 하나를 마시면서 그들이 경험하는 모든 것을 관리하는 것이다.


UX는 IT산업의 전유물인가

좀 들어본 사람은 '사용자경험'이란 말을 하면 애플의 iOS를 떠올리거나, 웹 페이지의 디자인을 떠올리며 IT산업에서만 쓰이는 단어로 오해를 한다. 사용자 경험의 원리가 컴퓨터 공학 분야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 개념은 현재에 와서는 서비스, 상품, 프로세스, 사회와 문화에 이르기까지 널리 응용되고 있다.


최근의 사용자 경험은 단순히 기능이나 절차상 만족뿐 아니라 전반적인 지각이 가능한 모든 면에서 사용자가 참여, 사용, 관찰하고 상호교감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경험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용자 경험의 창출은 산업 디자인, 소프트웨어 공학, 마케팅 및 경영학의 중요 과제이며, 이는 사용자 니즈의 만족, 브랜드 충성도 향상, 시장에서 성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주요 사항이다. 부정적인 사용자 경험은 사용자가 원하는 목적을 이루지 못할 때나 목적을 이루더라도 감정적, 이성적, 경제적으로 편리하지 못하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다.


관광업계의 UX 관리 사례

미국 휴스턴 공항에서는 이전부터 수하물 찾는 곳의 대기 시간이 길다는 고객들로부터의 클레임이 많았다. 공항은 계속 늘어나는 불만에 대응하기 위해 직원을 증원하는 것으로 평균 대기 시간을 8분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그래도 클레임은 줄지 않았다. 그러자 공항이 선택한 방법은 수하물 찾는 곳까지의 거리를 늘려버려, 손님에게 공항 안을 오랫동안 걷게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 공항은 승객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분석했다. 조사결과에 따름녀 평균적으로 승객은 도착 게이트에서 수하물 찾는 곳까지 1분 동안 걸어가, 거기서 7분을 기다려야 겨우 자신의 수하물을 찾게 되었다. 사실상 88%의 시간을 수하물 찾는 곳에서 그저 서서 기다리는 것으로 소비한 것이다. 이것이 승객의 불만을 폭발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공항은 도착 게이트를 메인터미널에서 멀어지게 한 뒤, 수하물을 외곽 컨베이어에 실었다. 이로 인해 승객은 수하물 찾는 곳까지 6분이나 걸어가게 되었지만 불만의 목소리는 거의 제로까지 떨어지게 되었다.

여기서 수하물 찾는 곳이라는 UI를 생각해보면 기능 자체는 전혀 변경이 없고, 그저 장소를 6배나 먼 곳에 이동시켰을 뿐이다. 즉 UI라는 관점에서 보면, 유저에게 멀어지게 한 만큼 개악이 된 것이 된다 (실제로는 전광판이나 조명의 개선도 이뤄졌지만, 전체적인 비중을 봤을 땐 큰 요건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UX가 개선된 것이다. 좋은 UI가 좋은 UX를 실현하지 못 하고, 오히려 나쁜 UI가 좋은 UX를 실현시킨 경우도 있는 것이다.


MOT와 UX의 만남

보다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관리하기 위하여 성격과 상황에 따라 각 서비스의 접점을 분류하는데, 이 서비스의 접점을 MOT(Moment Of Truth)라고 한다. 우리 회사의 MOT 순간은 대리점으로의 방문이나 웹사이트 방문으로부터 시작해, 여행이 끝나고 웹사이트에 후기를 올리거나, 전화로 컴플레인을 하는 순간까지 최소 15개 이상의 MOT가 발생한다고 한다.



대리점에 예약 문의를 하고, 가능여부 확인까지 걸리는 시간을 관리한다던가, 웹사이트에서 자동으로 내가 좋아할 만한 여행지를 선별해준다던가 하는 것이 바로 사용자 경험을 관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인적요소라던가, 웹 시스템같은 소프트웨어적인 UX도 있지만, 현지 호텔, 항공, 식당 등 우리가 쉽게 컨트롤할 수 없는 하드웨어적인 UX도 발생한다.

다짜고짜 UX를 관리하자고 들면, 무형의 서비스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같은 입장에서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을 건드려야 하는 것일까. 물론, 우리의 웹 페이지 UX를 개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상품의 본질에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UX에 사용자 가치 더하기 : 나의 경험



보라카이는 칼리보 공항에 도착해 보라카이 섬까지 가기 위해 2시간을 차로 더 가야 한다. 가는 차편에서는 별 다른 멘트 없이 현지인들이 운전을 하는 차에 앉아 지나쳐가는 필리핀의 시골 풍경을 두 시간이나 봐야 했다. 보라카이를 여행하기 전에 흔히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공항에서 보라카이 섬까지 가는 시간이 무척 길고, 지루하다는 것이었다. 이른 아침에 한국을 출발해 낮에 도착한 필리핀에서 또 차를 타고 2시간을 가다 보면 어느 새 여행의 반나절이 지나가버리고 만다는 것. 이 때문에 3박5일의 짧은 일정이 더욱 짧게만 느껴지게 만드는 요소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가이드분이 공항으로 돌아가는 차편에서 자신이 가이드 생활을 하며 만났던 소중한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해주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불치병에 걸려 살 날이 얼마 안남은 노모와 딸이 함께 했던 여행이었다. 병에 걸린 노모를 모시고 보라카이를 방문했던 딸.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서 눈을 감는 그 날까지 아름다운 딸과의 추억을 쉬임없이 되새겼다는 어머니. 결국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가이드의 친절한 안내에 감동을 받았던 가족은 가이드를 한국으로 초대해 어머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인사를 드렸었다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마치며, 가이드는 이번 여행이 즐거우셨냐는 말과 함께, 다음 여행 오실 때는 꼭 부모님을 모시고 방문해보시라며 당부를 했다. 꼭 보라카이가 아니어도 좋으니, 어디든 함께 해보시길 강하게 권했다. 이 말을 들은 차 안의 여행객들은 저마다 집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했으리라. 그리고 이 외에도 다양한 손님에 대한 에피소드를 듣다보니 공항으로 돌아가는 2시간이 너무나 짧게만 느껴졌다.

이것이 바로 여행의 경험을 관리할 수 있는 좋은 사용자 경험 관리 사례아닐까. 그저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으로 여행 중 죽어있는 시간을 활용해 생기를 불어넣어 준 것은 다름아닌 가이드의 스토리텔링이었다. 가이드의 재미난 에피소드들로 인해 우리는 '가족'을 한번 더 돌이켜 보는 작은 가치를 더하게 되었으니까.


마무으리

UX관리는 비록 IT산업에서만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서비스를 다루는 우리 여행업계에서도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영역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고객을 대면하는 MOT순간이 어떠한 프로세스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각 MOT에 우리는 경험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줘야 할 것이다.

그저 공장에서 물건찍어내듯이 사람들에게 같은 장소를 '단순 방문'하게 하는 여행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고객이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 상품을 통해 더 나은 경험을, 가치를 가져갈 수 있는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우리가 UX를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의 또 다른 말이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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