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경제 문화는 예전부터 있었다!?

최근 공유경제의 열풍이 우리 사회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근데 공유경제라는 개념은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만들어 냈듯 기존에 없던 제품이 딱~ 하고 생겨난 것이 아니라 여러 지식 공동체가 만들어 낸 하나의 시스템이다. 근데 재밌는 것이, 지금에 와서야 불고 있는 이 열풍은 우리는 오래전부터 해왔다는 것!

놀랍지 않은가?


1. 1:1의 노동교환, 품앗이



 품앗이는 농사일은 물론, 혼자서 하기 어려운 집안일 등을 노동의 댓가인 임긍을 지불하지 않는 대신 '니가 이번에 내 일을 도와주면 다음에 내가 너의 일을 도와줄께' 라는 약속을 주고 받는 것이다. 하지만 품앗이는 서로간의 '신뢰'만으로 형성되고, 그것을 기반으로 유지가 될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다. 이는 1:1 의 거래 대상과, 서로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작업이기 때문에 조직화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2. 조직화된 노동력의 공동체, 두레



 조선시대 후기에 이양법이 보편화되면서 '두레'도 함께 정착되었다. 두레는 농촌에서 농사일을 공동으로 하기 위하여 마을 부락 단위로 둔 조직이다. 두레의 주요 목적은 상호부조, 공동오락, 협동노동이다. 두레는 마을의 모든 농민이 그 마을의 경작지에 대해 자타의 구별 없이 일제히 조직적으로 집단작업을 하는 조직이며, 각 집의 경지면적과 노동력에 따라서 나중에 임금을 결산하여 주고 받는 공동노동의 형태이다. 이와 같이 협업(協業)의 성격을 띤 공동노동은 한국에서 장기간에 걸쳐 농촌경제를 지배해 왔던 노동조직이었다.


3. 잉여자원의 가치창출, 아나바다

1997년, 대한민국은 IMF로부터의 구제금융 요청 사태가 발생하며 사상 초유의 경제불황이 이어졌다. 국가가 어려울 때 국민들은 각 가정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기 위해 공유 경제 캠페인을 벌이게 된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 의 줄임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결국 '아나바다' 운동은 내수경제를 오히려 침체시키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겠다. (뭘 모르면 이런 소리를 할 수 있겠는데, 지금 정부가 딱 이러한 수준이다.)

IMF 시절은 국가나, 기업이나, 가정이나 모두 긴축정책을 실시했던 시절이다. 기업에서는 많은 수의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했고, 집안의 경제력을 책임지던 가장들에게서 경제력을 앗아갔다. 기업이 부도나고, 망하게 되면 그 산업이 완전히 무너지는게 아니라 다른 기업이 그 자리를 메꾸게 되어 있다. 하지만 가계는 다르다. 가계부도의 사태가 심각해진다면, 이는 곧 국가의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상황에 최고의 효율적인 정책으로 나오게 된 것이 '아나바다'이다. 

우리 집에서 잘 쓰지 않는 무건을 '아나바다 장터'란 곳에 내놓고, 그 물건이 필요한 다른 사람은 그것을 가져다 쓰면 되는 것이다.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이루면서, 잠들어 있던 잉여자원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프로그램이다. 



'공유'와 '경제' 의 밀당

이번 섹션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려진 단어들에 대한 관찰이다. 


1. 공유지의 비극

기존 경제학에서는 공유하는 자원은 공멸을 자초한다는 이론이 있다. 이를 '공유지의 비극' 이라 부르는데 이는 사람들이 개인의 이익을 얻고자 한 행동이 결국 전체 이익(공리)을 파괴한다는 이론이다.



* 100 마리의 양을 기를 수 있는 초원이 있다.

* 이 초원은 공유지로, 마을 사람 누구나 양을 방목해 풀을 먹일 수 있다.

* 이 곳에서 풀을 뜯는 양이 100마리를 넘기면 풀이 재생산되지 못하고 황폐해질 것이다.


미국 UCSB 생물학과 교수 개럿 하딘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사람들은 초원을 공짜로 쓸 수 있기 때문에 너도, 나도 양을 풀게 된다. 그러다보면 초원은 결국 풀이 다 뜯기고 마을 사람들은 양을 배불리 먹일 공유지를 잃게 된다.

지금까지 많은 정책분석가들은 자원이 공동으로 소유되는 모든 경우에 공유재의 비극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사유재산권 체계의 확립이라고 주장해왔다. 재산권에 기초한 ‘시장 모델’인데, 공유 체제를 종식시키거나 과잉 방목의 비효율성을 회피하려면 충분한 수준의 재산권 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

바로 앞에 살펴본 '공유지의 비극' 이론은 우리가 지금 알아보고자 하는 '공유경제'가 왜 실패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 설명한 기존의 경제학 논리이다. 우리는 공유지의 비극에서 바로 공유경제로 넘어가지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흔히 사회 문제의 해결을 위해 시장과 국가 또는 정부에 의한 통제와 사유화라는 두 개의 대안만이 고려되는 상황이 과연 정답인가?



2009년 오스트롬 교수에게 여성 최초이자 현직 정치학자 최초 노벨 경제학상의 영광을 안긴 "공유의 비극을 넘어" 라는 책을 잠깐 언급해보도록 하기로 하자.

이 책은 공유 자원 문제에 대한 제도적 해결의 지평을 넓힌 의미와 더불어 국가와 시장의 해결책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집항행동이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치의 가능성과 그 조건들을 제시하는 이론사적인 의의를 지니고 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례들과 함께 공유 비극을 넘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는데, 성공의 핵심 키워드는 "자치(self-governance)"이다. 아래는 성공적인 공동사용을 위한 자치제도를 디자인 하기 위한 원리이다.

 

1) 명확하게 정의된 경계

2) 사용 및 제공 규칙의 현지 조건과의 부합성

3) 사용자의 집합적 선택과정에의 참여

4) 감시 활동

5) 점증적 제재 조치

6) 갈등 해결 장치

7) 최소한의 자치권의 보장

8) 중층의 정합적 사업 단위 (공유 자원 체계가 대규모인 경우) 


위의 원리에 따라 자세한 성공 사례를 담은 책이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일독을 권할 만 하다.


요약~

사람들의 이기심에, 공유하는 것들은 보다 일찍 소비되고, 과도하게 사용되어 오래도록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기존의 경제학이었다. 이에, 아냐~ 공유되는 것들도 사용자들간의 신뢰를 통한 '자치제도'를 잘 도입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구~~ 라는 주장을 한 것이 오스트롬 교수이다.



공유경제의 바람이 불다

이번에는 또 다른 교수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미국의 법학자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이다.

로렌스 레식 교수는 상업경제와 공유경제, 그리고 그 둘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경제로 구분했다. 

상업경제는 재화를 생산해서 사고 파는 일반적인 경제 모델이다. 

자, 그럼 공유경제는 무엇일까? 그의 저서 'Remix'에 보면 친구가 같이 저녁을 먹어줬다고 해서 고맙다고 돈을 건내는 건 그림이 이상하지 않냐는 예를 들면서, 공유경제는 이렇게 돈이 오가지 않고 서로의 니즈를 채우는 경제활동을 지칭하는 표현이라고 한다. 멀리 돌아오게 되었지만 로렌스 레식이 처음으로 언급했다는 '공유경제'는 우리네 조상들이 늘 해오던 품앗이나 두레의 성격이라는 말이다. 단, 레식교수의 공유경제는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력적 소비의 경제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자본주의 경제와 대비되어 사용된다. 최근 세계적 저성장 기조로 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 그거 '도서대여점'에서 하던거랑 같은건가?



기존에도 책이나 비디오 대여점 등 물품을 빌려주는 서비스는 존재했다. 하지만 공유 경제는 사업자가 물품을 소유하고 빌려주는 렌털과는 달리 이용자들끼리 물품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조성해 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 공유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

공유경제는 특정 상품과 서비스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짧은 시간에 바로 서비스를 쓸 수 있는지, 위치가 얼마나 가까운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즉 실시간으로 이용현황, 위치정보 조회, 즉시 신청 및 승인확인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잘 나가는 공유 기업은 하나의 큰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 디지털 세계의 법칙인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한다. 사실 두레 등 공유 모델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비즈니스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보급, 소셜네트워크의 활성화로 적재적소에 필요한 재화와 용역을 찾고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유 기업도 정보기술(IT)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혹은 인터넷 기업이고 디지털 법칙의 적용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3. 공유경제의 주요 컨텐츠

공유하기 힘들고 부담스럽거나 소유할 경우 가치가 확대될 수 있는 것들이 공유경제의 콘텐츠가 되고 있다. 자동차나 집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1인 가구들이 이 서비스 수요가 높은 편이다. 집, 차량, 일손 등 산품이나 서비스를 내가 원하는 부분만 작은 단위로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제품서비스) 사용자들이 제품 혹은 서비스를 소유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렌트사업과 유사 : 카쉐어링(Zipcar), 바이크쉐어링(Velib) 등

○ (물물교환) 필요하지 않은 제품을 필요한 사람에게 재분배 하는 방식으로 주로 중고물품 거래 : 경매(ebay), 물물교환시장(키플), 무료/상품권 교환(Freecycle) 등

○ (협력적 커뮤니티) 커뮤니티 내 사용자간의 협력을 통한 방식으로 유⋅무형 자원 전체 포괄 : 공간(AirBnB), 여행경험(플레이플레닛), 지식공유 (위즈돔) 등





본격적으로 공유경제에 대해 알아보기 앞서 

공유경제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점검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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