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젊은 세 청년이 있다. 이들은 좀도둑질을 하다 나미야 잡화점에 잠시 몸을 숨기게 된다. 아무도 살지 않을거라 여겨졌던 그 집에 갑자기 편지가 들어오고, 그 편지에는 고민을 상담하는 내용이 적혀있다. 좀도둑질이나 하며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세 청년들 앞에 떨어진 편지.

과연 그들은 이 고민을 제대로 상담해줄 수 있을까?

교육학이나 심리학을 전공하고 전문 상담가가 되기 위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도 상담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헤아려주어야 하기 때문에 예민하고 민감한 일이다. 이론적인 상담기술은 전혀 배우지도 못한 이 청년들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은 느낀대로, 그리고 직설적으로 답해주는 것이었다. 

- 그런데 말입니다. -

이들의 조언은 뜻밖의 결과로 상담자를 감동받게 만들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답장 (세 청년의 느낌대로, 그리고 직설적인..)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 이유는 상담을 듣는 본인들의 마음가짐이 좋았기 때문이다. ~라고 소설에서는 평가한다. 충분히 스스로 고민을 해본 뒤에 조언을 구하는 입장과 자기성찰이 결여된 불만토로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고민상담을 요청하는 이들은 대부분 자기성찰 끝에 잡화점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한다. 

본래 나미야 잡화점은 '나미야'라는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잡화점으로 나미야를 '나야미'(일본어로 고민을 뜻한다고 함. 일종의 언어유희를 보인다. 번역본이라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이런 구절이 종종 있는 듯 하다.)로 부르며 놀리는 아이들에게 장난스런 고민을 진지하게 상담을 해주다 정말 진지한 고민상담실로 바뀌게 되었다.

5개의 챕터로 나뉘게 되는데 이들은 모두 '환광원'이라는 고아원과 연결이 되어있고, 모든 챕터의 등장인물들이 연관성을 가지면서 복잡한 얼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얼개는 마지막으로 가면서 나미야 할아버지의 첫사랑이 설립한 환광원의 주인과의 연결고리를 뜻하게 됨을 알 수 있게 된다.

상담에 나온 고민들

1. 사랑하는 사람이 병에 걸렸다. 자신의 꿈인 운동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간호해야 할까요? 

2. 뮤지션이 꿈인 생선가게 아들. 아무리 노력을 해봐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데 뮤지션을 포기하고 생선가게를 물려받아야 할까요?

3. 유부남의 아이를 임신한 여성. 미혼모의 몸으로 이 아이를 낳아도 될까요?

4. 야반도주를 해야하는 부모님에 반대하는 청소년. 부모님을 따라가야 할까요?

5. 낮에는 사무직을, 밤에는 호스티스를 하는 여성. 성공하려면 어느 쪽을 택해야 할까요?


- 위의 다섯가지 고민들을 상담하는 것으로 이 소설은 전개를 펼친다. 어느 하나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과연 나라면 뭐라고 상담을 해주었을까? 

'네, 그렇네요. 많이 힘드시겠어요.'

라며 아픔을 동감해주는 것에서 그친다면 조언을 받고자 하는 사람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단순한 동감만을 필요로 했던 것이라면 그렇게 나 혼자 치열하게 고민하고 누군가에게 정성을 들여 편지를 써서 고민을 얘기했을까? 

'이렇게 해보세요. 그렇게 하는 것이 맞습니다.'

라며 확신을 가지며 어느 한 방향으로 조언을 해주어야 할까? 만약 그렇게 답한다면 조언을 받는 입장에서 오히려 상담자는 자신의 처지를 동감하지도 못하면서 이래라 저래라 쉽게 말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는 책에서도 종종 나오는 장면이다. 막연히 뮤지션을 꿈꾸느니 안정되게 생선가게를 이어받으라는 조언이나, 호스티스는 안좋은 직업이니 무난하게 사무직을 하며 평범하게 살라는 조언이 그러했다. 하지만 이들은 답장을 받은 즉시 화를 내며, 실은 이러이러하다면서 2차 고민편지를 보내게 된다. 책에서는 진심을 파악하기 위한 좋은 장치였던 것으로 포장되었으나, 현실에서는 그런 것들이 좋은 쪽으로만 흘러갈까? 보통은 '아, 저 상담자는 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해. 얘기하는 건 헛수고일 뿐이야.' 라고 생각하고 다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일이 생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위의 다섯가지 고민거리에 대해 자신이 상담자라고 생각해보고, 내가 상담자라면 이런 고민상담을 답변으로 해주겠다, 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가 되겠다. 

내 마음에 들어온 구절

"당신의 노력은 절대로 쓸데없는 일이 되지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믿어주세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믿어야 합니다." (p.148)

-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하는 행동들이 나중에 어떠한 결과로 되돌아 올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현재를 소홀히 하는지도 모른다. 비록 내가 지금 하찮은 일을 하고, 당장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 꿈을 이루기 위해 하는 모든 일들은 미래의 자양분이 된다는 것을 믿자.


"내가 몇 년째 상담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거야. 그래서 상담자 중에는 답장을 받은 뒤에 다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 답장 내용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지." (p.167)

 -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 보는 일기에서조차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자기 혼자만이 볼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누가 보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자기검열을 한번 거친 뒤, 자신의 마음을 유리한대로 편집해 일기를 작성하게 된다. 편지상담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자신의 고민을 적으면서도 으례 자기가 미리 내려놓은 답에 유리한 사실만 편지에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편지상담은 2차, 3차의 편지가 필요하게 된다. 그 사람의 진심을 파악해야 제대로 된 상담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다시 나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과연 그게 진짜 이유인가?"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p.447)

 - 소설에서는 세 청년이 편지함이 시공간을 초월하고 있다는 것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백지편지를 우편함에 넣는다. 그리고 과거시점에서 이 백지편지를 받아본 할아버지는 이 백지 고민상담 편지를 받고 고민 끝에 위와 같은 답변을 해준 것이다. 무성의하게 보일 수 있는 답변에 이렇게 진실하게 고민한 답변이 있을 수 있을까? 이 답변은 소설의 말미를 장식하는 문구이기도 하다. 작가가 독자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이것일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그려나가는 대로 펼쳐지게 되어 있다. 상담을 받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스스로를 믿고, 믿는 바를 실천하는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오랜만에 소설 한 권을 읽고 마음이 따뜻해진 기분을 느꼈다. 최근 업무로, 가정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치유가 많이 된 듯 하다.

읽기 전에는 책의 두께에 놀라 이걸 언제 다 읽으려나 싶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흡입력에 빨려들어 금새 읽어버리고 말았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유명한 저서로는 <용의자X의 헌신> 이라는 영화로도 나와 유명세를 떨친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에 한번 심취하면 그의 대표작 두세 작품 정도는 읽어보는 성향이라,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책은 여러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가 얽혀있고 복잡하게 구성이 되어 있어 영화보다는 드라마로 재현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봤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출판사
현대문학 | 2012-12-1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히가시노 게이고의 차기 대표작으로 손꼽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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