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네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주제는 우리의 수원이 결혼식 축가!

무슨 사정인지 수원이는 이 날 함께 하지 못했다.


장소는 역시 맛집이 많은 논현동 영동시장 골목.

가게는 내가 골랐다. 왠지 고기가 먹고 싶어서.ㅎㅎ


일을 마치고 명동에서 버스를 타고 신논현역에서 내렸다.

중앙 버스 정류장에서 영동시장쪽을 보니 건물 꼭대기에 "하이캠핑" 이라는 간판이 눈에 쏙~


저기다~



기본 세팅과 함께 불이 들어오고,, 고기가 왔다.

처음 와보는 거라 세트메뉴를 시켰다.

목살, 삼겹살, 대하, 닭봉이 있는 세트인데 가격은.. 생각보다 좀 쎄다.




고기를 구울 줄 아는 장인,, 내가 고기를 전담하기로 했다.

목살의 땟갈이 아주 죽인다.

적절한 비계와 살이 두툼하게 썰려서 맛도 좋을 것 같다.

아직 구워지기 전의 삼겹살은 살이 야들야들한게, 숙성처리를 잘 한 것 같다.




먹부림이 시작되고 얼마 안되서다.

이미 고기는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고 

새우머리는 좀 더 바싹 익혀서 고소하게 먹는게 진리니라~ 하며 

여유가 생겨 사진을 찍어 보았다.




경치좋은 테라스에 앉았더니

영동시장 골목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아래쪽 술집에도 사람들이 아주 빽빽하다..

고기를 한판 구워 먹고 나니, 이런 주변도 눈에 들어오는군.




2차를 가기엔 애매한 시간이라 여기서 죽치고 마셨다.

고기 다 먹고 배는 불러 일단 불을 빼고

오뎅탕을 시켰고, 소주만 더욱 늘어간다..





총평 (3.0 / 5.0) ★


시원한 초여름 저녁에 맑은 하늘을 보며, 그리고 네온이 가득한 아래 술집 경치를 바라보며

캠핑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진정 고기의 맛을 즐기러 온다면 여기를 오면 안된다.

여기는 맛보다는 분위기로 승부하는 곳이다.


4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은 많이 작은 편. 이것 저것 올려두기가 겁난다.

숯불은 쉬이 약해지며, 때때로 리필을 해주야 한다.

가격도 착하지 않은 편이다..




잔인한 6월이다.

점점 뜨거워지는 날씨보다도 더욱 더 변화가 심한 깨뽕이 엄마.

입덧이 아주 심하다.



5월 마지막 날에는 햇님이가 저녁을 먹다 속이 안좋은지 구토 증세를 보였다.

그러더니 그냥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랐다. 너무 무지했다. 심각할 정도로..

물론 햇님이도 나를 기분상하게 하려는 의도로 한 말은 아니었지만

나에게 뱉은 한마디에 나는 상처가 되었고, 거기서부터 삐딱선을 타게 되었다.


뭐야, 본인이 힘들다고 나는 왜 이렇게 대해줘? .. 하는 마음이었다.

나는 아직 어리다. 어리석다.... 


한번만 더 참고, 한번만 더 따뜻하게 대해주면 될 것을.

살갑게 다가서려다 햇님이의 태도가 조금 쌀쌀하면 거기서 모든 것을 그만두었다.

솔직히, 상황이 더 악화될까봐 두려웠다.


그렇게.. 6월초 황금연휴는 햇님이와 난 말 한마디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서로 데면데면 살아냈다. 






2주차,

화해의 제스처는 역시 내가 먼저 해야지.

햇님이는 역시나 내가 삐뚤게 행동했던 것에 상처를 받았던 모양이다.

또 눈물을 훔쳐낸다.

그래도 이제는 상황이 전보다는 나아졌다.

최소한의 말은 나와 하려고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아기자기하고, 오붓한 임신초기는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 현실인가부다.






3주차,

이제는 햇님이의 무뚝뚝함에도 익숙해지고 있다. (하지만 난 이것이 익숙해지는 것이 싫다.)

인상을 푹 쓰고 있는 햇님이가 있는 집으로 가는게 두렵기까지 하다.

집에 가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뭘 해야 하는지... 두려웠다.


마치, 자대배치 처음 받은 신병같았다.

자대배치 받은 신병은 선임이 삽질하고 있으면 내가 대신 해야 할 것 같고,

지게를 지면 내가 져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내가 할라 치면 선임은 됐다며, 넌 가만히 있는게 돕는 거라며

그렇게 가만히 냅둔다면... 가만히 있어도 맘이 편하지 않은 원리다.


술자리도 점점 늘고 있다.

아내가 두려운 내가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내 주변에 상황을 얘기하니 같지는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주었다.

원래 그렇단다.. 개인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조금 위로가 된다.






4주차,



월요일부터 햇님이가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이제는 제법 3D 사진으로 사람의 형태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 깨뽕이는 그래도 햇님이 뱃속에서 잘 크고 있었구나.

나도 힘내야지~



여전히 아내는 입덧으로 고생중이지만,

나는 새로운 초음파 사진을 보고 많은 힘을 얻었다.

그래도 내 자식이 엄마 뱃속에서 저렇게 열심히 자라고 있는데

이제 아빠가 된 나도 더욱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6월의 마지막 날이다.

7월이면 깨뽕이의 성별을 알 수 있다.

아들이건, 딸이건 나는 전혀 상관 없다. 건강하게만 잘 자라주기만을 바란다.


잔인한 6월의 끝에서 지난 한달을 정리하다보니

좀 우울한 얘기로 가득한 것 같다... 사실 그랬다.

눈치보느라 바빴고, 따뜻한 손길로 위로는 커녕 아내를 두려워했다.

참으로 그대에게 미안하다. 근데,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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