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26일

오늘 아빠와 엄마는 네가 딸이라는 기쁜 소식을 들었어.

심지어 엄마는 네가 딸이라는 얘기를 듣고 너무 기뻐서 울기까지 했대.

아빠는 회사에서 점심을 먹다가 우리 깨뽕이 소식을 들었어.

그리고 아빠도 소식을 듣고 너무 기쁘고, 마음이 들떠서 일이 손에 안잡힐 지경이야~

너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일하고자 점심도 평소보다 두둑하게 먹어두었는데 말야. 


그래서 이렇게 일하는 도중에 짧게나마 너를 위해 편지를 남겨볼까 해.

만약 네가 나중에 커서 이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넌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렇게 사랑을 받았었다는 사실만 기억해주길 바란다.


사실, 네 아비인 나는 지금까지 '누구를 위해서' 살아보지는 못했다.

근데 앞으로는 오직 너를 위해 남은 인생을 살거야.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을 오롯이 너에게 줄거라 스스로 다짐해본다.

하지만 때론 너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을 하게 될 때도 있을 거고, 

아빠는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될 날도 있을거야. 

(아빠도 할아버지에게 그런 감정을 느꼈던 때가 있어서 알거든. 

지금부터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도 웃기지만, 그러한 순간에 이 편지가 읽혀지길 간절히 바라며 써본다.)


만약, 이 아빠가 밉게 보이는 날.. 그런 날이 온다면 네가 이 편지를 읽고 조금은 기분이 풀어졌으면 좋겠구나.

왜냐면 나는 네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너를 사랑해왔거든.

그리고 너에게 미운 짓을 했던 그 순간에도 너를 계속 사랑하고 있을거야.

아빠가 본래 속에 있는 마음 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편이라 데면데면하게 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네가 날 닮았다면 (이런 점은 안닮았으면 좋겠다만..) 우리 서로 편지로 화해하는건 어떨까?


우리 깨뽕이가 엄마, 아빠한테 온지도 벌써 6개월이 되어간다.

나는 아직도 네가 우리 부부에게 처음으로 다가왔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내 인생에 있어 그렇게 기뻤던 날은 아마 없었을 거야.

4개월 뒤에 우리가 처음 만나는 그 날은 아마 이 아빠의 인생에서 맞이하는 두번째 기쁜 날이 되겠지.

얼른 너와 만나고 싶다. 그리고 너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구나.


아직 엄마 뱃속에서 양분을 열심히 먹어가며 어엿한 사람이 되기위해 노력하고 있을 너에게, 

아빠는..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한다.


더위가 삭아드는 8월의 끝자락에서

우리 딸을 기다리는 아빠가.


추신. 네가 딸이란 소식을 듣고 난 후 정신없는 업무 와중에 글을 남기느라 참 두서가 없구나. 이해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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