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에 나의 첫 해외직구를 통해 구입한 블랙베리 Q10.

6개월가량 사용하다가 드디어 내 손에서 떠나보냈다.

구입 당시 $240 에 구매했고, 중고로 어느 분에게 10만원에 판매했다.



차 떠나고 나서 써보는 블베 이야기.


<장점>

1) 물리 키보드의 위엄

물리 키보드가 존재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작은 폰 안에 모든 키보드를 활용해 글을 쓰는 게 나름 재미있었다. 터치 키보드를 사용할 때는 장문의 글을 쓰기보다는 축약된 언어를 쓰는데 익숙해졌었는데, 물리 키보드를 사용하면서 장문의 글을 제대로 쓰는 것에 다시 맛을 들였었다. 블랙베리를 사용한 동안 출퇴근 시간에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쓰면서 매우 유용했던 것 같다. 


2) 작은 크기

요새는 작은 크기가 장점이 되지 못하는 것이 트렌드이긴 하지만, 나에게 있어 불필요할 정도로 큰 핸드폰이 거추장스럽게만 느껴졌다. 특히 가방을 잘 안가지고 다니는 남자들에게 보통 핸드폰은 주머니에 들어가기 일쑤인데, 갤럭시 노트 같은 사이즈는 바지에 들어가면 꽉 끼일 정도로 커서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작은 크기가 이동성에 있어서는 좋은 점도 있다. 추후 핸드폰을 변경할 경우에도, 그리 크지 않은 사이즈를 택하게 될 것 같다.


3) 허브 알림

단문 메세지, 이메일, 각종 어플의 알림 등이 모두 허브로 모인다. 각종 알림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어플에 접속을 하지 않더라도 허브에 몰려 있기 때문에 확인하는 번거로움이 많이 줄었다. 


4) 보안성

요새는 문자메세지의 url 주소 클릭을 통해 해킹하려는 범죄가 들끓고 있다. 하지만 블랙베리는 허가되지 않은 url의 유입을 모두 차단시켜주기 때문에 해킹으로부터 다소 안전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업무용으로 블랙베리를 사용할 경우 매우 유용할 듯 싶다. 


<단점>

1) 빈약한 어플 생태계

Q10 시절부터 안드로이드 어플 생태계를 우회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지만, 그 사용 범위도 매우 한정적일 뿐 아니라, 블랙베리에 최적화되지 못한 상태로 사용하기 때문에 많은 오류를 안고 있다. 특히 은행, 카드 등 금융서비스는 사용하기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게 되어 있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2) 작은 화면

전체적인 폰의 크기가 작은 것이 이동성의 장점을 가지고 있었던 반면, 작은 화면은 사용상의 불편함을 매우 초래했다. 1:1 비율의 화면은 동영상을 볼 때 매우 안습이며, 웹 브라우징을 할 때에도 작은 화면 덕분에 눈이 아플 지경이 된다. 


3) 어려운 사용법

일단 블랙베리를 사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각종 기초 정보들이 많이 떠다니기도 하지만, 그 자료들을 꼼꼼히 읽어보지 않고서는 사용하기가 여간 쉬운게 아니다. 각종 gadget을 사용하는 덕력이 없는 초보들에게는 블랙베리의 사용을 비추한다. 시스템 업그레이드 한번 하는 것도 어려운데 거기다 한번 뻑이 나기 시작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반나절쯤은 쉽게 지나가버리게 된다.


4) 망할 카메라

카메라의 화질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수준이다. 자주하는 블로그도 아니지만,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한 최소한의 화질이 나오질 않는 것 같다. 엄청 맛있는 음식 사진을 찍어도 맛 없게 나오고, 이쁜 딸의 모습을 찍고 싶어도 10년전에 찍은 듯한 사진 화질로 저장이 된다. 내가 블랙베리를 포기하고 다시 안드로이드로 돌아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사진을 많이 찍어야 하는 해외출장이 계기가 되었다.


<사용후기>

안드로이드에서 블랙베리로 넘어가면서 블랙베리에서는 안되는 기능이 많다는 것을 모르고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엄밀히 따져본 나의 안드로이드에서 사용중인 어플들을 점검해보고 그 기능들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블랙베리로 넘어가게 되었다. (주요 사용 어플은 에버노트, 카톡, 페이스북 정도 되겠다.)

아주 가끔, 시럽과 같은 마일리지 관련 어플들을 사용하고 싶을 때 사용이 불가하다는 점, 안드로이드의 어플들과 블랙베리의 호환이 매우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점점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6개월 정도 사용해본 결과, 만약 서브폰이 필요하다면 나는 주저없이 블랙베리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메인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제한적이기 때문에 사용을 주저하게 될 것 같다. '이쁜 쓰레기' 라고 통하는 블랙베리. 망하기 전에 한번 사용해보고 싶어 질러봤지만 6개월을 넘기지 못한다는게 너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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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

먼저 이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이 소설을 만든 작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을 해야겠다. 

이 책의 저자는 '더글라스 케네디'. 우리나라에서는 [빅 픽쳐] 라는 소설로 유명세를 탄 작가이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미국사람으로, [빅 빅쳐]와 마찬가지로 [템테이션]도 미국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소설 [템테이션]에서는 TV시트콤을 만든 극작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무명의 시절을 거쳐 최고의 극작가로 성공하기까지 마치 실제 저자인 더글라스 케네디의 본인 모습을 어느 정도 투영한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전에 [빅 빅쳐]를 재밌게 읽기는 했지만, 그리 감명이 깊었던 소설로 남아있지는 않아 이번 책을 읽으면서도 그리 기대치가 높지는 않았다. 무언가 생각할 꺼리를 남겨주는 이야기보다는 영화의 씬을 쫓아가는 느낌의 빠른 템포의 극적인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는 데 재주가 탁월하다고 느꼈었다. 



<줄거리>

소설의 주인공은 데이비드 아미타지. 그는 10여 년의 세월을 무명 작가로 살아왔고, 제대로된 돈벌이를 해주지 못하는 무능력한 남편이자 딸을 가진 아빠이다. 

무명 작가로서 글을 쓰면서, 서점에서 알바로 푼돈이나 벌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하나의 대형 계약을 시작으로 승승장구하기 시작하게 된다. 첫 계약이 성공하니 그 다음 계약에서는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미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시트콤 작가가 된 것이다.

갑작스러운 성공은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고 하듯이, 데이비드 아미타지도 초심을 잃고 변하기 시작한다. 내조를, 아니 돈도 제대로 벌어오지 못하는 남편을 위해 외조를 대신 해주던 아내를 버리고 바람을 피기 시작하더니 결국엔 이혼도 해버렸다. 

그런 그에게 미국의 대부호인 필립 플렉이 치명적인 유혹(템테이션)을 한다. 작가의 꿈을 이루고 싶던 플렉에게 아미타지 자신이 원고를 대신 써주는 것이다. 그에 대한 댓가로 그는 상당한 돈을 받기로 하는데..


데이비드 아미타지는 갑자기 어느 신문 기자에 의해 표절작가라는 기사를 보게 된다. 처음엔 자신은 표절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어느 정도 먹히는 듯 했지만, 모든 정황과 증거가 점점 그에게 불리해져만 가고, 결국엔 그는 '표절 작가'로 낙인찍혀 모든 것을 다 잃고 파산하게 되고 만다.


줄거리는 여기까지. "그는 과연 표절작가의 오명을 해결하고 다시 성공할 수 있을까?"


<유혹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우리는 늘 유혹에 대면하며 살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나 꿈에 대한 갈망 앞에서,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간의 관계 속에서.

유혹은 늘 존재하지만, 그것을 취할지 말지 선택하는 것은 오롯이 본인의 몫이다. 무명 작가이지만 묵묵히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나가 끝내 성공을 하게 된 것도 아미타지의 선택이었고, 그의 아내를 버리고 바람을 피운 것도 그의 선택이었다. 

소설의 마지막 즈음, 저자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성공이라는 것은 종착지가 정해진 것일까? 우리 모두 성공을 꿈꾸지만 성공한 순간 조차도 성공에 도취되어 방심하다가는 나락의 길로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아미타지를 통해 말했다. 


<마음에 들어온 구절>


"우리 모두가 필사적으로 추구하는 건 자기 존재에 대한 확신이다. 그러나 그 확인은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 (p.446)


"그러나 우리의 위기를 가장 높은 곳에서 조종하는 자는 누구인가? 누구의 손이 우리를 조종하는가? '신'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상황'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편, 지금의 위기를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고 그가 그 모든 위기를 조종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편을 탓하고, 어머니를 탓하고, 직장 상사를 탓한다. 그러나 어쩌면, 정말 혹시 어쩌면, 자기 자신이 그 모든 위기를 조종했을지도 모른다." (p.451)


진정한 성공은 무엇인가?

이 성공의 끝은 어디일까?

성공의 종착지에 도착한 다음엔 과연 무엇이 있는 것일까?


템테이션

저자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출판사
밝은세상 | 2012-10-0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 한 번의 성공이 반드시 ‘영원한 성공’으로 귀결되지는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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