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포항까지 가서 고작 찐빵???
처음엔 나도 물음표였다.
근데 지난 추석 때 <생활의 달인> 스페셜편에 전국구 맛집이 소개되는데 여기도 나온 것이다!
결혼식 당일에 간단하게 아침으로 요기를 하고자
포항시내에서 근 30분을 달려가 찐빵을 먹고 왔다.
블로그를 검색하니 이 곳을 찾아가려면 주소보다는
"구룡포초등학교"를 검색해서 가라고 추천을 해서
초등학교로 찍고 갔다..
학교앞에 조그만 분식점들이 두세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
근처에 주차를 하고 철규분식을 찾았더니
저렇게 입간판이 서 있었다.
이곳은 오후 3시쯤 되면 재료다 다 떨어져 문을 닫는다고 하기에
포항에 온 이틀 째 아침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자 찾아가게 되었다.
시골동네 조그만.. 다 쓰러져가는 찐빵집 입구.
문짝에 적힌 메뉴인 국수, 단팥죽, 찐빵.. 이 세개가 전부다.
실내는 더욱 초라하고 옛날 냄새나는 분위기다.
사진의 우측에 평상 한켠에 놓여있는 붉은색 큰 통이
바로바로 오늘의 주 메뉴인 찐빵의 숙성을 하는 소중한 것이다.
이곳의 찐빵은 나름 독특한 면이 있다.
주로 빵은 이스트라는 효소를 사용해 발효를 시킨다.
이스트를 넣고 숙성시키면 반죽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근데 이 집에서는 이스트를 넣지 않고 자연발효를 시켜
찐빵의 빵이 더욱 쫄깃한 맛을 낸다.
나는 이 집의 전 메뉴를 하나씩 다 주문을 했다.
국수 2천원, 단팥죽 1천원, 찐빵3개에 2천원...
다 합쳐도 5천원 밖에 안되는 소박한 시골 초등학교 앞의 분식집.
그 옛날 군것질거리가 부족하던 그 시절..
마치 할머니가 손자에게 먹으라고 내준 간식같은 맛이었다.
담백하지만 달지 않은 찐빵을
같이 내어준 단팥죽에 찍어 먹으면 달달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달콤함이 느껴진다.
팥죽과 찐빵만 먹으면 팥 때문에 조금은 퍽퍽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 때 국수를 한 젓가락 뜨고 나면 깔끔한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
내 옆에서 어떤 아저씨는 찐빵 3개가 1인분이라서
주인집 할아버지한테 "할아버지, 찐빵 3개 주세요~" 라고 했는데
할아버지는 찐빵 3인분 (9개) 을 내오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저씨는 뭐라 하지도 못하고 그 찐빵을 다 드셨다..
아~ 시골의 추억 ㅋㅋ
총평과 별점 (★★★★☆)
내 연령보다는 내 아버지뻘과 같이 나이가 조금 지긋하신 분들이
이 곳을 방문한다면 그때 그시절의 맛이라며 더욱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시골스런 추억이 없이 자란 나에게도
우리 할머니의 손맛을 추억하게 만드는 맛이기도 하다.
내어준 음식 자체로만 봐서는 너무 소박하고, 멋드러지지 않고, 단순하지만
그 안에 우리의 추억이 담겨 있어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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