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책을 고르는 방법부터,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 그리고 그 책을 내 안에 어떻게 저장시킬 것인지에 대해 나만의 방법을 정리해 보았다.


1) 나에게 맞는 좋은 책을 고르는 법

 -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평생을 책만 읽는다고 해도 이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는 없다. 그 중에서 어떤 책을 선택하여 읽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독서의 초보일 경우에는 주로 베스트 셀러로 올라온 책에 먼저 눈길이 가게 마련이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책이 좋은 책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선택했다 하더라도, 그 책이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인지에 대해서는 보장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베스트 셀러는 아주 가끔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한 정도로 검색해볼 뿐, 베스트 셀러에서 책을 고르는 경우는 매우 적다. 

나의 경우에는, 일단 질 좋은 서평이 많은 블로그들을 주로 둘러보고, 관심이 가는 책들을 'book wish list' 라는 메모장에 기록을 해둔다. 위시 리스트에 기록을 할 때는 언제, 어디서, 왜 이 책을 위시 리스트에 올려놓게 되었는지 기록한다. 관심이 간다고 해서 당장 그 책을 사거나 빌려 읽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이 리스트를 어느 정도 숙성시켜야, 진정으로 나에게 필요한 책인지 판가름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기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위시리스트가 쌓이면 리스트에 나의 관심도를 기준으로 우선순위 정렬을 한다. 그리고 그 책을 사서 볼지, 빌려서 볼지에 대한 판단을 한다. 보통 1회성으로 읽고 치우는 소설책의 경우에는 사는 것보다는 빌리는 쪽을 선택한다. 반면 소장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봄직한 책들은 사야할 목록으로 올려놓는다. 이렇게 시간을 두고 책을 접하는 루트별로 구분을 하면 필요한 책을 사는 데 들이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책을 고르는 안목이 생기게 된다.

 

2) 책을 읽는 방법

 - 보통 소설을 읽을 때는 묵독으로 문장 단위로 끊어 읽는다. 그리고 극의 전개에 따라 흐름이 끊기지 않는 범위 내에 여러 문장을 한번에 읽기도 한다. 한편, 실용서의 경우에는 통독으로 빠르게 훑어서 읽는다. 그래야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재빠르게 찾을 수 있고,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시각을 만들 수 있다. 나는 인문학 계열 중에서 유독 철학에 대한 책을 많이 찾아보는 편인데, 철학 책은 글의 뜻을 잘 생각하면서 차분하게 하나하나 읽어가는 숙독의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같은 책읽기라도 필요에 따라 다양한 방법의 읽기 방법이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몇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편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처럼 깊은 생각을 하며 읽어야 하는 딱딱한 책을 읽을 때 말랑말랑한 느낌의 가벼운 소설을 같이 읽기도 한다. 그러면 딱딱하고 무거운 책을 읽는 데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반면에 이번에 읽게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은 '메모 습관의 힘' 이라는 비슷한 내용의 책을 같이 읽기도 한다. 이 방식으로 책을 같이 읽어나가면 따로 2권을 읽었을 때보다 보다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게되고, 다양한 시각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된다.

장소에 따라 책을 다르게 읽기도 한다.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 같은 자투리 시간에는 흐름이 짧게 끊겨도 읽기 편한 비소설을 읽고, 오랜 시간을 두고 책을 읽을 여건이 된다면 가급적 흐름을 끊지 않고 쭉 이야기를 전개시킬 수 있는 소설을 읽는 것이다. 


3) 필사 or 발췌요약

 - 유시민은 읽은 책을 발췌요약하면서 책의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메모 습관의 힘'을 쓴 신정철 작가는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필사하는 방법을 권한다. 그리고 필사한 아래에 자신의 생각을 곁들여 메모를 하라고 한다. 두 사람은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책을 읽으며 획득한 지식을 시간이 지나며 휘발시키지 않고 내 안에 가두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 항상 책을 읽고 난 뒤 시간이 오래 지나면, 책을 읽은 기억은 있는데 내용이 생각 안날 때가 생긴다. 책을 그렇게 읽으면 아무리 많은 책을 읽었다 하더라도 남은게 얼마 없기 때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 한권을 읽더라도 많은 것을 남길 수 있는 책읽기를 해야 한다.


이 포스팅에 도움을 받은 책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 메모 습관의 힘 (신정철)

#1. 고갈되는 지식 

무형의 여행상품을 판촉하기 위한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여행책자이다. 상품 마케팅 직무로 일을 하다보면 일 년에도 수 차례씩 여행 브로셔를 발간하는 게 일이다. 그런데 점점 날이 지날 수록 내 작문실력이 점점 줄어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니,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실력이 주는게 아니라 가지고 있던 자원이 고갈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매번 자원을 쌓아두고자 나름 독서를 꽤 하는 편인데도 지식 자원은 채우는 속도보다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랐다. 여행도 자주 다니면서 감성 충전도 하고, 영화도 많이 보면서 모자른 감각을 키우고자 노력했다. 그래도 그 중에서는 책을 읽는 것이 가장 많이 도움이 되었다. 


#2. 어느 블로거의 노트

여기서 나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일이야 거의 반 평생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채우기에 급급하고 계속 소진해나간다면 언젠가 나의 열정마저 고갈되었을 때 어떤 결과가 찾아올지 두려워졌다. 그러던 차, 2014년이 저물어갈 즈음해서, 어떤 블로그를 보게 되었다. 그 블로그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노트로 꾸준히 적었던 것에 대해 분석한 글이었고, 그는 그 기록들을 통해 자신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얘기하고 있었다. 


'마인드와칭' 블로그의 '왜 적어야 하나? 2년간 노트를 쓰며 내게 일어난 변화'



#3. 글쓰기 열풍에 올라타볼까

최근 사회에는 '글쓰기' 열풍이 부는 듯 하다. 서점에 가보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지에 대해 적은 책들이 난무한다. 직장인들이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워 하는 것 중 하나가 보고서나 기획서를 작성하는 일이라고 한다. 거의 생각과 동시에 타이핑을 해서 글을 쓰는 요즘 사람들은 생각을 숙성시킬 여유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글을 쓰기 더욱 어렵다고도 한다. (사실 이 글도 생각나는 대로 타이핑하는 글이지만...) 자, 그 책들에서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무엇일까? 정답은 의외로 단순하고 당연한 것이다. 글을 잘 쓰려면 글을 써야 한다. (읭? ㅋㅋ)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같지 않은가? 수영을 잘 하기 위해서는 일단 물에 들어가야 한다, 연애를 잘 하기 위해서는 이성을 만나야 한다 등등.. 


그렇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은 글을 써봐야 한다. 그리고 남의 글을 많이 읽어보기도 해야 한다. 남의 글을 읽고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글로 써보는 것이 매우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나는 나와의 대화를 위한 일기를, 다른 작가의 생각을 내재화하기 위한 독서노트를,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적어보기로 했다. 


#4. 몰스킨과의 첫 만남

2015년 12월 16일 (일기를 써두었기에 날짜까지 기억할 수 있다.) 나는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몰스킨 노트를 발견하게 된다. 몰스킨 노트에 대한 명성이야 이미 자자하게 들었던 바 였고, 노트에 메모하는 습관에 대한 블로그 글을 쓴 사람도 몰스킨 노트를 사용하고 있었다. 무난하게 검은색으로, 그리고 줄이 없는 플레인으로. 사이즈는 '라지' 라고 되어 있지만 A4 사이즈의 절반 정도되는 적당한 것으로.


그로부터 근 1년이 지났다. 과연 나의 첫 노트는 성공이었을까?

... 아쉽게도 올 해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노트의 처음은 야심차게 시작했다. 2015년에 대한 나의 계획도 세워보고, 아기자기하게 독서노트도 작성했었다. 그리고 나의 딸이 태어나던 순간을 전후좌우 세세하게 기록을 했다. 2월달에는 아이가 태어나고 금전적으로 허덕이게 되자 그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았었다.


2월에 작성한 나의 고민 이후에 작성된 메모는 9월로 퀀텀 점프를 했다!!

왜 실패를 했을까? 

나는 노트를 너무 신성시했다. 마치 조선왕조실록을 기록하듯이 실수없어, 누락없이 적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쁘게 적을 필요없는 노트를 필요 이상으로 어떻게 해야 이쁘게 기록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직 손으로 쓰는 것에 대한 습관이 들지 못했다.(..라는 핑계도 대본다.) 습관이라는 것은 그것이 습관이 되기 전까지는 의식적으로 꾸준히, 반드시 행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노트라는 것이 '시간이 남을 때나' 작성하는 것으로 간주해버렸고, 그러다보니 항상 우선순위에 밀려 쳐박혀 있었다. 


그러다 왜 갑자기, 9월에 다시 시작하게 되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노트에 기록해두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에서. 9월에 <꾸뻬씨의 행복여행>이라는 책을 읽었다. 책의 주인공 꾸뻬는 행복이라는 화두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 자신이 느끼는 것을 모두 기록한다. 그리고 그것이 큰 깨달음으로 돌아왔다. 일상의 사소함도 그것을 기록하는 자에게는 보다 큰 의미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9월부터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다. 작지만 조금이라도 뭔가를 남겨보고자 거의 독서노트 위주로 지금까지 작성을 해오고 있다. 


#5. 나의 두번째 몰스킨

이제 몰스킨 노트를 산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즈음해서, 나는 다시 내년을 준비해보고자 한다. 비록 올해의 노트는 다 쓰지 못했다 하더라도 새로운 해에는 새로운 노트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양식도 없고 줄도 없던 플레인 양식의 노트는 나에게 너무나 많은 자유를 주어 무엇을 채워야 할지 고민했던 것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딱 정해진 양식과 그날 그날의 분량이 정해진 다이어리를 살까도 고민을 했다. 고민 끝에 나는 다시 한번 올해와 같은 양식인 플레인으로 사기로 결심했다. 만약 다이어리로 선택을 하고 올해와 같이 2월에서 9월로 노트쓰기가 퀀텀점프라도 하게 되면 중간이 빈 채로 뒤에서 시작해야만 하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첫 몰스킨 노트는 서점에서 구입하느라 각인 서비스를 받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온라인에서 다양한 몰스킨 표지 디자인 중에서 하나를 고르고 각인도 신청했다. 각인은 나의 천주고 세례명인 'Gelasius' 와 '2016'을 나란히 적었다. 

(하리보 곰젤리는 서비스!)


왼쪽이 나의 첫 몰스킨이고 오른쪽이 나의 두번째, 2016년 몰스킨 노트이다. 심플한 검은색은 좀 지루할 듯 싶어 심슨이 그려진 표지로 골랐다. 색은 작년과 동일하게 검은색으로. 왠지 검은색 노트가 좀 더 클래식해 보이고, 오래 써도 지루할 것 같지 않다. 다만 노트를 묶어주는 띠의 색은 작년과 다르게 노란색이다. 심슨 커버의 포인트랄까. 깔맞춤을 위해 각인도 노란색 글씨로 신청했다. 


노트 첫 장을 펼치면 이렇게 심슨 그림이 그려져 있다. 적당히 심심해보이지 않을 듯.


맨 뒷면에도 심슨 그림이 그려져 있고, 올해 쓰던 것과는 다르게 포켓에 스티커도 들어있다. 나중에 뒷표지가 심심하지 않도록 스티커를 붙여 장식을 해봐야겠다.


인터넷에서 사니 이런 장점도 있다. 싸구려 만년필을 하나 같이 껴준 것이다. 만년필로 글씨를 써보았다. 끼워팔기로 넣어준 만년필이다 보니 고급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지만, 만년필을 이용해 좀 더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올해 내가 독서노트로 썻던 한 페이지. 이 페이지만 해도 나름 깔끔하게 잘 정리를 해보려고 애쓴 흔적이 있다. 하지만 내년에는 정말 안이쁘게 쓰기로 작정했다. 원래 지저분한 아이디어 노트가 뭔가 더 있어보이니까.



ps1. 내년에 쓸 이 노트는 사진을 찍고 다시 비닐포장을 씌웠다. 그리고 책상 서랍에 넣어두었다. 아직은 올해의 노트에 작성할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한달 정도는 더 올해의 노트에 쓸 예정이다.


ps2. 바로 어제였다. 내가 몰스킨 노트를 사도록 지름신을 불러와 준 블로거 분이 책을 내셨다. SNS에서 노트 작성에 대한 포스팅이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더니 결국엔 책도 내셨다. 난 당장 그 책을 샀다. 이 블로거 분은 몰스킨에 이어 자신의 책까지 지름신을 두번이나 불러와 준 분이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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