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 손으로, 돈을 들여 만년필을 샀다.

회사로 배송받아 살짝 눈치 봐가면서 사진을 찍었다. 후기를 남기기 위해.



인터넷에서 48,600원에 만년필을 팔고 있었고, 추가 카트리지까지 해서 딱 5만원에 라미를 손에 넣게 되었다. 택배에 들어 있는건 구매 감사카드와 함께 라미 만년필, 그리고 카트리지 2박스가 들어 있다.



내가 산 만년필은 "사파리 만년필 챠콜블랙-EF"

무려 Made in Germany 다. 라미 펜은 모두 독일제품이다. 싸구려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만든 제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독일이라는 나라 이름에서 왠지 모를 믿음이 생긴다.



포장을 벗겼더니 심플한 케이스가 나왔다. "LAMY" 라고 적힌 브랜드가 꽤나 폼이 난다.



케이스를 열면 가운데 만년필이 뙇! 

그리고 좌우에는 카트리지 여분과 컨버터가 들어있다.


※ 여기서 잠깐!

 - 카트리지와 컨버터가 뭔지 모르는 만년필 초보를 위해. 

만년필의 위쪽에 위치한 빨간색이 '컨버터'라는 것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잉크 용기다. 만년필에 꽂은 채로 잉크병에 담가 놓고 빨간 손잡이 부분을 살살 돌리면 잉크가 빨려 올라온다.

그리고 만년필의 아래 부분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저것이 '카트리지'라는 것인데, 저건 1회용이다. 통째로 툭 꽂아서 쓰고, 다 쓰고 나면 버리면 된다.



만년필을자세히 보자.

색 이름이 '챠콜블랙'인데 살짝 갈색 기운이 돈다. 무광이어서 그런지 가볍지 않고 클래식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펜 뚜껑 쪽에 내 이름을 영문으로 각인을 했다. 서체는 모노타입체다. 



이제 '닙'이라 불리는 펜촉을 보자. 

펜촉도 검은색으로 되어 있고 글씨의 굵기를 나타내는 EF 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이 닙의 종류에 따라 글씨의 굵기가 달라져, 다양한 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캘리그라피에 이렇게 닙을 활용해 효과를 내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악필인 나와는 상관 없는 딴 세상 이야기다.)



펜을 열었더니 파란색 카트리지가 들어 있었다. 난 검은색으로 쓸 생각이기 때문에 파란색 카트리지를 빼고 검은색으로 넣어주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 왼쪽부분이 펜에 꼽는 부분이다.)



검은색 카트리지를 끼우고 조립을 완성한 모습이다. 심플하면서도 뭔가 세련된 미가 느껴진다. (나만 그런가?)



그냥 펜만 보면 초라해 보이니 뒤로 펜 뚜껑을 꼈다. 펜에 내 이름을 새긴 건 처음이다. 하긴.. 이렇게 비싼 펜을 써보는 것 자체로도 내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그나저나 펜 뚜껑을 끼워 굵기가 굵어지자 좀 더 중후한 느낌이 난다.



일반 노트에 글씨를 써보았다. 필기감이 매우 부드러웠다. (사실 좀 의외였다. 사각거리는 느낌이 있다는 후기들을 많이 봤는데..) 



몰스킨 노트에 만년필의 조합이 최악이라는 후기도 봤다. 그래서 바로 몰스킨 노트에 필기감 테스트를 해봤다. 

부드럽다.



왜 몰스킨&만년필 조합이 안좋다고 하는지는 뒷장에 비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사진으로 잘 안보일 수도 있지만 비침이 꽤 강하다. 그래도 아예 쓰지 못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볼펜으로 글씨를 쓰면 꾹꾹 눌러 써야 하기에 글씨에 손 힘에 따라 모양이 삐뚤빼뚤 해지기 쉽고, 오래 쓰면 손이 아프다.

그래서 이번에 큰 마음을 먹고 구매하게 된 만년필. 다가오는 2016년에는 손글씨도 많이 쓰면서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노력해봐야지. 만년필은 쓰면 쓸 수록 주인의 필기 성향에 맞춰 바뀐다고 한다. 앞으로 라미 만년필과 함께 할 글쓰기에 궁합이 어떨지 기대가 매우 크다.


<총평>

* 필기감 : best

* 가격 : 만년필 중 그나마 싸다.

* 첫인상 : 세련되면서 클래식한 느낌도.

* 만족감 : 대.만.족!

오랜만에 전에 모시던 부서장님과 함께 우리부서 old 멤버들과 한잔 하게 되었다. 


회사가 시청 근처에 있다 보니, 주로 회식 장소로 정해지는 곳은 무교동이나 북창동. 하지만 회식이 아닌 삼삼오오 먹는 장소로 무교동이나 북창동은 그리 좋은 곳이 아니다. 너무 회식 분위기가 나서 말이지.


우리는 지하도를 따라 을지로3가역까지 걸어 갔다. 을지로3가역에서 1번출구로 나가 첫번째 골목에서 우회전하면 바로 만날 수 있다.


거기는 바로 '가야삼계탕'


추운 겨울 날 몸을 뜨끈하게 덥혀 줄 비장의 무기가 있는 곳이다.



가게 정면의 모습. 가게 이름 자체에 '삼계탕'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집은 삼계탕 전문집이고, 그 외에 각종 닭요리를 하고 있는 듯 하다.



안에 들어갔더니 방바닥이 뜨끈하니, 여기서 소주를 마셨다가는 금방 취하겠다는 불안감(?)이 들기 시작한다.


멀찌감치 있는 메뉴판을 보고 낙지4마리+닭도리탕을 시켰다. 中 사이즈는 42,000원, 大 사이즈는 49,000원. 우리는 인원이 5명이라 大를 시켰다.



먼저 밑반찬이 조촐하게 나온다. 닭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 이 간단한 밑반찬에 소주를 벌써 3잔이나 마신다.



닭도리탕이 나왔다! 그런데 그 위에 진짜 큼지막한 낙지가 4마리가 들어 있다. 주인 아지메의 말에 의하면 닭은 이미 다 익었고, 야채와 낙지만 익혀서 바로 먹으면 된다고 한다.



낙지가 익어갈 때 쯤 주인 아지메가 낙지를 손수 잘라 주신다. 




낙지가 보글보글 끓는다. 이제 먹어야지.


다 먹고나서 볶음밥도 시켜 먹었다. 그게 또 별미인데.. 그 때는 이미 술에 취해 사진 찍을 정신이 없었다.





총평 (★★★★☆ : 4.8 / 5.0)


원래 닭육수의 시원함은 진리다.

근데 거기에 낙지가 더해져 탁하지 않은 맑은 시원함이 더해진다.

탱글한 낙지를 건져먹으면서, 살짝 푸석한 닭가슴살을

얼큰한 국물에 푹 젹서 먹으면 궁합이 환상이다.

살을 에는 추위가 와도, 이 낙지 닭도리탕 하나면

가슴까지 따뜻해지는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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