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에 깨뽕이의 첫 소식을 듣고 난 뒤,
5~6일쯤부터 깨뽕이 엄마의 입덧이 시작되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증상은 멀미처럼 속이 계속 울렁거린다고 한다.
밥은 잘 먹는데, 먹고 나면 속이 울렁거려 미치겠다고 한다.
임산부가 입덧을 하는 것은 명확하게 증명된 바는 없으나,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인한 것이라는 주장이
정설로 인정되고 있다고 한다.
임산부의 입덧을 가라 앉히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는
1) 찬 물 또는 찬 음식으로 속 가라 앉히기
2)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기
3) 생강차 또는 모과차로 속 달래주기
이 중에서 햇님이는 그 어떤 것도 자신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한다.
5월 9일.
햇님이의 입덧이 날이 갈 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난 그저 옆에서 눈치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인거 같아 너무 안타깝다.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있는데
피가 비친다고 한다.
놀라서 바로 병원가야 할지 물어봤으나, 내일도 피가 비치면 병원에 가보자고 그런다.
내심 걱정이 되지만, 산모가 더 걱정하지 않도록
겉으로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5월 10일.
어제보다 피가 더 비친다고 하여 아침을 먹고
바로 산부인과를 갔다.
나는 난생처음 산부인과라는 곳에 갔다.
다소 어색하기도 하고,
병원이 늘 그렇듯이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햇님이는 마치 은행에서 예금하러 가듯이 자연스럽게 접수를 마치고,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햇님이 혼자서 예진실에 들어갔다 왔고,
진료실에 두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세번째 진료실에 들어갈 때는 나도 같이 들어가자고 했는데
좀 긴장을 해서 그런지 말을 다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같이 가도 되는 건가 하며 행동이 엉거주춤해졌다.
진료실에 들어가니
여자 의사 선생님이 초음파 사진을 보며 설명을 해주었다.
전에 보았던 까만 아기집이 몇 배로 커졌다. (현재 아기는 6주 2~3일 정도 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나는 전혀 못느끼고 있지만, 아이는 점점 크고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심장소리가 들려 CD로 녹음을 했다고 한다.
아직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너무 기대된다...
근데, 아기집 오른쪽 윗부분에 피가 고여있다고 한다.
그렇게 된 원인으로는 산모가 무리를 했거나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 산모는 정말 일상생활에서 가벼운 활동마저도 "무리"한 영역에 들어가는 걸까?
아기집 옆에 고인 피는 차츰 빠져나갈 것이라고 한다.
근데, 피가 빠져나가는 과정 중 아기집이 움직이게 될 위험도 있어
무조건 안정을 취하고 누워있어야 한다고 한다.
오늘은 동생 집들이가 있지만 햇님이는 집으로 돌려보내고
나 혼자 다녀왔다.
별 일 아니겠지?
5월 11일.
햇님이는 짜증이 많이 늘었다.
아무렇지 않게 잘 받아주고 싶은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햇님이 앞에서 나도 같이 짜증을 내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햇님이를 피해 가만히 누워 있었다.
아침에 밥을 해놓았더니,
햇님이가 배고팠는지 카레가 먹고 싶다고 해서 3분카레를 사다가
데워서 햇님이에게 주었다.
정말 간단한 일인데, 사실 이렇게 햇님이에게 내가 먼저 밥을 해준게 얼마나 됐던걸까..
내심 미안해졌다.
꼭 해야만 했던 집안일을 햇님이가 나에게 말로 어떤걸 해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건조대에 걸린 빨래를 개어 제 자리에 넣어두고,
쌓인 빨래를 세탁기에 돌렸다.
결혼하고 나서 세탁기를 내 손으로 돌리는건 처음이었다.
드럼세탁기는 처음해보는거라 세제를 얼마나 넣어야 할지 몰랐다.
그냥 내가 맘에 내키는대로 세제의 양을 대충 넣고,
섬유유연제까지 넣은 다음에
표준세탁 버튼을 누르니 실행이 된다.
이런 간단한 일을 난 결혼하고 한번도 해주지 못했다니.. 또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저녁에는 햇님이가 이런저런 심부름을 시켜
집 앞 마트에 두번정도 다녀왔다.
그리고 분리수거도 했다. 비가와서 여간 귀찮은 일이 아녔지만 그래도 해야 했다.
그리고 집에서 일주일간 입을 셔츠를 다려놓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 했다.
1. 임신 초기의 산모는 정상생활의 가벼운 활동도 무리가 될 수 있다.
2. 가만히 누워서 쉬는 것만이 방법이다.
3. 그동안 내가 해줄 수 있는 간단한 일조차 안해줬다는 사실에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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