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에 절반이 남은 물
프레임이란 과연 무엇인가? 에 대한 대답으로 누구난 아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어떤 병에 물이 절반 들어 있다. 이때 A는 "절반밖에 안 남았네."라고 하였고, B는 "절반씩이나 남았네."라고 했을 때 B는 A에 비해서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때 A와 B의 해석의 차이는 두 사람이 갖는 프레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른 프레임
트버스키와 카너먼의 1981년 연구에서 같은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제시했을 때 다르게 해석되는 점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아시아의 질병에 관련된 문제에서
"미국에서 흔하지 않은 아시아의 질병이 발병된다면 600명이 죽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처하기 위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법이 제안 되었다. 이 방법이 가져다줄 결과에 대해 과학적으로 정확한 것이 어떤 것인지 예상해 보시오."
첫 번째 그룹의 응답자에게 다음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였다.
프로그램 A: 200명을 구할 수 있다.
프로그램 B: 600명중 3분의 1의 확률로 모두를 구할 수 있다. 그리고 3분의 2의 확률로 아무도 구할수 없을 것이다.
72퍼센트의 응답자가 A를 선호하였고 28퍼센트는 B를 선호하였다.
두 번째 그룹의 응답자에게 다음 두가지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였다.
프로그램 C: 400명이 죽을 것이다.
프로그램 D: 3분의 1의 확률로 아무도 죽지 않을 것이고 3분의 2의 확률로 모두 죽을 것이다.
78퍼센트의 응답자가 D를 선호하였고 22퍼센트는 C를 선호하였다.
프레임과 정치의 관계
사실, 프레임을 활용하는데 있어 기업의 마케팅에서도 많이 이용하지만 정치에서도 이 "프레임"을 활용한 인간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낡은 구시대의 정치 대 희망찬 새 정치,
통합 대 분열,
이와 같은 프레임을 통해 사람들의 선택기준에 중요한 관점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08년에 나라를 한번 떠들석하게 했던 광우병 파동을 들여다 보자.
2008년 5월 8일 정부가 일간지에 게재한 광고 내용이다.
‘국민의 건강보다 더 귀중한 것은 없습니다. 정부가 책임지고 확실히 지키겠습니다’
1.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
2. 이미 수입된 쇠고기에 대해 전수조사 실시
3. 검역단을 파견해 현지 실사
4. 학교와 군대 등 단체 급식에서 제외
정부가 쟁점 현안에 대해 국민에게 긴급히 알리겠다고 서둘러 광고를 낸 것으로 예산만 45억 원을 들였다. 이것은 광고일까? 공시일까? 정부 해명은 정부의 공고, 즉 공시가 아닌 광고라는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한다’는 약속이 아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 광고였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신문 광고 나간 다음에 그해 9월에 전염병 예방법을 개정하면서 ‘즉각 중단한다’가 아니라 ‘중단할 수 있다’로 바뀌었으니 당장 조치를 취할 책임이 정부에게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아무리 다시 읽어도 정부가 신문에 실은 내용의 문맥은 의견광고가 아닌 공시에 가깝다. 어렵게 따질 필요 없이 결론은 간단하다. 정부가 국민을 처음부터 속이려고 수를 쓴 것이다. 미국에게 협상에서 밀리고 국민은 안전하게 고쳐 오라고 하는데 기가 꺾여 말도 못 꺼내 보는 상황에서 촛불 정국을 피해가려고 꼼수를 쓴 것이다.
정부가 ‘광우병 발생 즉시 수입중단 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면 국회가 전염병 예방법에서 ‘중단할 수도 있다’로 바꾸려 할 때 ‘정부가 국민에게 한 약속이 있어 그렇게 바꾸는 것은 곤란하다’고 반발했어야 한다. 어쩌면 ‘중단할 수도 있다’로 바꾸어 달라고 정부가 먼저 부탁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니면 최소한 당정 협의에서 만장일치로 잡음 하나 없이 합의를 본 것이다.
일단 광고에 홍보로 국민 반발을 피한 뒤 국민과 야당의 눈을 피해 법령을 몰래 바꿔 미국산 쇠고기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수입해 들여오는 걸로 조치한 것이다.
이걸 광고냐 공시냐를 놓고 따지고 들면 바보가 된다. 국민을 속인 책임자들을 색출해 책임을 묻고, 수입중단 방책을 마련해야 할 판에 광고, 공시를 놓고 다투는 건 프레임 조작에 말려드는 것이다. 정부가 연일 펼치고 있는 미국 소 광우병 발생에 대한 물 타기 내지는 초점 흐리기 프레임 조작을 살펴보자.
정부의 대책 발표 내용은 육우가 아닌 젖소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중단, 급식중단이라더니 광우병이 발생했지만 ‘젖소인데 뭘 그러느냐’로 말을 바꾸는 것이다. ‘미국에 더 이상 광우병은 없다, 있다’에서 ‘젖소냐 아니냐’로 슬그머니 초점을 옮기고 있다. 우리 정부의 발표는 당연히 미국 정부의 해명에 기초한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프레임 속으로 우리 정부가 우리 국민을 끌고 들어가려 하고 있다.
이렇게 초점을 흐리고 물타기 하는 교묘한 프레임 전환은 광우병 파동 때 이미 겪은 바이다. 광우병 위험이 상존하는 미국 쇠고기를 사다 먹을 것이냐 아니냐를 놓고 싸우다 어느 날부터 30개월령 송아지이냐 아니냐로 프레임이 바뀐다. 또 30개월 넘어도 뇌, 척수 등 특정위험부위만 아니면 드셔도 된다는 특수부위 논쟁도 벌어졌다.
( * 괴담을 활용한 프레임의 정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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