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뜬 구름

몇 년 전에 영업기획을 하는 선배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애플의 컨시어즈 몰과 같이 여행에 대한 컨시어즈 몰을 만들어,

무형의 여행상품을 미리 부분적 체험을 해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브로셔에 담은 사진과 복잡한 상품 설명이 아니라,

실제로 여행지에 대한 느낌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여행의 '무형성'을 뛰어넘을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느꼈다.


하지만, "어떻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의 현실과는 좀 멀어보였다.

컨시어즈 몰을 만들 비용이며, 운영하는 방법, 어떠한 컨텐츠들을 담을 것인지..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건 하나도 없었다. 나쁘게 말하자면 뜬 구름 잡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다.


#2. 환경을 만들자.

그 얘기가 나온지는 이제 3~4년쯤 되어가는 듯 싶다.

아직까지 컨시어즈 몰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컨시어즈 몰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회사 내에 컨센서스가 형성이 되었고,

이제는 조금만 더 노력하면 실제로 만들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고 있다.


그 선배는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적어도 5년 뒤의 미래를 바라보고 기획을 한 것이다.

그리고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졌던 미래를 만들기 위해, 차근차근 하나씩 준비를 해온 것이다.

미래의 먹거리를 찾는 일은 그렇게 진행되어야 하는 것 같다.

지금 당장 가능한지 여부보다는 진정한 소비자의 니즈를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학데 짚어낼 수 있다면, 그 다음은 그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줄 환경을 구축해나가는 것이다.


#3. 제자리걸음

이건희가 90년대 초에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라고 얘기했던 것은 

경영혁신에 있어 어록으로 남아있다.

지금까지 구축해놓은 회사의 자산은 돈이 되고, 그것을 발판으로 가까운 미래를 만들어나간다.

하지만, 기존의 자산에 묶여 보다 큰 미래를 보지 못한다면 기업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건희는 깨달았던 것 같다.

모든 것을 다 바꾸라고 했던 이건희의 어록 덕분인지, 삼성은 반도체와 모바일 산업에서 재빠르게 성장했다.


최근 한국능률협회의 강사로부터 전략경영 컨설팅 강의를 들었다.

그는 큰 미래(VISION 이라고 부른다.)를 그리기 위해서는 

중장기(3~5년) 단위의 전략을 징검다리처럼 몇 번 거쳐서 달성해나가는 것이라 그랬다.

1차 교육에서는 실무자가 임원의 입장에서 그려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현실과 미래가 적절히 조율되는 것이다.

2차 교육에서부터는 임원이 컨설팅에 참여했다. 실무자가 그린 밑그림을 수정해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컨설팅 교육 중에 몇년 전 나에게 컨시어즈 몰에 대한 구상을 들려주었던 선배로부터 또 다른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발달한 모바일 기술과 위치 기반 서비스를 활용하여 집에서부터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전 과정을

여행 일정으로 간주하고 실시간으로 그 일정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내 머릿 속에 든 생각은..

1) 개인정보에 대한 과용이 아닐지?

2) 위치기반 서비스를 사용하는 비용이나 해외에 대한 범위는?

3) 그걸 전 고객에게 제공할 만한 기술적 여력은 있는건가?

...and 기타등등 수백가지 질문들.

내 사고는 몇 년전 '#1' 의 생각으로 다시 돌아갔다.

몇 년 뒤에 나는 또 다시 '#2'의 시점이 되어서야 깨달아야 할까?


#4. 혁신이란

미래의 먹거리를 찾는 일은 진정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니즈에 도달하기 위해 산적한 과제들을 열거하고, 그들에 우선순위를 부여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혁신이다.

더 이상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는 시절이다.

'뚝딱'하고 나오는 새로운 것은 없지만 변하는 환경에 맞춰 지속적으로 개발하다 보면 혁신이 이뤄지는 것이다.

애플이 70~90년대에 맥킨토시로 컴퓨터 사업을 해오며 관련 기술을 업그레이드 하지 못했다면

그들은 아이폰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 그들이 맥킨토시에 갇혀 PC사업만 해왔다면 지금의 애플이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준비하자. 그리고 작은 성취를 지속적으로 이루자.

그것이 혁신이다.



#에필로그.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중에 과거의 '오늘' 에 어떠한 기록을 남겼는지 보여주는 것이 있다.

최근에 페이스북에서 본 나의 과거는 2010년에 썼던 글이다.



당시, 스마트폰의 확산에 발맞춰 우리 회사에서 개발한 첫 어플이었다.

지금에 와서 보니 매우 촌스럽고, 뒤떨어져 보인다.

모바일 마케팅을 담당하며 매일같이 들여다보고 있으니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니 매우 많은 것이 바뀌어져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혁신은 어쩌면 서서히 물들듯이 찾아오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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